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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폭군의 장군 황후: Kabanata 1421 - Kabanata 1430

1434 Kabanata

제1421화

서왕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왕비는 어디로 갔느냐!”유화가 조심스레 한 통의 편지를 내밀었다.“왕비마마께서 두고 가신 서신입니다. 꼭 전하께서 직접 펼쳐보시라 하셨습니다.”서왕은 얼른 서신을 받아 들고 봉인을 뜯었다.편지에 적힌 글은 고작 몇 줄에 불과했지만, 마치 날 선 칼이 가슴을 도려내는 듯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완부옥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가 남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래서 그녀는 먼저 떠나기로 다짐하였다.서신에는 단 하나의 부탁이 담겨 있었다.자신들이 낳은 아이를 잘 보살펴달라는 것이었다.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닿는 날이 오면, 아이를 보러 오겠다는 다짐이 담겨있었다.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망설인다는 건 이미 선택한 거예요. 저를 죽은 셈 치세요. 재혼하시고, 아이에게 좋은 어미를 붙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하를 가만두지 않겠습니다.]서왕은 서신을 읽고 또 읽었다.마치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는 사람처럼, 가슴속 깊은 곳을 갉아먹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화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전하… 왕비마마를 다시 모셔올까요?”서왕은 쉰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괜찮다.”그녀를 다시 데려와 무엇 하겠는가.남강은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는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남강을 저버릴 수 없다.무엇보다… 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다시 부를 수 있겠는가.그녀는 아이를, 그를… 그토록 아끼지 않았으니. 예전엔 황후가 세상에서 가장 무정한 여인이라 생각했다. 황제가 그토록 사랑했건만, 끝내 황후는 황제를 떠나버렸다.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사람 위에 사람이 있음을 말이다.황후가 아무리 무정해도, 끝내 그녀는 남제의 사람이었다.황제가 지키고자 한 것도, 황후가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것도 모두 같은 나라였다.그러나 자신과 완부옥은 애초에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한 여인을 위해 나라와 군왕을 배신할 수 없는 사내였다.서왕은 그녀의 손을 놓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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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봉구안은 동산국까지 직접 쫓아왔다. 오직 원탁을 붙잡기 위해서였다.그의 입에서 약쟁이 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해독약은 만들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소욱은 물론, 수많은 백성까지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 그만큼 절박한 일이었다. 한편, 완부옥은 고왕을 손에 넣은 뒤 남강으로 돌아가 독장을 다시 세울 예정이었다.그녀가 자리를 비우면, 약쟁이들이 통제에서 벗어나 남제를 위협할 수도 있었다.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이번이 봉구안이 처음 발을 들인 원부였다.저택은 대단히 넓어, 대충 보아도 영화궁 열 채는 합쳐야 할 정도였다.그녀는 오기 전부터 이곳의 내력을 면밀히 파악해두었다.원탁의 어머니인 원노영은 원 노인의 첩실 소생이었다.그녀는 성인이 된 뒤에도 시집가지 않고 집안에 머물렀으며, 그녀의 서방은 외가에 장가든 행상이었다.이 가족은 서원에 거처하며 살고 있다.원 노인에게는 본처 소생의 아들도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원수, 원담의 아버지였다.원담의 일가는 동원에서 살고 있으며, 서원과 동원은 인공산과 긴 회랑을 사이에 두고 있어 도보로 족히 한 시진은 걸릴 거리였다.봉구안은 이날 밤 서원에 잠입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원담과 마주쳤다.원담은 동산국의 젊은 장수로, 이미 성년을 지나 나이에 비해 실력이 출중했다.그 어린 나이에 병마대장군의 직함을 받은 건, 황제의 두터운 신임은 물론, 그의 능력이 허울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역시나, 그는 그녀의 기척을 감지한 듯 보였다.그러나 아무 말 없이, 주변을 슬쩍 훑어본 뒤 조용히 서원을 떠났다.그가 사라지자, 봉구안은 건물 안으로 곧장 숨어들었다.곧이어 원탁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덕분에 그의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아직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어디선가 함정장치가 작동하더니, 수백 개의 은밀한 화살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소리에 놀란 호위병들이 몰려들었다.“자객이다!”봉구안은 몸을 틀며 순식간에 화살을 피했고, 얼른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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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봉구안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넋이 나가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부를 수색하던 호위들이 서원으로 들이닥쳤고, 그녀는 화들짝 놀라 그림을 품에 안은 채 황급히 몸을 피했다.서원 안.호위가 원노영과 그 서방에게 무거운 얼굴로 고했다.“마님, 나으리. 자객을 붙잡지 못했습니다. 이미 도망친 듯합니다.”원노영은 자객 소식엔 귀 기울일 겨를도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아들 걱정뿐이었다.그의 남편 원 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부인, 이 일은 내가 처리하겠소.”원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소매를 붙잡고 조용히 당부했다.“먼저 아버님께 아뢰세요. 자객의 진짜 목표가 아버님일지도 모릅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알겠소.”원 대인이 자리를 뜬 뒤, 원노영은 불안한 얼굴로 하녀를 바라보았다.“무사하겠지?”“마님, 염려 마십시오. 이번에 새로 들인 호위들이 얼마나 용맹한지, 마님과 도련님을 꼭 지켜드릴 것입니다.”그 말에도 원노영의 마음은 조금도 놓이지 않았다.피투성이가 된 아들의 모습을 떠올릴수록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차라리 그 고통을 자신이 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원탁은 상처에 약을 바르던 도중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원노영은 밤이 깊도록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들의 몰골은 처참했고, 그녀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두 손을 잃은 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그녀는 알지 못했다.그 아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얼마나 많은 집안을 무너뜨리며, 생명을 빼앗아왔는지.……그 시각, 소욱은 동산국에 도착해 봉구안을 찾고 있었다.그녀가 반드시 원부로 올 것이라 생각한 그는 원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정성이 하늘을 움직인다 했던가.비록 그녀를 직접 마주하진 못했지만, 뜻밖에 오백을 발견할 수 있었다.오백이 전한 소식은 이랬다.봉구안이 전날 밤 원부에 들어간 뒤로,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소욱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원부는 각종 장치와 함정으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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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봉구안은 그림 속 인물을 다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원비라… 이 분에 대해 깊이 알아보신 적 있으십니까?”소욱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다만 선황께서 가장 총애하셨던 후궁이라 들었다.”“하지만 그 분은 억지로 입궁당한 인물이셨지. 선황께 마음을 주지 않았고, 늘 냉담했다고 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황께선 저 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귀히 여기셨다.”소욱의 시선이 멀어졌다.“아주 어릴 적, 원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들 말로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 곁에서 더는 버티기 힘들어 그렇게 했다고 하더군.”봉구안이 조심스레 물었다.“그 분의 가족은요?”“아무도 모른다. 다만… 죽을 당시 아이를 가진 몸이었고, 그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그 일로 선황 폐하의 성정이 크게 달라지셨지.”소욱은 고개를 돌려 봉구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때부터 원비란 이름은 궁 안에서 금기어가 되었고, 누구도 그 이름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선황께서도 그 일을 계기로 내게 당부하셨지. 후궁에게 진심을 주지 말라고.”잠시 말을 멈춘 소욱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하지만 너는 다르다, 구안아. 나는 이미 오래전에 내 마음을 너에게 주었어.”“…….”봉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욱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이제는 내 마음이 시들었을 거라 생각하느냐? 예전처럼 내 안위를 걱정해주지도 않는구나.”봉구안은 이마에 작게 주름을 잡으며, 진지하게 되물었다.“폐하, 원비의 아이가 정말 죽은 게 확실합니까?”소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 여인은 칼로 제 배를 찔렀다. 한 몸에 두 생명이 달린 상황이었지. 그 상황에서 아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말을 멈추고 있던 소욱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들었다.“혹시 너, 소무가 원비의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봉구안은 단언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깊어졌다.“닮았습니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게다가 소무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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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봉구안은 소무를 원부로 보낼 결심을 굳힌 이상, 더는 감출 것이 없었다. 그녀는 그동안 숨겨왔던 모든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소무는 이야기를 다 들은 뒤, 한동안 말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다 이내 품에서 조심스레 작은 상자를 꺼냈다.어릴 적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어머니의 초상이 담긴 소상이었다.그는 그림을 내려다보다가 순진한 눈으로 물었다.“그럼 이분이 제 어머니가 아닌 건가요?”소욱은 콧웃음을 흘리며 비아냥댔다.“이렇게 멍청한 걸 보면, 우리 소씨 집안 사람은 아니겠군.”그러고는 곧 생각을 바꿨다.‘아니지. 멍청한 소씨도 있었지.’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소막이었다.황위를 좇아 적국과 손을 잡고, 결국 목숨까지 잃은 인물. 그는 인간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봉구안은 말없이 소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원부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소무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무섭긴 해요. 하지만 알고 싶어요. 그분이 정말 제 어머니가 맞는지. 그리고 원탁이란 자를 꼭 찾아서, 사형의 독을 해독해 줄 약도 찾고 싶고요!”소욱은 한숨처럼 단호히 일렀다.“네 몸부터 잘 지켜라.”그러자 소무는 환하게 웃었다.“사형, 정말로 사형과 이복형제면 좋겠어요!”그의 웃음은 투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늘 혼자였다.사부와 사형들이 그를 아껴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문도일 뿐, 피붙이는 아니었다.진짜 가족이란, 피를 나눴다 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존재였다.소욱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만약 이 아이가 정말 원비의 자식이라면, 마음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꺼림칙한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만약 선황께서 어머니에게도, 원비에게 쏟은 관심의 반만이라도 내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분은 그렇게 허무한 끝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원비도, 그의 어머니도 결국 같은 길을 걸었다.궁중의 비운의 여인, 그리고 마지막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소무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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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소무는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검날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손가락 하나로 밀어내며, 앞에 선 백발의 노인을 향해 담담히 입을 열었다.“칼을 들 이유가 없습니다. 어젯밤 원가에 숨어든 것도, 사람을 해치려던 게 아니라… 가족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원 노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동 하나 없었다.“가족을 찾는다? 여긴 원가다. 누가 네 가족이라는 것이냐?”소무는 품속을 뒤져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이분입니다.”그림을 들여다본 순간, 원 노인의 얼굴빛이 단박에 바뀌었다.“이 그림을 어디서 났지?”소무는 솔직하게 말했다.“어젯밤, 원가 안에서 훔쳤습니다.”원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낮게 물었다.“그림 속 여인을 찾는다 했지. 그 여자가 너와 무슨 사이란 말이냐?”소무는 그림을 자신의 얼굴 옆에 들이밀었다.“닮지 않았습니까? 이 분이 제 어머니입니다.”“터무니없다!” 원 노인이 천둥같이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한 놈이 원가에 숨어들어 딸의 초상화를 훔쳐가더니, 얼굴이 닮았다고 아들이라 주장한다니?그리운 마음은 날마다 목을 조였지만, 아무 놈에게나 외손자라 불러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저놈을 어서 끌어내라!”그러자 소무가 급히 외쳤다.“제 아버지는 남제의 고위 신하입니다! 어머니께선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어요!”그 한마디에 원 노인의 눈빛이 흔들렸다.손을 들어 호위들을 물린 그는 조용히 물었다.“방금 뭐라 하였느냐?”소무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지금은 진심으로 거짓을 해야 할 때였다.아니, 거짓이라 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었으니.“어머니는 자유를 갈망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분을 가두었고,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저를 데려가시려 했지만, 살아남은 건 저 하나뿐이었습니다.”원 노인의 눈가가 흔들렸다.그날 밀정이 가져온 소식은 분명 모자가 함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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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소무는 원 노인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그저 한 걸음 늦게 걷고 있을 뿐인데도, 숨이 턱 막힐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그 순간, 앞서 걷던 원 노인의 발걸음이 불현듯 멈췄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저 네 어미 물건이 필요했던 거라면, 어째서 어젯밤엔 도망치고 오늘은 또 돌아왔느냐?”도둑질이 목적이었다면, 필요한 것만 챙겨 달아났어도 됐을 일이다.소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손바닥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였다.왜냐하면, 애초에 어젯밤 침입자는 그가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젯밤엔 어머니 초상화를 챙기려다 거의 들킬 뻔했습니다. 다른 걸 훔칠 겨를이 없었죠.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물건을 챙기는 데 남몰래 도둑처럼 굴 필요는 없겠더군요. 그래서 직접 찾아뵌 겁니다.”원 노인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소무는 그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저 등 너머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가 과연 자신의 말을 믿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한편, 도성의 한 객잔.봉구안은 소욱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소욱의 병세는 예측할 수 없이 요동쳤다.불시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짧게는 사오 분, 길게는 한 시진 가까이 이어졌다.지금은 9월 말.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지만, 그는 여전히 찬물에 몸을 담가야만 했다.이러다 정말 몸이 상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하지만 봉구안이 곁에 있으니, 그나마 소욱도 조금은 안정을 찾는 듯했다.그녀는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무너졌다.지금 그녀는 모든 희망을 소무에게 걸고 있었다.소무와 손을 맞잡아 반드시 원탁을 잡아낼 것이다.소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들키진 않았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소무의 모자란 듯 순박한 겉모습이 오히려 경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구안아...”욕조 안의 소욱이 힘겹게 그녀를 불렀다.봉구안은 몸을 숙여 그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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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장군! 어르신께서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시라 하셨습니다!”수행인의 외침에 원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미간을 찌푸렸다.“조부께서... 무슨 일 때문이라 하시더냐?”원가의 주인인 원 노인은 예전 조정에서 재상까지 지낸 인물이었다. 지금은 관직을 모두 내려놓고 은거한 채, 참선과 수양에 몰두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그런 분이 굳이 이렇게 급히 사람을 부르다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걸까?두 시진 뒤, 근무를 마친 원담은 곧장 원부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인들은 이미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원담이 말을 맡기자 그중 하나가 다가왔다.“작은 도련님, 나으리께서 바로 본채로 들라 전하셨습니다.”원 노인의 거처인 본채로 들어서자, 사랑방에선 이미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어머니 원 부인은 물론, 서원에 살고 있던 고모와 고모부까지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상석에는 원 노인이 앉아 있었고, 그 곁엔 낯선 청년 하나가 서 있었다.원담은 눈살을 찌푸렸다.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복색이나 기세를 보아도, 원가의 하인이나 호위병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조부님.”그는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원 노인은 천천히 수염을 쓸어내리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앉아라.”이내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원탁은 어찌 되었느냐.”원 노인의 말에 원노영은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아버지, 탁이는 유학 도중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의원 말로는 한동안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 하더군요.”대답은 조용했지만, 눈빛에는 억누른 원망이 비쳐 있었다.‘어찌 됐든 손자인데… 한 번쯤은 살펴봐주실 수 있는 것 아닌가요?’옆에 앉은 부군이 조용히 아내의 팔을 다독였다.진정하라는 무언의 위로였다.그러자 원 노인은 뜬금없을 만큼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모두들 듣거라.”“이 아이의 이름은 ‘소무’. 희가 낳은 내 외손자다.”그 순간, 사랑방 안이 얼어붙었다.모두가 숨을 멈추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충격,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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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남자는 언짢은 듯 미간 사이를 좁혔다.그는 잽싸게 창문과 문을 닫고 이어 아내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부인, 말이 많으면 화를 부르는 법이오.”원노영은 쌓인 울분을 쏟아내듯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수십 년이 지나도록 아버지께서 우리 부부에게 그토록 냉담하신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에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시지만, 언니의 죽음을 부군 탓으로 여기고 계신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째서 부군을 한 번도 등용하지 않으셨겠어요? 벼슬길 한번 열어주신 적도 없잖아요?”그녀의 말은 멈출 줄을 몰랐다.“이젠 ‘소무’ 란 아이까지 나타났네요. 그 애가 진짜 언니의 자식이든 아니든 간에, 애초에 세상에 얼굴을 비추어선 안 되는 존재였어요!”원 대인은 욕심 없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아버님께서 나를 도와주시지 않은 건, 내 재주가 모자랐기 때문이지, 처형의 일 때문은 아니오.아버님은 그런 옹졸한 분이 아니시오.”원노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설마 잊은 건 아니겠죠? 그때 아버지께서 그 일에 동의하셨던 조건, 기억나시죠? 임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으니, 언니만은 반드시 무사히 데려오라고 하셨어요.”원 대인은 말없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고개를 숙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모두 내 탓이오. 아버님께서 나를 원망하시는 것도 당연하오.”원노영은 그런 원 대인을 안쓰럽게 끌어안았다.“부군 잘못이 아니에요. 그건 단지… 언니의 운명이었을 뿐이죠. 누가 알았겠어요, 언니가 남제 황제를 사랑하게 될 줄은… 그리고 그 사랑이 언니를 죽음으로 내몰 줄은… 언니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뿐이에요.”“우리 모두 동산국을 위해 그랬던 거잖아요. 언니는… 나라를 위해 죽은 거예요. 그런데도 아버지께선 아직도 그 일 하나에만 매달리고 계세요.”“우리를 미워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탁이까지 눈 밖에 내치셨죠.”“이젠 정말 지쳤어요. 이젠 그만… 아버지를 장원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조용히 여생을 보내시게 말이에요.”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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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소무는 눈앞의 원담을 올려다보며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남제 황제? 그게 누구죠?”원담의 눈빛이 번뜩였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날 속일 순 없다.”“어젯밤 남제 황제가 기습에 실패하더니, 오늘은 또 수를 바꿨구나. 말해라. 이번엔 무슨 꿍꿍이지?”소무는 이를 딱딱 갈았다.“정말 의심도 병입니다. 조부님 말씀을 벌써 잊으신 건가요?”“전 조부님의 외손주입니다. 설마 형님께서 제일 존경한다는 조부님 말씀도 못 믿으시는 건 아니죠?”‘그 노인’을 들먹이면 웬만하면 통했다.역시나, 원담의 눈빛에 망설임이 스쳤다.그는 원 노인을 가장 존경하고 있었다. 소무는 그의 어깨를 밀치고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래서 계속 저를 모른 척하실 건가요?”“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겠네요. 또 다른 사촌이 있다고 들었어요.”“탁 형님은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 앞으로 형님이라 부르거라.”소무는 무심하게 손을 휘저었다.“형님이든 호칭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어차피 전 이 집에 오래 안 있을 거거든요. 조부님께서 어머니 유품만 주시면 바로 무애산으로 돌아갈 겁니다.”무애산. 원담은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그러나 지금 소무와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었다.“원부는 커서 너 혼자 돌아다니긴 역부족일 것이다. 구경하고 싶으면 하인과 함께 다니는 게 좋을 게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무가 앞을 막아서며 성큼 다가섰다.“어딜 도망가십니까?”“안 됩니다.”“절 데리고 다녀주세요.”“원부 안에 있는 기계장치는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거든요. 특히 그 ‘천사진’인가 뭔가는 사람을 산 채로 조여 죽인다죠? 전 아직 젊고, 어립니다. 죽기 싫다고요.”원담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그렇게까지 심하진 않다.”“물론 장치가 많긴 하지만, 넌 원가 사람이니 하인들이 알아서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서원만 안 가면 천사진을 마주칠 일도 없다.”“서원?” 소무의 눈이 반짝 빛났다.“거긴 뭐 하는 곳이죠? 조부님께서 계신 본원보다 경비가 더 심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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