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871 - Bab 880

912 Bab

제871화

작은 선물상자 안에 들어 있던 건, 어젯밤 오대민이 시연에게 채워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그걸 보는 순간, 오대민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당황스러움과 불쾌함이 동시에 스쳤다.“마음에 안들어? 괜찮아. 이건 그냥 가지고 있어. 다음엔 네가 좋아할 만한 거로 다시 줄게.”“그런 게 아니라서요.”시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그런 마음으로 받은 게 아니에요. 그리고... 장관님께 그런 감정, 가져본 적도 없고요.”‘이건 아니야. 정말 아닌 건데...’“오대민!!”공기를 가르듯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정면에서 다가오는 건, 옷차림이며 메이크업까지 빈틈 하나 없이 가꾼 중년 여성.눈빛은 날카롭고, 발걸음엔 분노가 실려 있었다.“여, 여보?”오대민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까지 더듬었다.“여긴 어떻게...”“흥.”박경자.오대민의 아내였다.그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오대민을 노려봤다.“왜? 당신은 와도 되고, 나는 오면 안 돼? 당신 요즘 제법 여유 있나 보네? 이젠 자기가 뭘 감당할 수 있는지 잊은 거야?”그 말은 오대민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건드렸다.오대민은 얼굴을 굳히고, 목소리를 낮췄다.“무슨 말이야, 그게?”“내가 뭘 말했는지 정말 모르겠어?”박경자는 시연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시연이 들고 있던 선물상자를 확 낚아챘다.“이건 또 뭐야?”선물상자를 열어본 박경자의 얼굴에 곧장 냉소가 떠올랐다.안에 들어 있던 건...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하...!”박경자는 숨을 내쉬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다 오대민을 쏘아보며 말했다.“이야, 오대민. 진짜 대단하네? 이렇게 값비싼 걸 이런 애한테는 척척 주면서...”그녀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우린 결혼한 지 몇 년인데, 당신, 나한텐 이런 거 한 번이라도 줘본 적 있어?”“지금 그런 말 해서 뭐 하겠어.”오대민은 머리를 감싸 쥐며 그녀를 붙잡았다.“가자. 집에 가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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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닥쳐!!”박경자의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시연의 머리채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네가 지금 하는 말, 내가 믿을 것 같아?! 뻔뻔한 X!”“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오대민은 급히 달려와 박경자의 팔을 잡아당겼다.“정신 좀 차려! 놓으라고!!”“왜, 아파 보여서 가슴 아파?”박경자는 비웃었다.“안 놔! 이 정도는 시작도 아니야. 오늘, 내가 이 여자 쥐어박고 죽여버릴 거야!”“죽여?! 좋아, 그러면 더 재밌잖아! 둘이 같이 지옥 가면 되겠네! 뭐? 지옥에서도 둘이 알콩달콩하면서 살면 되겠지!! 하하하하!!”‘미쳤어. 진짜 미쳤어...’오대민의 얼굴은 점점 시퍼렇게 질렸다. 더는 체면도, 이성도 없었다.그는 박경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거칠게 끌어냈다.“이제 진짜 그만해, 제발...!!”그리고 돌아보며 시연에게 소리쳤다.“시연, 걱정하지 마! 이 일, 내가 다 처리할게. 잠깐만 기다려, 내가 다시 연락할게!”“으음, 으으음!!”박경자는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쳤고, 눈빛은 이미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기다려!!!”그녀는 귀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뻔뻔한 X!! 널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내가 절대!!!”시연은 복도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이게 대체 뭐야...’‘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설명해?’‘누가 봐도 내가... 뭔가 있었던 사람처럼 됐잖아.’‘오대민...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혼자서 드라마 찍고 있네. 대본도 혼자 쓰고, 연기까지 혼자 하고...’시연의 머리가 멍했다.‘더는 여기에 있을 수 없어.’결국 매니저가 급히 시연의 월급을 정산해 줬고, 시연은 물건을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그때, 한 동료가 급히 뛰어왔다.“시연 씨!!”“네?”“문 앞에 수상한 남자 둘 있어요. 완전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자꾸 안을 힐끔거리고... 방금도 시연 씨를 찾고 있었어요.”BLUE는 워낙 다양한 손님이 오가는 곳이라, 직원들도 건달 기질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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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시연은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놀란 감정이 가라앉기도 전에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본 순간, 머릿속이 또다시 멍해졌다.‘고유건?’잠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쳐다보던 시연의 눈동자에 곧 의문이 피어올랐다.‘왜 여기 있어?’유건은 그 시선을 단번에 읽어냈다.“안 갔어.”그는 담담하게 설명했다.“마침 올라와서 사람 만나고 보고 있었어. 이제 막 가려던 참이었고.”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시연은 그걸 따질 겨를조차 없었다.눈에 금세 물기가 번졌다.입술은 꾹 다물려 있었고,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었다.‘괜찮다’는 말보다, ‘무서웠다’는 감정이 먼저 밀려왔다.그리고 ‘살았다’는 안도감과 ‘너무나 망가진 하루’에 대한 억울함이 복합적으로 휘몰아쳤다.유건은 그런 시연을 바라보며 말이 막혔다. 놓아야 할 손목조차 놓지 못했다.오히려 무의식중에 한 발 더 다가갔다.“시...”하지만 그 순간, 멀리서 거친 발소리와 함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간 거야? 너 분명 여기로 왔다며?”“맞다니까요! 정문으로 안 나갔어요! 이 길로 간 거, 확실해요!”시연의 얼굴이 순간 하얘졌다.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 위로, 다시 공포가 겹쳤다.‘설마... 벌써?’유건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쫓아온 거야?”시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가자.”유건은 시연의 손을 덥석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그는 이 구조에 익숙한 듯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몇 번 꺾은 끝에 어두운 배전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들어와.”시연이 망설일 틈도 없이 따라 들어오자, 유건은 바로 문을 닫았다.좁고 어두운 공간.두 사람이 함께 있기엔 숨이 막힐 만큼 좁았다.유건은 아무 말 없이 한 손으로 시연의 머리 위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살짝 감싸 몸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시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이미 너무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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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응?”유건의 게으른 듯한 목소리가 올라갔다.“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방금 내가... 어디라도 건드렸어?”‘뭐?’시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유건을 바라봤다.‘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지금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설마... 그게...”유건은 일부러 곰곰이 떠올리는 척,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아까 내가... 음... 혹시 네, 거길...?”말끝을 흐리며 일부러 민망한 척 헛기침을 했다.“미안, 진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너무 어두워서... 바깥 좀 보려고 손 뻗었는데, 그쪽이었나 봐.”‘저게 지금 사과야, 장난이야?’시연은 이를 꽉 물며 유건을 노려봤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렸다.“무슨 상상 중인데?”유건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유건이 고개를 기울여, 시연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였다.남자의 숨결이 시연의 피부에 직접 닿았다.“혹시... 내가 너한테 키스하려고 했다고,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지?”시연은 그대로 굳었다.‘내가 그런 생각 했던 거, 이 사람... 눈치챈 거야?’유건은 작게 웃었다.그 웃음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너무 오해하지 마. 우리... 부부였잖아.”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 넓은 세상에 나도 좀 즐길 권리는 있지 않아? 내가 너한테 집착이라도 할 것 같아?”‘뭐? 지금... 나더러 착각했다고?’시연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결국, 내가 혼자 착각한 거구나.’“흥.”유건은 짧게 코웃음을 쳤다.어딘가 억울하고 기분 상한 듯한 말투로 덧붙였다.“내가 지금 누굴 위해서 여기 숨어 있는 줄 알아? 구해줬더니 의심부터 하네. 역시, 호의는 독이라니까?”‘이게... 내 잘못이야?’시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답답하고, 억울하고, 창피하고...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정적이 흘렀다.좁은 공간 안, 숨소리마저 선명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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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농담 아니고...]전화기 너머, 레오는 웃으면서 말했다.[시연아, 이제 적은 나이 아니잖아. 설마 평생 혼자 살 생각은 아니지?]“그건 아닌데...”시연은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딱히 결혼을 부정하는 입장도 아니었다.“지금은 그냥, 그럴 생각이 없을 뿐이에요.”[그럼 한번 만나봐.]레오는 굳이 강요하진 않았다.[그 친구는 일 때문에 G시에 가는 거야. 너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고. G시엔 아는 사람 하나 없다고 하던데? 그냥 내가 부탁 좀 하는 셈 치자. 한 번만 챙겨줘.]이 정도 말까지 들었는데, 시연도 딱 잘라 거절하긴 어려웠다.“알겠어요.”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은 다시 물었다.“선생님의 그 친구, 혹시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거 있어요? 알아두면 좋잖아요.”레오는 웃으며 하나하나 설명해 줬고, 시연은 조용히 들으며 머릿속에 정리해 나갔다.“네, 알겠어요...”문 앞, 복도 모퉁이.유건이 조용히 서 있었다. 등 뒤로 조명이 비추고,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입꼬리엔 냉소가 스쳐 갔다. ‘선...? 게다가 저렇게까지 자세히 묻고 있어?’‘꽤 신경 쓰이네.’그는 가슴속 어딘가가 울렸다.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계단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지시연이 누구랑 선을 보든 내 알 바 아니잖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하필이면, 레오의 그 친구는 참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났다.시연은 최근 BLUE에서의 일이 어그러져 한가한 상태였다.며칠만 일찍 왔어도, 아마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다.레오가 알려준 정보로 보면, 그 사람은 밤에 도착한다.마침 조이도 재워뒀고, 조명 하나 켜두고 마수경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혹시 조이가 깨어나서 화장실을 찾을 때, ‘엄마 곧 온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마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요. 나도 애 키워봤잖아요.”모든 걸 마무리한 시연은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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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이경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했다.“G시에선... 이런 걸 ‘선’이라고 하나요?”‘역시...’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레오 선생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시긴 했어요. 하지만, 한이경 씨께는 처음부터 확실히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시연은 고개를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지금, 연애나 결혼 생각이 전혀 없어요.”“음?”이경은 다소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 표정엔 이해하기 어려운 듯한 당황스러움이 어렸다.“그 말은...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셨다는 뜻인가요? 제가... 부족했나요?”‘아... 이 사람, 생각보다 솔직하네.’사실, 이경은 시연의 첫인상이 꽤 마음에 들었다.시연은 전형적인 미인형의 외모에, 말투나 태도는 침착하고 예의 바르며, 어딘가 거리감 있는 그 분위기까지도 매력적이었다.‘완벽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아니요, 전혀요.”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한이경 씨는 정말 괜찮은 분이에요. 제 말은... 제 문제라는 거예요. 지금 제 삶은, 혼자여서 더 편하고 만족스러워요.”그 말을 들은 이경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렇구나...’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은 첫 만남일 뿐이었다.감정이 얽힐 만큼의 시간도, 이유도 없었다.억지로 뭔가를 기대할 이유도 없었으니까.“그럼... 우리 친구가 될 순 있을까요?”“물론이죠.”시연은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이성적으로, 부드럽게 넘어가 주는 사람이란 점에서 시연은 은근히 안도했다.‘괜한 감정 소비 안 해도 되겠네.’“시연 씨의 생각을 존중해요.”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브라우니 하나 부탁드릴게요.”이경이 시연을 바라보며 웃었다.“레오가 말해줬어요, 시연 씨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라고요. 하루 종일 신경 써 주셨는데, 물만 마시게 할 순 없잖아요.”그 배려에 시연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SKY 전원주택단지.“으아아앙...!!”조용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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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아이고!”유건이 뭐라 하기도 전에, 마수경이 먼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조이야, 제발 그만 좀! 아저씨 바쁘단 말이야.”조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곧 다시 울음이 터질 기세였다.‘아이고 오늘은 왜 이러니...’마수경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물론, 조이가 귀찮다는 게 아니었다.‘괜히 고 대표님 기분 상하게 해서 시연 씨까지 곤란해질까 봐서 걱정이지...’“고... 고 대표님, 애가 어려서 그래요. 조금만 이해를...”“내놔.”유건이 그녀 말을 뚝 잘랐다.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조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네?”마수경은 순간 멍해졌다.‘지금 뭐라고 하신 거지?’“아저씨!”하지만 조이는 이미 활짝 웃으며 유건에게 달려들었다.작은 팔로 유건의 목에 달라붙듯 안기며 방긋 웃었다.작은 입에 보이는 쌀알 같은 치아가 유난히 또렷했다.유건은 조이를 품에 안고, 조이의 작은 손을 가만히 잡았다.놀랍게도 울음이... 멎었다.‘설마...’마수경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싸늘하기만 한 ‘고 대표님’ 얼굴을 보고도 안 무서워하는 애는 처음 봤다.‘와... 애가 너무 대단한 거 아냐?’그 순간, 유건도 내심 뿌듯했다.‘봐라, 나도 애 하나쯤은 거뜬하지.’하지만 팔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따뜻하고 습한 감촉.천천히 스며드는 그 불길한 젖음에, 유건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리고 눈이 슬며시 커졌다.마수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급히 물었다.“고, 고 대표님?”“빨리.”유건은 차가운 얼굴로 이를 악물고 낮게 외쳤다.“애 좀... 빨리 받아 가!”“네? 아, 아 네!”마수경은 당황해 허둥지둥 조이를 받아서 들었다.그러고는 순간 알아차렸다.‘엇... 젖었어...?’조이의 바지가 축축했다.아니, 정확히는... 조이가 유건한테 안긴 상태에서... 실례를 한 거였다!“고, 고 대표님...?”유건의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굳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눈빛은 날카롭게 갈라졌다.“멍하니 있지 말고, 애 씻기고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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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유건은 잠시 찡그린 얼굴로 다가오더니 말했다.“내가 할게.”“고, 고 대표님...?”마수경은 깜짝 놀랐다.유건이 다시 내려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아저씨!”놀라운 건, 조이가 유건을 보자마자 다시 방긋 웃으며 품으로 달려든다는 거였다.‘이 애, 진짜 고 대표님을 좋아하긴 좋아하네...’유건은 자연스럽게 두 팔을 벌렸고, 조이는 쏙 안겼다.작은 몸이 가볍게 안기자, 금세 울음이 가라앉았다.조이는 유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여전히 훌쩍거리면서도 더는 크게 울지 않았다.“아저씨... 화났어요...? 조이가 잘못했어요...”‘이 애, 아까 일로 내가 화났을까 봐 눈치 보는 거야...?’유건의 마음이 순간 녹아내렸다.‘이런 말 하는데 어떻게 화가 나 있겠냐...’세상에서 제일 마음을 약하게 하는 건‘투정 부리는 여자’가 아니라 ‘투정 부리는 조이’였다.“아니, 아저씨 안 화났어.”“진짜예요...?”조이가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맞췄다. 눈망울은 아직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긴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반짝였다.“아저씨, 아직도... 조이 좋아해요?”“좋아하지. 당연히 좋아하지.”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이를 안아 조이 방으로 데려갔다....시연은 한참을 달려 SKY 전원주택단지에 도착했다.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마수경은 불을 켜둔 채 아직 깨어 있었다.“언니...”“지 선생님, 오셨어요.”마수경은 방 안을 가리켰다.“고 대표님이랑 조이 같이 있어요. 근데... 고 대표님 성격은 잘 모르겠어서... 조심하세요, 지 선생님.”“네, 알겠어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숨을 들이쉬었다.“정말 죄송해요. 이런 늦은 시간에 폐 끼쳐서...”“별말씀을요.”마수경은 손을 휘휘 저으며 하품했다.“전 이만 자러 들어갈게요.”마수경이 방으로 들어간 뒤, 시연은 천천히 문손잡이를 잡았다.심호흡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치타는 그때 영양을 놀린 걸 몹시 후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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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도리슬이었다.“시연 씨!”리슬은 매장 입구를 손으로 가리키더니, 작은 걸음으로 달려 들어와 시연 옆에 활짝 웃으며 털썩 앉았다.“어머, 또 마주치다니 정말 신기해요.”“그러게요.”시연은 피식 웃었다.‘진짜... G시가 생각보다 좁긴 좁네.’“쇼핑 중이에요?”리슬은 매장을 둘러보다가 눈을 찌푸렸다.“어라? 여긴 남성복 매장이네요? 시연 씨, 남자 옷 사요?”‘당연히 내가 입을 리는 없고...’리슬이 눈을 반짝였다.“누구 주려고요?”“시연 씨.”그때, 피팅룸 커튼이 열리며 이경이 갈아입은 옷차림으로 나왔다.리슬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그리고 시연보다 먼저 벌떡 일어나서는, 들뜬 눈빛으로 이경을 위아래 훑어보았다.그러곤 시연을 돌아봤다.“헐, 잘생겼다...”진심이 가득 담긴 감탄이 터져 나왔다.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솔직하다.’“그렇죠?”객관적으로 봐도, 이경은 혼혈 특유의 이목구비에 비율까지 완벽해서 어디에 내놔도 눈길을 끌 외모였다.리슬은 더 신이 났다.“이분, 시연 씨랑... 무슨 사이예요?”“친구예요.”“친구요?”리슬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친구랑 같이 옷을 사러 와요?”‘아... 설명이 길어지겠네.’“흐흐... 그냥 친구는 아니고, 남자 친구죠?”“...”“아직은 아닙니다.”시연이 말문을 찾기도 전에, 이경이 먼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지금은, 정말로 친구 사이예요.”“오...”리슬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저 말투... 가능성이 열려 있단 얘기잖아?’“알겠어요, 무슨 느낌인지. 흐흐.”‘이 남자, 지시연한테 마음 있는 거네. 눈빛이 말해줬지.’리슬은 언어가 서툰 외국인 입장에서 괜히 더 동질감을 느꼈다.‘우리끼리는 밀어줘야지.’“그럼 더 열심히 하셔야겠어요. 시연 씨 인기 많아요. 경쟁자 많다고요!”“그럴게요.”이경은 웃으며 시연을 힐끗 바라보았다.“그쪽은... 시연 씨 친구분인가요?”사실, 리슬은 꼭 ‘친구’라고 하긴 애매했지만, 시연은 간단히 소개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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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리슬은 고개를 살짝 들어 유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분이 바로... 아까 말한 시연 씨 남자 친구예요. 아, 아직은 아니지만...”눈웃음 가득한 얼굴로 이번엔 이경을 쳐다봤다.“곧 될 거 같죠? 느낌이 아주 좋아요.”‘뭐?’유건은 이경보다 약간 더 큰 키로 그를 내려다보며, 눈꺼풀을 반쯤 내려 깔끔하게 인사를 건넸다.‘눈에 뭐라도 들어간 것 같은 표정이네.’“고유건입니다.”“한이경입니다. 반갑습니다.”두 사람은 짧게 악수했다.그 순간만큼은 묘한 긴장감이 공기 중에 퍼졌다.리슬이 갑자기 제안했다.“이렇게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요? 사람 많을수록 더 즐겁잖아요. 유건 씨, 괜찮죠?”‘안 돼. 정말 싫어. 부담 백배야.’시연은 속으로 단호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유건이 시연을 스치듯 흘겨보고 먼저 대답해 버렸다.“좋죠.”“한이경 씨, 함께하시죠.”이경은 잠시 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의 눈빛엔 살짝 당황한 기색이 돌았지만, 결정은 결국 자신에게 맡긴 듯했다.그때, 리슬이 능청스럽게 시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아이... 뭐가 그리 고민이에요. 매니저가 그러는데, 오늘 랍스터랑 달팽이 요리 진짜 잘 나왔대요! 배도 고프고... 얼른 가요!”리슬은 시연에게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리슬과 유건이 예약한 룸은 시연이 예약한 테이블보다 훨씬 넓었다.네 명이 앉기에도 여유로운 공간이었다.자리 배치는 자연스럽게 리슬과 유건이 한쪽에, 시연과 이경은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잠시 후, 직원이 와서 메뉴 주문을 받았다.“오늘은 랍스터랑 달팽이 요리가 아주 좋아요. 일단 네 개 주세요, 각자 하나씩.”“잠시만요.”시연이 리슬을 말렸다.“이경 씨가 G시 전통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하셨어요.”“아, 그렇구나?”리슬은 눈을 깜박이며 웃었다.“사실 나도 G시 토박이는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유건 씨가 골라주세요. 괜히 제가 이상한 거 시켜서 시연 씨랑 남자 친구 분위기 망치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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