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시연이 반대편에서 달려왔다. 차에 앉아 있었기에 소리는 못 들었지만, 상황은 눈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연!”진아는 시연을 보는 순간, 더는 참지 못했다. 달려가 품에 안기며,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울지 마.”시연은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고, 고개를 들어 쫓아온 성빈을 매섭게 노려봤다.“거기 서. 더 가까이 오지 마.”“시연...?”성빈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다가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표정이었다.“진아... 나, 진짜 설명할 수 있어...”“시연, 안 돼.”진아가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알아.”상황도, 감정도. 시연은 말하지 않아도 진아의 편이었다.시연은 단호하게 성빈을 막아섰다.“변명할 게 뭐가 있어? 양다리가 자랑이야?”그 눈빛엔 경멸이, 그 말투엔 놀람이 섞여 있었다.“진성빈, 우리 너랑 십몇 년 된 사이야. 근데 오늘 처음 알았네. 너,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었구나.”‘형편없는 사람...?’성빈은 멍하니 시연을 바라봤다.시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우리와의 오랜 인연이 조금이라도 소중하다면, 지금 진아를 놔줘. 더는 얽히지 말고.”“진아, 가자.”더는 미련도 없다는 듯, 시연은 성빈을 보지도 않고 진아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났다.성빈은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머리를 감싸 쥐었다.‘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차로 돌아오고 나서도, 시연은 진아가 걱정돼서 자꾸 힐끔거렸다.“우리, 택시 타고 돌아갈까?”운전면허는 있어도, 최근 시연의 신분증 관련 서류들은 전부 심사 중이었다. 혹시라도 단속에 걸리면 골치 아픈 일이 될 게 뻔했다.“괜찮아.”진아는 운전석에 앉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동을 걸었다.눈가만 조금 빨갷으며, 전혀 조금 전 일을 겪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연은 안다.‘이건...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거야.’“진아...”“가자. 일식 먹으러. 예약했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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