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호위들이 유민들을 해산시키기 시작했다.그때 관복을 입은 한 남자가 급히 달려와 “퍽” 소리를 내며 마차 앞에 무릎을 꿇었다.“신, 폐하께 문안 올립니다!”“폐하, 부디 이 유민들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그들은 모두 성실하고 근면한 백성들이옵니다!”“신이 목숨을 걸고 장담하오니, 그들은 이 이원성에 들어온 이래 단 한 번도...”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차의 휘장이 열렸다.황제의 위엄 어린 시선이 내리쬐자, 주위 사람들 모두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소욱은 땅에 엎드린 그 관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는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그가 친히 임명한 치안관, 구도안이었다.어느 해의 장원급제였는지는 몰라도, 대효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당초 변성으로 관리들을 파견할 때 모두가 꺼리는 자리였으나, 오직 이 젊은 구도안만이 자진하여 나섰던 것이다.구도안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핏기가 거의 없었다.몸이 많이 쇠약해진 게 눈에 띄었다.“폐하, 신이 관용을 베풀어주시기를 간청하옵니다.”그러나 소욱은 못 들은 척 휘장을 내렸다.구도안의 간청은 철저히 차단되었다.“계속 전진하여 가까운 역참으로 가거라.”“예, 폐하!”마차가 움직이자 구도안은 무릎으로 기어 옆으로 비켜섰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마차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관군들이 유민들을 체포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마차 안.봉구안이 소욱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이원성은 정말 범려성과 다르군요. 폐하께서는 이 유민들을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소욱은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아, 머리가 지끈거리는구나.”그는 오직 봉구안 앞에서만 이렇게 속내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봉구안은 조금 더 가까이 앉아 그의 머리 혈자리를 눌러주었다.소욱은 몹시 만족한 듯 몸을 기울여 아예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뉘었다.이러면 그녀가 안마하기도 수월하고, 자신도 편히 쉴 수 있었다.봉구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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