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폭군의 장군 황후: Bab 1481 - Bab 1490

1518 Bab

제1481화

“당초 남제로 보내질 사람은 누님이셨습니다.”원노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원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 말은… 그때 죽었어야 할 사람이 나였단 뜻이야?”“너 정말 잔인하구나! 어쩐지 이 수년 동안 너도 아버지도 날 차갑게 대했지. 결국 언니가 죽은 게 나 때문이라 여겼던 거구나!”“뭐든 잘못된 건 다 내 탓이란 뜻이겠지!”“난 아버지의 친딸이 아니란 말이냐? 난 네 친누나가 아니란 말이냐!”“왜 모든 죄가 내게 돌아와야 하는 것이냐! 언니가 날 대신해 남제로 첩자가 되어 간 건, 언니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내가 억지로 떠밀지 않았어!”원수는 실망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얘기를 꺼낸 건 누님을 책망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매형은 누님을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자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자입니다. 원탁이 죽은 것도 결국 매형이 탁이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매형이 망상을 품지 않았더라면, 탁이는 평범한 아이처럼, 아무 근심 없이 자랐을 겁니다…”“그만해!”원노영은 억눌렀던 아들을 잃은 고통이 고통이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울부짖었다.아들은 그녀의 전부였다.그의 비참한 죽음 이후, 하루도 그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원수가 하는 말은 소황이 아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증거는 있느냐?!” 그녀가 외쳤다.“이제는 정신 좀 차리십시오, 누님.”“지금 매형은 우리 가족들을 또 해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눈 감고 스스로를 속이려 하십니까?”원수의 말투는 싸늘했다.원노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나는… 믿을 수 없다…”“부군이 날 마음에 두지 않았다니? 그럴 리 없어!”“부군이 지금껏 나에게 한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다고? 우린 한 이불을 덮고 지낸 지 스무 해가 넘었다!”“매형은 자기 자신의 친아들도 희생시켰습니다.”“하물며 누님이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원가는 절대 무너져선 안 됩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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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천옥 앞.원노영은 두 손에 각각 책자와 횃불을 들고 있었다.그녀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소황! 네가 원하는 건 지금 내 손안에 있어!”“아버지! 불효한 딸을 대신해 누명을 쓰시다니… 죄송합니다!”소황은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그는 원노영이 들고 있는 책자의 표지를 보자마자 눈빛이 흔들렸다.잃어버렸던 그 책이 분명했다.‘정말로 원 노인이 누명을 쓴 것이었단 말인가?’소황은 얼굴에 연민을 띤 미소를 걸며 조심스레 다가갔다.“부인, 그건 내 사적인 물건이 아니오. 폐하께서 특별히 맡기신 것이니, 어서 돌려주시오.”“그리하면 장인어른도 무사하실 것이오…”그러나 원노영의 눈에는 이미 그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이 남자를 믿었다.그를 좋은 서방님이라 여겼고, 최소한 자신만은 다르게 대할 거라 믿었다.하지만 결국… 그도 똑같았다.그는 위선과 야망으로 덧칠된 남자였다. 그는 목적을 위해선 누구든 희생시킬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심지어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아들까지도 희생시키는 무서운 사람이었다.“소황! 넌 짐승이야, 짐승!”그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외쳤다.“이 책이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그래서 난 이걸… 태워버릴 거야! 이 책만 없었어도, 내 아들은 죽지 않았어!”소황의 얼굴이 굳어졌다. 입가의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고, 이내 곧 창백해졌다.“부인… 지금 오해하고 있소. 누가 무슨 소리를 했든, 우린 부부로 이십 년을 함께했잖소.”“정말 날 못 믿겠소?”“원탁은 내 아들이오.”“내가 어떻게 내 아들을 해칠 수 있겠소!”“그 책은 원가의 운명, 아니 동산국 전체의 미래가 달린 물건이오. 그러니 부인, 제발… 그 책을 어서 내게 넘기시오.”그는 손을 조심스레 내밀며 한 걸음 다가갔다.그러자 원노영이 불쑥 횃불을 들어 올렸다.“오지 마! 다가오면 태워버릴 거야! 내 몸엔 이미 기름을 부었어. 이 책을 무사히 가져가고 싶다면, 물러서!”소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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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그날 밤,원노영의 시신은 곧바로 원부로 옮겨졌다.원수와 원담은 서로를 바라보며, 슬픔과 절제된 냉정을 띄운 눈빛을 주고받았다.“아버지, 고모님의 장례는 반드시 성대하게 치러져야 합니다.”원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정탐을 나갔던 호위가 급히 보고했다.“대인, 소황은 화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천옥에 갇혀 있는 대인께서는 더 이상 심문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원수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직접 백포를 들어 시신을 덮었다.원담은 시신 앞에 조심스레 절을 올렸다.“고모님, 고모님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사실 원수는 마음속이 복잡했다.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이번엔 둘째 누이의 목숨을 대가로 아버지의 생명을 구했다.비록 집안에서 남자의 목숨이 더 중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누이가 죽어야만 했던가?원담은 원수의 갈등을 읽어내고는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고모님께서는 이번에 많은 이들을 구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뿐만이 아닙니다. 아버지, 아직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 그 책자는 ‘약쟁이독’의 근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할아버지께서 그걸 훔쳐 간 이유는 그걸 바탕으로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태자전하께서 관련된 그 사건이 바로 그 책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고모님께서 정신이 나간 척 자결하는 연극을 하지 않으셨다면, 폐하께서는 그 책이 타버렸다는 걸 믿지 않으셨을 겁니다.”“그럼 할아버지께 가혹한 고문이 이어졌을 거고, 원부 전체가 샅샅이 수색당했을 것입니다.”“해독제를 만들지 못한다면, 죽게 될 사람들은 수천, 수만 명의 무고한 백성들이 되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원수의 표정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이 일이 이렇게까지 얽혀 있었단 말이냐… 폐하마저도 그 일에 연관되어 있다니…”“그렇다면 폐하께서 매형과 손잡고 약쟁이를 만들었다는 건… 결국 백성의 생명을 안중에 두지 않으신다는 말이구나.”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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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봉구안은 몇몇 신의들에게 단호히 말했다.“그냥 약을 시험하십시오. 정말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천수지독은 제가 책임지고 해독하겠습니다.”신의들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해독까지 하실 수 있다니,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곧이어 그들은 시선을 소욱에게로 돌렸다.“폐하, 다시 한 번 소량의 혈액을 부탁드립니다.”“……”이제는 아주 익숙한 절차가 되어버렸다.그날 밤.화상을 입은 소황은 원부로 돌아왔다.원부 안은 이미 쑥대밭이 되어 있었고, 집 안에는 원수 일가들만 남아있는 상태였다.소황은 곧장 원노영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원노영은 이미 불에 타 백골이 된 상태였다.그는 겉으로 보기엔 몹시 슬퍼 보였다. 그는 원노영의 시신 앞에 거의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가린 채 오열을 했다.“부인… 아이고 부인…”“부인마저 이렇게 나를 떠나다니… 난 이제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소.”“부인,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오?”그의 울음소리는 원부 안에 울려퍼졌다.마치 깊이 후회하는 듯 보였다.“내가 밖의 일에만 몰두한 것이 잘못이었소.”“그대를 외롭게 두었소. 아들이 떠난 그 아픔을 내가 알면서도 곁에 있어주지 못했소… 다음 생에는 꼭 다시 부부가 되오…”원부 안 하인들은 그의 말을 듣고 깊이 감동했다.그러나 동원 쪽에 있는 진실을 아는 원담은 콧방귀를 뀌었다.연기를 하자면, 원부 안에서 소황을 능가할 자는 없었다.가련한 고모는 평생 사람을 잘못 믿은 죄로 소황에게 농락당한 셈이었다.다음 날.원 노인은 황제의 명에 의해 석방되었다.호위들은 원 노인을 부축해 원부로 들여보냈다.빠진 손톱, 가슴에 찍힌 낙인, 걷지 못하는 두 다리… 그는 온몸에 고문의 흔적을 달고 있었다.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던 하인이 그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했다.“아이고, 대감마님…!”원 노인은 이미 숨이 붙어 있는 것조차 기적과도 같았다. 하인은 곧장 의원을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했다.의원이 도착했을 무렵, 소황도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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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이 밀실에서는 태자 사현진조차도 약을 찧고 있었다. 하물며 나머지 호위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은이는 비록 은위의 우두머리였으나, 요즘엔 많이 닳고 닳아 성질도 죽어버린 터였다. 찧으라면 찧고, 옮기라면 옮겼다. 그래서 그는 하루빨리 저 늙은이들이 해독제를 만들어내길 간절히 바랐다.그때, 원 노인의 하인이 떠나기 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소무에게 기름종이에 싼 닭다리 하나를 슬쩍 건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부님께 왜 자신을 따라가게 해주지 않았냐며 투덜대던 소무는, 묵직한 닭다리를 받아 들고는 입이 귀에 걸려 하인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는 그 닭다리의 의미를 이내 곧 깨달았다.그는 하인의 팔을 덥석 잡았다.“나… 이제 밖에 나가도 되는 거지?”꼭 답답해서 나가려는 게 아니라, 원 노인의 상태가 걱정돼서였다. 그 말을 들은 하인은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아, 큰일 날 뻔했네요. 태자 전하, 원 노인께서 오늘 밤 전하를 뵙고자 하십니다.”사현진은 찧던 약을 멈추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밤이 되자 봉구안은 은이와 함께 약재를 구하러 원부 밖으로 나갔다. 한편 사현진은 하인의 인도로 원 노인의 내실로 향했다.원 노인은 단지 보름 만에 태자를 보는 것뿐인데도, 사현진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랄 뻔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얼굴엔 흙먼지가 묻어 있으며, 옷은 구겨지고 낡아 있었다. '이 사람이 정말 그 맑고 고결하던 태자 전하란 말인가? 설마 하인이 사람을 잘못 데려온 건가? 아니면 자신이 노안에 헛것을 본 것인가?'사현진은 원 노인의 몸 곳곳에 남은 상처를 보곤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동산국을 위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원 노인은 마른기침을 몇 번 하며, 음성을 다듬었다. “전하, 전하께 반드시 전해야 할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말씀하십시오.”“폐하께서는 머지않아 소황을 체포하실 예정입니다. 허나 소신이 폐하께 아뢴 바와 같이, 소황을 잡기 전에 그의 공범들을 먼저 끌어내야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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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그 밀실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서재처럼 꾸며져 있었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원 노인과 소욱이 마주 앉아있었다.원 노인과 소욱이 일제히 문쪽을 바라보았다. 그 두사람은 예상치 못한 봉구안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콜록콜록… 자네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원 노인은 이미 노쇠하여 조그만 자극에도 놀라기 쉬운 지경이었고, 얼굴빛은 창백했다가 금세 다시 푸르스름해졌다.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며 눈가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아차… 내가 착각을 했구나.’그녀는 곧바로 하인의 멱살을 놓고는 냉랭한 얼굴로 소욱에게 따졌다. “지금껏 얼마나 나가 계신지 아십니까?”소욱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은 나도 몰랐구나. 게다가 이 본원 안에서야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왜 안 생긴다고 하십니까!”봉구안은 반사적으로 반박했다.그때, 원 노인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마마께선 노신이 폐하를 해칠까 염려하신 듯합니다.”봉구안은 얼굴빛이 싸늘해졌다. “양심에 거리낄 일이 없다면, 어찌하여 소무를 기절시켜 옮긴 것이냐? 혹여 소무가 폐하를 구하겠다며 날뛰면, 방해가 될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냐?”원 노인의 눈빛이 조금 흐려졌다. 그때, 겨우 정신을 차린 하인이 서둘러 해명했다.“오해이십니다! 일이 중대한 터라, 원 노인께선 도련님이 위험에 처할까 걱정하시어, 기절시켜 밤중에 조용히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 하셨을 뿐입니다.”“풉.”소욱은 그만 이 심각한 상황에 웃어버렸다.“?”“지금 웃으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소욱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낮게 속삭였다. “구안아, 지금 네 모습이 꽤나 격앙돼 보이는구나. 네 얼굴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다.”봉구안은 그 자리에서 주먹을 날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지금 그들이 밟고 있는 땅은 동산국이었다. 누구든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곳이지 않는가!그녀가 예민하게 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녀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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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이전과는 달리, 이번 시험약에서 열무신의 반응은 유독 격렬했다. 그는 땅 위에서 고통스럽게 몸을 떨며 울부짖었다.마치 무언가가 그의 몸을 찢어발기는 듯했고, 그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몇몇 호위가 급히 다가가 그를 제압하고 기절시키려 했으나, 열무신은 좀처럼 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극심한 통증이 그를 자극하여, 짧게 실신하더라도 곧장 정신을 되찾는 것이었다.신의들은 약은 잘 만들지언정 무예엔 어두웠기에, 모두 멀찍이 떨어져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호위들이 힘을 합쳐 가까스로 열무신의 팔다리를 다시 결박했다.그러나 그의 고통은 여전히 심했다. 목덜미의 핏줄은 불끈 튀어나와 있었고, 그 색이 원래는 푸른빛이어야 하나, 지금은 거의 검은빛에 가까웠다.그 모습은… 마치 천수지독에 중독된 자와 흡사했다!이에 봉구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했다. “밧줄을 풀고, 바닥에 눕혀라! 옷을 걷어라!”호위들이 전력을 다해 열무신의 사지를 제압한 뒤, 그를 땅에 눕혔다.진한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그의 옷자락을 젖혔다.드러난 그의 가슴팍엔 깊고 얕은 흉터들이 얼기설기 나 있었다.봉구안은 단호하게 침을 꺼내들었다. 곧장 주요 혈자리를 눌러 그의 움직임을 제어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무신의 몸부림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마치 사나운 짐승이 어르고 달래짐을 받은 듯,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진한길은 그 순간을 틈타 그를 단숨에 기절시켰다. 혹여 다시 발작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이제서야 신의들이 다가올 수 있었다. 모두가 봉구안이 과연 어떻게 천수지독을 풀어낼까 궁금해했다.그녀의 눈부신 침술, 복잡한 순서와 조합은 신의들조차 감히 다 외우기 어려울 정도였다.반 시진이 흐른 뒤. 봉구안은 조용히 침을 거두었다.열무신 목덜미를 따라 올라오던 검은 선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그제야 밀실 안은 마침내 조용해졌다..이번 시험약이 열무신의 약쟁이 독을 정말로 해독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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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남제. 북부 변경 도시. 약쟁이들은 몇몇 성에 집중 수용되었고,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서왕은 많은 호위병을 이끌고 성 밖을 철저히 지켰다.동방세는 이미 약쟁이가 되어 염신의에게 시험 대상자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염신의조차도 지금껏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약동이 그의 머리카락이 날로 빠져가는 모습을 보고는 더는 참지 못했다.“사부님, 사부님 혼자서는 단시간 내에 해독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이전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수년간 쌓인 연구 덕분이었지, 며칠 만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염신의는 병든 몸을 억지로 추슬러 일어섰다.“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나, 해보지 않고는 안 된다.”약동은 도무지 보다 못해 말했다.“사부님! 변경 도성에 온 뒤로 단 하루도 편히 주무신 적이 없으십니다! 이러다간 몸이 견디지 못할 겁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서왕이 도착했다. 그는 염신의의 창백한 안색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해독제가 시급한 건 사실이나, 몸을 저렇게 혹사시켜선 안된다.”약동도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하, 부디 사부님을 말려 주십시오. 아니면… 아니면 차라리 다른 분께 이 일을 맡겨 주십시오!”그러나 서왕은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이미 다른 의원들에게도 부탁해 본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약쟁이가 될까 두려워 변경에 오기를 거부했고, 또 일부는 열의는 있으나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약쟁이의 독을 다루는 데 있어 염신의만큼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이는 없었다. 그러니 그의 몸이 이토록 지쳐가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서왕은 그를 물릴 수 없었던 것이다.해독제는 단지 백성들의 생명만이 아니라, 같은 독에 중독된 황제의 안위와도 직결된 일이었다.서왕뿐만 아니라 염신의 스스로도 포기할 수 없었다.염신의는 손을 들어 약동의 뺨을 때렸다.“함부로 지껄이지 말거라! 그런 말은 다시는 하지 말거라…!”약동은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그는 거의 절망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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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장공주는 제윤이 얼이 빠진 듯 멍한 얼굴을 하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마지막 말은 농담이다.”“다만, 공을 세우면 포상을 받는다는 말은 진심이지.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어서 출발하자구나.”제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언제 함께 가겠다고 했지?’그 뒤로 제윤은 장공주가 얼마나 끈질긴 사람인지 몸소 깨달았다. 어디를 가든 장공주는 꼭 따라붙었고, 말까지 탈 줄 아는 데다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말로 해도 듣지 않으니,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그는 이미 그녀에게 수차례 경고하였다. 변방은 위험하다 말했건만, 그녀가 굳이 가겠다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목적까지 포기할 순 없으니, 더 얽혀봤자 본인만 손해였다.두 사람이 변방에 도착했을 무렵, 성 밖에는 수척한 얼굴의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이 성은 출입 금지다! 어디서 왔느냐! 어서 신분을 밝히거라!"제윤이 앞으로 나서 의도를 밝혔다. 자신이 한때 정예군 출신이며 성을 지키기 위해 왔다는 말에, 병사들은 즉시 상관에게 보고했다. 예상대로 제윤은 성에 남게 되었지만, 장공주는 쫓겨날 판이었다.병사들 눈엔 그녀가 단순한 무지렁이로만 보였다. 성 안에 있어봐야 쓸모는커녕 약쟁이에게 해를 입을 위험만 클 뿐이었다.장공주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다. 자칫했다간 바로 황성으로 끌려갈 터였다. 당황한 그녀는 곧장 제윤을 가리키며 외쳤다.그는 호위병들에게 호위복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저 자는 내 부군이다! 내 부군이 성을 지키면, 나는 그 옆을 지키겠다!”장공주의 말에 제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장공주를 바라보았다.'이젠 날 부군이라 소개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미 그녀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기에 반응하지 않았다.사정을 모르는 병사들은 그녀의 결연한 의지에 감동받았다. 대부분이 집에 처자식을 둔 자들이라, 저 여인의 절절한 마음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일단은 성 외곽 천막에서 머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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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무엇입니까?”서왕은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장공주는 입술을 다물고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마땅히 이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고심하는 듯했다.“정말 폐하에 대한 소식은 하나도 없느냐?”서왕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을 어찌 감히 숨기겠습니까?”장공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너와 폐하는 의형제라 해도 믿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지. 충심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고... 그렇다면 네게 말해도 되겠구나.”장공주의 말은 뜬구름 잡는 듯했다. 장공주를 바라보는 서왕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다행히 장공주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서왕에게 조용한 장소를 마련해달라 요청했다. 단 두 사람만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족하다고 했다.서왕은 둘이 있는 텐트를 둘러보았다. 이 안엔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심복 호위인 유화조차도 텐트 바깥을 지키고 있을 뿐, 명령 없이는 절대 들어오지 않았다.그렇다면 더 조용할 곳이 어디란 말인가?장공주는 그의 시선을 눈치채곤 말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여기면 되겠구나.”“사실은 내가 도성을 떠나기 전부터... 담대연이 사람을 보내 나를 찾았다.”“나는 그 자를 잘 모른다. 다만 그가 본래 동산국의 밀정이었다가 남제로 귀순하여, 줄곧 천형장에서 일해왔다 들었지.”“그가 나를 만나고 싶다 하여, 나도 의아했다.”“하여 천옥에 갔더니, 그자가 내게 물건 하나를 건네며, 반드시 폐하 또는 황후마마께 직접 전하라 했다.”“그는 몇 번이고 당부했다. 마치 내가 말을 못 알아듣는 것처럼 말이다. 그 누구에게도, 그를 만난 사실조차 발설하지 말라 했다.”사실 그녀는 이 말을 꺼내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 특히 영주 감옥에 갇혀 있던 그 기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었고, 그 물건을 어디에도 들키지 않게 숨겨야 했다.서왕은 담대연이 어떤 자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지극히 총명하며, 기계술에 정통한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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