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861 - Bab 870

912 Bab

제861화

시연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댄스 플로어 한가운데서 유건이 정은희를 끌어안고 왈츠를 추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됐다.기환은 자신도 모르게, 괜히 뜨끔했다.남자의 커다란 몸집이 자연스레 시연 앞을 가로막았다.“저쪽 유리 칸막이 있는 방으로 갑시다.”휴게실이 그쪽이었다.“네.”시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알았다. 기환이 괜히 신경 쓰는 거라는 걸.‘질투라도 할까 봐, 걱정되나 보지.’‘내 위치를 아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아.’‘감정은 조절하는 거야. 조절 못 하는 건 짐승이지.’시연은 개의치 않았지만, 도리슬은 이미 질투심이 솟구쳐 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겨우 한 곡이 끝났다.유건과 은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더니, 팔짱을 끼고 플로어를 나왔다.그 순간, 유건이 갑자기 복부를 움켜잡았다.“왜 그래요?”은희가 놀라 물었다.“유건 씨, 괜찮아요?”리슬은 벌써 뛰어와 유건의 반대편 팔을 부축했다.은희는 슬쩍 리슬을 바라보며 말했다.“리슬 씨, 고 대표님 위 안 좋은 거 모르셨어요? 술 드시면 안 되는 거.”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뉘앙스는 날카로웠다. 책임이 리슬에게 있다는 뜻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건은 리슬과 함께 있었고, 은희는 분명 봤다.유건은 술을 제법 마셨고, 리슬은 옆에 있으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나는...”리슬은 당황했고, 곧이어 표정이 굳었다.‘뭐야,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왜 나 때문이에요? 아까까지만 해도 유건 씨 멀쩡했잖아요. 오히려 당신이랑 춤추고 나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두 사람 모두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을 세우고 있었다.은희는 예상 밖의 반격에 놀랐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유건 씨.”리슬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건을 바라봤다.“괜찮아요? 휴게실에 가서 잠깐 누워요.”“그래요.”두 사람은 동시에 유건을 부축하며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유건은 머리가 조금 아파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몸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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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기환은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사실대로 말했다.“그냥... 술 좀 마셨어요.”“술?”시연은 아주 가볍게 따라 읊조렸지만, 눈빛엔 뚜렷한 냉소가 떠올랐다.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고 대표님, 약은 무슨... 그런 거 먹을 필요 없겠네요.”말을 끝내자, 시연은 손을 거두고 벌떡 일어났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버릴 기세였다.유건은 놀라 순간적으로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갔다.그녀의 손목을 재빨리 붙잡았다.“나 지금 아픈 거 안 보여? 어디 가?”“어디 가냐고요?”시연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당연히 여기서 나가야죠. 죄송하지만, 전 고 대표님 병 못 고치겠어요. 저... 해고해 주세요.”‘화났어...?’시연이 돌아온 이후, 유건에게 이렇게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유건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무서웠다.‘시연이 저렇게 말하면 진짜 가버린다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지.’하지만 유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뭐야, 성격이 그렇게 급해? 화난다고 당장 그만두겠다고?”“제가 성격이 급하다고요?”시연은 유건 특유의 비꼬는 말투를 흉내 내며 받아쳤다.“그래도 고 대표님처럼 ‘자기 마음대로’ 하는 분보단 낫죠. 말은 들어야죠, 적어도 의사 말은!”점점 화가 북받쳐 오르는 시연은, 직업 정신까지 끌어올렸다.“의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환자가 누군 줄 아세요? 바로 고 대표님 같은 분들이에요.”“의사가 아무리 머리 굴려 가며 신경 써도, 고 대표님은 다 흘려듣잖아요. 내가 아무리 명의라도, 이런 식이면 못 고쳐요! 차라리 다른 분한테 맡기세요.”그 순간, 휴게실엔 시연의 단단하고 또렷한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유건은 시연에게 혼나고 있었다. 마치 말 안 듣는 학생을 선생님이 꾸짖는 것처럼.기환은 그런 광경에 놀라지 않았다.‘뭐, 형님은 원래 저럴 때 기가 좀 죽는 편이지.’하지만 은희와 리슬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고유건이... 가만히 혼나고 있어?’‘화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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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이틀 뒤.시연은 조이를 품에 안고, 조이의 작은 가방까지 챙긴 채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던 참이었다.그 순간,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오는 유건과 마주쳤다.“아저씨!”조이는 통통한 팔을 흔들며 유건을 향해 팔을 뻗었다.유건은 아주 자연스럽게 조이를 받아 안았다.“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셨어? 너 출근해?”“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유건은 이미 집 안을 스윽 훑어보았고, 시연이 야간 근무를 해야 해서, 고상훈이 사람을 보내 조이를 본가로 데려오라고 한 것을 알아차렸다. 유건의 눈매가 좁아졌다.그 눈빛엔 납득 못 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할아버지한텐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나한텐 어쩜 그렇게 냉정할 수 있지?’그 표정을 읽고, 시연은 입을 열었다.“근무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올 거예요. 고 대표님 치료에는 지장 없게 할게요.”그 순간이었다.유건이 무심한 듯, 그러나 다소 거칠게 말을 뱉었다.“일 안 하면 안 돼? 그렇게 돈이 없어?”‘내 가족카드도 줬는데...’하지만, 단 한 번도 결제 내역 알림이 온 적은 없었다.그래서 유건은 덧붙였다.“내가 월급 줄게. BLUE 그만둬.”“그건 안 돼요.”시연은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우리... 전에 약속했잖아요.”그녀는 유건이 인증하는 혼인신고 증거 자료를 받고 싶을 뿐이라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은 유건은 그제야 기억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그랬지...’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왜 꼭 BLUE여야 해? 너, 신분 확인 끝나면 바로 유산도 받고, 합법적으로 병원도 열 수 있는데.”‘정말 그렇게까지 힘든 거야? 돈 벌려고 굳이 거기까지 나가야 해?’그에 대한 시연의 대답은, 가볍고도 단호했다.“입장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거죠. 제 일이니까, 고 대표님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말을 마친 시연은 조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자, 조이.”“네.”품이 비어버리자, 유건은 멍하니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뭔가 이상한데...’그동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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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어... 그럼요.”꽃잎이 거의 얼굴에 닿을 듯 가까워졌고, 더는 뿌리칠 수 없었던 시연은 결국 꽃을 받아서 들었다.“감사합니다.”“감사는 무슨...”오대민은 손을 툭툭 흔들며 웃었다. 그러곤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병, 네 덕에 정말 많이 좋아졌어. 꽃 한 다발로는 모자라지. 아, 전에 말했던 보답, 생각해 봤어?”시연은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물론... 생각했죠.’사실, 애초에 오대민에게 다가간 건 의도가 있어서였다.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걸 대놓고 말하기엔, 너무 계산적이고 성의 없어 보일까 봐 망설여졌다.결국, 시연은 애매하게 대답했다.“아직...요.”“그래? 뭐, 천천히 생각해.”오대민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지금 퇴근하는 길? 집에 가? 태워다줄까?”“아니에요.”시연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저... 동료 기다리고 있어요. 같이 저녁 먹기로 해서요.”물론, 거짓말이었다.“동료?”오대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여자, 남자?”“네?”시연은 순간 당황했다가,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저랑 같은 팀이니까 당연히 여자죠.”“아... 그렇구나.”오대민은 금세 표정과 어조를 평소대로 돌리며 말했다.“젊은 아가씨들 약속 있는데 괜히 방해했네. 난 이만 갈게.”“네, 조심히 가세요.”오대민은 몇 걸음 물러나다가, 다시 돌아서서 시연을 바라봤다.“아, 맞다. 자꾸 ‘존댓말’ 쓰니까 거리감 느껴지잖아. 우리 좀 덜 어색하게 지내보면 안 돼?”‘그건 좀...’시연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이 안 나왔다.오대민의 나이도, 사회적 위치도 명확한데 쉽게 말투를 바꾸기가 어려웠다.“하하.”오대민은 시연의 그런 곤란한 표정이 재밌는 듯 웃었다.“괜찮아.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 그럼 진짜 이만 가볼게.”그렇게 말하고 오대민은 돌아서 차에 올라탔다.차는 곧 부드럽게 출발했고, 시연은 꽃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왜 이런 순간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까?’말없이 입술을 눌렀고, 가슴을 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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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뭐라고요?”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비틀었다.“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고 대표님.”“모르겠다고?”유건은 냉소를 흘리며 손에 힘을 풀 기색조차 없었다.“그럼 내가 알려줄게. 오늘, BLUE에서 너랑 오대민이 같이 있는 거 봤어.”‘오늘 이 사람이 BLUE에 있었다고?’시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하지만 입은 여전히 강경했다.“봤으면 어쩌라고요?”‘그걸로 뭐 어쩔 건데. 들켰다고 끝난 건 아냐.’유건은 웃음을 터뜨렸다.“오대민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더 잘 알까, 아니면 내가 더 잘 알까?”그 말에 시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거야 당연히 당신이 더 잘 알겠지.’‘여기에서 오대민이랑 인연 없는 권세가가 어디 있다고...’유건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이미 시연의 목적을 짐작한 게 분명했다.“도대체 오대민한테 뭘 원하는 거야?”유건의 손이 잠시 힘을 풀더니, 시연을 조금 끌어당겼다.둘 사이의 거리는 거의 없었다.시연의 몸은 유건의 젖은 가슴팍에 닿을 듯 밀착되었다.유건은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었다. 샤워 후 물기도 제대로 닦지 않는 버릇.젖은 물방울이 시연의 얇은 옷을 적셨고, 차가운 물기가 피부 속으로 스며들자 속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안 돼, 이러면 또...’“내가 뭘 하고 싶을 것 같은데요?”시연은 턱을 들고, 유건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이미 다 짐작했잖아. 그냥 확인하고 싶을 뿐이지.’“지시연.”유건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고, 동공이 좁아졌다.“오대민 같은 짐승 옆에 혼자서 간다고? 정신 나갔어?”“왜 안 되는데요?”시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눈빛은 단단했다.“세상은 원래 그런 거예요. 원하는 걸 얻으려면, 대가는 치러야죠.”“하.”유건은 분노에 찬 비웃음을 터뜨렸다.“대가? 넌 결국 그 사람한테 뼈도 못 추리고 잡아먹힐 거야. 그리고 넌... 네가 원하는 건 끝내 손에 못 넣겠지.”“상관없어요.”시연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이미 예상했어요. 최악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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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유건은 시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여자가 겁먹은 걸, 그는 놓치지 않았다.‘잘 됐어. 아직 무서운 줄 안다는 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는 뜻이니까.’침 자국이 하나둘 빠져나왔다.시연은 침을 조심스럽게 뽑아낸 뒤, 도구를 정리했다.“고 대표님, 푹 쉬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침구 가방을 닫고 시연이 일어섰을 때, 유건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시연.”그는 다시 한번 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네?”시연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남자의 손길이 여전히 낯설고 불편했다.“무슨 일이세요?”유건은 입을 열 듯하다가, 잠시 머뭇거렸다.시연의 미묘한 저항감이 그대로 전해졌다.그는 결국, 조용히 손을 놓으며 말했다.“아니야, 아무것도.”“그럼... 전 나가볼게요.”시연은 거의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유건은 헛웃음을 지었다.‘그렇게까지 내가 싫어?’‘아니, 원래 그랬지. 안 그랬으면... 3년 전에 그렇게 떠나진 않았겠지.’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도, 시연은 단 한 번도 유건에게 손을 내민 적이 없었다.G시에선 유건이 못 하는 일이 없다는 걸 그녀도 잘 알 텐데 말이다.그런데도 그녀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오대민에게 다가가는 쪽을 택했다.자존심이란 게 얼마나 센 건지...시연이 방을 나서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화면엔 ‘오대민’이라는 이름.[시연아,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 내가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핸드폰을 쥔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좋을 리가 없지... 느낌이 안 좋아.’하지만 시연은 잠시 망설이다, 부드럽게 대답했다.“좋아요. 마침 감사 인사도 드리고 싶었거든요. 장소는요?”[그런가?]오대민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만나서 얘기해. 식사하면서.]“네, 좋아요.”...저녁, 시연은 ‘영복루’에 도착했다.전통 한옥 스타일의 고급 한정식당.건물은 낮았고, 대부분이 마당을 둘러싸고 배치된 구조였다.시연이 먼저 도착했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들어갔다.식탁은 벽 쪽에 놓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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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시연은 그대로 앉아 있었고, 손도 대지 않았다.앞에 놓인 그 선물상자, 열어보지 않아도 뻔했다.‘목걸이, 아니면 팔찌...’‘어차피 다 장신구겠지.’며칠 전 그가 건넸던 흰 장미 한 송이.그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지금 이 선물상자도 마찬가지였다.‘가격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받으면 안 돼.’시연은 눈썹을 찌푸렸다.‘느낌이 안 좋아. 마치 늪에 한 발 빠진 기분이야.’‘움직였다간 더 깊이 빠질지도 몰라.’“열어보지 그래?”오대민이 웃으며 말했다.“맘에 들지 궁금해서 그래.”“이게...”시연은 입술을 다물었고,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내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계획적인 거였잖아.’‘부탁하려고, 얻어내려고...’‘그런데 이 타이밍에 이걸 받으면...’“왜 그래?”오대민은 성급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급기야 손을 뻗어 직접 상자를 열었다. 뚜껑이 열리자, 안쪽에서 은은한 빛이 번졌다.순간, 시연의 눈앞이 아찔해졌다.목걸이였다.그녀가 예상했던 대로.하지만 그 반짝임은 시연의 상상 이상이었다.‘이건 누가 봐도 값비싼 거야.’심플한 디자인에, 가득 박힌 다이아몬드.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히 고급스러운.“자, 맘에 들어?”오대민의 눈빛엔 만족감이 가득했다.시연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이건... 너무 고가예요. 전...”“고가라서 주는 거야.”오대민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시연 쪽으로 걸어와, 상자에서 목걸이를 꺼냈다.“그냥 그런 물건이면, 네 목에 어울릴 리 없지. 너한테 주는 거면 당연히 최고로 좋아야지.”그는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들었다.“백화점 직원한테도 물어봤어. 네가 박사에 의사라며? 화려한 건 안 좋아할 것 같고, 이건 깔끔해서 평소에도 무리 없이 착용할 수 있을 거래.”“저는...”시연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오대민이 다소 짓궂은 표정으로 시연을 바라봤다.“움직이지 마.”“나, 서운해진다?”시연은 당황해서 몸이 굳었다.‘지금 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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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오대민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나... 너 좋아해, 시연아.”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시연은 온몸에 전기가 흐른 듯 얼어붙었다.말이 나오지 않았다.‘뭐라고?’‘지금... 방금 뭐라고 한 거야?’“하하...”오대민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나잇값도 못 하지? 근데 말이야, 감정이란 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이 나이에 누굴 다시 좋아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어. 그것도 너 같은 사람을 말이야.”“시연아...”오대민은 시연의 손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손바닥에 닿는 여자의 촉감이, 그에게는 몹시도 달콤하게 느껴졌다.“진심이야. 나, 너한테 잘해줄게. 결혼은 어렵겠지만... 그 외엔 뭐든 줄 수 있어. 나랑... 같이 있을래?”시연의 두 눈이 커졌다.유건이 말했던 그 말들...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정말로, 그대로야.’‘그 사람이 한 말,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아...’공포심.당혹감.그리고, 도저히 삼키기 힘든 혐오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그건...”시연은 애써 손을 빼려고 했다.“농담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럴 사이가 아니잖아요.”“왜 안 되는 건데?”오대민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내가 유부남이라서 그래?”시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럼요. 사모님이 알게 되면... 상처받지 않으실까요?”“네가 내 아내를 걱정해 줄 필요는 없어.”오대민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넌 그냥 나만 믿으면 돼.”‘미쳤어... 진짜 미쳤어... 이런 말이 어떻게 그리 태연하게 나와...’“저는 정말...”‘어떡하지... 지금 여기서 이 사람을 뿌리치면... 그다음은?’‘이 사람한텐 권력이 있어. 내 부탁은 물 건너가는 거고, 그 이상은...’‘나 하나쯤 없애는 건 일도 아니겠지.’‘내가 너무 얕봤어... 너무 안일했어...’“시연아...”이번엔 오대민의 다른 손이 올라왔다.시연의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우리, 나이 차가 좀 있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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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시연의 머릿속은 새하얬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SKY 전원주택단지에 도착했다.현관문을 닫자마자, 시연은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 불도 켜지 않은 채 이불 위에 엎드려 팔에 얼굴을 파묻었다.‘내가 뭐한 거지...’‘대체 왜 그 자리에 있었던 거야.’‘왜 그렇게까지 무력했을까...’...유건이 집에 돌아왔을 땐, 거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2층으로 가지도 않고, 그대로 1층 시연의 방 앞으로 갔다.문손잡이를 조용히 돌려보았다.잠겨 있었다.유건은 잠시 숨을 골랐다가, 노크했다.답이 없었다.“문 열어.”유건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시연, 안에 있는 거 알아. 자고 있을 리 없잖아.”‘그 꼴을 겪어놓고, 내가 잠이 올 것 같아요?’시연은 문 안쪽에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유건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시연?”이번엔 살짝 걱정 섞인 목소리였다.“나 왔어. 치료할 시간 됐잖아. 계속 안 열 거면, 문 부순다.”30초간의 정적.유건은 턱을 앙다물고, 몸을 한 걸음 물렸다.손목을 풀며, 부드럽게 어깨를 푸는 동작까지 했다.딸깍.막 몸을 던지려 할 때, 문이 열렸다.시연이 침구 가방을 들고 나왔다.“고 대표님.”유건은 그 자리에 멈췄다.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반대쪽 손목을 움켜쥐었다.“방으로 갈까요?”시연이 물었다.표정은 무표정. 목소리는 낮고 공허했다.“아니야, 굳이.”유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실에서 하자.”“알겠습니다.”소파 위에 누운 유건.시연은 묵묵히 준비를 시작했다.“지난번 약 떨어졌어요. 조제법 조금 바꿨고, 내일부터 다시 달일 겁니다. 이번엔 중간에 끊지 마세요.”“응.”두 사람 사이의 잠깐 정적.그때, 시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소리가 워낙 또렷해서, 거실 전체에 울렸다.유건도, 시연도 동시에 소리를 들었다.시연은 손을 멈췄다. 핸드폰을 꺼내어 화면을 슬쩍 본 뒤, 곧바로 진동을 끄고 덮어두었다.아예 받지 않을 생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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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시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그냥...”‘정말, 달리 갈 길이 없었어요.’시연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오늘 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론... 더 조심할게요.”‘앞으로? 앞으로라는 말이 왜 이렇게 거슬리지...?’유건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아예 끊겠다는 게 아니라... 또 뭔가를 할 생각이란 거잖아?’뭔가 말리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그럴 자격이 있던가?‘나는 고용주고, 시연은 그냥 고용된 의사일 뿐인데...’‘내가 뭘 얼마나 관여할 수 있다고.’다음 날 아침.유건이 1층으로 내려왔을 땐, 이미 약이 다려져 있었다.한약 특유의 냄새가 은근히 퍼져 있었다.유건은 숨을 멈추고, 한 번에 약을 들이켰다.입맛을 다신 뒤, 조용히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는 시연을 슬쩍 보더니, 잠시 머뭇거렸다.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BLUE... 계속 나갈 거야?”“네.”시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뭐?”유건의 눈썹이 일그러졌고, 표정이 금세 날카로워졌다.시연은 얼른 손을 저었다.“그런 뜻은 아니에요.”‘오해할 만하지... 근데 진짜 그게 아니야.’“오대민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제가 거길 다시 갈 순 없죠. 사실 거기 갔던 목적도 그 사람이었고, 지금은 굳이 남아있을 이유도 없어요.”시연은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근데... 일하던 데니까 그냥 나오는 것도 예의가 아니잖아요. 매니저님이나 팀장님도 저한테 잘해주셨고... 오늘 가서 마무리하고 오려고요.”그 말을 듣고서야, 유건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다행이네. 아직 완전히 미련하게 굴진 않네.’“언제 갈 건데?”“조금 있다가요.”“그래.”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나 옷 갈아입고 올게. 너도 준비해. 내가 데려다줄게.”“아니에요!”시연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그냥 대중교통 타면 돼요. 대표님까지 번거롭게 할 일은 아닌데...”‘고용된 입장에서, 사장 차 얻어 타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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