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는 막 청소가 끝난 듯했으며, 공기 중에는 여전히 소독약 냄새가 퍼져 있었다. 시연이 말했다. “수속은 거의 다 끝났어요. 이제 ‘웰스' 쪽에서 구체적인 날짜만 알려주면, 우주를 보낼 준비를 하면 돼요.”이 말을 끝으로, 마주 앉은 부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우주가 떠나는 건 유학을 위해서라는 걸.이번에 떠나면, 당분간 G시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우주가 다시 G시에 돌아오는 건 몇 년 뒤, 그것도 우주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전제하에서였다.만약, 우주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시 만나는 건 아득한 일이 될 것이었다.지동성은 시연과 달랐다. 시연은 우주의 머릿속에 각인된 혈육, 유일한 친누나였다.하지만 지동성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우주의 기억 속에서 잊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잡아둘 수도 없구나...’지동성은 마음이 쓰리고 아렸다.지동성은 죽기 직전에야 두 남매를 만났고, 뻔뻔하게도 아들의 간을 이식받았다.그런데 지금, 딸의 용서와 넓은 아량은커녕, 아들마저 떠나게 생겼다.지동성은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러고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유학이라니, 좋은 일이네.”지동성의 시선이 우주를 향했다. 우주는 책을 소중히 품에 안은 채 집중해서 읽고 있었고, 손에 쥔 펜으로 가끔 뭔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우주 데리고 갈게요.”시연이 동생에게 손짓했다.“우주야, 이리 와.”“누나.”우주는 순순히 책을 안은 채 다가왔다.시연이 동생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아저씨께 인사해야지.”“네.”우주는 진지하게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히 계세요.”“그래, 잘 가라.”지동성은 우주를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우주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이 순간 아들의 모습을 기억하려 했다. “그럼, 우리 갈게요.”시연이 우주의 팔을 살짝 끌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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