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두술은 결코 금방 끝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시연은 무작정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유건은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이 사람, 본인도 아픈 걸 모르고 있어...’‘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겠지.’그래서 유건은 조용히 병원 측과 이야기해, 산소 공급이 가능한 안정을 위한 병실 하나를 준비했다.“여보, 여기서 잠깐 누워 있어. 아이 생각해서라도... 잠깐이라도 눈 좀 붙여.”그 말에, 시연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은범이가 살아 돌아오려면,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돼.’시연은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은 채 유건을 보지 않았다.유건은 별말 없이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잠시 후, 주지한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조심스레 유건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유건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수술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같이 경찰서에 좀 가줄래?”시연은 눈을 떠, 의아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유건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호준이 형한테 부탁해서... 장소미 신문에 우리가 배석할 수 있게 했어.”“정말...?”시연은 쉽게 믿지 못했다.“진짜야.”유건은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가서 봐. 그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이야기하고... 나, 정말이지 지금은 장소미랑 아무 관계 없어.” “만약 그 일이 장소미 짓이 맞다면, 이번엔 나도... 더는 관여 안 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지.”‘맞아... 예전엔, 분명 내가 한 번 눈감아줬지.’‘그땐... 아직 내 마음이 남아 있었어.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근데 이제는... 그 마음, 끝났어.’ ‘그 마음, 끝났어.’유건의 말엔 오히려 미안함 같은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과거라는 이름으로, 그가 장소미 때문에 얼마나 참아왔는지...그 인내는 결국, 여기까지인 듯했다.시연은 말없이 남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움찔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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