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771 - Chapter 780

1188 Chapters

제771화

노은범은 차를 세우고 병원 입원동 안으로 들어섰다.문이 열리자 시연이 나타났고, 은범을 본 그녀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응.”은범이 손에 든 봉투를 살짝 들어 보였다.“오늘 내 차에 놓고 간 거. 일부러 정리해 둔 거 같아서. 혹시 필요할까 봐 가져왔어.”“아, 맞다. 깜빡했네.”시연은 웃으며 그것을 받아서 들었다.“잠깐 들어와서 쉬었다 가. 어차피 여기까지 온 김에.”“아니야...”은범이 거절하려다 말을 멈췄다.“시간도 늦었는데, 괜히 방해될까 봐...”“저기! 잠깐만!”갑자기 누군가가 급히 뛰어왔다.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강수희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시연아, 은범아!”강수희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은범이 어머니가 왜 여기 있지?’시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은범을 쳐다봤다.“너희 어머니는 왜...?”“나도 몰라.”은범이 고개를 저었다.‘설마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그는 얼떨결에 어머니 손에 든 짐을 받아 들며 말했다.“어머니, 여긴 어떻게...?”“내가 몇 번이나 물었지? 시연이 어디 입원했냐고. 근데 너는 끝까지 안 알려주고 말이야.”“어머니!”은범은 시연 쪽을 슬쩍 힐끗 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시연이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요. 제발 좀...”“알았어, 알았어.”강수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은 병실 문 앞에 함께 서게 되었다.“시연아.”강수희가 손에 든 무언가를 내밀며, 시연을 눈여겨보았다.“며칠 동안 고생 많았지? 얼굴이 홀쭉해졌네.”“그래요? 좀 그런가요...”시연이 무의식적으로 볼을 만졌다.‘진짜 좀 빠졌나...?’“그럼!”강수희는 씩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너희 아버지 장례식 때도 느꼈어. 참 안됐지... 이렇게 어린 애가 벌써 이런 일들을 겪고...”강수희는 들고 온 것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안에 있는 건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끓인 곰탕이야. 그냥 생각이 나서,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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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어머니!”은범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지금... 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무슨 생각일 것 같니?”강수희는 아들을 힐끔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어휴, 내가 뭘 하겠니? 아들아, 걔네 부부 사이 안 좋은 거, 너한텐 기회잖아.”“어머니!!”은범은 굳은 얼굴로 낮게 말했다. “제발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세요. 저랑 시연이는 그냥 친구예요. 그 애는 결혼한 사람이에요. 저도 그걸 받아들였고...”‘또 무슨 일을 벌일까 봐 진짜 불안해...’은범은 어쩐지 불안한 마음에 덧붙였다.“진심이에요. 제발, 다시는 이상한 짓 하지 마세요. 시연이한테 조금이라도 상처 주면... 저, 진짜 어머니 못 용서해요.”“안 해, 안 해. 엄마 진짜 이제는 아무 짓도 안 해.”강수희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 ‘이 녀석이 살아준 것만으로도 다행인데...’강수희에게 은범은 두 번째로 얻은 목숨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말이야, 은범아.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해도... 시연이랑 고 대표가 정말 헤어지게 되면, 그땐 너한테 기회가 있는 거잖아.”‘얘는 시연이 없으면 못 살아. 이제는 그걸 확실히 알아.’강수희는 속으로 확신했다.‘이 애를 혼자 두느니, 차라리 시연이랑 함께하게 해야지.’“어머니...”은범은 허탈하게 웃었다.“그런 생각은 이제 그만하세요. 저는 시연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고 대표, 절대 시연이를 놓을 사람이 아니에요.”“흥.”강수희는 코웃음을 치며 아들을 노려봤다.“말은 그렇게 해도... 하나만 묻자. 만약 시연이가 다시 혼자가 된다면, 넌... 다시 잡을 생각이 없어?”그 말에 은범은 입을 다물었다.‘싫다고는 못 하겠어.’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쑥 고개를 든 감정을, 은범은 외면할 수 없었다. “봐라.”강수희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들의 이마를 툭 찔렀다.“이게 인정이 아니면 뭐니? 에휴, 우리 아들...”“이만... 빨리 가요.”은범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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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시연은 멍하니 유건을 바라봤다.‘이 사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내가 예전에 잠깐 은범이를 이용하려 했던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까지 다 거짓이라고 믿는 건가?’“허.”시연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헤어지고 싶으면 그냥 헤어지자고요. 설마, 당신 이 정도 일로 무너지는 거예요? 정말 당신이 한 말에 책임도 못 지는 사람이에요?” 여자의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잘 들어요. 우리가 끝내는 이유는... 당신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냥, 눈치껏 비켜주는 것뿐이라고요.”“그럴듯하게 포장하지 마.”유건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노은범은 요즘 하루가 멀다고 네 옆에 붙어 다녀. 강 여사는 너를 며느리처럼 챙기고 있고.”그 말 속에 담긴 질투와 분노는 이미 제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시연은 유건을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그래서요? 그게 당신한테 그렇게 불편한 일이에요? 다른 사람이 날 챙겨주는 게 그렇게 싫어요?”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시연은 단호하게 말했다.“미안하지만, 싫어도 참고 살아요. 나는 아직 젊고, 이혼한 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요.”“지시연!”유건은 참았던 감정이 터진 듯,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그렇게 급했어? 아니면... 그냥 옛사랑이 편한 거야?”“옛사랑이요?”시연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렇게 치면 당신도 옛사랑이잖아요. 우린, 할아버지 말 한마디에 끝났어야 했는데... 내가 정신 못 차리고 붙잡은 거잖아요.” 잠시 멈추고, 시연은 차디찬 말투로 덧붙였다.“아, 당신이라는 ‘옛사랑’은 미련하게 붙잡아도 되고, 은범이라는 ‘옛사랑’은 붙잡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최소한 은범이는... 나한테 진심이라고요.” 시연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유건을 꿰뚫었다.“은범이는 나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당신은요? 장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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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왜 그래?”강수희는 은범을 흘기듯 보며 말했다.“지금 시연이한테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데... 엄마가 이럴 때 안 오면 언제 오라고?” “어머니...”은범은 자기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진짜 머리 아프다... 제발 좀 적당히 해요...’“제가 말했잖아요. 저랑 시연이, 그냥 친구예요. 지금은 그게 다예요.”“근데... 네 마음은...”“맞아요. 시연이 좋아해요. 하지만 시연이는 결혼한 사람이잖아요. 그걸 망치고 싶진 않아요.”‘정말 좋아하면, 그 사람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지.’은범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저도 시연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결혼 생활했으면 한다고요. 그게 진짜 좋아하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나요?”강수희는 그 말에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그럼 넌? 넌 뭐가 되는데? 너 자신은 안 중요해?” “시연이가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요.”은범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선택은 시연이가 하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시연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에요.”“은범아...”강수희의 눈빛이 흔들렸다.“어머니.”은범의 눈빛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부탁이에요. 저도, 시연이도 그만 힘들게 하세요. 제가 시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잖아요.”“이미 시연이한테 상처 주셨잖아요... 앞으론 시연이가 잘 사는 것만이 제가 숨 쉴 수 있는 이유예요.” ‘그러니까... 더는 상처 주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강수희는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섰다.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알았어. 엄마가 져줄게. 네 뜻대로 해.”“고마워요.”은범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그리고 조심스레 강수희를 병실 밖까지 배웅했다.문을 닫고 돌아서며 시연을 향해 두 손을 들어 보였다.“미안, 또 우리 엄마가 널 귀찮게 했지?”시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괜찮아. 저기, 밥 차려놨어. 같이 먹자.”“그래, 좋아.”은범도 따뜻한 웃음으로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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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진짜야?”시연은 고개를 내밀며 백미러를 힐끗 봤다.정말 뒤에 차 한 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붙고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시연은 눈을 좁히며 찌푸린 미간으로 말했다.“저 차... 낯이 익은데.”새빨간 포르쉐.딱 떠오르는 얼굴 하나.‘설마... 장소미?’시연은 숨을 삼켰다.“은범아, 번호판 보여? 번호 좀 봐줘.”“응, 잠깐만.”은범은 집중해서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03가... 2118. 맞는 거 같아.”“맞아.”시연은 단호하게 말했다.“장소미야. 저 차, 장소미 차 맞아.”“장소미?”은범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근데 장소미가 여길 왜 와? 주선교 근처엔 볼일도 없을 텐데...”‘그냥 우연이겠지. 설마 날 보러 온 건 아닐 거야.’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냥 길이 같은 거겠지. 설마 따라오는 건 아니겠지...”차는 어느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하지만 그 빨간 포르쉐는 여전히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그들 차 뒤를 따르고 있었다.‘이건, 진짜 이상해.’“속도 좀 줄여볼까?”은범도 눈치를 챘는지, 슬쩍 속도를 낮췄다.혹시나 앞질러 가면 오해였다는 뜻일 테니까.하지만, 포르쉐도 덩달아 속도를 줄였다.여전히 뒤에 붙은 상태였다.‘확실해. 따라오고 있어... 장소미가 일부러.’시연은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도대체 장소미는 왜 저러는 거야?”내려서 물어볼 수도 없는 고속도로.게다가 시연은 지금 장소미와 어떤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차는 어느새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대교에 진입했다.그 순간이었다.뒤따르던 빨간 포르쉐가 갑자기 속도를 올리더니, 마치 통제력을 잃은 듯 은범의 차를 그대로 들이박았다!“뭐야?!”은범은 깜짝 놀라 핸들을 급히 꺾고, 발로 액셀을 힘껏 밟았다.그런데도 차체가 스치는 굉음과 함께 차량이 요동쳤다.끼이이익!심한 진동에 시연은 비명을 삼키며 차 천장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시연아! 괜찮아?!”은범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핸들을 단단히 쥔 손엔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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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시연아, 어서 내려!!”은범은 눈이 벌게지도록 소리쳤다.더는 설명할 틈도 없었다.몸을 기울여 조수석 쪽으로 손을 뻗고, 그대로 시연을 밀쳐냈다!“꺄악!”시연은 그대로 문 쪽으로 튕겨 나가며, 난간에 등을 세게 부딪쳤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그러나, 그녀가 놀라 숨을 들이쉬기도 전에 빨간 포르쉐가 은범의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쾅!!충격에 차체가 그대로 들썩이며 도로 위에서 튀어 올랐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은범 역시 안전벨트에 매달린 채, 공중으로 솟구쳤다!“안 돼!!”시연은 그대로 얼어붙은 채, 눈을 크게 뜨고 비명을 삼켰다.눈물이 두 볼을 타고 쏟아졌다.“은범... 은범아...!!!”그녀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빨간 포르쉐가 후진했다.그리고, 다시.그대로 은범의 차를 향해 재돌진했다!쾅!!“안 돼!!!”이번엔 차 전체가 휘청거리며 앞 범퍼가 찌그러졌고,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시연의 눈에서는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했다.‘그만해... 제발, 그만...’하지만 그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빨간 포르쉐는 또다시 후진.그리고 세 번째 돌진.이번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더 빠르게.쾅!!!!!!!!굉음과 함께... 은범의 차는 그대로 튕겨 나가며 공중에 떴다.그리고 바로 뒤에서 따라온 포르쉐까지.두 대의 차량이 함께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하늘 위를 가르는 은빛 파가니, 그리고 새빨간 포르쉐.차 두 대는 거대한 힘으로 공중을 갈라,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시연의 눈에 들어온 건... 피범벅이 된 은범의 얼굴.“안 돼... 안 돼... 제발...!!!!”그리고 잠시 후.두 대의 차가 연달아 커다란 물기둥을 일으키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은범아... 은범아...!!!”시연은 무릎이 풀리듯 주저앉았다.‘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하는데...’하지만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으아!!!!!”그녀는 맨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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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시연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한 사람은 이미 떠났고, 한 사람은 지금 생사가 오가는 길목에 있었다.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시연 자신이었다.‘다 나 때문이야. 아빠도, 은범이도... 다 내가... 망쳐버렸어...’누구라도 버티기 힘든 충격이었다.“시연아...”진아는 무너지는 시연을 품에 꼭 안았다.“나왔어요! 구조 완료! 의사! 들것!”구조대의 외침.“은범...!”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바로 고개를 확 들고는, 휘청이며 달려 나갔다.“시연아! 천천히! 넘어져!!”진아가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시연이 겨우 달려갔을 때, 은범은 이미 들것 위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 물엔 피가 섞여 있었다.그리고 그 피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은범아...!!”“안 돼... 안 돼...!!!”단 한 번 바라본 것만으로도 시연의 무릎은 힘을 잃고 휘청였다.“시연아!”진아가 급히 시연을 붙잡았지만, 시연의 체온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정신 차려야 해! 네가 버텨야 해, 시연아. 은범이는 지금 수술실로 들어가. 저 사람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는 게 뭐겠어? 너야, 너란 말이야.”“기억 안 나? 은범이, 너 때문에 살고 싶다고 했잖아. 은범이는...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무너지지 마. 너마저 주저앉으면... 정말 끝이야.”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진아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간절하게 외쳤다. “부탁드려요! 우리 친구... 살려주세요. 제발!”“이송합니다!”들것은 구급차에 실렸고, 진아와 시연도 함께 탔다.차 안에서 진아는 시연의 상태를 재빨리 점검했다.곳곳에 긁힌 상처와 멍이 있었지만, 큰 이상은 없었다.그제야 진아는 나지막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병원에 도착해 내릴 때, 정문 쪽에서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유건이었다.이마에 땀이 맺히고,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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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맞아요.”옆에 있던 주지한이 조심스레 거들었다.“형수님, 경찰 쪽에서도 확인했어요. 포르쉐 안에 사람은 없었다고...”“하...”시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눈동자는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비죽거렸다.“제대로 들은 거 맞아? 사람이 없었다니, 그럼 그 차는 스스로 움직여서 은범이 차를 들이받은 거네?”“무인 자동차야, 뭐야?” “형수님, 진정 좀... 경찰이 계속 조사 중이니까 시간을...”“진정?”시연은 비웃듯 말했다.“시간 좀 달라고? 장소미 숨길 시간?”“형수님...”지한은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만 뻐금대며 멈춰 섰다. “여보...”유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그러자 시연은 유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당신...”날카롭고도 맑은 눈동자.화난 듯하지만, 그 속엔 억눌러진 슬픔이 일렁였다.“내가 직접 봤어! 빨간 포르쉐, 장소미 차! 번호판도 똑똑히 봤고! 맞잖아? 그 차, 장소미 거잖아!!”“맞아.”유건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장소미를 감싸려는 게 아니야. 장소미가 그 자리에 없던 건 사실이라서...”“그럼 그 사람은 지금 어딨어?”시연은 한발 다가서며 추궁했다.“숨긴 거 맞지? 지금, 장소미 어디에 숨겨놨어?”“정말 아니야.”유건은 두 손을 들며 억울한 듯 말했다.“차 안에 아무도 없었던 건 사실이고... 경찰도 수사 중이니까 장소미는 곧 소환될 거야.”그 순간, 로비 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은범아!”모두가 고개를 돌리는 사이, 강수희와 노수철이 병원 쪽으로 허둥지둥 들어오고 있었다.시연은 본능적으로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사모님!”“여보, 조심해!”노수철이 겨우 강수희를 부축했지만, 강수희는 응급실 문 앞에서 눈이 돌아간 사람처럼 휘청거리다가 거의 쓰러지듯 앞으로 넘어졌다. “사모님, 괜찮으세요?”시연이 급히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강수희는 숨을 몰아쉬며 시연의 손을 붙잡았다.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시연아... 무슨 일이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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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개두술은 결코 금방 끝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시연은 무작정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유건은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이 사람, 본인도 아픈 걸 모르고 있어...’‘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겠지.’그래서 유건은 조용히 병원 측과 이야기해, 산소 공급이 가능한 안정을 위한 병실 하나를 준비했다.“여보, 여기서 잠깐 누워 있어. 아이 생각해서라도... 잠깐이라도 눈 좀 붙여.”그 말에, 시연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은범이가 살아 돌아오려면,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돼.’시연은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은 채 유건을 보지 않았다.유건은 별말 없이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잠시 후, 주지한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조심스레 유건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유건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수술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같이 경찰서에 좀 가줄래?”시연은 눈을 떠, 의아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유건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호준이 형한테 부탁해서... 장소미 신문에 우리가 배석할 수 있게 했어.”“정말...?”시연은 쉽게 믿지 못했다.“진짜야.”유건은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가서 봐. 그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이야기하고... 나, 정말이지 지금은 장소미랑 아무 관계 없어.” “만약 그 일이 장소미 짓이 맞다면, 이번엔 나도... 더는 관여 안 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지.”‘맞아... 예전엔, 분명 내가 한 번 눈감아줬지.’‘그땐... 아직 내 마음이 남아 있었어.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근데 이제는... 그 마음, 끝났어.’ ‘그 마음, 끝났어.’유건의 말엔 오히려 미안함 같은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과거라는 이름으로, 그가 장소미 때문에 얼마나 참아왔는지...그 인내는 결국, 여기까지인 듯했다.시연은 말없이 남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움찔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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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형사가 다시 물었다.“그럼 설명해 주세요. 장소미 씨의 차량이 왜 주선교 인근 해상대교에서 사고를 일으켰고, 바다에 빠졌는지요.”“예...?”장소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이 사람 지금... 시치미 떼는 건가?’시연은 숨을 죽인 채 장소미를 노려봤다.“경찰관님, 저는 제 차를 이틀 전에 정비소에 맡겼어요. 지금 이 얘기 안 해주셨으면 전혀 몰랐을 거예요.”“거짓말!!!”시연이 자리에서 거의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양손은 무릎 옆에서 단단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거짓말이야!!! 지금 장소미, 거짓 진술하고 있어!!!”“여보, 진정해.”유건이 급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진정시키려 했다.그 품 안에서도 시연은 몸을 떨고 있었다.“단서는 많고, 경찰이 사실을 확인할 거야. 장소미 말 하나만 듣고 넘어갈 일이 아니야. 하지만 저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는 줘야 해. 그래야 합법인 거잖아.” 시연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확인해!! 지금 당장 확인하라고 해!! 경찰이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느려!!!”‘내가 분명히 봤는데... 왜 아무도 나만큼 확신하지 못하지?’시연의 눈동자 안에서 붉은 불빛 같은 분노가 번지고 있었다.유건은 그런 시연의 얼굴을 애틋하게 바라봤다.“지한아.”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지한을 불렀다.“지금 당장 확인 좀 해줘. CCTV든 정비소든 뭐든.”“알겠어.”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평소 같으면 농담 한마디쯤 했을 텐데,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진짜... 고유건, 아예 아내 바보가 됐네.’‘근데 뭐, 시연 씨 상태를 보면... 나라도 이럴 거 같긴 해.’지한은 자리를 빠져나가 상황을 확인하러 갔다가 잠시 후 돌아와 말했다.“확인 요청 넣었고, 지금 파악 중이래. 조금만 기다리자.”사람들은 인근 회의실로 이동해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진아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시작했다.“도착했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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