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연은 나이가 어렸으나 기억력이 남달랐다. 쌍둥이 아우가 하나 있고, 또 갓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나라로 보내진 막내아우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늘 기억하고 있었다.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 아우들은 꼭 그가 지켜야 할 존재들이었다. 왜냐하면, 두 손으로 하나씩 꼭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헌데 이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돌아오셨는데, 아우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소준연은 괜스레 마음이 무거웠다.봉구안이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며칠 안 되어 돌아올 것이다. 준연아, 아우들이 몹시 그립느냐?”소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립습니다. 아우들이 없으니, 같이 누워 잘 사람도 없고, 나비를 잡을 사람도 없습니다.”봉구안의 눈빛에 진한 그리움이 스며들었다.“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어전.소욱은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갑옷만 벗고 곧장 신하들과 국정을 논하였다. 논한 바는, 사신을 파견해 제후국들로 하여금 남제가 천하를 아울렀음을 인정케 하는 일이었다. 만약 거부하는 나라가 있다면, 장차는 무력으로 다스려야 했다.논의가 끝나자 신하들은 하나둘 물러갔다. 소욱은 온몸이 지쳐 잠시 눈을 붙이고자 하였다.그가 호위에게 물었다.“소황은 이미 참수하였느냐?”호위가 공손히 답했다.“예, 폐하. 한 달 전 이미 폐태자 소탁의 명으로 동시 형장에서 능지처참 당하였습니다.”소욱은 미간을 짚으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죽었다니 다행이로다.”비록 능지처참이라 하나, 그조차 아깝게 느껴졌다.……닷새 뒤.전방에서 잇따라 승전보가 들어왔다. 남제는 동산국 전역을 평정하였고, 이제 막을 자는 없었다. 주변 나라들은 공포에 떨며 잇달아 국서를 보내와, 남제와의 동맹을 청하였다.허나 남제가 원하는 것은, 동맹이 아니었다.삼월 초하루, 소욱이 보낸 사신들이 각국으로 떠났다. 봄꽃이 흐드러질 무렵, 소준연의 아우들도 마침내 돌아왔다.그제야 소욱은 문득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셋째 아들의 이름을 아직 짓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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