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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401 - Chapter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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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1화

범려성, 초왕부.소막은 부로 돌아온 뒤로는 별다른 일 없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모든 것은 원탁이 미리 안배해두었기에, 그가 신경 쓸 일은 하나도 없었다.소막은 그저 먹고 마시며 유흥에 빠져 있었고, 가끔 원탁에게 진척 상황을 묻는 것이 전부였다.“소욱은 찾았느냐?”“도대체 언제 즉위할 수 있겠느냐?”그러던 어느 날, 구도안이 느닷없이 돌아왔다.소막은 새장 속의 새를 희롱하며,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물었다.“구 선생, 황제는 찾았느냐?”구도안은 조심스레 절을 올리며 답했다.“소인은 아직 약쟁이가 되지 않은 백성 몇을 만나 그들에게 황제의 행적을 물었습니다. 제가 바로는, 얼마 전 황제가 남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미 변성을 벗어나, 남제 원래의 북경선 부근까지 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뭐라고?”소막의 손에 들린 새장이 덜컥 흔들렸고, 그의 동공이 순간 크게 확장되었다.그는 벌컥 일어나 구도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확실하느냐?”빌어먹을 놈!원탁은 분명히 약쟁이들이 변성을 장악하고 있어 소욱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구도안은 침착한 태도로 답했다.“소인은 ‘없을 것이다’보다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기대는 쪽이 현명하다 생각합니다. 소인이 직접 추적해보겠습니다.”소막은 지금 오로지 ‘소욱을 반드시 찾아 죽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변성을 빠져나갔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구도안! 내 너에게 탐사 임무를 명한다! 하루속히 소욱을 찾아오거라!”“예, 전하!”구도안은 명을 받들고 즉시 출발했다.소막은 자리에 남아 있다가, 갑작스레 손에 들고 있던 새장을 내던져 버렸다.새장 속의 새가 놀라 허둥대며 날개를 퍼덕였지만, 감히 그 철장 안에선 빠져나오지는 못했다.소막의 싸늘한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소욱, 너는… 도망칠 수 없다!”……사흘 뒤, 남제 원래 북경선 부근.구도안은 이미 이 지역에 도착해 있었다.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소려성, 서태상의 고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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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완부옥은 아이를 낳은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떠나겠다고 나섰다.서왕은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가려 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너무 어리고 연약하여 먼 여정의 고단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남제 국경에 막 닿았을 무렵, 서왕은 결국 완부옥에게 뒤처지고 말았다. 아무리 불러도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고, 멈추려는 기색조차 없었다.뒤쫓고 싶었으나, 품에 안긴 아기는 계속 울어댔다.서왕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이 아이는 태어난 지 며칠이 지났건만, 아직 이름조차 붙여주지 못했다. 원래는 완부옥과 상의해 이름을 지으려 했으나, 지금은 그럴 겨를이 아니었다.남강의 고왕은 강탈당했고, 남제에는 약쟁이들이 날뛰며 난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일이 한꺼번에 겹친 지금, 그 누구도 마음 편할 리 없었다.서왕은 이 아이가 참으로 때를 잘못 타고난 것만 같아 안쓰러웠다.그 감정을 알아챈 것인지, 아이는 더욱 목청 높여 울기 시작했다.한편, 완부옥보다 먼저 동방세 일행은 이미 출발한 상태였다.서왕은 인원이 충분하니 굳이 서두를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우선 아이를 제대로 보살핀 뒤에야 따라갈 생각이었다.아기를 데리고 먼 여정을 나서는 건 너무도 무리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황성.똑똑똑!해가 막 떠오를 무렵, 소탁은 반쯤 잠든 상태로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을 열자마자, 정체도 확인하기 전에 누군가가 아이를 그의 품에 밀어 넣었다.“?!”소탁은 단숨에 잠이 확 달아났다. 고개를 번쩍 들어 맞은편을 바라보니, 서왕이었다.서왕은 급한 기색으로 짧게 말했다.“제 아이입니다. 변성으로 가야 하니 잠시 맡아 주십시오.”소탁은 서왕보다 연상이었으나, 지금껏 혼자 지내온 몸이었다. 아이 보는 일이라곤 도통 알지 못했으며, 차라리 닭이나 오리, 거위를 돌보라면 그게 훨씬 나을 판이었다.그는 곧장 아이를 다시 돌려주려 했으나, 서왕은 그럴 틈도 주지 않고 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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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제윤의 말을 들은 장공주와 서왕은 순간 눈빛을 주고받았다.이 제윤이란 인물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직선적이고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성품에, 융통성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제윤 역시 두 사람을 경계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두 분께서도 관문을 억지로 넘으시려는 겁니까?”그토록 단호하게 말하는데, 서왕과 장공주가 어찌 쉽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장공주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같이 충직한 장병들이 성문을 지키고 있으니, 남제는 아직 희망이 있겠구나.”.“이런 심각한 상황에 나 같이 연약한 여인까지 나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서왕도 능청스럽게 거들었다.“난 그저 왕비를 따라온 것뿐이다.”“제윤, 어서 날 왕비에게 데려가 주거라.”제윤은 잠시 의심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말씀드리지만, 이번 사태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태수님의 명에 따라, 성문은 절대 가볍게 열 수 없습니다. 전하와 공주마마께서는 왕비마마를 만나신 뒤, 하루빨리 황성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장공주는 겉으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이를 갈았다.‘하… 이 제윤이라는 자, 폐하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도 모르고, 혼자 나라 지키는 영웅인 양 굴고 있으니…’…….한 시진 후.서왕은 마침내 영주의 대옥에서 완부옥과 재회할 수 있었다.완부옥뿐 아니라 범진을 비롯한 강호 인사들도 그곳에 함께 구금되어 있었다.그들은 이미 제윤에게 여러 차례 호소한 상태였다.“몇 번이나 말했소! 변성에 급히 갈 일이 있단 말이오! 어서 문을 열어 주시오!”하지만 제윤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다.“여러분은 모두 남제의 백성이십니다. 소관으로서는 여러분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완부옥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제윤을 노려보았다.범진 일행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까지 이리 끌려올 줄이야.그녀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영주의 수비병력 전체를 상대로 억지로 성문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감옥은 열악했고, 서왕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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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동방세의 경공은 봉구안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외의 무공은 봉구안보다 한 수 위였다.그래서 그는 제윤이 이끄는 수성군 병사들을 가볍게 따돌리고, 이미 며칠 전 영주성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성 안에 아직 갇혀 있을 형제들을 생각하니 혼자 떠나버릴 수는 없었다.며칠 동안 그는 성문 밖을 맴돌며 구출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영주성 지하에는 ‘거미줄’이라 불리는 비밀 통로가 실제로 존재했다.다만 그 입구는 영주 대옥과 연결되어 있어, 탈옥 계획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 완부옥이 보낸 신호가 들어왔다.그날 밤, 그는 '거미줄'을 통해 성내로 은밀히 잠입했다.객잔 안, 몇몇 인물이 조용히 모여 있었다.동방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으며 완부옥을 훑어보았다.“너는 어떻게 빠져나온 것이냐? 다른 강호인들은 어디 있고?”완부옥은 그가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을 보자 괜히 짜증이 났다.그녀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역시 동방 맹주답군. 강호 제일 고수께서 다르긴 다르나보오.”동방세는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형제들을 버리고 도망친 게 아니오…”“그딴 소리는 집어치우시오! 어서 우리부터 성 밖으로 내보내주시오! 변성으로 가야겠소!”완부옥은 이미 마음이 급해, 그의 장황한 해명을 들을 여유조차 없었다.동방세는 그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전부 변성으로 가려는 겁니까?”서왕이 공손히 나서며 말했다.“그래. ‘거미줄’을 사용하는 일은 폐하의 허락 없이는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천하가 뒤집힌 위급한 시국이지 않는가.”“폐하께서 변성에 갇혀 계시고, 남강의 고왕도 그곳에 계실 가능성이 크다 하니, 자네가 길을 안내해 주었으면 하네.”동방세는 고개를 끄덕였다.“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우선 알겠습니다.”그러곤 다시금 물었다.“다른 강호인들은 끝내 못 데려온 겁니까?”이번엔 장공주가 나섰다.“제윤이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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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자녕궁.장공주가 떠난 이후, 태후는 단 한순간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그토록 많은 사람을 붙여 감시하게 했건만, 결국 그 아이가 도망쳤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정녕, 공주와 황상의 정이 그리도 깊단 말이냐?”그녀는 스스로 되물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자기 안위도 돌보지 못할 만큼 깊다는 것이냐…”곁에서 계 상궁이 조심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태후마마, 너무 심려 마십시오. 공주님께서는 나들이하실 때에도 반드시 호위들이 함께하니 무사하실 겁니다.”“더구나 들리는 바에 따르면 북부 각 성에서는 이미 성문을 걸어 잠그고 백성의 출입도 통제 중이라 합니다. 공주마마께서 황성을 떠나셨다 하더라도, 변경까지는 미처 닿지 못하셨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서야 태후의 굳은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어찌 되었든, 하루속히 그 아이를 찾아와야 한다.”“이대로는 두고 볼 수 없구나. 삼십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철이 덜 들었으니…”황성 백성들 역시 변경의 사정을 똑똑히 알지 못했다.다만 ‘약쟁이들이 창궐한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실제로는 단 두 달 남짓한 사이에 여러 변방의 성들이 약쟁이들 손에 함락당하고 말았다.……범려성. 초왕부.밤이 지나고 난 뒤, 소막은 자신의 호위들까지 모두 약쟁이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당장 원탁을 찾아 따져 물었다.“왜 내 호위들까지 약쟁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냐! 그들이 나를 따르지 못하면, 대체 누가 내 명을 받들겠단 말이냐!”원탁의 가면 너머로 번뜩이는 시선이 차갑게 빛났다.“전하, 이 모든 것은 대계를 위해서입니다. 모두를 약쟁이로 만들어야만 절대 배신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처음엔 그럴듯해 보였다.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배신하지는 않더라도, 명령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자들이라면 결국 고립무원이 되는 것 아닌가.“안 된다. 당장 그들을 원래대로 돌려놔라!”원탁은 한숨을 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전하, 장난칠 상황이 아닙니다.”“이미 약쟁이가 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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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소욱은 장기양을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다만 장기양이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장기양은 곧 자세히 설명했다. “저희는 이원성에서 황후 마마를 뵈었습니다. 마마께서 저희에게 해독제를 구해 오라고 명하셨습니다. 폐하를 구해내기 위해서입니다.”“원래 각 성마다 일반 병사들이 있어, 저희는 그들로부터 해독제를 훔쳐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에 그 병사들마저 모두 약쟁이가 되어버려 더 이상 해독제를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이것이 신하들이 모은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이 약을 드시고, 신과 함께 서둘러 이 성을 떠나시옵소서.”그는 물통을 꺼내어 소욱에게 바쳤다.소욱은 조용히 물었다. “황후는… 그녀는 어디에 있느냐?”봉구안이 무사한지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었다.장기양은 숨김없이 답했다. “황후 마마께서는 약쟁이들을 조종하는 자의 정체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계십니다. 저희에게는 폐하를 먼저 구출해 범려성에서 마마와 합류하자고 하셨습니다.”다만, 해독제는 한 사람 몫조차 간신히 될까 말까 한 양이었다.장기양은 다른 형제들을 남겨두고, 홀로 황제를 호위해 범려성으로 향하려고 했던 것이다.소욱은 해독제의 귀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다른 사람들은 이곳에 남고, 나는 장기양과 함께 범려성으로 간다.”해독제가 없다면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안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했다.그러나 소무는 초조해하며 일어섰다. “사형님! 사모님께서 제가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사형님을 지키라 하셨습니다!”소욱이 아직 말도 꺼내기 전에, 장기양이 먼저 제지했다. “밖은 약쟁이들 투성이입니다. 해독제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소무의 문제가 정리되기도 전에, 은위들이 또 나섰다.“저희가 폐하를 따라가 은밀히 호위하겠습니다!”그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은위는 숨는 것이 특기니, 암행 호위에는 자신 있다는 것이었다.그러자 장기양이 단호히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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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소막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원탁은 그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전하, 약쟁이들이 변방을 어지럽히는 건 이미 천하에 알려진 사실입니다.”“조정에서 곧 황제를 구출하러 병력을 파견할 것입니다.”“이렇게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전하께 불리해집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황제를 찾지 못했으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미루기만 하다간 화가 닥칠 것입니다.”소막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혔다. “좋다! 네 말대로 하자. 성에 불을 지르자!”소욱만 죽을 수 있다면 황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깟 변방 몇 개쯤 태우는 게 무슨 대수인가. 애초에 약쟁이들은 죽을 운명이고, 그 외 남은 백성들은 그냥 운이 나쁜 것이라 생각하였다. ‘소욱과 함께 죽는 게 그들의 팔자겠지…’스스로를 그렇게 납득시키며 소막은 이 일을 원탁에게 맡겼다. 마음속으론 따로 꿍꿍이도 있었다. 혹시 나중에 일이 발각되면, 전부 원탁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빠져나가면 되리라. 그리 생각하였다.원탁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수하들을 불러 모아 성을 태울 수 있도록 기름을 준비하게 했다.소막은 왕부에 앉아 있다가, 한편으론 일이 끝나간다 생각하며 마음을 놓았다가도, 한편으론 죄 없는 수많은 사람을 태워 죽이는 일이 두려워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이후 천벌을 받을까 두려웠던 것이다.하지만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황위를 노리는 싸움에 죽음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소막은 조용히 입술을 달싹였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소욱만 죽는다면, 드디어 이 손에 강산과 미인을 품을 수 있을 텐데...'그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벌떡 일어났다. 입술이 떨렸다. “황후... 황후가 아직 성 안에 있잖아?”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욱은 죽어도 상관없지만, 봉구안은? 그는 황제가 된 후에도 봉구안을 황후로 맞아들이고, 자신을 위해 전쟁터를 누비고 아이를 낳아주길 바랐다.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설령 지금 당장 원탁을 불러도, 봉구안 하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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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소욱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용이 아홉 자식을 낳는다지만, 어찌 똑같은 아비 밑에서 난 소막은 그렇게 멍청하고 악독할 수 있단 말이냐...?”불을 질러 성을 태운다는 발상을 하다니, 진작 죽여버렸어야 했다.“폐하, 우선 범려성으로 가셔서 황후 마마와 합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장기양이 조심스럽게 나섰다.그의 사명은 오직 하나, 황제를 지켜내는 것이었다.범려성.늦은 밤.봉구안이 머물고 있던 객잔에 구도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황후 마마, 벌써 닷새가 지났습니다. 원 선생이 맹화유를 대거 확보했다는 소식입니다. 불을 지를 날도 머지않았을 것입니다.”그가 이렇게 조바심을 내는 건 재촉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의 생명이 눈앞에서 불태워질 상황인데, 아무리 약쟁이라 해도 그 죽음이 억울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봉구안은 차분했다.“내가 시킨 일은 어찌 되었느냐?”구도안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마마의 분부대로 약방에서 그 물건을 구했습니다. 양도 꽤 됩니다만, 이게 무슨 용도인지 여쭈어봐도 될지요...”봉구안은 먼 곳을 응시했다.“그건 네가 알 바가 아니다. 오늘 밤 안으로 왕부로 돌아가, 모친을 데리고 나오거라. 반드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네 모친을 숨겨야 한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단약 몇 알을 내밀었다.그것은 약쟁이의 기척을 피할 수 있는 특제 단약이었다. 구도안은 감동에 겨운 얼굴로 받았다.“마마와 폐하께서도 부디 천운이 함께하시어,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가시기를 빌겠습니다.”그가 떠난 후, 봉구안 역시 객잔을 빠져나왔다.그녀는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았다.원 선생 측에서 수집한 맹화유는 거의 대부분 범려성 안에 보관되고 있었다.이곳이 맹화유의 주요 생산지였기에, 타 도시보다 훨씬 빠르게 준비가 가능했다.그때였다. 찰나의 불빛이 하늘을 가로질렀다.밤하늘에 번쩍 떠올랐다가 사라진 신호 화살을 두 눈 똑똑히 본 것이다.봉구안의 눈빛이 번뜩였다.동방세였다.그가 이곳까지 왔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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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초왕부.원탁이 성을 불태우려 하자, 소막은 서둘러 짐을 꾸렸다. 불길이 번지기 전에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는 속셈이었다.그의 눈에, 원탁은 미친놈이었다.언제 어떻게 자신까지 제거하려 들지 알 수 없었다.그 시각, 초왕비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불안에 떨었다.갑작스러운 피난에, 그녀는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전하, 그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혹시 폐하께서 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신 겁니까?”“쓸데없는 소리 마라, 멍청한 것 같으니!”소막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치켜떴고, 손이 번쩍 들릴 뻔했다.그대로 뺨을 후려칠 기세였다.이 틈을 타 구도안은 모친을 데리고 몰래 초왕부를 빠져나갔다.구 부인은 줄곧 아들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걱정스레 그에게 물었다.“폐하께서는... 무사히 변방을 벗어나셨느냐?”구도안은 진실을 숨기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허나 황후 마마께서 함께 계시니, 폐하께서도 반드시 무사히 탈출하실 것입니다.”찰싹!갑작스러운 뺨소리.구도안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구 부인의 손이 떨릴 만큼 날카로운 일격이었다.“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 아직도 그 성 안에 계시는데... 우리가 어찌 먼저 도망칠 수 있단 말이냐!”그녀는 단호했다. 목소리는 거세게 떨렸지만, 눈빛만은 흔들림이 없었다.“난 죽는 게 무섭지 않다. 다만, 쓸모없이 죽는 게 두려울 뿐이다. 구안아, 네가 정말 내 자식이라면…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마라!”구도안은 고개를 저으며,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이건… 황후 마마의 명이었습니다. 마마께서 저희에게 먼저 떠나 있으라 하셨습니다. 전 그저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그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괜히 저히가 여기에 남아 폐하께 누를 끼치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불충이지 않겠습니까. 어머니, 부디 제게 맡겨주십시오. 저는 절대로 목숨을 구걸하는 자가 아닙니다.”구 부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마침내 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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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다음 날 새벽, 동이 터오르기 직전. 성벽 위로 묵직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둥, 둥, 둥…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반복적인 고동은 성 안의 사람들에게 정체 모를 불안을 심어주었다.원탁은 성루 위에 올라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도성 곳곳은 이미 맹화유가 흠뻑 뿌려진 상태였다.그 냄새에 취한 듯 약쟁이들은 멍하니 서 있었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오랫동안 숨어 지내던 백성들마저 독한 냄새를 맡고 견디지 못한 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불 붙이지 마십시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애타는 외침이 이어졌지만, 그 결과는 잔인했다.밖에 웅크리고 있던 약쟁이들이 즉각 튀어나와 사람들을 물어뜯었다.그들의 운명은, 이미 그 순간 결정된 것이었다.원탁의 눈동자는 싸늘했다.그에게 사람의 목숨은 잡초처럼 하찮았다.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원탁은 시진을 가늠한 뒤 곧 화공 명령을 내리려 했다.그때.“잠깐.”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원탁은 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희뿌연 안개가 깔린 새벽빛 속, 그 사이로 누군가 무게감 있는 걸음을 내디디며 모습을 드러냈다.“저… 저분은… 황제 폐하이십니다!”곁에 붙어 있던 심복이 속삭였고, 원탁도 곧장 알아차렸다.너무 오래 감금돼 있었던 탓인지, 황제의 목소리는 마치 모래바람처럼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하지만 그 품새 하나만큼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제왕의 위엄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원탁은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듯 말했다.“폐하께서 이 범려성에 숨어 계셨다니…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이유를 이제 알겠구나.”그는 마치 폐하를 맞이하듯 성벽 아래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그 순간, 소욱이 단숨에 몸을 날려 그의 목덜미에 검을 들이댔다.“불을 지르겠다 했느냐?”차갑고 날 선 눈빛이 원탁의 얼굴을 꿰뚫었다.그러나 원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검끝을 내려다보며 냉소적으로 웃을 뿐이었다.“폐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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