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701 - Chapter 710

732 Chapters

제701화

병실에서는 막 청소가 끝난 듯했으며, 공기 중에는 여전히 소독약 냄새가 퍼져 있었다. 시연이 말했다. “수속은 거의 다 끝났어요. 이제 ‘웰스' 쪽에서 구체적인 날짜만 알려주면, 우주를 보낼 준비를 하면 돼요.”이 말을 끝으로, 마주 앉은 부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우주가 떠나는 건 유학을 위해서라는 걸.이번에 떠나면, 당분간 G시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우주가 다시 G시에 돌아오는 건 몇 년 뒤, 그것도 우주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전제하에서였다.만약, 우주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시 만나는 건 아득한 일이 될 것이었다.지동성은 시연과 달랐다. 시연은 우주의 머릿속에 각인된 혈육, 유일한 친누나였다.하지만 지동성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우주의 기억 속에서 잊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잡아둘 수도 없구나...’지동성은 마음이 쓰리고 아렸다.지동성은 죽기 직전에야 두 남매를 만났고, 뻔뻔하게도 아들의 간을 이식받았다.그런데 지금, 딸의 용서와 넓은 아량은커녕, 아들마저 떠나게 생겼다.지동성은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러고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유학이라니, 좋은 일이네.”지동성의 시선이 우주를 향했다. 우주는 책을 소중히 품에 안은 채 집중해서 읽고 있었고, 손에 쥔 펜으로 가끔 뭔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우주 데리고 갈게요.”시연이 동생에게 손짓했다.“우주야, 이리 와.”“누나.”우주는 순순히 책을 안은 채 다가왔다.시연이 동생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아저씨께 인사해야지.”“네.”우주는 진지하게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히 계세요.”“그래, 잘 가라.”지동성은 우주를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우주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이 순간 아들의 모습을 기억하려 했다. “그럼, 우리 갈게요.”시연이 우주의 팔을 살짝 끌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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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장미리는 순간 굳어버렸고,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나... 나한테... 그걸 왜 물어봐?”“물어보면 안 돼요?”소미는 장미리의 반응을 보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엄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요?”“나, 내가 무슨...”장미리는 눈길을 피하며 말을 흐렸다. 그러고는 당황한 듯 변명했다.“그냥... 그냥 도박에서 졌어. 이번엔 좀 크게 걸었거든.”“진짜예요?”소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진짜라니까!”장미리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흥분했다.“왜? 나를 심문하겠다는 거야? 내가 도박할 자유도 없는 거니?”“아니... 그런 게 아니고...”소미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다른 일 없으면 됐어요. 다음에는 아빠한테 솔직하게 얘기하세요.”잠시 생각하더니, 장미리에게 한마디 덧붙였다.“엄마도 알다시피, 아빠는 지금 지시연이랑 우주한테만 신경 쓰잖아요. 엄마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르면, 우리 모녀는 아예 눈 밖에 날지도 몰라요.” “알았다, 알았어.”장미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그만 말하고 좀 쉬어라.”“네.”딸의 온몸에 감겨 있는 붕대를 바라보며, 장미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 고 대표님이 부른 전문가는 효과가 있기를...’바로 그때, 장미리는 속에서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위장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불쾌감에 갑작스럽게 화장실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으윽!”소미는 반쯤 잠든 상태에서 희미하게 소리를 들었고, 눈을 뜨며 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 토한 거 아니에요?”“아니야.”화장실 안에서 장미리는 얼른 대답했다.“네가 잘못 들은 거야! 그냥 볼일 보는 거야!”“그래요...”소미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눈을 감았다.화장실에 남겨진 장미리는 거울을 바라보며 창백한 얼굴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밤 10시.시연은 침대에 기대어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요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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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행복감이 유건을 완전히 휘감았다.시연이 이렇게 먼저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유건이 어떻게 그녀를 실망시킬 수 있겠는가?유건은 고개를 들어 시연의 입맞춤에 화답했고, 점점 그 키스는 깊어졌다.시연의 숨이 막힐 때까지 말이다. 결국 시연이 먼저 유건을 밀어내며 투덜거렸다.“좀 살살해요. 당신은 개가 아니잖아요!”“네가 먼저 꼬셔놓고?”유건은 시연과 이마를 맞댄 채, 그녀를 안고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마치 ‘책망’하듯 시연에게 물었다.“간이 커졌네. 누가 네 맘대로 키스하래? 이런 건 원래 내가 하는 거야, 알겠어?”시작은 시연이 했을지 몰라도, 결국 주도권을 쥔 건 유건 아닌가?시연은 살짝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키스는 이미 했고, 이제 어쩔 건데요?”조금 전 키스의 흔적이 남은 시연의 입술은 윤기가 흐르며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와 다르게 살짝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유건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말았다. ‘이러면 참을 수가 없지...’하지만 유건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음... 한번 생각해 볼까... 어제 전화에서 했던 마지막 말, 다시 말하면 봐줄지도?”“어제 했던 말이요...?”순간, 시연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아, 내가 그런 말을 했었죠. 참...”시연의 허리에 올려져 있던 유건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시연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일부러 이러는 거죠?”유건은 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똑바로 말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지?”‘당연히 알지.’시연은 살짝 웃음을 흘리며, 유건의 목을 감싸 안았다.그 동그란 눈동자는 반짝이는 눈물이 고인 듯 촉촉했다. “여보, 보고 싶었어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 앗...”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이번에는 유건이 먼저 다가온 키스였다.자연스럽게,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게.유건은 시연을 안은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어느새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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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본가는 넓었다. 단순히 유건과 시연의 침실만 해도 이 작은 아파트 전체 크기보다 더 컸으니 말이다.하지만 시연은 망설였고,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결국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안 갈래요.”시연은 예전부터 말해왔다. 아직 유건에 대한‘관찰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금 이 상태로 본가에 들어간다면, 혹시라도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다시 나오는 것도 일이 될 터였다. 유건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고, 부드럽게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내가 너무 서둘렀네. 그럼 침대만 바꾸자, 응?”“그래요. 그게 좋겠어요.”“착하지? 이제 자자.”유건은 시연을 품에 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집에 들어왔으니, 본가로 데려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유건은 TV를 끄기 위해 리모컨을 들었다. 그런데 TV 화면에 비친 장면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여보.”“네?”시연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왜요?”“허...”유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까 전화 받을 때 엄청 짜증 난 목소리더니, 잘생긴 남자를 보고 있었네?”‘아...’시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TV 화면에 잘생긴 남자 배우가 클로즈업된 채 정지되어 있다는 것을. “하하... 하하하...”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나빠!”유건은 가짜로 화난 척하며 말했다.“혼내줄 거야! 키스 폭탄이다!”...둘은 다음 날 점심에 침대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정기환이 시연을 데리러 왔고, 시연은 GP그룹 계열 GD백화점으로 향했다.조금 일찍 도착한 시연은, 근처 음료 가게에 들어가 음료를 주문한 뒤 유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와요. 나 지금 시간 많아요.”시연은 작은 케이크를 한 입 먹으며 말했다.[그래, 천천히 갈게.]유건도 다정하게 대답했다.전화를 끊고 창가에 기대어 있던 시연은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가 톡톡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고개를 돌리니, 노은범이 서 있었다.“은범?”시연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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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당장 설명해!”장미리는 폭주하는 사자처럼 온몸에서 불꽃을 뿜으며 소리쳤다.“뭘 설명하라는 거예요?!”지동성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카롭게 대꾸했다.“당신이야말로 설명 좀 해봐. 내 변호사를 어떻게 만난 거야? 장미리, 이젠 더 대담해졌네?”“내가 왜 못 만나야 하는데요?!”장미리는 분노로 몸을 떨며 소리쳤다.“나, 아직 당신 부인이에요! 내가 변호사를 안 만났으면, 당신이 유언장 바꾼 건 알지도 못했을 거라고요!” 그 말을 시작으로, 장미리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당신, 어떻게 그 남매한테 그렇게 많은 걸 줄 수 있어요? 양심이 있긴 한 거예요? 내가 당신이랑 몇 년을 살았는데... 그리고 소미는요!” “당신 눈에 소미는 보이지도 않죠? 어쨌든 난 모르는 일이고, 그 유언장 인정 못 해요! 그러니까 당장 바꿔 놓으라고요!” “흥...”지동성은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당신, 나한테 시집올 때, 돈은 한 푼도 안 가져왔잖아. 집안의 재산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고!” “내가 어떻게 유언장을 쓰고, 재산을 어떻게 나누든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 적다고? 적으면 안 받아도 돼.”“당... 당신...”장미리는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말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급기야 지동성에게 달려들었다.“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당신이 이러고도 사람이야? 정말 날 이렇게 만들고 싶어?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 다 같이 죽자고!”장미리는 지동성을 거칠게 잡아 흔들며 울부짖었다.“진짜 나쁜 X! 진작 알았으면 당신 같은 사람은 구하지도 않았어! 차라리 죽게 뒀을 거라고!”“놔!”지동성은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당신이 나를 구했다고? 미쳤니? 날 살린 건... 내 아들이야.”지동성은 거칠게 팔을 뿌리쳤다.“비켜.”“못 비켜...!”“악!”지동성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고, 모니터에선 ‘삐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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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장미리는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그 계집애, 무슨 신장이 어쩌고 하면서 아닌 척하더니, 말은 참 그럴듯하게 하더라! 내가 보기에 지시연은 처음부터 우리 집 재산을 넘볼 생각이었던 거야!”‘그게... 정말일까?’소미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장미리를 바라봤다. 믿기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었다.‘아빠는 날 제일 사랑하셨잖아?’‘그렇다면 유산의 대부분은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그런데 그 예상이 빗나갔다니... 소미는 그제야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그때, 간호사가 병실 밖으로 나와 소미를 바라보며 말했다.“환자분이 깨어났습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돼요.”“소미야, 네 아버지 깨어났대! 어서 가자!”장미리는 재빨리 휠체어를 밀며 소미를 이끌었다. 그러고는 작게 속삭였다.“들어가면, 네가 잘 말해봐. 아빠가 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원래는 너를 제일 소중히 여겼잖니.”...병실 안.지동성은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태였다.그는 장미리와 소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왔구나.”“아빠...”소미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지동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가 너무 흥분했던 것 같아요. 저도 엄마가 잘못한 거라고 분명히 말했고요.” 지동성은 딸을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소미야, 유언장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저... 저는...”소미는 당황한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아빠, 이해는 해요. 간이식 때문에 미안해서 유언장을 바꾼 걸 테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공평하게 나눠주셨어야죠.” “공평하게?”지동성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공평하게 나눌 순 없어.”“아빠?”“여보...”두 사람의 걱정스러운 표정에도 불구하고, 지동성은 담담하게 말했다.“만약에... 고 대표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날 밤 있었던 사람이... 사실 시연이었다는 걸... 그동안 본인이 완전히 속았다는 걸 알면... 어떻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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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그래도... 뭐요?”장미리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기색이었다.한참을 망설이던 장미리는 결국 결심한 듯 말했다.“딸, 혹시 돈 좀 있어? 그게... 엄마 좀 도와줄 수 없겠니?”‘응?’소미는 의아한 표정으로 장미리를 바라봤다.“엄마, 요즘 왜 자꾸 돈이 필요해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뭔가 이상한데...’지동성이 집안 재정을 전부 장미리에게 맡기진 않았지만, 생활비 정도는 부족함 없이 지원해 줬다. 그런데 왜 요즘 이렇게 돈이 급한 걸까?“그게... 지난번에 도박에서 진 돈이 조금 남았어.”“뭐라고요?”소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도대체 얼마를 잃은 거예요?”“별거 아니야. 네가 4천만 원만 더 주면 돼.”‘4천만 원?’소미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왔다.“엄마, 대체...”“알았어, 알았어! 이번이 마지막이야.”장미리는 투덜거리며 말했다.“요즘 집안일이 많았잖아. 너도 입원해 있고, 네 아빠도 병원에 있고...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거야.”‘뭐든지 이유는 있네...’소미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내가 마련할게요.”“역시 우리 딸! 널 안 낳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며칠 동안 시연은 우주의 유학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웰스’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제 우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이었다.이 소식을 들은 주지한은 바로 우주의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날짜만 정해지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시연은 아침 일찍 별산장으로 향했는데, 출국 전, 동생과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다만, 유건은 함께 오지 않았다. 그는 강울대병원에 있었다.왜냐하면, 유건이 M국에서 초빙한 전문의가 도착했고, 예정된 회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원래 유건은 시연도 함께 가자고 했었다.하지만 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당신, 의사랑 같이 있는 거잖아요. 그 사람이랑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질투하겠어요? 잘 다녀와요.”‘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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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강수희였다.시연이 건 전화는 노씨 가문의 본가 전화번호였다. 시연은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혹시... 은범이 지금 본가에 있나요? 그게 아니면... 따로 사나요?”[시연이니?]강수희는 전화기 너머 시연의 목소리를 알아차렸고, 예상치 못한 전화에 놀란 듯했다.하지만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은범이 집에 있어. 본가에 있다는 뜻이지. 혹시 은범이 보러 올래?]“네.”시연은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차에 올라탄 시연은 기환에게 주소를 건넸다.“집으로 안 가요. 여기로 가주세요.”“네, 형수님.”기환은 시연이 말한 주소로 차를 몰았다.“문 앞에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그렇게 말한 시연은 차에서 내렸다. 시연이 벨을 눌렀고, 강수희가 문을 열었다. 시연을 본 강수희는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시연, 네가 왔구나.”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그녀는 시연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며 말했다.“들어와, 어서.”“사모님...”시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물었다. “은범이... 어디 있어요?”“이쪽으로 와.”강수희는 조심스럽게 시연의 팔을 붙잡고 안쪽의 응접실로 안내했다.그녀는 조용히 창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저기 있어.”응접실 창가 쪽에 놓인 흔들의자. 은범은 그 위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흔들의자는 천천히 앞뒤로 흔들렸고, 은범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시연은 금세 눈치챘다. 은범의 손목과 발목이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아...”시연은 작은 비명을 내지르며 입을 막았고, 충격에 찬 눈빛으로 강수희를 바라보았다. 시연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이게... 이게 무슨 일이에요?”“하...”강수희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은범이가 깨어났을 때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거든. 통제가 안 돼. 언제든 발작할 수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해칠 때도 있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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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시연은 은범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은범의 표정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평범하게 담소를 나누었다.하지만 은범이 이렇게 태연할수록, 시연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괜찮다고 웃고 있지만, 속은 얼마나 무너지고 있을까...’시연은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은범아, 나 이제 가봐야겠어.”은범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내가 데려다줄까?”“아니야.”시연은 부드럽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기환 씨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어. 너는 푹 쉬어.”“그렇구나. 그럼 조심히 가.”“응.”은범의 집 대문을 나선 시연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몇 걸음 떼지 않았을 때, 강수희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시연아! 잠깐만!”시연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사모님.”“시연아...”강수희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시연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부탁할 게 있어...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 뻔뻔한 거 알아. 하지만... 제발 부탁이야. 시간이 되면... 은범이 좀 보러 와줄 수 있겠니?”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수희가 다급하게 덧붙였다.“내가 너한테 뭘 바라는 거 아니야. 지난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 그냥... 친구로서, 은범이랑 이야기 좀 나눠주면 좋겠어.”시연이 아무 말 없이 강수희를 바라보자, 강수희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시연을 보며 말했다. “너도 봤잖니... 너랑 이야기할 때 은범이가 얼마나 안정됐는지...”그리고 시연의 손을 꽉 잡고, 두드리며 말했다.“부탁이야... 가능하겠니? 은범이... 정말 많이 아파.”시연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지만, 강수희의 부탁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시연 혼자만의 결정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시연은 대문 앞에 도착해 차에 올라탄 후, 기환에게 물었다.“유건 씨... 아직 병원에 있겠죠?”“네, 형수님.”“그렇다면...”시연은 짧게 숨을 고르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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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하나, 둘.“아!!!”소미는 눈을 질끈 감더니,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듯 오열하기 시작했다.그동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확정된 결과를 들으니 감당하기 어려웠다.“다 끝났어요! 다 망가졌어요!”“소미 씨.”유건은 소미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다.“진정해. 일단 상처를 잘 치료하는 게 중요하고... 건강이 최우선이야.”“건강이요...?”소미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이렇게 흉측하게 변했는데, 평생 못 고친대요. 그런데 무슨 건강이 중요해요?”“그렇게 말하지 마. 의사 선생님도 고칠 수 있다고 했잖아.”물론 가능성은 작지만, 소미에게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하하.”소미는 헛웃음을 지었다.“아니요, 희망 없어요. 저도 알아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그동안 병상에 누워 인터넷으로 수없이 많은 자료를 찾아본 소미였기에,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절망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의 납치로 고유건을 얻었지만, 대가는 너무나도 컸어...’그때, 소미가 갑자기 유건의 손을 꽉 잡으며 다급하게 물었다.“유건 씨... 혹시... 저를 싫어하게 된 거 아니죠? 그렇죠?”‘이 사람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된 거니까...’‘절대 날 싫어하지 않을 거야. 분명히...’유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말을 잃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유건 씨?”순간, 소미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눈빛이 흔들렸다. “왜 대답을 안 해요? 설마...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해요?”“아니야, 아니야.”유건은 우선 소미의 감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소미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갑자기 유건의 품에 달려들었다.그녀는 유건을 꽉 껴안으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유건 씨! 역시 그렇죠? 알았어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흑흑...”이어서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당신이 저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흉터가 남든 말든 상관없어요!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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