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밀실에서는 태자 사현진조차도 약을 찧고 있었다. 하물며 나머지 호위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은이는 비록 은위의 우두머리였으나, 요즘엔 많이 닳고 닳아 성질도 죽어버린 터였다. 찧으라면 찧고, 옮기라면 옮겼다. 그래서 그는 하루빨리 저 늙은이들이 해독제를 만들어내길 간절히 바랐다.그때, 원 노인의 하인이 떠나기 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소무에게 기름종이에 싼 닭다리 하나를 슬쩍 건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부님께 왜 자신을 따라가게 해주지 않았냐며 투덜대던 소무는, 묵직한 닭다리를 받아 들고는 입이 귀에 걸려 하인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는 그 닭다리의 의미를 이내 곧 깨달았다.그는 하인의 팔을 덥석 잡았다.“나… 이제 밖에 나가도 되는 거지?”꼭 답답해서 나가려는 게 아니라, 원 노인의 상태가 걱정돼서였다. 그 말을 들은 하인은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아, 큰일 날 뻔했네요. 태자 전하, 원 노인께서 오늘 밤 전하를 뵙고자 하십니다.”사현진은 찧던 약을 멈추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밤이 되자 봉구안은 은이와 함께 약재를 구하러 원부 밖으로 나갔다. 한편 사현진은 하인의 인도로 원 노인의 내실로 향했다.원 노인은 단지 보름 만에 태자를 보는 것뿐인데도, 사현진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랄 뻔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얼굴엔 흙먼지가 묻어 있으며, 옷은 구겨지고 낡아 있었다. '이 사람이 정말 그 맑고 고결하던 태자 전하란 말인가? 설마 하인이 사람을 잘못 데려온 건가? 아니면 자신이 노안에 헛것을 본 것인가?'사현진은 원 노인의 몸 곳곳에 남은 상처를 보곤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동산국을 위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원 노인은 마른기침을 몇 번 하며, 음성을 다듬었다. “전하, 전하께 반드시 전해야 할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말씀하십시오.”“폐하께서는 머지않아 소황을 체포하실 예정입니다. 허나 소신이 폐하께 아뢴 바와 같이, 소황을 잡기 전에 그의 공범들을 먼저 끌어내야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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