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참...”유건은 얇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리슬 씨, 해외에서 자랐다고 해도... 사람들 눈치 볼 줄은 알잖아? 내가 굳이 거기서 정리 안 한 건, 체면 세워준 거였어.”말인즉슨, 자리에서 굳이 리슬 망신 줄 필요 없어서 넘겼다는 뜻.리슬의 얼굴에서 피가 싹 가셨고,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그럼... 그럼, 유건 씨는... 나한테 그런 감정 없다는 거예요?”유건은 웃음을 거뒀다.“맞아. 없어.”리슬은 예상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듣고 나니,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그리고 다급히 말을 이었다.“분명, 분명 나한테 마음 있었잖아요! 나한테도 기회 있었잖아요! 그렇죠? 아니라고 하지 마요! 나도 바보 아니에요...! 적어도 희망은 줬었잖아요!”그 순간, 유건은 짧게 멈칫했다.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있었어.”유건도 인정했다. 분명 한때는... 잠깐 생각해 본 적 있었다.‘내가 다시 연애한다면, 이 사람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막연하고 피상적인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단지 자기 욕망이 터지기 직전의 혼란, 혹은 감정 아닌 계산이었을 뿐.유건은 그 사실까지, 부정하진 않았다....한편, 객실 안.시연은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물을 받으려 수전을 틀었는데, 물이 안 나왔다.“어라?”수전을 두어 번 두드리자, 입가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왜 이래, 물이 안 나오네...”씻지도 못하고 어쩌나 싶어, 일단 유건한테 전화하려다 탁자 위에 무심히 놓인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핸드폰도 안 가져갔네... 그럼 멀리 안 간 건가? 그냥 깜빡한 건가?’시연은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비스 직원이라도 찾아보려고 방을 나섰다.그리고 복도를 돌아서던 그 순간, 멀지 않은 끝 쪽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을 발견했다.고유건, 그리고 도리슬.‘분위기가 왜 저래?’시연은 무심코 숨을 고르며 그쪽을 힐끔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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