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는 말하다가 목이 메었다.“시연이는... 고집이 세서 말도 안 들어요. 유건 씨가 좀 설득해 주면 안 돼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마침내 유건이 고개를 돌려 소미를 바라봤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소미가 잠시 멈칫했다. “네...”잠깐 뜸을 들이던 유건이 말했다.“부탁하려는 사람이 시연이면, 시연이 여기 있잖아. 굳이 나한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소미는 입을 뗐다가 말문이 막혔다.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심지어 시연조차 놀란 듯 유건을 흘끔 돌아봤다.‘둘이 끝난 거 맞는데, 진짜 장소미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다고?’“왜 그렇게 봐?”유건이 시연의 시선을 알아채고,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나 보지 마. 너한테 한 말이면, 네가 알아서 판단해야지.”“네, 알겠어요.”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소미를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 다 했어? 우린 이제 가봐야 돼서.”사실상 나가라는 얘기였다.소미는 시연 얼굴을 한 번, 유건 얼굴을 또 한 번 보고는 이를 꽉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시연아. 다시 말하지만, 노은범 일... 나랑 아무 상관 없어. 그 죄 덮어씌울 생각, 절대 하지 마.”그리고 그대로 돌아서 나갔다.‘치.’시연의 입꼬리에 묽은 비웃음.믿지 않았다.‘증거는 없어. 하지만... 내가 본 것, 그리고 내 직감이 말해.’‘장소미, 네가 아니면 설명이 안 돼.’“됐지?”유건이 시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흐트러진 시연의 생각을 붙잡아줬다.“이제 가도 돼?”“네.”둘은 문을 나섰다. 걷다 말고, 시연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동안... 두 사람, 한 번도 연락 안 했어요? 본 적도 없어요?”“응, 없어.”담담한 말투,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아.”시연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렇게까지 단칼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이잖아요. 정말 장소미가 어떻게 사는지, 전혀 신경 안 써요?”직접 보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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