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잘 됐다.은희도 시연에게 물어볼 게 있었기에, 약속을 받아들였다. 만나자마자 시연이가 먼저 입을 뗐다.“미안해요. 결국 도와주진 못했어요.”“괜찮아요.”은희는 애써 웃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도움이 안 됐다는 건 실망스러웠지만, 어쩌면 조금 다행일 수도 있었다.‘지시연도 고유건한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걸지도 몰라.’‘적어도, 무조건 들어주는 건 아니라는 얘기니까.’그 틈을 타 시연은 조심스럽게 장소미 이야기를 꺼낼지 고민했다.‘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그런데 은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나만 더 도와줄 수 있어요?”“또요?”시연은 조금 놀랐다.“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긴 해요?”“있어요.”은희는 절실한 얼굴이었다.“적어도 그쪽 지금 고 대표님을 만날 수는 있잖아요.”‘어라? 이 말투... 본인은 만날 수 없다는 건가?’“맞아요.”은희는 입꼬리를 힘겹게 올리며 웃었다.“요 며칠, 고 대표님이랑 전혀 연락이 안 닿았어요.”‘진짜? 그렇게까지 철벽이야?’시연도 놀랐다. 유건이 이렇게까지 단절할 줄은 몰랐다.“좀 도와줘요. 고 대표님이랑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마주 앉게 해줘요. 내가 말할 수만 있다면, 다시 돌려놓을 수 있어요. 꼭... 부탁이에요.”그 부탁은 생각보다 무겁게 들렸다.하지만 시연은 짧게 고민한 후,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도와줄게요.”“정말이요?”은희는 두 손을 꼭 쥐었다.“고마워요, 진짜...”“잠깐...”시연은 손을 내저었다.“고맙긴 아직 일러요. 나도 그쪽한테 부탁할 게 있어요.”“네?”순식간에 은희 눈빛이 경계로 바뀌었다. 이내 입꼬리를 비꼬듯 올렸다.“장난해요? 내가 뭘 도와줄 수 있다고요?”“도와줄 수 있어요.”시연은 웃음을 거두고,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혹시, 장소미 알아요?”그 말에 은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말끝이 잠시 꼬였다.“장소미? 왜 갑자기 그 사람에 관해 묻는 거예요?”‘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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