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욱과 봉구안이 눈빛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만약 새로운 약쟁이독이 나타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될 것이다.그 말은 곧, 지금까지 힘겹게 만들어낸 해독약들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해독약을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저번에 해독약을 제조할 때도 수많은 인력과 물자가 소모되었고, 독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았다.소욱의 낯빛이 한층 더 엄중해졌다. “만약 담대연이 새로 만든 약쟁이독을 손에 쥐고 있다면, 이번 전쟁의 국면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눈빛은 어딘가 흔들렸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게 생각하면… 담대연이 흘린 허망한 술책일 수도 있습니다.”소욱은 미간을 좁혔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담대연이 고의로 이 소문을 흘려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일 수도 있다.”“허나 어떠하든, 대비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혹여 약쟁이독에 변화가 생긴다면, 우선 태의를 남겨 두어 세밀히 살피게 하거라.”봉구안은 담담히 응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곧이어 진한길이 명을 받들고 나갔다. 봉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사람 위에 있으되, 사람을 사람으로 보라.' 바로 담대연이 남긴 말입니다.”소욱은 눈을 감고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그 말의 뜻은, 윗자리에 있는 자라면 백성을 제 몸처럼 여기고, 인덕을 바탕으로 삼으며, 화목과 성실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겠지. 허나, 담대연이 과연 스스로는 그것을 해내고, 남들은 해내지 못한다고 여겨 세상을 통일하려 한다는 것이냐…”말을 멈춘 그의 눈빛에 비웃음이 스쳤다. “도성을 불태우고, 백성을 무참히 살육한 자가, 감히 이런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봉구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소욱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담대연은 끝내 담대연일 뿐일지도 모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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