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은, 임원표국이 적국과 내통했다는 것이냐?”장공주 소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관원의 목소리는 무표정하고 냉랭했다.“그렇습니다.”그 확언이 떨어지자, 소기는 바로 받아쳤다.“그렇다면 그 임원표국은 내 소유가 아니다!”“……”관원의 얼굴이 굳었다.“공주마마께선, 그저 아니라 하신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이미 증거는 확보돼 있습니다. 증거 없이 공주마마를 천옥까지 모셔올 저희가 아니란 소립니다.”“그러니 경솔히 말하지 마시고, 신중히 입을 여시지요. 이곳에서의 형벌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 말입니다.”천옥, 이곳은 고문이 일상인 장소였다.하지만 장공주는 물러서지 않았다.“이 일은 나와는 무관하다. 내 명의로 운영되는 표국이 여럿 있긴 하나, 결단코 적국과 연루된 곳은 없다.”그녀는 그저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지금의 그녀는 남제의 공주였다.원하면 뭐든 가질 수 있는 신분에서, 어찌 어리석게도 그런 짓을 하겠는가?왕자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황위라도 노릴 수 있지만, 공주의 신분인 자신이 얻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만약 여기가 서여국이었다면 모를까. 이곳 남제에선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관원은 그녀의 부정적인 답변을 들은 후 사람을 불렀다.물증과 인증을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소기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관원을 바라보았다.‘증거라니, 대체 무엇이?’그때, 붉은 옷자락을 휘날리는 인물이 방으로 들어섰다.피라도 머금은 듯한 그 기세에, 그녀의 눈썹이 꿈틀였다. 낯선 얼굴이었다.“공주 마마!”“신은 강림이라 합니다.”“임원표국의 내통 정황은 바로 신이 밝혀낸 바입니다!”강림은 어깨를 으쓱이며,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듯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소기는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되뇌었다.‘강림… 들어본 적 없는데.’그러나 곧 들이밀어진 인장, 장부, 통신 내역을 보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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