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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1631 - 챕터 1640

1703 챕터

제1631화

담대연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즉시 사람을 불러 원담의 상처를 치료하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멎었고, 원담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고통으로 의식이 흐릿해졌지만, 그는 끝까지 그 칼을 움켜쥔 채였다. 맹세한 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했으니까.담대연이 침상 곁으로 다가와 안타까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조심했어야지.”“눈앞의 적만 보다가 뒤에서 덮칠 자를 놓쳤구나. 방심한 대가겠지.”원담의 핏기 없는 입술이 비틀렸다. 웃음인지 조롱인지 모를 표정이었다. “거짓된 연민은 그만두십시오. 역겨우니.”담대연의 얼굴에는 화기가 전혀 서리지 않았다. 손을 뻗어 원담의 가슴을 스치며 단단히 감긴 붕대를 어루만지더니, 그가 움켜쥔 칼에 손을 올렸다.원담의 집요한 힘이 칼집 너머로도 느껴졌다. “이 칼을 무척 아끼는군. 기절 직전인데도 놓지 않다니.”원담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이미 말했듯이 저는 이 땅의 왕이 될 자입니다. 이건 그 증표지요. 절대 잃어버려선 안됩니다.”담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네가 황제를 죽였구나. 원담, 나는 기쁘다. 상처가 나으면... 그때는 나를 죽여도 좋다.”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홀로 남겨진 원담이 팽팽히 긴장했던 몸을 겨우 풀었다. 적어도 칼은 손에 넣었다. 황제 따위... 적국에 몸을 의탁하려는 군주는 애초에 죽어 마땅했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며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자신을 중히 여겨주던 황제, 반대를 무릅쓰고 대장군으로 봉했던 그 황제. 예전엔 분명 강적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동산국을 강하게 만들겠다던 군주였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나약해진 것일까.담대연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바닥에 쓰러진 시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서늘했다.부하가 물었다. “참모님, 동산국 황제의 시신을 어찌 처리할까요?”담대연이 침착하게 명했다. “군주의 예로 두텁게 장사 지내거라. 모든 자가 그를 애도하도록 하라.”“남강의 장수들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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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완부옥은 남강에서 오천 명을 이끌고 나와 남제군과 맞섰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니 승산은 거의 없었다.더구나 그 오천은 훈련조차 받지 못한 평범한 백성들이었고, 그중에는 노약자와 부녀자도 적지 않았다.그들은 오직 기개 하나로 천 리 길을 걸어 동산국까지 도착했을 뿐, 다시 전장에 내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완부옥은 자신의 약세를 뚜렷이 알고 있었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자신이 한 발 물러나면 남강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이었다.작은 성 하나가 완부옥 일행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완부옥의 본래 계획은 소황이 거느린 오만 대군과 합류하여 남강군의 지휘권을 되찾는 것이었다.하지만 동산국에 도착해서도 오만 대군의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10월의 하늘은 쓸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날, 오백이 편지를 들고 완부옥을 찾아왔다.갈십칠이 그를 사저 앞으로 데려왔다.“사저님, 남제 황후의 밀서입니다. 사저님께서 직접 열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분명 지난 정분을 미끼로 사저님을 꾀어 동산국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수작일 겁니다!”그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남제와 남강은 본래 동맹국이었는데, 이제는 기회를 노려 남강을 집어삼킨 꼴이었다.그 황후 역시 선량할 리 없을 터였다.완부옥은 오백을 알아보고 서신을 받아 펼쳐 재빨리 훑어보았다.필적은 분명 봉구안의 것이었다.처음에는 갈십칠과 마찬가지로 봉구안이 퇴각을 권하려는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는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소황이 거느린 오만 대군은 이미 이만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그는 담대연을 구원하러 가지 않고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제를 치러 갔다는 것이었다!완부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갈십칠이 다급히 물었다.“사저님, 어떻습니까? 서신에 무엇이라 적혀 있습니까?”완부옥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소황과 담대연이 갈라섰다. 남강 장졸의 절반이 이미 전사했다는구나.”“뭐라고요!”갈십칠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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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봉구안이 이번에 떠나게 되자, 원담 쪽은 더 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오백에게 명을 내려 원가에 잠입시켜 원담의 소식을 기다리게 했다. 오백은 즉시 명령을 받고 물러났다.그가 장막을 나서자, 봉구안 역시 떠날 준비를 했다. 나서기 전, 그녀는 살짝 까치발을 들고 소욱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소욱은 그녀가 이번 길에서 어떤 위험과 마주할지 몰라 걱정에 잠겨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의 입맞춤은 이미 스쳐 지나간 뒤였다.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다시 입을 맞췄다.깊고 오래도록 머무는 그 입맞춤 속에는 그의 걱정과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마침내 봉구안이 그를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그만하세요. 이제 가야 합니다.”……봉구안은 군마를 골라 타고 곧장 남쪽으로 향했다. 닷새가 지나자, 마침내 그녀는 완부옥이 진을 친 군막을 바라보게 되었다.“이럇!”군막에서 몇 리 떨어진 곳에서 그녀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췄다. 말굽이 땅을 탁탁 두드리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봉구안은 꼿꼿이 선 등허리를 곧추세우고, 높이 묶은 머리칼을 바람에 흩날리게 두었다.그때 의전을 맡은 갈십칠이 달려왔다. 그는 곧바로 봉구안의 뒤쪽을 경계하듯 살폈다. 혹시 시종이나 군사가 따라오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이윽고 그는 봉구안을 모시고 주막으로 들어갔다.그 길에서 봉구안이 본 광경은 참혹했다. 어지럽게 흩어진 이른바 병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거나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핏기 없이 누렇게 떠 있었고, 손에 쥔 병장기라 해도 들쭉날쭉했으며, 어떤 이는 품에 갓난아이까지 안고 있었다. 전혀 군사라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떠돌이 백성, 난민에 가까웠다.그들의 시선이 봉구안을 향했다. 원망과 증오가 뒤섞인 눈빛이었다. 하지만 봉구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의 시선을 당당히 받아냈다.주막에 들어서자 마침내 완부옥이 있었다.두 사람은 오랜 벗이었다. 죽고 사는 고비를 함께 넘겼던 사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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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동산국 황성 밖, 남제의 대영.소욱은 군사들의 급보를 받았다.“아룁니다! 폐하! 동방군이 남강의 전쟁포로 이만여 명을 사로잡았습니다!”모든 장수들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그러나 소욱은 차갑게 물었다.“그 남강인들뿐이냐, 소황은 어찌 되었느냐?”“폐하, 소황은 잡히지 않았습니다.”소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소황이 도망쳤다면, 후환이 될 터였다.그는 곧 명을 내렸다.“소황 일당 중 누구든 살아 있으면 잡아오고, 죽었으면 시체라도 가져오너라!”“명 받들겠습니다!”……보름 이상 요양한 끝에, 원담은 겨우 땅을 딛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허나 담대연은 여전히 수많은 인원을 붙여 감시하였다.그를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원담은 간절히 그 검을 봉구안에게 전해주고 싶었으나, 부상은 아직 깊었고 몸은 사람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다.게다가 담대연은 요 며칠 내내 근심 가득한 얼굴이었다.원담은 짐작하였다.남제 군이 곧 들이닥칠 모양이라고.그날, 그는 담대연과 부하의 대화를 엿들었다.“서쪽에서 아직 소식이 없으니, 틀림없이 변고가 생겼다. 사람을 보내 확인하거라.”“예, 알겠습니다.”이어 그 부하가 다시 물었다.“참모님, 완부옥이 동산국에 들어왔습니다. 찾아내어 그 자 몸속의 고왕을 빼앗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약쟁이 독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존재는 해독제가 아니었다.그 독을 다스릴 수 있는 고왕이었다.그리고 완부옥이야말로 가장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되었다.담대연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완부옥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명 받들겠습니다.”허나 담대연이 완부옥을 찾으려 할 때쯤, 완부옥은 이미 봉구안과 함께 그의 앞을 찾아가고 있었다.……이틀 뒤, 한밤중.남제의 대군 주둔지.봉구안은 완부옥을 데리고 돌아왔다.진한길이 급히 황제께 아뢰었다.“폐하! 황후마마께옵서 돌아오셨습니다!”소욱은 즉시 겉옷을 걸치며, 간절히 그리던 아내를 보러 나섰다.천막 문을 젖히자, 완부옥이 그 곁에 있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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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소욱과 봉구안이 눈빛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만약 새로운 약쟁이독이 나타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될 것이다.그 말은 곧, 지금까지 힘겹게 만들어낸 해독약들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해독약을 다시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저번에 해독약을 제조할 때도 수많은 인력과 물자가 소모되었고, 독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았다.소욱의 낯빛이 한층 더 엄중해졌다. “만약 담대연이 새로 만든 약쟁이독을 손에 쥐고 있다면, 이번 전쟁의 국면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눈빛은 어딘가 흔들렸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게 생각하면… 담대연이 흘린 허망한 술책일 수도 있습니다.”소욱은 미간을 좁혔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담대연이 고의로 이 소문을 흘려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일 수도 있다.”“허나 어떠하든, 대비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혹여 약쟁이독에 변화가 생긴다면, 우선 태의를 남겨 두어 세밀히 살피게 하거라.”봉구안은 담담히 응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곧이어 진한길이 명을 받들고 나갔다. 봉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사람 위에 있으되, 사람을 사람으로 보라.' 바로 담대연이 남긴 말입니다.”소욱은 눈을 감고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그 말의 뜻은, 윗자리에 있는 자라면 백성을 제 몸처럼 여기고, 인덕을 바탕으로 삼으며, 화목과 성실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겠지. 허나, 담대연이 과연 스스로는 그것을 해내고, 남들은 해내지 못한다고 여겨 세상을 통일하려 한다는 것이냐…”말을 멈춘 그의 눈빛에 비웃음이 스쳤다. “도성을 불태우고, 백성을 무참히 살육한 자가, 감히 이런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봉구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소욱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담대연은 끝내 담대연일 뿐일지도 모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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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담대연은 온화하면서도 고요한 눈빛을 머금은 채,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원담을 체포하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상관없다.”“예!”한편, 원담은 이미 오주성을 빠져나간 뒤였다. 그는 검을 들고 남제 황후를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황성으로, 다시 원가로 돌아가야 했다.성문은 이미 남제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들은 원담을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상관에게 보고했다. 보고는 단계를 거쳐 올라가며, 마침내 소욱이 있는 장막에 도달했다.그때 소욱은 장기양이 전해온 급보를 살펴보고 있었다. 급보의 내용은 곡식과 건초를 운반하는 수송에 관한 것이었다. 군량 확보는 대군이 성을 공략하는 속도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였다. 후방의 곡식 수송이 안전해야 대군이 안심하고 진격할 수 있는 법이다.다행히 장기양이 전해온 것은 좋은 소식이었다.“폐하, 원담이 알현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들여보내라.”“예.”잠시 후, 원담은 호위병들에게 붙잡힌 채 장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지니고 있던 검은 이미 압수된 상태였다.소욱을 마주한 원담은 뜻밖에도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황후마마께서 저에게 검을 찾아오라 명하셨습니다. 이제 검이 이곳에 도착했으니, 부디 폐하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소욱이 시선을 던지자, 곁에 있던 진한길이 곧바로 검을 받들어 올렸다. 확실히 소무가 지니고 다니던 그 검과 똑같아 보였다.소욱은 검을 받아 자세히 살펴본 뒤 원담을 바라보았다.“동산국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마음에 원망은 없느냐?”원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저를 시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동산국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차이는 다만 폐하를 따르느냐, 아니면 담대연을 따르느냐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제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동산국에 남은 백성들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만약 남제가 참으로 민심을 얻는 나라라면, 제가 아무리 억울해도 거스를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제가 고개를 숙이고 남제를 섬긴다 해도, 여전히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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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원담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임금을 시해한 죄에 대한 후회조차 없었다. 그는 다만, 이제 동산국에는 자신이 발붙일 자리가 없음을 조부가 알아주기를 바랐다.원 노인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는 오래도록 원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찌하여 네 몸 하나 지킬 뒷길을 남겨두지 않았느냐.”동산국이 망하든 존속하든, 원씨 가문은 이어져야 했다. 일단 임금을 죽였다는 죄명이 붙으면, 남제라 할지라도 원담을 꺼려 중용하지 못할 터였다. 자기 나라 군주조차 배신한 자를, 다른 나라 군주가 어찌 믿겠는가.원 노인은 더 이상 꾸짖지 못했다. 주름진 손이 원담의 매질 자국 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눈빛에는 연민과 아픔이 스며 있었다.“네 속이 괴로운 것을 어찌 내가 모른다 생각하느냐. 어서 쉬어라.”원담은 고개를 끄덕였다.“조부님, 부디 몸조심하셔야 합니다.”그는 조부 앞에 무릎 꿇어 머리를 조아린 뒤,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원 노인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이어 탄식했다. 사실, 나라가 바뀌고 황위가 교체되는 것 자체는 크게 상관없었다. 그가 염려하는 것은 오직 가문이었다. 원씨 가문은 반드시 이 땅을 지켜야 했다.그날 밤. 조사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봉구안은 장막으로 돌아왔다.원담이 친히 검을 전해주고 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원담이 스스로 담대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왔을 줄이야.봉구안은 그 검을 풀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모양을 보니, 분명 저 청동 거대한 문에 맞는 검이군요.”소욱이 물었다.“곧장 그것을 들고 서쪽으로 가서 동방세와 합류할 셈이냐, 아니면 이곳에 남아 담대연을 추적할 셈이냐?”봉구안은 잠시 고심했다. 두 가지 모두 중대한 일이었다. 청동 거문은 눈앞의 급선무이고, 담대연의 동산국 주둔 이유는 더 큰 희생을 막을 열쇠가 될 터였다. 하지만 이는 하루 이틀에 규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이때, 완부옥이 밖에서 알현을 청했다. 그녀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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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담대연은 무리 속에 서서 곧장 봉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옮겨가 소무에게 머물렀다. 눈빛은 부드러웠다.“보아하니, 진안을 찾아낸 모양입니다.”봉구안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가 자신보다 먼저 유성에 도착했다니. 분명 그녀가 이곳으로 올 것을 예측했을 것이다.그렇다면, 지금 그가 여기에 있는 동안… 오주성은?담대연의 얼굴에는 옛 벗을 마주한 듯한 평온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짐작컨대, 원담이 검을 빼앗은 것도 당신들의 사주였겠습니다. 또한 당신들이 청동 거문을 발견했기에, 두 자루 검이 있어야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겠고요. 솔직히 말해, 마마… 당신은 저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습니다.”마지막 말을 할 때, 그는 봉구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가를 들어 올렸다. 도발하듯 이어서 그는 동방세를 칭찬했다.“과연 동방 가문의 전승자라 하겠군요. 제 수하의 무리들은 끝내 그대를 당해내지 못하더군요.”동방세는 실눈을 더 가늘게 좁히며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소무가 코웃음을 치며 담대연을 향해 외쳤다.“이봐! 왜 둘만 칭찬해? 나도 칭찬 좀 해봐! 나, 소황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고!”동방세가 고개를 돌려 소무를 흘겨보았다. 이 녀석, 제정신이 맞나? 저게 칭찬이란 걸까?소무는 다시 목청을 높였다.“어때? 예상 못 했겠지? 분하냐? 내가 뭐랬어, 너희가 날 붙잡을 수 없다고 했잖아!”담대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곧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었다.“제가 어찌 분노하겠습니까. 오히려 당신들 덕분에 진안을 찾았고, 또 두 자루 검까지 모였으니, 감사를 드려야 할 판입니다.”그의 시선이 봉구안에게로 향했다.“그러니, 진안이 어디에 있습니까?”봉구안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눈동자 속에 서릿발 같은 살기가 번졌다.소무가 끼어들었다.“무슨 진안이니 뭐니, 전혀 모르겠다니까!”담대연은 가볍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것도 결국은 당신들을 위하는 길입니다. 담대 가문의 기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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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담대연이 유성에 있다는 소식은 반드시 소욱에게 알려야 했다. 그렇다면 서신을 보낼 사람이 필요했다.동방세만큼 적합한 이는 없었다. 그는 무공이 높아, 설령 담대연이 사람을 풀어 추격한다 해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게다가 동방세는 그녀보다 '거미줄'에 능통했다. 만약 그녀가 그 '거미줄'에 갇힌다 해도, 밖에서 동방세가 맞받아 준다면 살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동방세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곧 뒤로 물러났다.“좋소. 나는 그럼 진입하지 않으리다.”소무는 자신의 검을 꼭 끌어안고 담대연을 경계하며, 낮게 동방세에게 말했다. “형님, 형님은 바깥에서 기다리세요. 마마는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그러나 동방세는 가차없이 그 말의 허점을 찔렀다. “너 자신만 지켜도 다행이지.”“……”한 시진이 지나고, 봉구안은 담대연을 데리고 밀실로 들어갔다. 동방세는 지상에 남았는데, 담대연의 부하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잠시 눈빛을 가라앉히더니, 이내 단 한 번의 손바닥 내리침으로 곁에 있는 모든 자들을 쓰러뜨렸다. “으악—!”비명이 터지고, 다른 자들이 곧 몰려들었다.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옛날 무림맹주였던 동방세의 내공은 그들보다 훨씬 깊었다. 이 정도 무리로는 그를 묶어둘 수 없었다.찰나의 틈을 타, 그는 말을 타고 달아났다. “쫓아라!”한 사람이 소리치자, 또 다른 이가 막았다. “쫓지 마라! 참모님께서 분부하시기를, 진안만 지키라 하셨다!”……밀실 안.앞장서는 이는 봉구안, 그 뒤를 소무가 따랐다. 마지막에 담대연이 걸었다.소무는 자주 고개를 돌려 담대연을 살폈다. 겉으로는 뒤처지지 않나 걱정하는 듯했으나, 속으로는 언제 그가 뒤에서 칼을 겨눌지 경계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자였다.꽤 오랜 길을 걸은 후, 마침내 청동으로 된 거대한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담대연은 실물을 처음 보는 듯, 순간 눈빛에 빛이 스쳤으나 곧 감추었다. 청동문의 검 홈은 두 개, 두 자루 검에 맞춰져 있었다. 높이는 땅에서 두 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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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봉구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한 시각이라 했느냐.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네가 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진안의 핵심부에 들어섰을 터인데, 어떻게 바깥에 있는 자들에게 전갈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냐?”“그러니 담대연, 애초부터 너는 남제군을 살릴 생각이 없었던 것이로구나.”담대연이 느릿하게 웃어 보였다.“맞습니다. 하지만 마마께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 시각뿐. 그 안에 과연 서신을 보낼 수 있으시겠습니까?”유성에서 도성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이틀은 걸린다.소무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가슴이 타들어가듯 외쳤다.“마마! 저희는 어찌해야 합니까! 사형님이 위험합니다! 저것은 화룡이잖습니까! 화룡이라면 도성 전체가 잿더미가 되고 말 것입니다!”봉구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라. 거미줄이 있지 않느냐. 폐하께서는 반드시 위기를 벗어나실 것이다.”꽝!굉음이 터지며 땅이 흔들렸다. 봉구안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담대연과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쾅.대지가 갈라지며 사람들은 모조리 그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황성.남제군 대부분이 이곳에 주둔해 있었다. 밤이 깊을 무렵, 장기양이 군량을 이끌고 돌아왔다.연상은 처음으로 동산국 땅에 발을 들여놓았기에 피로 물든 성의 참상을 직접 보며 크게 충격받았다. 설마 담대연이 이토록 잔혹하고 잔인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녀는 상단 사람들을 이끌고 남제군과 함께 수레 가득한 군량을 하나하나 내리며 도왔다.장기양은 곧장 장막으로 들어가 황제께 보고를 올렸다. 선성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군량 운송에 큰 차질은 없었다. 아마도 철저히 대비한 덕분에 적의 기습을 피할 수 있었거나, 소황이 이끈 이만여 병력이 모조리 사로잡혀 군량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어찌 되었든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고, 도착도 며칠 앞당겨졌다.소욱이 장기양의 어깨를 두드리며 치하했다.“길이 멀었을 텐데 수고 많았다. 이제 물러가 쉬도록 하여라.”“예!”장기양이 막 장막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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