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세는 조심스럽게 그 거대한 거미를 살펴보았다. 애초에 그는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정말로 그 안에 진짜 기계장치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아까 모두가 횃불을 들고 있을 때는 흘끗 곁눈질로만 보았을 뿐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으나, 지금 가까이 다가가니 비로소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 거대한 거미는 쇠로 만든 껍질을 두르고 있었고, 내부의 장치들은 나무로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서신을 감춰둔 '입' 부분은 아직 어떤 기계장치인지 알 수 없었다.동방세는 서신을 꺼내 봉구안에게 건네주고는, 다시 홀로 거대한 거미를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서신의 첫 장에는 '담대민'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짐작건대, 이 서신의 주인, 곧 벽화 속 그 여인의 이름이리라.서신을 통해 봉구안은 비로소 그간의 내막을 알게 되었다.오백여 년 전, 세상은 전란에 휩싸여 있었다. 그 무렵 담대 가문 일족은 그저 한적한 마을에 살던 소부족이었으나, 무참히 학살당해 겨우 몇몇 어린아이들만 남았다. 담대민 또한 그 중 하나였다.어린 시절의 서양제와 그녀는 인연을 맺었고, 서로의 벗이 되었다. 이후 그녀는 서양제를 따라다니며 담대씨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기계술을 활용해 갖가지 정예 병기를 제작하였다.두 사람의 정은 날로 깊어져 마침내 서로의 일생을 맹세하였다.그러나 서양제가 저지르는 살육이 갈수록 잔혹해지자, 담대민은 그와 마음이 멀어졌다.마침내 천하가 통일되고 서양제가 대주를 세운 뒤, 각 세력의 안정을 위해 여러 명의 부인과 공신의 딸들을 맞아들이고, 공을 세운 형제들을 봉작하였다. 그때 담대민이 청한 상은 따로 없었다. 그녀가 바란 것은 오직 은거뿐이었다.서양제는 이를 허락했다. 그 또한 스스로 그녀에게 죄를 지었다고 여겨, 이별하는 자리에서 금은보화를 내렸으나, 담대민은 받지 않고 오직 한 가지, 담대 가문만의 안온한 터전, 대주에 속하지 않는 땅을 요구하였다.그녀는 홀로 말을 몰아 떠났다.이후 담대민은 일족을 불러 모아 천문산에 거처를 마련했다.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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