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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1화

봉장미는 유아를 일으켜 세우며 부드럽게 달랬다.“내 착한 딸 유아야.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원치 않는다면, 억지로 시키진 않을테니.”그녀는 이미 지쳐 있었다. 몸과 마음 모두가 한계였다.유아가 정성껏 올린 탕약도 손대지 않은 채, 먼저 물러가라 명했다.자시.뒤척이던 봉장미는 인기척을 느끼고 곧장 몸을 일으켰다.“채월이냐?”두 번 불렀으나 대답은 없었다.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다.그녀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장막을 젖히자, 달빛에 번뜩이는 날 선 칼끝이 눈앞을 막았다.서늘한 살기가 공기를 짓눌렀다.장막 밖에는 검을 든 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봉장미의 얼굴빛이 싸늘히 굳었다.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낮게 물었다.“누가 너희를 보낸 것이냐.”곧이어 등불이 켜지며 전각이 환히 밝혔다.눈부신 빛에 눈을 가늘게 뜬 봉장미는 그 끝에서 바닥에 번지는 핏줄기를 보았다.핏물은 강처럼 번져 흘렀고, 그 끝에는…“……채월아!”칼 끝을 확인한 봉장미는 얼굴이 그만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채월이 이미 무참히 살해되어 있었다.봉장미의 두 손이 떨렸고, 눈은 피로 물든 듯 붉게 충혈됐다.“이게 지금 대체 무슨 짓이냐!”“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자객들이 길을 트자, 그 사이로 몇몇 대신이 걸어 나왔다.정복을 입은 그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존경도 없었다. 오로지 원망과 증오만이 가득했다.“서여국은 우리의 것이다!”“너는 황실의 피라 하나, 남제에서 자라난 남제인일 뿐! 어찌 네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오늘 우리가 서여국 백성을 대신해, 너라는 황제를 폐하려 한다!”봉장미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폐하고 나서, 그다음은 어찌할 셈이냐.”“그건 네가 알 바 아니다. 서여국에 더는 외인의 간섭은 필요치 않다!”훗날 봉장미는 알게 되었다.이 반역의 싹은 오래전부터 자라왔음을 말이다.그녀가 즉위한 날부터 이미 반대 세력이 꿈틀거렸고, 오늘 드디어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서여국에 황제는 필요 없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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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2화

유아는 놀란 눈으로 봉장미를 바라보았다. 어마마마가 호 장군에게 황위를 넘기려 한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었다. 분명 깊은 뜻이 있으리라.호원아가 황급히 만류했다. “황제 폐하, 삼가 재고하시옵소서! 황제의 자리를 미천한 신이 어찌 감히 감당하겠사옵니까!”그러나 봉장미의 뜻은 이미 굳어 있었다. 그녀는 호원아를 일으켜 세우며 중후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호 장군, 지금의 혼란을 잠재울 이는 그대뿐이다. 저 반역자들은 내가 남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목숨을 노리고, 심지어 유아까지 해치려 하고 있다.”“성 안 백성들 또한 고통받고 있지 않느냐.”“네가 즉위하여 서여국을 장악해야만 나와 유아에게도 살 길이 생기고, 백성들 또한 편안히 숨 쉴 수 있다. 남제와의 관계, 싸울 것인지 화친할 것인지, 그대라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그대는 서여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진정한 서여국 사람이자, 군권을 쥔 장수이니 충심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반역 무리에게 황궁을 내어줄 바에는 차라리 호원아에게 맡기는 편이 옳았다. 그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치였다.호원아는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봉장미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신, 황제 폐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하나 반역 무리를 토벌하고 이 위기를 벗어나거든, 반드시 황제의 자리를 다시 폐하께 돌려드리겠습니다…”봉장미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것 없다. 훗날 유아가 능력을 갖추게 되면, 그때 물려주면 될 것이다.”그녀는 말하며 유아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그 눈빛에는 굳은 기대가 서려 있었다.호원아는 평생 홀로 살아온 몸으로, 자식 하나 없는 외로운 처지였다. 그것 또한 봉장미가 그녀를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신, 명 받들겠습니다!”호원아가 굳게 고개를 숙였다.더는 지체할 틈이 없었다.……호원아가 군을 이끌고 반역을 평정하는 데에는 불과 보름이 걸렸다. 반역 무리는 모조리 사로잡혔고, 곧바로 그는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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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3화

호원아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과인이 직접 남제 군영에 가겠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신들 중 한 명이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극구 만류했다.“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한 나라의 황제가 어찌 그토록 위험한 곳에 나설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호원아는 단호하고 엄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과인을 폐하로 인정했다면, 어찌 나 하나의 안위만 생각하며 이 궁에 숨어 있을 수 있겠느냐?”“남제는… 어찌되었든 과인이 반드시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 남제 황제는 무고한 자를 함부로 죽이는 무도한 폭군만은 아닐 터. 남제와 우리 서여국 사이에는 아직 대화할 여지가 남아 있다. 지금은 양국 모두 군사를 움직이지 않고 있지 않느냐. 모든 결정은… 과인이 돌아온 뒤에 내리겠다.”“폐하…”대신들은 여전히 그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과인의 뜻은 이미 정해졌다. 모두 물러가라.”그렇게 호원아는 떠나기로 결심했고, 길을 나서기 전 전위조서를 미리 써두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황태녀가 서여국을 계승하도록 하고, 몇몇 중신들이 보좌하도록 지정한 것이었다.떠나기 직전, 그녀는 유아를 찾아갔다. 유아는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폐하.”그러자 호원아는 오히려 유아에게 정중히 예를 갖췄다.“신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단지 폐하의 뜻을 따랐을 뿐입니다. 이번에 폐하의 신분으로 남제에 사신으로 가는 것은 서여국에 한 줄기 희망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신이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이 황제 자리를 황녀마마께서 맡아주십시오.”“황녀마마께서 이 나라를 책임을 져주셔야 합니다.”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유아는 봉장미가 떠난 슬픔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제 또다시 누군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다.그의 눈에 당혹과 불안이 스쳤다.“폐하! 지금은 폐하께서 계시는데… 어찌 직접 사신의 몸으로 나서실 수 있단 말씀입니까! 남제… 남제 황후께서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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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4화

호원아가 서여국의 황제가 된 지, 겨우 한 달.그러나 지금 그녀는 서여국 최대의 죄인이 되어 있었다. 백성들은 그녀를 '매국노'라 욕했고, 조정 대신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황궁.모신은 조심스레 황태녀 유아의 침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호원아가 자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유아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들었다.“내일… 즉위할 것이다.”모신은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예. 소인이 곧바로 하명을 전하여, 황제 등극 절차를 준비하겠습니다.”그러나, 궁 안팎은 이미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호원아의 항복 소식이 퍼지자, 백성들은 충격에 빠졌고, 황제 즉위라는 중대한 사건조차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심지어, 궁녀들 중 일부는 몰래 도망을 시도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신은 마음이 참담했다. 서여국에도 한번쯤은 명군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황태녀 유아는 총명하고 자질도 있었지만, 끝내 어린 아이였다. 이 어지러운 난세를,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다음 날.유아는 정식으로 즉위하였다. 그러나 사정이 급박하여, 그녀의 몸에 맞는 황룡포 하나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 결국 황태녀 옷을 입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조정의 대신들은 말없이 서로 눈을 마주쳤고, 새로운 황제에게 아무런 희망도 품지 못한 채, 고개를 저으며 한숨만 내쉬었다.“서여국도… 이제 끝이군.”한편 호원아가 항서를 남겼기에, 남제 군은 정식 절차에 따라 서여국 영토 안으로 진군했다.서여국 각지의 장병들은 황제가 항복했다는 사실을 접하자 무력하게 무기를 내려놓았다.봉구안과 소욱은 세 아이와 함께 남제 서방에 머무르며 후방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번 서여국 설득 작전은 생각보다 너무도 순조로웠다.소욱은 명을 내려, 호원아의 유해를 정중히 돌려보내라 지시했다.그리고 어느덧, 소욱과 가족들은 서방에서 약 한 달이란 시간을 보냈다.이 한 달 동안, 남제는 서여국을 완전히 장악했다. 곳곳에서 일어난 소규모 반발도 크지 않은 힘으로 무난히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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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5화

남제, 북대영.봉구안이 두 아이를 데리고 장막으로 돌아왔을 때, 장막 안에선 소욱이 막내를 품에 안고 허둥대고 있었다. 소준열은 당장 봉구안에게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고자질했다.“어마마마! 아바마마가 동생을 안고 있다가 떨어뜨렸어요. 쿵! 엄청 크게 떨어졌어요!”소욱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헛소리 말거라. 떨어뜨린 건 찻주전자다. 아이는 떨어뜨리지 않았다.”소준열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찻주전자가 떨어졌어요.”봉구안은 웃음을 억누르며 소준열에게 물었다.“그럼, 소준열. 동생이 찻주전자란 말이냐? 대체 동생이 떨어진 것이냐, 찻주전자가 떨어진 것이냐?”소준열은 아주 진지하게 손가락을 소욱에게 겨눴다.“아바마마가 떨어졌어요!”소욱은 눈썹을 찡그리며 봉구안을 보았다.“혹 정신이 좀 모자란 것이냐?”자기 집 아이들이라고 해서 다 똑똑하리란 법은 없었다. 소욱은 소준열을 볼수록, 자꾸 북대영의 소무 같은 어설픈 모습이 떠올랐다.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소준열은 소욱의 말을 듣자 단박에 항변했다.“아바마마, 저 안 모자라요! 그냥 조금 느릴 뿐이에요!”그렇게 말하며 자기 이마를 툭툭 두드려 소리까지 냈다.봉구안은 참다못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이 아이는 뭐랄까, 하는 말 한마디, 손짓 하나마다 엉뚱하고 웃겼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자꾸 웃음이 났다.그날 밤.정탐꾼이 다급하게 보고를 올렸다.“폐하, 서여국은 이미 남제 군에 의해 완전 장악되었습니다. 폐하와 황후마마께서는 언제든 입성하실 수 있습니다!“하필이면 그 시각, 아이들을 막 재워놓은 참이었다.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겨우 재운 막내가 덜컥 눈을 뜨고 말았다. 그 후로는 또 한바탕 육아 전쟁이 벌어졌다.소욱과 봉구안, 두 사람 모두 눈 밑에 그늘이 짙었고, 잠시 마주본 눈빛엔 말이 없었다.결국 봉구안이 먼저 외투를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는 잠이 오지 않아 밖을 좀 순시하겠습니다.“소욱은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봉구안은 벌써 문을 나서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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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6화

봉장미의 행방은 끝내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심지어 유아조차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봉구안은 많은 사람을 동원해 사방을 뒤졌으나, 장미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그녀와 소욱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황궁을 떠나 있었다.더는 지체할 수 없었기에, 사람을 남겨 장미를 계속 찾게 하고는 길을 나섰다.장미의 병은 몸이 아닌 마음에서 온 것이었다.그런 아이를 세상에 홀로 남겨둔다는 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었다.……9월.높게 오른 하늘,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까지,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하지만 이 고요한 계절의 빛 아래, 남제를 거스르던 연합군은 완전히 붕괴됐다.남제의 군세는 거침없이 각국을 삼켜가며, 중원 전역을 장악하고 있었다.대지 위엔 거대한 어둠이 드리웠다.햇빛은 분명 그 뒤편에 있을 터였지만, 사람들의 눈엔 오직 그 짙고 무거운 그림자만이 드러나 있었다.그 시각, 완부옥은 남강으로 돌아왔다.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익숙했던 고향. 허나 이제 그 땅은 남제의 깃발 아래 있었다.‘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가슴 아플 일도 없겠지…’서왕은 결이를 품에 안고, 조용히 그녀 곁에 다가섰다.말투는 낮고, 다정했다.“부옥아, 우리가… 돌아왔다.”“너는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내가 너의 눈이 되어주마.”“눈앞의 풍경을, 하나하나… 너에게 말해줄 것이다.”완부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참을 수 없는 분노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제발 좀… 제가 못 본다고 해서, 굳이 그 말을 입 밖에 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정말이지, 그 입에 뭐라도 쑤셔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때, 갈십칠이 고기 만두 봉지를 들고 뛰어왔다.“사저! 보이진 않아도 냄새는 맡으시잖아요? 방금 산 고기 만두인데요! 냄새 아주 끝내줘요!”완부옥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짜 다들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고왕의 부작용으로도 죽지 않았거늘, 화병이 나서 죽게 생겼구나.그나마 그녀를 위로해준 건 결이었다.아이의 말랑한 목소리가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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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7화

남부로 돌아온 뒤, 완부옥은 곧장 좌선에 들어가 내공으로 몸을 다스리며, 체내의 고왕을 억눌러 잠들게 하려 했다.그래야만 그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왕은 결코 범상한 곤충이 아니었다.지금의 그녀의 힘으로는 완전히 제어할 수 없었다.서왕이 무당을 불러오자, 완부옥은 단호히 내쫓았다.그 누구보다 고왕의 부작용을 잘 아는 이는 자신이었다.무당이 온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기껏해야 자신의 처지를 구경거리로 만들 뿐이었다.더구나 남강 백성들에게는 고왕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는 것이 그들을 위한 길이었다.그 비밀을 알게 되면, 괜한 희망을 품고 무모한 짓을 할 것이 뻔했으니까.밤이 되자, 서왕은 결이를 유모에게 맡기고 홀로 완부옥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완부옥은 여전히 좌선에 몰두하고 있었고, 그를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다.“나가십시오.”“방해하지 않으마. 그저 여기서 너를 지켜주겠네.”그녀의 상태를 두고 어찌 홀로 떠날 수 있겠는가.서왕은 곁에 앉아 있는 데 그치지 않았다.유화를 시켜 오래된 고서들을 모아 들여, 고왕을 몰아낼 방법을 찾게 했다.하늘은 끝내 그 정성을 저버리지 않았다.며칠 뒤, 그는 마침내 실마리를 찾았다.강대한 고술만 익히면 고술을 펼쳐 고왕을 새로운 그릇으로 옮길 수 있다는 기록이었다.고왕은 새로운 그릇의 기운을 느낄 때에만 기존의 그릇을 떠난다고 한다.즉, 새로운 그릇이 된다는 것은 곧 새로운 기생체가 되는 것이다.서왕은 옛 일을 떠올렸다.변방에서 약쟁이 화가 일어났을 때, 고왕이 원탁의 몸에 깃들어 있었다.그때 완부옥이 몸소 그것을 끌어내어 자신에게 옮김으로써, 대재앙을 막아냈던 그 일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분명, 완부옥은 이미 방법을 알고 터였다.허나 또 다른 이를 해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침묵을 지킨 것이 틀림없었다.서왕은 곧장 완부옥을 찾아갔다.완부옥은 부정하지 않았다.“맞아요. 고왕을 받아낼 사람만 있으면, 제 몸의 고왕을 끌어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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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8화

밤이 깊었다.완부옥은 서왕이 처소에서 묵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그리하여 날이 밝으면 아들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갔다가, 밤이 되면 자신의 관저로 돌아오곤 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기르는 상궁이 아들을 돌보고 있었고, 서왕은 서재에 앉아 황성에서 내려온 공문들을 살피고 있었다.남제가 이미 서여국을 점령했으니, 이제 천하통일은 바로 코앞이었다.그는 그저 남강에서의 변란만 막아내면 되었다.그때였다.촛불이 크게 흔들렸다.서왕은 날카롭게 고개를 들고 바깥을 바라보았다.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그런데, 곧 ‘쿵’ 하는 소리가 났다.문쪽을 바라보자,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잘못 잡은 한 사람이 나타났다.서왕은 공문을 내려놓고, 흥미로운 듯 문가를 응시했다.“부옥아, 처음이라 그런 것이냐? 아직 익숙치 않은 게지?”“괜찮습니다. 자주 오다 보면 문도 잘 찾게 되겠죠.”완부옥은 멋쩍은 듯, 부딪힌 이마를 쓰다듬었다.“제 눈이 먼 거지, 전하 눈은 멀지 않지 않았습니까? 얼른 와서 인도나 하십시오.”서왕은 괜한 트집을 잡지 않았다.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리고는 마치 태후 곁의 내관처럼 손을 뻗어 그녀가 손가락을 얹을 수 있게 했다.“앞에 문턱이 있으니, 발 조심하거라.”완부옥은 그의 말에 따라 발을 들어올렸다.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팔을 뻗어 더듬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서왕은 그녀 곁을 따라다니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여기는 창문이다.”“여긴 촛대.”“이건 내 책상이고, 위엔 공문들이 잔뜩 쌓여 있지.”“부옥아, 조심하거라. 다치면 안 된다.”그러다 완부옥의 손끝이 사장에 닿았다.“여긴 침대죠?”서왕은 경계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잠자는 자리다.”그 순간, 완부옥의 눈가에서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퍽!서왕의 시야가 빙글 돌았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완부옥에게 침대 위로 꺾여 눌린 상태였다.“부옥이… 너…”“요즘 좀 건방지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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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9화

한 시진 후.완부옥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비단 장막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이렇게 오랜만에 보는데, 제법이로구나…”뒤에서 뻗어 나온 팔이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부옥아, 우리 시간 아끼자꾸나."완부옥이 손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어디를 맞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꺼지십시오! 저야말로 지쳐 죽겠습니다. 게다가 곧장 돌아가 고왕을 다시 불러들여야 합니다.”“안 그러면 갈십칠이 죽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서왕은 그녀를 놓지 않은 채 이마에 입을 맞추며, 혼란스러운 숨결을 내뱉었다.“그럼, 그냥 죽게 두면 되지 않느냐…”……보통 사람 귀에는 섬뜩한 말이었지만, 완부옥은 피식 웃더니 갑자기 몸을 뒤집어 서왕을 아래로 눌렀다.“그래, 그냥 죽게 두지요 뭐. 우리 다시 한 판 더 합시다!”방 안에 내던져진 갈십칠은 모래시계의 모래가 흘러내리는 걸 보며 점점 마음이 가라앉았다.그는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사저, 사저님… 제발 혼자만 즐기지 말고, 저 좀 구해 주세요…”그는 완부옥을 믿었다. 하지만 사저라는 사람이, 가끔은 제멋대로여서 걱정이었다.혹여 흥에 겨워, 자신 같은 제자가 목숨 걸고 있다는 걸 잊어버릴까 두려웠던 것이다.관저.완부옥은 몰입도 빨랐고, 벗어남도 빨랐다.그녀에게 남은 건 잠시라도 결이를 안아 주고픈 마음뿐이었다.결이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숨결조차 평온했다.서왕은 완부옥의 손을 잡아 결이 얼굴을 더듬게 했다.“이게 눈, 여긴 코, 그리고…”완부옥이 싫증난 듯 말을 끊었다.“그 입 닥치십시오! 제가 다시 말하지만, 눈이 멀었을 뿐이지 바보가 된 건 아닙니다.”눈, 코, 입쯤을 구분 못 하겠는가. 그딴 설명이 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마치 세상 처음 보는 듯 구는 꼴이 꼴사나웠다.그녀는 그저 결이와 단둘이 있고 싶었을 뿐인데, 서왕은 끈질기게 곁을 떠나지 않았다.“부옥아, 우리가 늘 이렇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완부옥이 비웃었다.“그래요. 그러려면 갈십칠에게 가서 죽으라고 하십시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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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0화

갈십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저에게는 제자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하필 자신만 이런 고생을 시키는 걸까? 자신의 목숨이 그토록 하찮단 말인가?그날 이후 갈십칠은 자유의 몸이 아니었다. 완부옥이 고왕을 새로운 그릇에 기생시키지 않고 꺼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갈십칠은 부르는 대로 언제든 달려와야 했다.갈십칠은 입으로는 불평하고 마음속으로는 원망했다. 차라리 사저가 죽어 마땅한 놈을 하나 골라서, 그 자에게 고왕을 붙인 채 함께 죽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유화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던가. 갈십칠이 쓰러지면, 전하께서 그다음으로 자신을 내세울까 두려웠다.그래서 그는 서왕에게 조심스레 그 방법을 건의했다. “왕비마마께서 무고한 이를 해치고 싶지 않으시다면, 차라리 사형수들을 쓰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그러나 서왕은 단박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고왕을 이끄는 일은 새로운 그릇이 될 자가 스스로 손을 대야 한다. 다시 말해, 그 본인이 스스로 원해야 한다는 뜻이지. 네가 데려올 사형수들이 어찌 스스로 죽으려 하겠느냐?”“혹여 진정 원한다 해도, 나는 오히려 그 자를 더욱 의심스러울 것이다. 분명 속셈이 따로 있을 터. 고왕을 이용해 남강을 다시 일으켜 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하니 지금으로써는 부옥이의 선택을 이해해 주려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부옥이의 손안에 고왕이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니…”유화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예, 명심하겠습니다.”서왕은 처마 밑에 서서 방 안에서 울부짖는 갈십칠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들었다. 그의 미간에 근심이 서렸다.이번 달만 해도 벌써 세 번째로 고왕을 이끌어낸 것이다. 과연 완부옥의 연약한 몸이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11월 중순, 남제에 큰 눈이 내렸다. 소욱은 대전 계단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황성에 이토록 큰 눈이 내린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눈송이가 마치 거위털처럼 굵고 성글게 흩날렸다. 계속 쌓이고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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