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891 - Bab 900

912 Bab

제891화

시연은 영상 하나를 조용히 끝까지 봤다.“잘 찍혔네. 나 의외로 화면발 괜찮지? 고유건은 좀 아쉽고...”진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지금 장난해? 이런 걸로 웃고 있을 상황이야? 한 시간도 안 돼서 G시 전역에 퍼질 거라고! 네가 고유건 여자라는 소문이!”“응, 알아.”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예정된 수순.“한 시간 뒤, G시 전역에 다 퍼지면, 고유건이 직접 열애설 내릴 거야. 진아, 내 말 좀 들어봐...”시연은 차분하고 느린 목소리로, 사건의 전말을 풀어놓았다.전반적인 사정은 진아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다 듣고 난 진아는 흥분이 조금 가라앉았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래서... 어제 그 일 이후로, 그렇게 일이 커졌다고...?”잠시 멍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 고유건 진짜 미쳤어? 전처를 세컨드로 만든다고? 이건 좀... 진짜 변태 아냐?”‘역시 그럴 줄 알았어.’시연은 코웃음을 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실, 나 돌아올 때 이미 예상했어.”G시는 유건의 땅.시연이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유건을 피할 수 없다는 건 명백했다.‘고유건이 어떤 사람인데... 속았다는 걸 알면 가만둘 리 없지.’하지만 다시 마주쳤을 때, 유건의 옆에 여자가 그렇게 많은 걸 보고는, 시연은 ‘설마 나까지 손대겠어’ 싶었는데...결국, 못 피했다.“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피할 수 없다면, 이용하는 거지. 그냥 한 판 걸어보는 수밖에.”“무슨 수를?”“나 혼자선, 그때의 진짜 범인 못 찾아.”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손끝으로 천천히 굴렸다.“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해. 안 그러면, 3년 전 그 사람 밑에서 숨었던 인간, 지금도 똑같이 숨어 있을 거야.”‘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 사람...”진아의 얼굴에 걱정이 비쳤다.“움직여 줄까?”그랬다면, 3년 전 시연이 떠날 이유도 없었겠지.“나도 몰라. 확신 없어.”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솔직하게 말했다.“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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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통했네, 우린.”진아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외치려 했다.“성...”그다음 말은 목에서 걸려 나오지 않았다.성빈 뒤로, 여자가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작고 가녀린 체구에, 단아한 원피스 차림. 길게 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 바람에 살랑였다.성빈이 워낙 빨리 걷는 탓에 여자가 따라잡지 못한 듯했다.여자가 웃으며 투정을 부렸다.“좀 천천히 가.”성빈이 멈춰 서서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미안, 너무 빨랐지.”“괜찮아...”여자는 웃으며 성빈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말했다.“앞으론 좀 천천히. 나도 좀 챙겨줘야지.”“응.”성빈은 작게 웃으며 여자의 가방을 들어줬다.둘은 그렇게, 나란히 걸어왔다.진아는 마치 전기 충격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었다.‘저게 뭐야...’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 둘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피할 수 없는 거리.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는 순간.성빈도 고개를 들고 진아를 발견했다.그 순간, 그의 걸음이 멈췄고, 표정이 굳었다.둘의 시선이 딱 맞닿았다.“진아...”뭔가를 직감한 듯, 성빈이 황급히 옆의 여자를 밀어내듯 떼어냈다.심지어 가방도 건넸다.여자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가방을 받지 않은 채, 눈썹을 찌푸리며 진아를 바라봤다.기분 나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다.“성빈, 이 사람 누구야? 친구야?”성빈은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진아만 바라봤다.진아는 얼굴이 새하얘졌고, 손끝과 발끝까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진아.”진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너무 연한, 너무 조용한 웃음이었다.그리고 물었다.“이 여자분이 방금 뭐라고 묻는지, 못 들었어? 진성빈, 난 너한테 어떤 사람이야?”‘이 감정이 뭔 줄 알아? 극한까지 끓어오른 분노야.’진아는 조용할수록 더 무서웠다.“진아...”성빈이 다가오며 진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손대지 마.”진아는 빠르게 물러나며 피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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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진아!”시연이 반대편에서 달려왔다. 차에 앉아 있었기에 소리는 못 들었지만, 상황은 눈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연!”진아는 시연을 보는 순간, 더는 참지 못했다. 달려가 품에 안기며,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울지 마.”시연은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고, 고개를 들어 쫓아온 성빈을 매섭게 노려봤다.“거기 서. 더 가까이 오지 마.”“시연...?”성빈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다가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표정이었다.“진아... 나, 진짜 설명할 수 있어...”“시연, 안 돼.”진아가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알아.”상황도, 감정도. 시연은 말하지 않아도 진아의 편이었다.시연은 단호하게 성빈을 막아섰다.“변명할 게 뭐가 있어? 양다리가 자랑이야?”그 눈빛엔 경멸이, 그 말투엔 놀람이 섞여 있었다.“진성빈, 우리 너랑 십몇 년 된 사이야. 근데 오늘 처음 알았네. 너,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었구나.”‘형편없는 사람...?’성빈은 멍하니 시연을 바라봤다.시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우리와의 오랜 인연이 조금이라도 소중하다면, 지금 진아를 놔줘. 더는 얽히지 말고.”“진아, 가자.”더는 미련도 없다는 듯, 시연은 성빈을 보지도 않고 진아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났다.성빈은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머리를 감싸 쥐었다.‘내가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차로 돌아오고 나서도, 시연은 진아가 걱정돼서 자꾸 힐끔거렸다.“우리, 택시 타고 돌아갈까?”운전면허는 있어도, 최근 시연의 신분증 관련 서류들은 전부 심사 중이었다. 혹시라도 단속에 걸리면 골치 아픈 일이 될 게 뻔했다.“괜찮아.”진아는 운전석에 앉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동을 걸었다.눈가만 조금 빨갷으며, 전혀 조금 전 일을 겪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연은 안다.‘이건...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거야.’“진아...”“가자. 일식 먹으러. 예약했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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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조이는 조그만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퍼서, 시연의 입 앞으로 내밀었다.“고마워, 우리 아기.”시연은 그걸 받아먹으며 눈꼬리를 살짝 접었다.모녀의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자마자, 시연의 표정이 바뀌었다.“고... 유건 씨.”순간, ‘고 대표님’이라고 부를 뻔했지만, 다행히 입을 다물고 바로 정정했다.‘큰일 날 뻔했네.’[응.]유건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심하고 단단했다.[좀 이따 정기환 보낼 거야. 회사로 와.]“무슨 일 있으세요?”시연은 핸드폰을 꼭 쥐었다.[오늘 밤, 나랑 같이 저녁 자리 가자.]“네?”시연은 당황했다.‘저녁 약속까지 동행해야 하는 거였어?’[왜 말이 없어?]유건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가기 싫어? 아니면, 네가 그럴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아니요!”급히 말을 이었다.“근데... 오늘 밤은 좀 어렵겠어요. 조이랑 약속이 있어서요.”조이를 또 고상훈에게 맡길 순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신세를 진 데다, 조이는 결국 자기 아이니까 가능하면 직접 돌보고 싶었다.[조금 늦게 가면 되잖아.]유건의 말투엔 짜증이 섞여 있었다.[수경 아줌마 있잖아. 잠깐 애 봐달라고 해.]“근데... 수경 언니도 자기 일 있으시고요.”마수경은 유건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사 일 담당이지 아이 돌보미는 아니었다.매번 부탁하는 것도 민폐였다.[쳇...]숨소리가 짧게 터져 나왔다.유건은 딱딱하게 말했다.[너, 지금 나랑 같이 가기 싫은 거지?][기사 한 번 나갔으니 끝났다고 생각해? 박경자 그 사람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내가 널 G시 사람들 앞에 데리고 나가야, 그쪽도 더 이상 딴소리 못 해.]‘그런 의미였구나.’말은 맞았다.시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근데, 조이가...”[됐어.]유건이 끊듯이 말했다.[내가 지금 아이 돌보미 부를게.]그 말만 남기고,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여보세요?”시연은 당황스러웠다.‘갑자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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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정기환이 시연을 데리러 왔다.차는 곧장 GP그룹 본사, 대표실 앞에 멈췄다.“형님은 안에 계세요. 시연 씨는 편하게 계세요.”기환과 시연은 오래된 사이였다.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알 정도로.‘다시 이 자리에 오게 될 줄이야.’시연은 별 감정 없는 표정으로 안쪽 소파에 털썩 앉았다.움직일 생각도 하기 싫었다.잠시 후, 핸드폰이 진동했다.유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오늘 저녁에 입을 옷은 휴게실에 준비돼 있어. 좋아하는 간식도 챙겨뒀으니까 조금 먹어.]메시지를 읽고, 시연은 말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참, 꼼꼼하긴 해.’천천히 일어섰다.휴게실로 향하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손을 문고리에 올려 막 돌리려는 순간, 대표실 문이 밖에서 먼저 열렸다.한 비서가 앞장서 들어오고, 그 뒤를 정은희가 따랐다.둘이 마주친 순간, 은희의 눈이 커졌다.“지... 시연 씨?”시연은 침착했다. 작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은희 씨.”“어떻게...”은희는 입술을 한 번 핥더니, 당황한 듯 웃어 보였다.“여긴 무슨 일로? 고 대표님 뵈러 오신 거예요?”‘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아니, 설명할 필요가 있나?’시연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은희는 잠시 눈썹을 찌푸렸다가, 살짝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저 방, 휴게실로 통하는 문인데요... 고 대표님, 거긴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하시거든요.”그 말에 시연은 손을 살짝 내렸다.“그래요? 전 몰랐네요.”은희는 시연을 빤히 바라봤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지시연... 아직도 착각하는 거야?’‘여기 자기가 마음대로 드나들던 사모님 시절로 돌아간 줄 아나?’하지만 곁에 유건의 비서도 있고, 말실수라도 하면 골치 아플 게 뻔했다.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은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여기까지 오신 거 보니... 고 대표님이랑 무슨 일 있으신 거죠?”시연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어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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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저, 저는...”은희는 당황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오늘 저녁 식사 약속 있으시다고 해서요. 비서실에서 연락해 와서 온 건데요.”지난 2년간, 유건의 식사 자리에 특별한 동행 요청이 없을 경우, 대부분 동행은 은희가 맡아왔다.오늘도 비서실은 별다른 지시가 없자 자연스럽게 은희를 배정한 것이다.그 순간, 은희의 머릿속에 스쳐 간 한 사람.‘설마, 고유건이 원하는 사람이 지시연이었어?’잠시 후, 유건이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저녁엔 필요 없어. 비서실 착오니까 내가 조치할 거야. 이제 가봐.”“저, 잠깐만요...”은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유건은 이미 시선을 돌려버렸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금세 연결됐다.[여보세요.]“지금 어디야?”아직 도착하지 않은 줄 알고 물었다.“SKY 전원주택단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기어서 오는 거야, 뭐야?”[고유건 씨.]시연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화내기 전에 상황부터 파악하실래요? 기어서라도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거거든요.]“갔다고?”[어딘지는 신경 끄시고요.]시연의 말투엔 분명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같이 가기로 한 거 맞는데, 저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요. 같은 자리에 여자 둘 데리고 가는 자리엔 절대 안 갑니다. 앞으로도 이럴 거면, 괜히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시연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유건은 핸드폰을 든 채 멍해졌다.‘내가 언제 여자 둘을 데리고 간다고 했냐?’문득,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 끝에 선 은희.‘시연이 장은희를 본 거구나.’금세 유건의 표정이 굳어졌다. 싸늘한 눈빛으로 은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시연이 봤지?”“어, 네...”은희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끝났다...’유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무슨 말 했어, 시연한테.”“저... 아무 말 안 했어요...”은희는 살짝 억울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냥 시연 씨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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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BLUE.7층.G시에서 손꼽히는 유흥 복합 공간.먹고 마시고 즐기고... 남성 고객뿐만 아니라, 여자 VIP를 위한 전용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7층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시연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진아 팔을 덥석 붙잡으며 말했다.“진아야, 우리 그냥 돌아가자.”진아가 아무리 속상하다 해도... 이곳은 아니지.분명 너무 힘들어서, 술기운에 잠시 정신이 흐려진 거다.하지만 시연은 멀쩡히 제정신이었다.‘지금 안 막으면, 나중에 진아가 후회할지도 몰라.’“왜?”진아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눈을 깜빡거렸다.“아, 너 설마 돈 걱정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가슴을 펑펑 두드리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나 돈 많아! 박사 과정 장학금, 프로젝트 수당, 엄마, 아빠, 오빠가 챙겨준 용돈까지! 지금 나, 은근히 부자야!”그러곤 시연 손목을 낚아채듯 잡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가자고!”“진아야!”시연은 다급했다.“제발 이러지 마. 딴 데 가서 놀자, 응? 부탁이야.”“싫어!”진아가 확 팔을 뿌리쳤다.“나 오늘은 꼭 들어갈 거야! 네가 같이 안 가면 혼자라도 갈 거니까!”진아는 그대로 휙 돌아서,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야, 잠깐만!”시연은 화들짝 놀랐다.술 들어간 진아는 고집이 세질 뿐만 아니라, 괜히 힘도 세졌다.도저히 못 말렸다.‘어휴, 이런 진아를 혼자 둘 순 없지...’하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뒤따라갔다.“기다려! 나도 같이 갈게.”적어도 시연이 곁에 있으면, 진아가 너무 사고 치는 건 막을 수 있을 테니까.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밝은 미소를 띤 직원이 반갑게 인사했다.“두 분이신가요?”“맞아요.”진아는 반쯤 감긴 눈으로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룸 하나 줘요! 제일 큰 걸로!”“네, 이쪽으로 모실게요.”직원은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을 데리고 넓은 룸으로 안내했다....막 자리에 앉자마자, 진아가 신나서 외쳤다.“여기 제일 잘생긴 도우미 불러줘요!”직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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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시연은 과일 접시를 슬쩍 밀어주며 말했다.“이거 좀 먹어봐.”“감사합니다, 누나.”남자애가 수줍게 웃었다.“누나, 노래 좋아하세요? 괜찮으시면... 제가 한 곡 불러드릴까요?”“좋지!”진아가 손뼉을 치며 흥분했다.“너도 같이 불러! 둘 다 해!”“네!”두 남자애가 나란히 마이크를 들었다.음악이 흐르고, 각자 한 곡씩 부르기 시작했다.의외로 실력도 좋았다.‘그러니까 이 바닥에서 돈 벌기가 쉽진 않지...’진아는 박수치며 환호했다.“와! 잘한다!”그러다 시연을 힐끔 보며 말했다.“야, 얘네 조선 시대였으면 무조건 기생계 탑이었겠다?”“푸흣...”시연은 마시던 탄산을 거의 뿜을 뻔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그때, 음악이 분위기를 바꾸며 빠른 템포의 댄스곡으로 전환됐다.“누나! 같이 춤춰요!”“맞아요, 누나!”두 남자애가 동시에 손을 내밀어, 진아와 시연을 끌고 무대로 나갔다.둘 다 어린애는 아니지만, 뭐 어때.이 정도면 그냥 클럽 댄스 아닌가.둘은 눈이 마주치더니 동시에 웃었다.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순식간에 룸 안은 열기로 가득 찼다.한 곡이 끝나고, 시연은 손을 가볍게 저으며 멈췄다.“누나, 괜찮으세요?”남자애가 바로 옆에서 시연을 받치듯 물었다.“응, 괜찮아.”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네.”남자애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누나를 위해 복숭아 하나 깎아놓을게요. 다녀오세요!”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이러니까 이런 데가 존재하는구나. 남자들이 정신 못 차릴 만하네.’‘받들어지는 느낌, 진짜 기분 좋다.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는 이 감각...’‘왜 남자들만 이러고 놀아야 해? 여자도 충분히 가능하지.’“좋아.”시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기다려.”그러곤 조용히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시연의 가방은 소파 위에 놓여 있었다.남자애는 복숭아를 깎으려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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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누나.”남자애가 시연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팍 쪽으로 끌었다.“만져볼래요? 느낌 좋을걸요?”‘이건 좀 아닌데?’정신이 번쩍 들 법도 했지만, 시연은 이미 진아에게 끌려 몇 잔 마신 상태였다. 평소에도 술이 약한 편인데, 오늘은 단 몇 잔으로도 머리가 핑 돌았다.“그럼... 한번 만져볼까?”“네, 만져봐요.”시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을 소년의 탄탄한 가슴에 갖다 댔다.퍽!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렸다.정확히는, 누군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정민환과 정기환이 본능적으로 양쪽으로 피했고, 그 사이로 유건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시연은 얼어붙었다. 놀라서인지, 아니면 술기운으로 둔해진 건지,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지시연!”아무리 유건이 평소 절제력이 강해도, 이 장면은 참을 수 없었다. 두 걸음에 시연 앞으로 다가가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당겼다.“뭐 하는 거야, 너?”시연은 중심을 잃고 유건 품으로 쓰러지듯 안겼다. 그러고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넘어졌잖아요! 아프다고요!”넘어지게 한 사람이 누구냐는 말은 필요 없었다.유건은 한숨을 삼키며 시연을 내려다봤다. 얼굴을 가까이하니, 술 냄새가 확 끼쳤다. 표정이 더더욱 굳어졌다.“술까지 마셨어? 아주 잘났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시연은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말했다.“내 돈으로 마신 건데, 참견하지 마요. 당신이랑 아무 상관없어요.”‘취하니까 세상 제일 용감한 척이야, 아주.’유건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시연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꺄악...!!”시연은 갑작스레 허공에 뜬 몸에 놀라 소리 질렀다.두 다리를 허우적대며 소리쳤다.“내려놔요! 뭐 하는 건데요!”“가만히 있어.”유건은 아예 시연을 어깨에 둘러 메고, 버둥거리는 걸 막기 위해 손바닥으로 시연 엉덩이를 ‘탁’하고 쳤다.“계속 움직이면 바닥에 던진다.”“협박이에요?”시연은 당연히 물러서지 않았다.“던져요! 어? 어디 한번 던져봐요! 이 미친놈아!”손,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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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진아는 눈을 감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물... 물...”“응.”지하는 조용히 대답하며, 차 안 미니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돌려 열고, 한 손으로 진아의 어깨를 받쳐 안은 채, 다른 손으로 조심스럽게 물을 입에 가져다 댔다.두어 모금 넘긴 진아는 목이 좀 풀렸는지, ‘읏’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술기운도 아까보단 한결 가신 듯했다.원래 시연보다 술에 훨씬 강한 편이었다.눈앞의 얼굴을 보고, 알아봤다.“부 대표님?”하지만, 어떻게 부지하의 차에 타게 된 건지, 기억이 흐릿했다.“정신이 들어?”지하는 물병 뚜껑을 닫으며 무표정하게 말했다.“유건이 시연 씨 데리러 왔고. 나는 진아 씨가 혼자 덩그러니 남은 게 보여서... 착한 마음에 데려다주기로 했어.”“아...”진아는 상황을 이해했다.지하가 유건과 같이 있었다는 것도.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괜찮아요. 이제 집에 혼자 갈 수 있어요... 윽...”팔로 상체를 지탱해 보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다시 시트로 주저앉고 말았다.“됐다.”지하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왜 괜히 힘주는 건데? 우리 뭐, 남이긴 해도 인연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잖아. 이 시간에 여자가 혼자 택시라도 타다가 무슨 일 생기면... 내가 평생 죄책감 안고 살아야 하잖아.”‘부지하가 이런 사람이었나?’진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렇게까지 따뜻한 이미지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하지만 더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유건의 지인이니 최소한 위험할 일은 없겠지.그 정도는 믿을 수 있었다.“제... 주소는...”“알아.”지하는 간단히 대답하더니 몸을 기울여, 진아의 안전벨트를 직접 매어줬다.그 손길이 놀랄 만큼 자연스럽고 익숙했다.이윽고 시동이 걸렸고,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진아는 벨트를 만지작거리며, 방금 들은 말을 곱씹었다.‘알아...? 내가 어디 사는지, 부지하가 어떻게 알아?’‘우리 벌써 3년이나 연락도 없었고,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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