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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1371 - 챕터 1380

1590 챕터

제1371화

“폐하, 황후 마마께 아뢰옵니다. 조사 결과, 초왕 곁에 있던 원탁은 동산국 사람인 것이 밝혀졌습니다.”소욱과 봉구안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최근 몇 년간 동산국의 수상쩍은 움직임을 지켜본 터였다. 남제에 손을 뻗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문제는, 초왕이 원탁의 정체를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었다.알고 있었느냐, 몰랐느냐에 따라 사안의 무게가 천지 차이였다.만약 알고도 품었다면… 그것은 적국과의 내통이었다.소욱의 안색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소막을 당장 데려오거라.”‘변성의 일이 끝없이 터지는 와중에, 감히 자신의 머리에 불똥을 튀기다니. 소막, 네놈은 스스로 죽음을 불렀구나.’호위가 즉각 명을 받고 초왕을 부르러 나갔다.실내에서는 봉구안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원탁을 비밀리에 체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그자가 초왕 곁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꿍꿍이가 있다는 증거였다.조금만 따져 보면 속셈은 뻔했다.초왕을 이간질해 그의 세력을 이용하여 남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그 틈을 타 동산국이 침투하려는 것이 분명했다.소욱은 아직 병중이었다.그는 봉구안의 손을 꼭 잡았다.“그 일은 네가 맡아 처리해줄 수 있겠느냐.”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폐하께서는 몸조리에만 신경 쓰십시오.”풍한은 다행히 중병이 아니었다. 며칠이면 차도가 있을 터였다.닷새 후, 소욱의 병세는 많이 호전되었고, 초왕 소막도 결국 역관에 도착했다.겉으로는 소욱이 범려성의 정무 보고를 받기 위해 부른 것이었다.소막은 미리 준비해 둔 말들을 떠올리며 입을 열려 했지만, 소욱의 첫마디에 얼어붙었다.“무릎을 꿇거라.”소막은 곧장 살기를 느꼈다.그는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곧이어 발길질이 날아들었다.소욱의 발이 그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소막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았다.“폐, 폐하...”소욱이 싸늘히 웃었다.“소막, 제법 간이 크구나.”소막은 허둥지둥 고개를 저었다.“폐하, 신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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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봉구안은 소욱을 방해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저 약 먹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소욱의 상태는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 약을 거르면 다시 악화될 수 있었다.사실 이런 심문 같은 일은 진한길 같은 사람이 맡아야 마땅했다.그녀가 보기엔 소욱이 약 먹기를 피하려고 일부러 자신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소막의 절박하고 간절한 눈빛이 스쳤지만, 봉구안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황후 마마, 신을 믿어주시옵소서! 신이 어찌 동산국과 결탁했겠습니까!”소막이 애원하듯 읊조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길어질수록 소욱의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소욱은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봉구안의 손을 잡더니, 조용히 그를 이끌고 방 밖으로 나갔다.문을 닫아 소막을 방 안에 가둬버렸다.방 밖에서, 소욱이 봉구안의 어깨에 손을 얹고 상의하듯 물었다.“심문 중인데, 약은 조금 있다 먹어도 되겠느냐?”요즘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약을 먹고 있었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이제는 약이 입에 쓴 것을 넘어 사람이 먹을 게 못 된다고 느낄 지경이었다.솔직히 말해, 지금은 구안만 봐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렸다.봉구안은 단호했다.“안 됩니다.”그녀의 얼굴엔 다른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소욱은 어쩔 수 없이 먼저 약부터 먹으러 갔다.방 안에 홀로 남겨진 소막은 극심한 통증을 참고 몸을 일으켰다.사방을 둘러보며 도망칠 길을 찾으려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스님은 도망쳐도 절은 못 도망친다'는 말처럼, 천하가 모두 황제의 땅인데 도망쳐봐야 소용없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욱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모든 게 다 원탁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부하가 한둘도 아닌데 어째서 하필 원탁만 황제의 눈에 띄었단 말인가.결국 자신까지 화를 입고 말았다.그때 소막은 원탁이 떠나기 전 자신에게 건넸던 비단 주머니를 떠올렸다.'급할 때 열어보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소막은 얼른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안에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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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소막은 결국 구금되고 말았다.배치도의 진위를 밝혀내기 전까지 그는 적과 내통한 죄를 안고 있어야 했다.억울하다고 목청껏 외쳐보았지만 소용없었다.동시에 머릿속은 복잡했다.원탁이 비단 주머니에 넣어준 그 배치도,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아무리 생각해도 진짜일 리 없었다.원탁은 속을 알 수 없는 자였다. 그런 자가 쉽게 나라를 배반할 리 있겠는가?하지만 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약 그게 가짜라면, 결국 자신이 적과 내통한 것이 되어 참수형을 면치 못할 터였다.순식간에 소막의 마음은 혼란으로 뒤섞였다.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원탁 역시 오백 일행에게 압송되어 황제 앞에 섰다.그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다. 황제 앞에서도 가면을 벗지 않았다.“원탁, 폐하께 문안 올립니다.”예법은 더없이 공손했다.소욱은 그를 평신하로 부르지 않았다. 실내 호위들 역시 긴장한 채 원탁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혹여 수상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즉시 제압할 태세였다.동산국 출신인 그를 경계하는 건 당연했다.봉구안도 병풍 뒤에 숨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병풍은 소욱의 뒤편, 가장 가까운 자리에 놓여 있었다.소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는 동산국 원씨 가문의 후손이냐?”원탁은 부인하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그저 고개를 숙이며 차분히 답했다.“속세의 신분으로는 그렇습니다, 폐하.”소욱의 눈빛이 깊어지며 그를 꿰뚫어 보려 했다.“초왕이 말하길, 네가 남제에 투항하려 한다더구나. 그렇다면 왜 진짜 얼굴을 감추는 것이냐?”원탁은 담담히 대답했다.“소인은 외모가 추하여 폐하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물론 소욱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손짓하자 진한길이 앞으로 나섰고, 원탁의 가면을 강제로 벗겨냈다.가면 아래에는 심하게 화상 입은 얼굴이 드러났다.분장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얼굴이었다.순간 원탁은 당황해 가면을 되찾으려 손을 뻗었다.흉한 얼굴을 가리고 싶었던 것이다.소욱의 표정이 냉랭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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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뭐라고요? 표사를요?”서태상은 믿기 힘든 얼굴로 되물었다.그가 봉구안을 바라보며 물었다.“임원표국이 저 표사들을 팔아넘긴 겁니까?”인신매매라니.이 바닥에서 가장 더럽고도 추악한 범죄였다.보통은 유괴된 아이들이나 여자들을 운송할 때 표국이 개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음성적인 거래였다.그만큼 이윤은 어마어마했지만, 적어도 서가만큼은 그런 돈에는 손대지 않았다.봉구안은 지체하지 않고 오백에게 명령을 내렸다.“즉시 관아로 가서 모든 성문을 철저히 수색하라!”“예!”그러나 임원표국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단순히 돈 때문이라면 굳이 거금을 들여 표사들을 빼돌릴 필요가 없다.유민을 사서 팔면 훨씬 간단할 텐데.봉구안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했다. 서태상을 집으로 돌려보내 가족을 지키게 했다.그리고 소욱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소욱은 소막과 동산국 일로 머리가 아픈 와중이었지만, 표사가 팔려갔다는 말을 듣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표사를 운반했다는 것이냐?”봉구안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떠올랐다.“변경의 혼란은 우리가 보는 표면적인 유민들 문제가 아닙니다. 왠지... 머지않아 큰일이 터질 것 같습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갑자기 소무가 대들보 위에서 뛰어내렸다. 원숭이처럼 민첩하게 착지했다.소욱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누가 네게 말하랬느냐? 물러가라.”하지만 소무는 물러서지 않고 봉구안 앞으로 달려가 눈살을 찌푸리며 호소했다.“역시 눈치채셨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며칠 전부터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꺼풀이 계속 떨립니다.”“이건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에요. 사부님께서 예언하신 재앙, 그 '사형의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어요!”소무의 표정은 진지했다.봉구안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점점 더 불안감이 커져갔다.그녀가 소욱을 바라보며 물었다.“계속 순시를 이어가실 생각이신가요?”소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계속한다.”변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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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완부옥의 실종 소식은 봉구안을 깊은 근심에 빠뜨렸다.그녀와 완부옥은 막역한 친구였고, 이번 일은 단순히 친구를 잃은 문제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남강의 약쟁이단이 얼마나 위험한 세력인지 말해주고 있었다.완부옥마저 그들에게 당했으니, 그들의 교활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서왕은요? 아직 남강에 있는 건가요?”봉구안이 소욱에게 물었다.소욱은 말없이 서왕의 서신을 건넸다. 봉구안은 조용히 봉투를 열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서신을 다 읽고서야 그녀는 자세한 전말을 알 수 있었다.완부옥과 서왕은 남강에 도착하자마자 스승인 심성을 찾기 위해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완부옥이 부득이하게 구술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때 적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서왕과 호위들은 독장이 퍼진 숲에서 갇히고 말았고, 결국 완부옥을 지켜내지 못한 채 그녀가 납치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남강의 독장은 실로 강력했다. 더구나 서왕은 그 지역에 익숙하지 않아 대응하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렇다 하더라도 아내와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서왕이 충분히 신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봉구안은 소욱을 바라보았다.“서왕이 이 서신을 보낸 건 도움을 청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에게 방법을 찾아 완부옥을 구출해달라는 것이죠. 폐하, 이를 어쩌면 좋죠?”명백히 현재로선 그들도 당장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북방과 남강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이번 순행에는 호위 인원도 제한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상성으로 호송할 때 이미 병력의 일부를 나눠 보냈으니, 현재는 파견할 병력조차 넉넉지 않았다.무엇보다 서왕조차 충분한 병력을 데리고 있었음에도 당했으니, 인원을 보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소욱은 한참 고민한 끝에 봉구안에게 말했다.“남방군을 출동시키는 건 어떻겠느냐?”봉구안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남방군은 국경을 수비하는 정규군이다. 만약 정규군이 남강으로 진입한다면 남강 측에서도 반발할 게 뻔했다. 그러다 일은 더 커질 수 있었다.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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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안 됩니다, 전하! 남강은 너무 위험합니다!”유화가 서왕의 팔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몇몇 호위들과 힘을 합쳐 겨우 마끈으로 서왕을 단단히 묶었다.서왕의 눈에는 붉은 핏발이 가득 섰다. 그는 유화와 호위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너희들 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장 풀지 못할까!”그들은 반역이나 다름없었다.쿵!유화가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호위들도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유화가 두 손을 모아 정중히 예를 올리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전하, 신하된 자로서 오직 전하의 안위를 먼저 생각할 뿐입니다!”“부디 안심하십시오. 저희가 왕비마마를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만약 왕비마마를 구하지 못한다면, 저희 모두 목숨을 내놓겠습니다!”“오늘 전하께 무례를 범한 죄는 훗날 반드시 벌을 받겠습니다!”그 말을 마친 유화는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서왕의 곁에는 여전히 호위 병력 일부를 남겨 두어 안전을 도모했다.그들의 뒷모습은 결연하고 단호했다.서왕의 눈빛은 암흑처럼 어두워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의외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혹시 유화가 그에게 마비산이라도 쓴 것인가?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완부옥이 남강 어딘가에서 약쟁이단의 잔당들에게 고통받고 있을 모습을 떠올리자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약쟁이단이 어떤 존재들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남강에 온 이유도 약쟁이를 제조하는 그들을 근절하기 위해서였다. 완부옥의 사부 심성조차 약쟁이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제 완부옥마저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졌다니!서왕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가 완부옥의 남강행을 허락한 것을 지금 이 순간 깊이 후회했다. 그리고 독장에 중독되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이 생에서 그는 누구 하나 지켜내지 못했다.부친은 원통하게 목숨을 잃었고, 그의 모친 또한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남은 것은 완부옥과 아이뿐이었다. 그런데 하늘이 이들마저 빼앗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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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서왕은 정예군 장군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약쟁이단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고 있느냐?”장군 왕효가 고개를 끄덕였다.“현재까지 파악된 약인들의 은거지는 세 곳 있습니다.”“보름 전, 폐하와 황후마마께 서신으로 보고드렸으나, 별다른 지시가 없으셔서 추가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그러다 어제, 황후마마의 밀서가 도착하여, 전하께서 전력을 다해 협조하고, 왕비마마를 구출하며 약쟁이단의 잔당을 소탕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왕의 가슴이 한결 가라앉았다.“당장 그 세 곳으로 가자!”그는 단 한순간이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왕효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전하, 한 가지 미리 알려드릴 사항이 있습니다.”“말해라.”서왕은 조급함에 목소리를 낮출 겨를도 없었다.조금만 늦어도 완부옥과 아이가 더욱 위험해질까 두려웠다.왕효는 담담히 말했다.“황후마마의 명으로, 이번 작전은 소인이 지휘를 맡습니다. 전하께서도 하관의 명령을 따라야 하며, 독자적으로 행동하실 수 없습니다.”서왕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그의 뒤에 서 있던 호위들은 이 무례한 요구에 분노를 삼켰다. 혹시 왕효가 독단적으로 황후의 명을 사칭하는 것은 아닐지 의심까지 들었다.황후는 어찌 전하에게 남의 지휘를 받으라 명하셨겠는가?하지만 서왕은 조금도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그는 두 손을 모아 왕효에게 공손히 예를 표했다.“알겠소. 왕장군, 부디 부인과 아이를 속히 구해주시오.”그는 황후마마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황후는 자신이 정에 치우쳐 경솔한 결정을 내릴까 걱정한 것이다.그 누구보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 이가 바로 황후였다. 황제께서도 납치되었던 과거가 있었으니 말이다.황후는 그때와 같은 일을 다시 겪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그 시각 왕효가 또 다른 명을 전했다.“황제 폐하께서 전하께 밀서를 보내셨습니다. 이 영패를 지참하시고 남강왕을 찾아 약쟁이단의 실상을 설명드리라는 내용입니다.”사실 서왕 역시 남강왕에게 이 일을 알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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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봉구안은 곧바로 자신의 추측을 소욱에게 전했다.소욱은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과거 약쟁이단이 남제에 발을 들였을 때에도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시험하는 악행을 서슴지 않았다.“하지만 왜 하필 표사들일까?”소욱이 의문을 표했다.봉구안 역시 고민 중이었다.“그러게요… 왜 굳이 표사들인걸까요?”소무는 이야기를 들으며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어리둥절해졌다.그는 약쟁이단 사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사형, 사수… 두 분이 대체 무슨 이야길 하시는 거예요?”심심하던 차에 신기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호기심이 더해졌다.소욱은 귀찮다는 듯 대답을 피했다.“가서 진한길에게 물어보거라.”하지만 진한길은 말수가 적었다. 그래서 소무는 결국 오백에게 갔다.오백은 이런 이야기를 풀어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입담도 좋은 데다, 마침 심심했던 터라 그는 소무에게 사건의 전말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소무는 들을수록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완전히 미친 거잖아요!”“그중에서도 제일 소름 끼치는 게 그 모용길이라는 자네요. 근데… 진짜로 이 사람이 이백 년 넘게 살았다고요?”“설마 농담 아니죠? 저 놀리시는 거 아니죠?”오백은 단호하게 말했다.“믿든 말든 네 마음이다.”소무는 황급히 비위를 맞추며 자신의 검을 내밀었다.“화 푸세요! 제 검이라도 만져보실래요?”오백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적연검까지 만져봤는데, 네 검이 뭐 대수란 말이냐.”이야기를 다 들은 소무는 심심풀이 삼아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그가 어느 노점 앞에 멈춰 섰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번쩍 고개를 돌렸지만,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에이, 착각인가...”소무는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대수롭지 않게 자리를 떠났다.……역관 내.소욱은 변방의 정무를 살피고 있었고, 봉구안은 책상 앞에 앉아 강림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었다.그녀는 강림에게 임원표국을 조사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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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소욱의 미간에 짙은 노기가 서렸다. 애써 화를 누르며 강림에게 물었다.“정말로 이 일의 배후가 장공주가 맞느냐.”소기는 그의 친누나였다.남제를 위해 대하에 화친으로 시집가 온갖 고초를 겪은 것도 소욱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남제로 돌아온 이후, 그는 어떤 대가도 치르게 하지 않았다.남첩을 두고, 악명이 자자하며 백관들이 줄줄이 상소를 올려 장공주 작위를 폐해야 한다고 외쳐도, 소욱은 끝까지 그녀를 감싸왔다.그래서 소기가 동산국과 내통했다는 말은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강림은 은칠을 바라보다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원표국의 배후는 분명 공주마마가 맞으십니다.”소욱은 이내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네 생각은 어떠하느냐.”봉구안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직접 공주마마께 여쭤보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 다른 내막이 있을지도 모릅니다.”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인지 단정 지을 수 없었다.장공주를 믿는다고 해도 강림이 가져온 명백한 증거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봉구안은 알고 있었다. 소욱이 장공주에게 갖는 마음은 다른 왕족들과는 달랐다.그에게는 장공주에 대한 미안함과 어린 시절부터 쌓여 온 남다른 정이 있었다.설령 그녀가 큰 죄를 지었더라도 소욱은 마지막까지 돌이킬 기회를 주고 싶어 했다.소욱은 곧 결단을 내렸다.“내 말을 전하라. 장공주 소기를 체포하여 임원표국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라!”“예, 폐하!”강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폐하, 저희 강가의 결백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소욱은 허락했다.이번 기회에 소기 또한 강림이 찾아낸 증거를 직접 보아야 더는 발뺌하지 못할 것이었다.모두 물러간 뒤, 봉구안은 차 한 잔을 따라 소욱에게 건넸다.“공주마마께서 외적과 내통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봉구안은 그를 위로하고자 말했다.소욱은 쓴웃음을 지었다.“황실이라는 곳은 매일 음모와 술수가 끊이질 않네. 준연이와 준열이…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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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완부옥은 납치당한 후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깨어났을 때, 낯선 밀실 안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되었다.희미한 촛불만이 어렴풋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고, 그녀는 철창 안에 가두어져 있었다.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꽤 있었다.그녀는 이내 그들이 모두 자신의 동문들이라는 걸 알아챘다.결국 모두가 이곳으로 끌려온 것이었다.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힘겹게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결국 다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아이를 품고 있는 그녀는 그저 몸을 웅크린 채 철창 안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다른 이들은 대부분 아직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몇몇은 팔이 묶인 채 피를 뽑히고 있었다.선혈이 흐르는 비릿한 냄새가 가득했다.그때, 완부옥은 깜짝 놀라며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사부인 심성도 이곳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이 밀실엔 수많은 철창이 이어져 있었고, 사부가 갇힌 철창은 꽤 먼 곳에 있었다.쇠사슬에 손발이 묶인 채 축 늘어진 사부의 모습은 마치 이미 숨이 끊어진 사람처럼 보였다.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완부옥은 놀라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재빨리 다시 눈을 감고 의식을 잃은 척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밀실 안으로 들어왔다.이내 발걸음 소리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이 여자는 아이를 품고 있던데,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그걸 따질 시간 없어. 우선 피부터 써보자.”이윽고 완부옥의 팔이 거칠게 끌려 나왔다.순간 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그러나 이 정도 아픔쯤은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이들은 그녀의 피를 채취하려 하고 있었다.남제 황성.장공주 소기는 요즘 여자 사숙 운영에 전념하느라 다른 일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궁 안에 있는 태후조차 자주 찾아뵙지 않았다.과거엔 태후가 그녀의 혼사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저 무사히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그동안 황제는 몇 차례 미복을 나가 탐관오리들과 부패한 황족 자제들을 직접 적발해 왔다.그중엔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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