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901 - Chapter 910

912 Chapters

제901화

이 말에, 시연은 조용해졌다. 단 한 마디도 없이.“그래도 착하네.”유건은 시연의 짧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가자. 집에 가자.”시연은 아직 ‘조이 엄마'라는 자각은 있는 걸 보니, 완전히 취한 건 아닌 듯했다.하지만 그 이후로도 시연은 차 안에서 내내 가만있지 않았다. 술기운 탓인지, 몸도 마음도 불편해 보였다.SKY 전원주택단지에 도착하자, 유건은 늘 그랬듯 시연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고 대표님, 지...”마수경이 문을 열다가, 유건 품에 안겨 있는 시연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고 대표님이 지 선생님을... 안고 올라가신다고?’“지 선생님 어디 안 좋으신가요? 제가 방 좀 정리하고...”“아니.”유건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막으며,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해장국만 끓여서 가져다줘.”“네, 알겠습니다.”마수경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향했다.그 소리에 도경미가 방에서 나왔다.“무슨 일이야?”마수경은 위층을 가리키며 방금 본 상황을 설명했다.“고 대표님이 지 선생님 안고 올라가셨어요. 우리...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뭘 해?”도경미는 웃었다.도경미는 본가 쪽에서 왔기에, 어느 정도 둘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저 둘, 3년 전에 혼인신고 했었어. 조이가 둘 사이 아이고. 원래 한 집안이었어.”“정말요?”마수경은 충격적인 표정으로 눈이 동그래졌다.도경미는 웃으며 덧붙였다.“보라니까. 저 둘, 다시 결혼하는 건 시간문제야.”마수경은 계속 놀란 채로 중얼거렸다.‘그랬구나... 고 대표님이 아이 돌보미까지 붙여서 조이를 돌보게 한 게.’‘이젠 남자 주인도 있고, 여주인도 있고, 아이도 있고...’‘앞으로는 일 더 열심히 해야겠네.’2층.시연은 소파에 앉아 옷깃을 움켜쥔 채, 절대 옷을 벗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변태! 당신 싫어!!”‘또 시작이야.’유건은 이마를 꾹 누르며 한숨을 삼켰다.“냄새나니까 옷 갈아입고 씻고 자야지. 얌전히 있어... 응?”조심스럽게
Read more

제902화

유건은 소리를 듣고 조용히 시연을 달랬다.“응, 우리 시연이 해장국 마시자.”“싫어...”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버텼다.“속... 너무 안 좋아...”“이거 마시면 괜찮아질 거야.”“진짜?”“진짜.”유건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 거짓말 안 해. 너한테...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그래?”시연은 유건이 내민 손에서 해장국을 받아서 들었다.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셨다.국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자, 곧바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었다.사실 시연이 마신 술은 그리 많지 않았다.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깊게 잠들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밤 아홉 시도 안 돼서 잠들었고, 다시 눈을 뜬 건 다음 날 아침 7시.눈을 뜬 시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이 유건의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떻게 된 거야.’머리를 감싸 쥐고 어제의 기억을 더듬으려 애썼지만, 군데군데 뚝뚝 끊겨서 흐릿하기만 했다.“깼어?”뒤에서 유건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도 막 눈을 뜬 듯, 아직 목소리에 낮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그럼 일어나자.”유건은 팔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시연은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유건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다.‘기억났나 보네. 이제 화낼 시간인가.’“나 먼저 내려갈게.”옷장 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어제 너무 정신없어서 옷은 못 입혔어. 안에 네 옷 걸려 있으니까 아무거나 입고 내려와.”말을 마친 유건은 조용히 방을 나섰다.그 순간, 시연은 눈을 세게 감았다.‘잠깐만... 나 아무것도 안 입고... 고유건 옆에서 밤새 잤다고?’잠시 후, 거의 100미터 달리기하듯 옷장으로 뛰어들었다.그리고 거기서 또 한 번 멈칫했다.며칠 전만 해도 유건의 셔츠와 정장이 전부였던 옷장.그런데 옆에 여자 옷이 가득했다.두 줄 가득, 깔끔하게 정리된 여성복.‘이게 다 내 거야? 말도 안 돼. 나 그냥... 그저 그런 상대일 뿐인데?’‘고유건... 이런 스타
Read more

제903화

“아, 그건 안 되죠. 절대.”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렇게 한쪽만 챙기면 정은희 씨 섭섭해할걸요? 결국엔 당신도 골치 아플 텐데... 아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에 느껴진 강한 손끝.유건이 시연 허리를 슬쩍 꼬집었다.“살살 좀...”시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힘 조절 좀 해요.”“당연한 결과지.”유건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괜히 쓸데없는 걱정 하니까.”“하?”시연은 소리 없이 웃기 시작했다.“아니, 좋은 거 아닌가요? 당신 걱정 덜어주려고 이렇게 배려하는데... 그러니까 앞으로도 정은희 씨랑 같이 다니세요. 난 괜찮아요. 진짜로... 나, 이 정도는 이해할 줄 알잖아요?”진심을 담아 눈을 껌뻑이며 웃는 시연.하지만 유건은 전혀 웃지 않았고,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다른 여자랑 있어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네, 왜요?”시연은 어깨를 으쓱였다.“세상일엔 순서가 있잖아요. 나는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니까, 좀 배려해야죠. 그게 도리잖아요?”“다만...”시연은 고개를 기울이고, 유건의 목에 슬쩍 팔을 걸쳤다. 입김을 가까이 불며 말했다.“앞으로 위생 관리만 좀 철저히 해줘요? 서로 건강하게, 그게 좋잖아요?”유건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서워졌다. 표정이 시커멓게 굳어버렸다.‘이 여자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저걸 감히... 입으로 내뱉어?’참을 인 세 번을 속으로 새긴 끝에, 유건은 시연 팔을 떼어냈다.진짜 제대로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그대로 일어나며 이를 악물었다.“나 배불러. 너는 천천히 먹어.”말을 남기고, 유건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어?”시연은 입술을 내밀며 혼잣말했다.“진짜 화났어?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쓴소리 좀 했다고 저렇게 예민하게 굴고... 고유건, 속 좁네.”...시연이 식사를 마칠 즈음, 조이가 깼다.도경미와 함께 조이를 씻기고 옷 입힌 뒤,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줬다.아직 공식적인
Read more

제904화

“휴게실이요...?”시연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저었다.“안 돼요. 거긴 원래 아무도 못 들어가잖아요. 당신의 휴게실이니까요.”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건 ‘다른 사람’한테. 넌 예외야.”한참 뜸을 들이던 유건이 문득 물었다.“그 말, 누가 한 거야?”시연은 가감 없이 받아쳤다.“당신의 다른 여자, 정은희 씨요.”그 순간, 유건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됐다. 정곡 찔렸지?’시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여자들만의 얘기 듣는 건 싫지? 그래, 머리 아파봐.’‘바람둥이 남자한테 딱 어울리는 골칫거리.’“아... 졸려요.”그녀는 더 이상 신경 안 쓴다는 듯 하품하며 휴게실로 들어갔다.커튼을 닫고는 이불을 덮은 채 그대로 뻗었다....시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오후 두 시 반쯤.세수를 하고 나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대표실 한가운데, 유건은 책상 앞에서 집중하며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었다.굉장히 바빠 보였다.시연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괜히 방해될까 싶어 가만히 있다가, 슬쩍슬쩍 유건을 바라봤다.“왜?”유건이 먼저 눈치를 챘고,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며 물었다.“심심하면 패드로 뭐라도 봐.”“이제 가보려고요.”시연은 바로 말했다.“좀 있으면 조이 데리러 가야 해요.”유건은 손목시계를 한번 보고 말했다.“지금 나가면 너무 일러.”그리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리 와. 잠깐만 같이 있어 줘.”“에이...”시연은 입을 삐죽이며 거절했다.“일하는 중이잖아요. 난 여기 좀 앉아 있다가 갈게요.”“이리 와.”유건은 똑같은 말로 반복했다.“나도 좀 쉬어야겠다.”“그래요.”결국 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유건이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나보고 오라더니, 뭐 하게요?”시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소파는 저쪽에 있는데, 여기 의자는 하나잖아요. 나더러 서 있으라고요?”“아...”그 순간, 유건이 시연의 손을 잡아당
Read more

제905화

“말 좀 똑바로 하라고요?”시연의 웃음기 싹 사라졌다. 눈빛까지 차갑게 식었다.“정은희 씨.”단호한 목소리에 공손함은 없었다.“의로운 척한다고 그게 곧 정은희 씨가 정당하단 뜻은 아니죠. 누가 누구한테 그런 말 하는 건지, 거울 한 번 보시죠. 그쪽이나 나나, 도긴개긴이에요.”“당신...”은희의 표정이 굳었다. 입술 끝이 떨렸다.“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저... 고 대표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정식으로.”“어쩌죠?”시연은 오히려 자리를 더 깊숙이 파고들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안 보이세요? 안 가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못 가게 하는 건데요?”“대표님.”은희가 유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참았던 감정이 슬며시 스며들었다.“이번 신작 건으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지시연 씨, 잠깐만 자리를...”유건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시연은 시큰둥한 눈빛으로 은희를 훑었다.“신작 얘기라면 이미 들었어. 일단 보류해. 당분간, 쉬도록 해.”“네?”은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시나리오도, 캐스팅도 거의 마무리 단계였는데...”그 드라마는 GP그룹 산하의 영화사에서 직접 IP를 구매해 은희의 이미지를 확장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였다.은희는 이미 현장 조사며 캐릭터 분석까지 직접 나섰고,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어쨌든 지금은 잠시 접어. 당장은 시작 안 해.”유건의 어조는 단호했고, 여지조차 없었다.“하지만... 왜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작가님도 엄청나게 애써주셨고, 이대로 중단하면 너무 아까워요.”“아까울 게 뭐 있어?”유건은 무심히 말했다.“GP그룹은 아직 한 푼도 투자 안 했어. 우린 손해 본 게 없어.”‘그렇지, GP는 손해 본 게 없겠지.’하지만 은희는 달랐다.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미래까지.순간, 은희의 시선이 시연을 향했다.뒷덜미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혹시... 그날 지시연을 쫓아낸 일, 그
Read more

제906화

“아.”시연이 웃으며 유건을 흘겨봤다.“고 대표님, 참 냉정하시네요. 마음도 차갑고 성격도 독하시고요. 근데... 사람 참 잘 달래네요? 몇 마디만 툭툭 던지면, 여자는 다시 마음 주고, 또 죽도록 고 대표님만 바라보게 되니까.”“그래?”유건이 시연의 손을 꼭 쥐며 낮게 물었다.“그럼 난 매일 널 달랠게. 넌 언제 나한테 죽도록 빠져줄 건데?”시연이 순간 멍해졌다. 웃음기 머금은 표정이 살짝 굳었다.“됐고요.”눈을 피하며 일어섰다.“나 진짜 가야 해요. 조이 곧 나 기다리다가 울겠어요.”작게 중얼거렸다.“원래 그 애, 순하고 잘 놀던 애였는데, G시에 온 뒤로 점점 까다로워졌어요. 특히 고 대표님이랑 할아버지, 두 분 보고 난 후부터 더 심해졌어요.”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기환이 데려다줄 거야. 도착하면 전화해.”“알았어요!”시연이 손을 휘휘 흔들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에 내린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정은희와 마주쳤다.‘깜짝이야...'시연이 가슴을 꾹 누르며 눈살을 찌푸렸다.“은희 씨,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지시연 씨.”정은희가 이를 악물며 시연을 노려봤다. 눈빛엔 온통 냉소가 담겨 있었다.“축하해야겠네요? 고 대표님이랑... 다시 잘 돼서...”“그 말 하려고 여기서 기다렸어요?”시연이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그래요. 알았어요.”지나가려는 시연의 길을 은희가 막아섰다.“잠깐...”은희가 발을 딱 가로막았다.“3년 전, 고 대표님 버린 사람, 지시연 씨 아니었어요?”“맞아요.”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그게 왜요?”“왜냐니요?”은희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때 버려놓고, 지금은 뻔뻔하게 다시 돌아와요? 그쪽 그렇게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시연이 팔짱을 끼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그 사람이 원했거든요.”“뭐라고요?”“고유건 씨가 날 원했어요. 그러니까 돌아왔죠. 은희 씨가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어요.”은희의 손이 움
Read more

제907화

은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연이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진심으로 괜찮은 거예요?”시연은 눈을 깜빡였다.‘이 질문, 오늘만 벌써 두 번째네.’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질문 자체가 이상해. 정은희 본인도 괜찮은 척하잖아.’하지만 그 괜찮음의 결이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시연은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고, 은희는... 사랑이 너무 깊은 거겠지.은희의 눈매가 차츰 일그러졌다.“설마... 고 대표님 안 사랑해요?”“네?”그 말은 시연조차 당황하게 했다.믿을 수 없다는 듯 은희를 쳐다봤다.“고 대표랑 사랑 타령을 하자고요? 그럼 내가 목숨이 두 개는 있어야죠.”‘애초에 나는 그 사람한테 그냥... 소비되는 사람이잖아.’그녀는 몸 하나 줬으면 됐지, 마음마저 내놓을 생각은 없었다.“그럼... 왜 다시 돌아온 건데요?”“왜 또 고 대표님한테 들러붙은 건데요!”은희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그 사람, 지시연 씨 때문에 이미 한 번 무너졌어요! 그거로도 부족해요?”‘무너져?’시연은 순간 의아했다.‘고유건이? 그 사람이 언제 무너졌다는 거야?’‘3년 전에도 바람기 있었고, 지금은 더 노골적인데.’‘사랑이라는 게 사람 눈을 그렇게 멀게 하나?’시연은 눈앞의 은희가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렇게 열 내지 말고요.”시연은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흔들었다.“미안해요, 깜빡했네요. 은희 씨는 고 대표님 진심으로 좋아하죠. 그래서 이렇게까지 열 받아 있는 거군요.”“맞아요!”은희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고 대표님을 사랑해요. 진심으로, 아주 많이! 그렇게 좋은 사람을 지시연 씨 같은 사람이 또 망가뜨리는 거, 정말 못 보겠어요!”시연은 말문이 막혔다.‘진짜였어? 그 정도로 사랑하면, 이 사람 눈에 나는 그냥... 파괴자?’은희가 유건을 감싸며 울분을 토하는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사랑이란 게 이렇게도 비참해질 수 있구나.’시연은 무심
Read more

제908화

‘장소미랑 정은희가 아는 사이였다고?’‘게다가, SNS에서 서로를 멘션 할 정도?’2년 전이라면 장소미가 연예계를 떠나기 직전, 정은희는 막 신인으로 얼굴을 알리던 시점.‘GP그룹이 밀어주던 배우였지, 장소미도.’‘정은희는 딱 그 뒤를 잇는 케이스였고...’‘알고 지냈다 해도 이상하진 않아.’하지만, 시연이 진짜 궁금한 건 다른 것이었다.‘둘이 사적으로도 연락했을까?’‘정은희, 혹시 장소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 아냐?’‘...’시연은 어린이집에서 조이를 데리고 SKY전원주택단지에 도착했다.조이를 안은 채 손부터 씻기고 돌아서자, 도경미가 잽싸게 조이에게 물컵을 건넸다. “지 선생님, 오늘 저녁엔 조이 뭐 먹을까요?”“조이한테 물어봐요.”시연은 아이 입맛 따라가는 편이었다.‘배만 안 비면 됐지. 그다음은 영양이고.’“조이야, 뭐 먹고 싶어?”“피자요!”조이는 눈도 안 깜빡이고 바로 대답했다.“피자라...”말 나온 김에, 시연도 군침이 돌았다.“좋아, 엄마도 피자 좋다고 생각했어. 오늘 저녁은 피자다.”마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피자에 야채 좀 굽고, 수프 하나 끓일게요... 근데 고 대표님 입맛엔 맞을지 모르겠네요?”“고 대표님은 빼고 생각해요. 나랑 조이만 먹어도 충분해요.”시연의 말에 마수경과 도경미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럼 우리도 같이 먹어요.”“그래요.”...저녁쯤,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 찼을 무렵.현관문 열리고 고유건이 들어섰고, 그 뒤로 정민환과 정기환이 큼지막한 짐들을 들고 따라왔다.“형님, 이건 어디 둘까요?”“이 몇 개는 거실에. 나머지는 위층 조이 방에 놔.”“네.”“아저씨!”조이는 유건을 보자마자 총알처럼 달려가 품에 안겼다.철썩 달라붙는 자석처럼.“조이 귀요미.”유건은 조이를 안아 얼굴을 맞댔다.조이도 살며시 눈을 감고, 아빠처럼 그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거실 한쪽에선 시연이 조이의 퍼즐 놀이를 돕고 있었고, 조이가 퍼즐을 아무렇게나 끼워도
Read more

제909화

무슨 소릴 하는 건지.마수경이랑 도경미가 있고, 조이도 있다.조야는 아직 어려서 못 알아듣겠지만... 시연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진짜, 이 인간이 왜 이래...’식탁에 둘러앉은 유건과 시연은 나란히 앉았다.조이는 아기 의자에 앉기 싫다며 유건 무릎 위에서 떨어지질 않았다.유건은 조이를 토닥이며 그저 받아줬다.마수경이 피자를 식탁에 올리자, 유건은 칼로 조심스레 조각을 낸 뒤, 입김을 불어 식힌 후 조이 입에 넣어줬다.그걸 바라보던 도경미가 감탄했다.“대표님, 아이한테 정말 살갑게 잘하세요.”시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괜히 마음이 묘했다.‘이러니까, 애가 점점 더 고유건한테 붙지.’마침 틈이 나자 시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할 말이 있는데요...”“응? 뭔데?”유건은 시연을 슬쩍 보며 조이에게 물컵을 들려줬다.“우리 아기, 입가심하자. 물 한 모금 마실까?”“그게 말이에요...”시연은 살짝 망설였다.“정은희 씨의 신작 말이에요. 혹시... 그대로 진행할 순 없을까요?”유건이 들고 있던 포크가 멈칫했다.“정은희 편들어주는 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사이가 좋아졌는데?”“그건 아니고...”시연은 눈을 깔았다.“그냥, 정은희 씨가 부탁하더라고요. 나한텐 큰일도 아니라서, 한마디 해보는 거죠, 뭐.”“그래.”유건은 고개를 끄덕였다.“전달은 했네. 난 들었고.”그리고 그다음 말은 없었다.‘끝...?’원래는 말 한마디만 해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장소미에 대한 걸 알아내려면, 정은희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시연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해요?”살짝 아부하듯 물었다.“그 신작, 뭐가 문제인 거예요? 진짜 안 되는 거예요? 아니면 좀만 손보면 다시 할 수도 있어요?”“지시연.”유건이 또박또박, 진지하게 이름을 불렀다.“네.”시연은 반사적으로 멈췄다.“정은희 일에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유가 뭐야?”“그게...”시연은 말문이 막히다가, 결국 아무 말이나
Read more

제910화

“응.”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통과됐어. 지금부터 넌 합법적인 G시 시민이야.”시연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와... 드디어 끝났다.’계속 미뤄졌던 일이 해결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기환이랑 같이 가. 주민등록증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유산 관련된 건 주재호 변호사가 처리할 거야.”유건이 시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기뻐?”“네.”당연히 기뻤다.‘이제 집 안에만 콕 박혀 있지 않아도 되겠네.’“샤워는 했지?”유건이 눈을 감고, 얼굴을 시연 목덜미에 묻은 채 숨을 들이마셨다.샤워 젤 특유의 은은한 향이 은근히 스며들었다.“향기 좋네.”그 말에 시연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아 뭐야, 이런 분위기 진짜 적응 안 돼...’“긴장하지 마.”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오래 기다렸어. 천천히, 조심스럽게 할게.”그렇게 말해도, 시연의 몸은 자꾸 굳었다.유건이 시연의 이름을 불렀다.“시연아.”쉰 듯한 목소리, 그와 동시에 입술이 닿았다.바로 그 순간, 문이 잠기지 않은 틈을 타 조이가 벌컥 열고 들어왔다.쿵!“조이! 거긴 들어가면 안 돼!”도경미가 급히 따라붙었지만 이미 늦었다.“어... 조이야!”시연은 놀라 유건 품에서 벗어나더니, 서둘러 머리를 정돈했다.‘아 미쳤어... 문 잠갔어야 했는데!’유건은 조이를 바라보며 깊게 찌푸린 이마를 손끝으로 누르며 문득 혀를 찼다.‘하... 이 타이밍 뭐냐 진짜.’“대표님...”도경미는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조이가 자꾸 엄마 찾는다고 해서... 제가 못 막았어요.”조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와 유건을 번갈아 봤다.그러더니 시연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엄마!”“그래 우리 딸.”시연은 허둥지둥 조이를 안았다.그리고 유건에게 미안하단 듯 시선을 보냈다.“조이가 이렇게 나오네요. 난 먼저...”“응.”유건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조이에겐 화도 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조이가 이
Read more
PREV
1
...
87888990919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