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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Author: 임공
개두술은 결코 금방 끝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

시연은 무작정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유건은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사람, 본인도 아픈 걸 모르고 있어...’

‘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유건은 조용히 병원 측과 이야기해, 산소 공급이 가능한 안정을 위한 병실 하나를 준비했다.

“여보, 여기서 잠깐 누워 있어. 아이 생각해서라도... 잠깐이라도 눈 좀 붙여.”

그 말에, 시연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은범이가 살아 돌아오려면,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돼.’

시연은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은 채 유건을 보지 않았다.

유건은 별말 없이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잠시 후, 주지한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조심스레 유건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

유건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수술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같이 경찰서에 좀 가줄래?”

시연은 눈을 떠, 의아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

유건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호준이 형한테 부탁해서... 장소미 신문에 우리가 배석할 수 있게 했어.”

“정말...?”

시연은 쉽게 믿지 못했다.

“진짜야.”

유건은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가서 봐. 그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이야기하고... 나, 정말이지 지금은 장소미랑 아무 관계 없어.”

“만약 그 일이 장소미 짓이 맞다면, 이번엔 나도... 더는 관여 안 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지.”

‘맞아... 예전엔, 분명 내가 한 번 눈감아줬지.’

‘그땐... 아직 내 마음이 남아 있었어.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근데 이제는... 그 마음, 끝났어.’

‘그 마음, 끝났어.’

유건의 말엔 오히려 미안함 같은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

과거라는 이름으로, 그가 장소미 때문에 얼마나 참아왔는지...

그 인내는 결국, 여기까지인 듯했다.

시연은 말없이 남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움찔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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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80화

    형사가 다시 물었다.“그럼 설명해 주세요. 장소미 씨의 차량이 왜 주선교 인근 해상대교에서 사고를 일으켰고, 바다에 빠졌는지요.”“예...?”장소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이 사람 지금... 시치미 떼는 건가?’시연은 숨을 죽인 채 장소미를 노려봤다.“경찰관님, 저는 제 차를 이틀 전에 정비소에 맡겼어요. 지금 이 얘기 안 해주셨으면 전혀 몰랐을 거예요.”“거짓말!!!”시연이 자리에서 거의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양손은 무릎 옆에서 단단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거짓말이야!!! 지금 장소미, 거짓 진술하고 있어!!!”“여보, 진정해.”유건이 급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진정시키려 했다.그 품 안에서도 시연은 몸을 떨고 있었다.“단서는 많고, 경찰이 사실을 확인할 거야. 장소미 말 하나만 듣고 넘어갈 일이 아니야. 하지만 저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는 줘야 해. 그래야 합법인 거잖아.” 시연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확인해!! 지금 당장 확인하라고 해!! 경찰이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느려!!!”‘내가 분명히 봤는데... 왜 아무도 나만큼 확신하지 못하지?’시연의 눈동자 안에서 붉은 불빛 같은 분노가 번지고 있었다.유건은 그런 시연의 얼굴을 애틋하게 바라봤다.“지한아.”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지한을 불렀다.“지금 당장 확인 좀 해줘. CCTV든 정비소든 뭐든.”“알겠어.”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평소 같으면 농담 한마디쯤 했을 텐데,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진짜... 고유건, 아예 아내 바보가 됐네.’‘근데 뭐, 시연 씨 상태를 보면... 나라도 이럴 거 같긴 해.’지한은 자리를 빠져나가 상황을 확인하러 갔다가 잠시 후 돌아와 말했다.“확인 요청 넣었고, 지금 파악 중이래. 조금만 기다리자.”사람들은 인근 회의실로 이동해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진아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시작했다.“도착했어? 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79화

    개두술은 결코 금방 끝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시연은 무작정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유건은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이 사람, 본인도 아픈 걸 모르고 있어...’‘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겠지.’그래서 유건은 조용히 병원 측과 이야기해, 산소 공급이 가능한 안정을 위한 병실 하나를 준비했다.“여보, 여기서 잠깐 누워 있어. 아이 생각해서라도... 잠깐이라도 눈 좀 붙여.”그 말에, 시연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은범이가 살아 돌아오려면,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돼.’시연은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은 채 유건을 보지 않았다.유건은 별말 없이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잠시 후, 주지한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조심스레 유건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유건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수술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같이 경찰서에 좀 가줄래?”시연은 눈을 떠, 의아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유건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호준이 형한테 부탁해서... 장소미 신문에 우리가 배석할 수 있게 했어.”“정말...?”시연은 쉽게 믿지 못했다.“진짜야.”유건은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가서 봐. 그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이야기하고... 나, 정말이지 지금은 장소미랑 아무 관계 없어.” “만약 그 일이 장소미 짓이 맞다면, 이번엔 나도... 더는 관여 안 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지.”‘맞아... 예전엔, 분명 내가 한 번 눈감아줬지.’‘그땐... 아직 내 마음이 남아 있었어.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근데 이제는... 그 마음, 끝났어.’ ‘그 마음, 끝났어.’유건의 말엔 오히려 미안함 같은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과거라는 이름으로, 그가 장소미 때문에 얼마나 참아왔는지...그 인내는 결국, 여기까지인 듯했다.시연은 말없이 남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움찔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78화

    “맞아요.”옆에 있던 주지한이 조심스레 거들었다.“형수님, 경찰 쪽에서도 확인했어요. 포르쉐 안에 사람은 없었다고...”“하...”시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눈동자는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비죽거렸다.“제대로 들은 거 맞아? 사람이 없었다니, 그럼 그 차는 스스로 움직여서 은범이 차를 들이받은 거네?”“무인 자동차야, 뭐야?” “형수님, 진정 좀... 경찰이 계속 조사 중이니까 시간을...”“진정?”시연은 비웃듯 말했다.“시간 좀 달라고? 장소미 숨길 시간?”“형수님...”지한은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만 뻐금대며 멈춰 섰다. “여보...”유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그러자 시연은 유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당신...”날카롭고도 맑은 눈동자.화난 듯하지만, 그 속엔 억눌러진 슬픔이 일렁였다.“내가 직접 봤어! 빨간 포르쉐, 장소미 차! 번호판도 똑똑히 봤고! 맞잖아? 그 차, 장소미 거잖아!!”“맞아.”유건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장소미를 감싸려는 게 아니야. 장소미가 그 자리에 없던 건 사실이라서...”“그럼 그 사람은 지금 어딨어?”시연은 한발 다가서며 추궁했다.“숨긴 거 맞지? 지금, 장소미 어디에 숨겨놨어?”“정말 아니야.”유건은 두 손을 들며 억울한 듯 말했다.“차 안에 아무도 없었던 건 사실이고... 경찰도 수사 중이니까 장소미는 곧 소환될 거야.”그 순간, 로비 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은범아!”모두가 고개를 돌리는 사이, 강수희와 노수철이 병원 쪽으로 허둥지둥 들어오고 있었다.시연은 본능적으로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사모님!”“여보, 조심해!”노수철이 겨우 강수희를 부축했지만, 강수희는 응급실 문 앞에서 눈이 돌아간 사람처럼 휘청거리다가 거의 쓰러지듯 앞으로 넘어졌다. “사모님, 괜찮으세요?”시연이 급히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강수희는 숨을 몰아쉬며 시연의 손을 붙잡았다.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시연아... 무슨 일이야... 우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77화

    시연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한 사람은 이미 떠났고, 한 사람은 지금 생사가 오가는 길목에 있었다.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시연 자신이었다.‘다 나 때문이야. 아빠도, 은범이도... 다 내가... 망쳐버렸어...’누구라도 버티기 힘든 충격이었다.“시연아...”진아는 무너지는 시연을 품에 꼭 안았다.“나왔어요! 구조 완료! 의사! 들것!”구조대의 외침.“은범...!”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바로 고개를 확 들고는, 휘청이며 달려 나갔다.“시연아! 천천히! 넘어져!!”진아가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시연이 겨우 달려갔을 때, 은범은 이미 들것 위에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 물엔 피가 섞여 있었다.그리고 그 피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은범아...!!”“안 돼... 안 돼...!!!”단 한 번 바라본 것만으로도 시연의 무릎은 힘을 잃고 휘청였다.“시연아!”진아가 급히 시연을 붙잡았지만, 시연의 체온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정신 차려야 해! 네가 버텨야 해, 시연아. 은범이는 지금 수술실로 들어가. 저 사람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는 게 뭐겠어? 너야, 너란 말이야.”“기억 안 나? 은범이, 너 때문에 살고 싶다고 했잖아. 은범이는...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무너지지 마. 너마저 주저앉으면... 정말 끝이야.”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진아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간절하게 외쳤다. “부탁드려요! 우리 친구... 살려주세요. 제발!”“이송합니다!”들것은 구급차에 실렸고, 진아와 시연도 함께 탔다.차 안에서 진아는 시연의 상태를 재빨리 점검했다.곳곳에 긁힌 상처와 멍이 있었지만, 큰 이상은 없었다.그제야 진아는 나지막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병원에 도착해 내릴 때, 정문 쪽에서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유건이었다.이마에 땀이 맺히고, 눈썹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76화

    “시연아, 어서 내려!!”은범은 눈이 벌게지도록 소리쳤다.더는 설명할 틈도 없었다.몸을 기울여 조수석 쪽으로 손을 뻗고, 그대로 시연을 밀쳐냈다!“꺄악!”시연은 그대로 문 쪽으로 튕겨 나가며, 난간에 등을 세게 부딪쳤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그러나, 그녀가 놀라 숨을 들이쉬기도 전에 빨간 포르쉐가 은범의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쾅!!충격에 차체가 그대로 들썩이며 도로 위에서 튀어 올랐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은범 역시 안전벨트에 매달린 채, 공중으로 솟구쳤다!“안 돼!!”시연은 그대로 얼어붙은 채, 눈을 크게 뜨고 비명을 삼켰다.눈물이 두 볼을 타고 쏟아졌다.“은범... 은범아...!!!”그녀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빨간 포르쉐가 후진했다.그리고, 다시.그대로 은범의 차를 향해 재돌진했다!쾅!!“안 돼!!!”이번엔 차 전체가 휘청거리며 앞 범퍼가 찌그러졌고,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시연의 눈에서는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했다.‘그만해... 제발, 그만...’하지만 그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빨간 포르쉐는 또다시 후진.그리고 세 번째 돌진.이번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더 빠르게.쾅!!!!!!!!굉음과 함께... 은범의 차는 그대로 튕겨 나가며 공중에 떴다.그리고 바로 뒤에서 따라온 포르쉐까지.두 대의 차량이 함께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하늘 위를 가르는 은빛 파가니, 그리고 새빨간 포르쉐.차 두 대는 거대한 힘으로 공중을 갈라,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시연의 눈에 들어온 건... 피범벅이 된 은범의 얼굴.“안 돼... 안 돼... 제발...!!!!”그리고 잠시 후.두 대의 차가 연달아 커다란 물기둥을 일으키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은범아... 은범아...!!!”시연은 무릎이 풀리듯 주저앉았다.‘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하는데...’하지만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으아!!!!!”그녀는 맨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75화

    “진짜야?”시연은 고개를 내밀며 백미러를 힐끗 봤다.정말 뒤에 차 한 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붙고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시연은 눈을 좁히며 찌푸린 미간으로 말했다.“저 차... 낯이 익은데.”새빨간 포르쉐.딱 떠오르는 얼굴 하나.‘설마... 장소미?’시연은 숨을 삼켰다.“은범아, 번호판 보여? 번호 좀 봐줘.”“응, 잠깐만.”은범은 집중해서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03가... 2118. 맞는 거 같아.”“맞아.”시연은 단호하게 말했다.“장소미야. 저 차, 장소미 차 맞아.”“장소미?”은범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근데 장소미가 여길 왜 와? 주선교 근처엔 볼일도 없을 텐데...”‘그냥 우연이겠지. 설마 날 보러 온 건 아닐 거야.’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냥 길이 같은 거겠지. 설마 따라오는 건 아니겠지...”차는 어느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하지만 그 빨간 포르쉐는 여전히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그들 차 뒤를 따르고 있었다.‘이건, 진짜 이상해.’“속도 좀 줄여볼까?”은범도 눈치를 챘는지, 슬쩍 속도를 낮췄다.혹시나 앞질러 가면 오해였다는 뜻일 테니까.하지만, 포르쉐도 덩달아 속도를 줄였다.여전히 뒤에 붙은 상태였다.‘확실해. 따라오고 있어... 장소미가 일부러.’시연은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도대체 장소미는 왜 저러는 거야?”내려서 물어볼 수도 없는 고속도로.게다가 시연은 지금 장소미와 어떤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차는 어느새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대교에 진입했다.그 순간이었다.뒤따르던 빨간 포르쉐가 갑자기 속도를 올리더니, 마치 통제력을 잃은 듯 은범의 차를 그대로 들이박았다!“뭐야?!”은범은 깜짝 놀라 핸들을 급히 꺾고, 발로 액셀을 힘껏 밟았다.그런데도 차체가 스치는 굉음과 함께 차량이 요동쳤다.끼이이익!심한 진동에 시연은 비명을 삼키며 차 천장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시연아! 괜찮아?!”은범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핸들을 단단히 쥔 손엔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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