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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681 - Chapter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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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1화

봉구안은 소욱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담대정이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진상이 어떠했는지는, 더 깊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그녀는 직접 담대정을 대면해 본 적이 있었기에, 그 여인의 말이 곧이곧대로 진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소준연은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나누는 말을 이해해 보려 애썼으나 결국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봉구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빛을 부드럽게 낮추었다.“아바마마, 어마마마! 오늘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스승님께서 극찬하셨어요.”“게다가 준열이의 영향만 받지 않았다면, 올해 과정은 일찍 마칠 수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그 말은 소준연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들고 방긋 웃었다.소욱은 아들을 몇 마디 칭찬한 뒤, 조심스레 물었다.“준열이 좀은 좀 어떻냐. 조금은 나아졌느냐?”봉구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큰 탈은 없습니다. 다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병을 앓고 난 뒤로 오히려 기운이 넘쳐 종일 떠들어댄답니다.”“요즘 같은 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왜요, 어째서요’만 반복하니, 제가 감당하기 벅찰 정도입니다. 준연이를 데리러 나온 김에, 잠시 숨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소욱은 그 말에 아이의 떠들썩한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해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찌하여 하조 후에도 이리 서서 네 눈만 보고 있는 줄 아느냐?”봉구안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대신 폐하의 눈을 보아도 되겠습니까?”소욱은 소준연을 꼭 안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준열이에게 무예 스승을 붙여 기운을 발산하게 하는 것이 옳을 듯싶은데. 그러면 우리도 좀 덜 시달릴 터이니 말이야.”봉구안 역시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바였다.소준열의 성정이 워낙 날뛰는 데다, 서재에 앉혀 글을 배우게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나이에는 굳이 조급할 것도 없었으니, 차라리 무예로 심신을 단련시키는 편이 훨씬 나았다.문제는 누구를 스승으로 삼느냐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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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2화

대전 안.소욱은 여러 대신을 불러 국정을 의논하였다.전선에서 연이어 전과가 전해졌고, 이제 남제는 마지막 진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조정의 대신들은 머리를 맞대고 각국에 대한 대책을 논하며, 남제가 더 신속히 천하를 통일할 방도를 궁리하였다.서여국이나 남강 같은 곳은 본래부터 남제의 법도와는 섞이기 어려운 땅이었다.그 뒤로 소욱은 정무에 묶여 지내느라 좀처럼 후궁에 들지 못했다. 봉구안조차도 그를 보기 힘든 나날이었다.헌데 봉구안에게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천문산과 원비의 일로, 그녀는 여러 차례 사람을 내보내 세밀히 조사하고 있었다.연말이 가까워지자, 패망한 나라들이 차례로 항복을 올렸다.마지막 불씨 같던 전란도 마침내 꺼졌다.그러던 차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폐하 소욱이 대주의 혈맥이라는 것이었다.그 소문은 곧 조정을 뒤흔들었다.궁중의 비빈들 또한 봉구안을 찾아와 물었다.“황후 마마, 폐하의 출신에 관한 그 소문 말입니다… 참말입니까?”“묻지 마십시오. 분명 거짓입니다. 패망한 나라들이 앙심을 품고, 폐하를 모욕하려 지어낸 말일뿐이지요.”“그렇지요. 폐하의 생모는 숙비마마이신데, 어찌 폐하께서대주의 혈맥일 수 있겠습니까?”그런데 녕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보탰다."하나 소문에서는, 폐하께서 원비마마의 소생이라 하였습니다.”비빈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모두 봉구안을 우러러보았다.그러나 봉구안의 낯빛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이미 소문이라 생각하면서, 어찌 그 진위를 굳이 따지려 하느냐?”누군가 근심스레 물었다.“하지만 소문이 날로 퍼져, 혹 폐하께 누가 될까 두렵습니다. 황후 마마, 저희가 도울 일이 없겠습니까?”봉구안은 태연히 미소 지었다.“천하는 이미 정해졌다. 이런 하잘것없는 소문은 폐하도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그대들은 공연히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거라.”“정녕 청자는 스스로 맑다 하지 않습니까.”“황후 마마 말씀이 옳습니다. 소문은 결국 스스로 무너질 터이지요!”비빈들이 물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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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3화

해를 넘기기 전, 마지막 큰 눈이 내린 뒤에 소탁은 큰 병에 걸렸다.소욱이 태의를 보내 진맥을 하게 했으나, 문 앞에서조차 들이지 않았다.결국 소욱이 친히 발걸음을 옮겼다.어둡고 냉기가 서린 방 안, 소탁은 마치 혼이 빠져나간 듯 침상에 누워 있었다.소욱의 칼날 같은 눈썹이 옅게 찌푸려졌다.그는 어릴 적부터 이 소탁을 존경해 왔다.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했다.아바마마가 가장 아낀 이는 언제나 소탁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모습은…소탁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쓸쓸히 웃었다.“이 궁이라는 곳은… 참과 거짓이 뒤엉켜, 허깨비와 같구나.”소욱은 그 지친 낯빛을 지켜보다 고개를 저었다.“아바마마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럼에도 네가 스스로를 놓아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소탁은 천장의 장막에서 시선을 떼어 동생을 바라보았다.“저는 폐하께서 생각하는 것만큼 너그럽지도, 대범하지도 않습니다.”“세월이 흐를수록 선황의 뜻을 깨닫게 되니, 어찌 이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까.”“저는 선황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버려도 되는 시금석이었을 뿐이지요.”“저는 평생 선황께서 가르친 대로만 행했습니다. 한 번도 꾸짖음을 들은 적 없었지요.”“그게 그나마 저를 떠받쳐주던 위안이었고, 부자 사이의 온기를 떠올릴 수 있는 희미한 기억이었습니다.”"하나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것은 만족이 아니라 무관심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제가 잘하든 못하든, 우둔하든 총명하든, 선황의 눈에는 애초에 ‘태자 소탁’이란 존재조차 없었던 것입니다.”소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미 무정함을 알았다면, 어찌하여 스스로를 갉아먹는단 말이냐.”“지금 남제는 천하를 통일했다. 네가 재능을 펼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허나 과거에 스스로를 묶어둔다면, 그 어리석음을 누가 막아주겠느냐.”소탁은 팔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풀어진 머리칼 사이로 붉게 핏발 선 두 눈이 드러났다.지친 기운과 절망이 억센 덩굴처럼 몸과 마음을 조여와, 한 마디 내뱉기도 벅찼다.“폐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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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4화

소욱의 눈빛이 엄숙해졌다.“벌써… 무엇을 찾아냈느냐.”진실을 알고 싶으면서도, 차마 마주하기 두려운 답이 있을까 두려웠다.그래서 오히려 오백이 조사를 더디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마저 들었다.봉구안은 곧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백의 조사에 따르면, 적연검은 줄곧 담대 가문이 보관해 왔습니다.”“그 뿌리는 오백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담대민이 ‘거미줄’을 완성한 뒤 자결했을 때, 서양제는 그의 시신을 천문산으로 보내 안장하게 했습니다. 그때 함께 보내진 것이 바로 그 적연검이었지요.”“그 후 검은 담대 가문의 사당에 모셔졌습니다. 그러던 중 원비께서 남제에 오셔서, 조상의 검에 깃든 비밀을 밝히려 천문산을 찾으셨던 것입니다.”소욱의 눈빛이 잔잔히 일렁였다.“담대정이 고한 대로라면, 원비가 검을 훔친 것이더냐.”봉구안은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원비마마 혼자서는 담대 가문의 보물을 훔칠 수 없었습니다. 가문 안에서 도와준 이가 반드시 있었을 겁니다.”소욱은 그녀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그 자가… 담대연이냐.”봉구안은 그가 단번에 짚어내자 놀란 기색을 보였고, 곧 복잡한 빛이 스쳤다.“그렇습니다.”“당시 담대연은 아직 어린아이였습니다.”“하지만 그는 원비마마를 도와 적연검을 훔쳤습니다.”“곧 그 시절부터 담대연과 원비마마는 이미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이지요.”“만약…”만약 담대연이 살아 있었다면, 원비에 관한 비밀을 그의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었을 터였다.소욱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봉구안이 그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위로했다.“폐하, 원치 않으신다면 더는 조사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오백을 불러들이지요.”소욱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계속… 조사하거라.”……그해 섣달그믐, 참으로 낡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었다.새해가 밝자 소욱은 국호를 바꾸라는 명을 내렸다.‘남제’가 아닌, ‘제’.웅대한 제나라, 천추만세의 나라였다.정월 초이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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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화

완부옥의 몸속에는 여전히 고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그 때문에 그녀는 남강을 벗어나지 못했다.한 번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곧장 반격을 받아내야 했을 정도였다.서왕의 눈빛은 죽은 듯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완부옥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부옥아, 너도 알지 않느냐. 내가 너를 두고 어찌 마음을 놓겠느냐.”“결이도 네가 필요하다.”앞을 보지 못하는 완부옥의 눈은 도리어 더 고요했다.그녀는 서왕의 고통스러운 얼굴도, 결이가 울며 매달리는 모습도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가십시오. 결이를 위해서라도.”“제 몸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언젠가 고왕을 완전히 뽑아낼 수 있다면, 반드시 결이를 찾아가겠습니다.”서왕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럼 나는? 부옥아, 나도 찾아와 줄 것이냐?”완부옥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서왕이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그래, 좋다. 네 말대로 결이를 데리고 황성으로 가서 요양하게 하마.”“허나… 부옥아, 우리 혼례를 치르자. 다시 부부가 되자구나.”완부옥은 순간 굳은 얼굴로 서왕을 노려보았다.“지금 이런 판국에 혼례 얘기라니요?”“결이를 빌미 삼아 절 협박하시겠다는 겁니까?”서왕은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았다.“협박이 아니다. 나는 그저… 네가 우리를 버릴까 두려운 것이다.”완부옥은 냉소를 흘렸다.“어리석은 분. 제가 설사 전하를 버린다 한들, 어찌 제 친아들을 버리겠습니까? 결이는 이미 전하 손에 달린 ‘인질’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엇을 더 두려워하십니까.”서왕의 숨결이 낮게 가라앉았다.“…그럼 이렇게 정하자. 우선 남강에서 혼례를 올리자꾸나. 그 뒤, 내가 결이를 데리고 황성으로 가마. 우리는… 황성에 가서 널 기다리마.”완부옥은 더는 피할 길이 없음을 알았다.“…좋습니다.”그러나 그녀가 막 대답을 내뱉자, 밖에서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저! 사저! 큰일 났습니다! 열무신이 사저를 찾으셨습니다!”들뜬 얼굴로 뛰어든 이는 갈십칠이었다.그는 서왕의 싸늘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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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6화

완부옥과 갈십칠의 얼굴빛이 동시에 굳어졌다.소황?그 자는 이미 죽은 사람 아닌가?분명 폐하께서 능지처참을 명하셨다고 들었는데.서왕은 이 안에 다른 내막이 있음을 직감하고, 곧장 열무신을 추궁했다.“소황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냐? 폐하께서도 아시느냐?”열무신은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웃었다.“당연히 살아 있지요.”“제가 어찌 그자를 그리 쉽게 보낼 수 있겠습니까.”“폐하께야… 굳이 알릴 필요 없지요.”“자, 완부옥. 이제 대답해 보거라. 소황이라는 새 ‘그릇’,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말을 마치고 열무신은 완부옥을 곧장 바라보았다.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마음은 이미 거울처럼 맑았다.완부옥이 되물었다.“문제가 둘 있다.”“첫째, 고왕을 끌어내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하다. 소황이 과연 원하겠느냐?”“둘째, 고왕이 그 몸에 깃든다면 후환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는 호랑이를 풀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지. 그 결과를 책임 지실 수 있겠느냐?”열무신은 턱을 쓰다듬으며 비웃었다.“스스로의 의지 여부는 네가 고민할 일이 아니더냐?”“방법만 찾는다면, 고왕을 억지로라도 소황의 몸에 옮겨 심을 수 있겠지.”“호랑이를 풀어 준다 했나?”“이빨을 뽑고 발톱을 잘라 낸 호랑이가 다시 산으로 돌아간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그가 내뱉은 웃음소리는 섬뜩해, 듣는 이의 등골을 서늘케 했다.서왕이 나섰다.“먼저 그 자를 직접 보아야겠다.”열무신은 두 손을 내저으며 태연히 대꾸했다.“언제든 상관없습니다.”……반 시진 뒤.열무신이 서왕을 데리고 간 곳은 지하에 있는 감옥이었다.한때 절정의 고수였던 소황은 이미 팔과 발목이 잘린 채, 철창에 갇혀 있었다.곁에는 원숭이 몇 마리가 함께 묶여 있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오래된 고통과 분노가 뒤엉켜 있었다.서왕을 보자, 소황은 미친 듯 고개를 부딪치며 철창을 두드렸다.“남제 황제를 데려와라. 당장 뵈어야겠다! 당장 소욱을 데려와라! 아아아! 날 풀어라!나는 황실의 종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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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7화

완부옥은 문가에 서서 굳센 목소리로 선언했다.“예, 충분히 생각했습니다.”서왕은 여전히 그녀가 후회하지는 않을까 근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갈십칠이 조심스레 나섰다.“사저, 너무 서두르실 것 없지 않습니까? 혹여 다른 방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만약 고왕을 꺼내 따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완부옥은 그를 밀쳐내듯 막아섰다.“선대들이 이 고왕을 만든 것은 남강 사방에 독장을 펼치기 위함이었다.”"하나 이번 전쟁으로 남강은 이미 제나라의 영토가 되었지. 고왕의 존재는 이제 무의미할 뿐 아니라, 도리어 제국의 의심을 사게 될 것입니다.”“게다가 지금의 남강에는 더는 독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독장은 외적을 막아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남강 사람들의 몸과 뜻을 좀먹었습니다.”“남의 힘에 의존해 스스로를 지키려 하느니, 차라리 제 손으로 무기를 들어 지켜내는 것이 옳습니다.“무엇보다 고왕을 잇기 위해 매 세대마다 누군가 희생해야 했습니다. 그 고통은 이제 제 세대로 끝내야 합니다.”서왕은 그녀의 뜻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부옥아, 알겠다.”그러나 갈십칠은 여전히 고개를 내저으며 외쳤다.“잠깐만요! 저는 납득이 안 갑니다! 사저 말씀이 옳긴 합니다만, 고왕은… 단순히 독장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쓸모도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완부옥이 매섭게 받아쳤다.“다른 쓸모라 함은, 독을 퍼뜨리는 일을 말하는 것이냐?”갈십칠은 기가 죽은 듯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그렇습니다.”완부옥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빛났다.“이 못난 놈아, 똑똑히 새겨라! 독을 퍼뜨리는 고왕 따위보다,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고왕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그것이야말로 남강의 미래가 아니겠느냐?”“독을 다루는 자는 끝내 독에 물려 파멸한다. 맨날 누굴 해칠 궁리만 하고, 누구를 독살할 궁리만 하는데, 우리 백성이 어찌 평안히 살 수 있겠느냐?”“설령 네가 해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널 이용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게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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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8화

고왕이 소황의 몸에 들어간 지 한 시진도 되지 않아, 그의 살은 이미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뼛속을 갉아먹는 고통은 머릿속까지 파고들어, 마치 머리가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 싶을 만큼 참혹한 고통이었다.“아아! 아아…!”소황은 의자째 나동그라져 바닥을 뒹굴며 몸부림쳤다.곁에서 지켜보던 열무신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의 가슴속에 떠오른 이는 오직 한 사람,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맹성주뿐이었다.그 자들이 아니었다면, 그 소년은 장차 대장군이 되어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을 것이다.그 자들이 아니었다면, 자신 역시 이토록 흉측한 괴물로 변하지 않았을 터였다.이런 자들은 천 번, 만 번을 죽인다 한들 결코 죗값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이번 일로 인해 완부옥은 심하게 원기를 잃었다. 곧장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서왕이 급히 품에 안아 데리고 나갔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여전히 눈앞은 캄캄했다. 대신 귓가에 익숙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마마마! 어마마마!”결이의 앳된 부름은 꿀처럼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어떤 고통이라도 견뎌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처음 아이를 품었을 땐 이런 감정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머니가 될 줄은, 단 하나의 아이 때문에 이토록 마음이 흔들리고 이토록 애절해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그때, 곁을 지키던 서왕이 부드럽게 말했다.“부옥아, 의원이 네 맥을 짚고 독을 뽑아냈다. 네 몸속에 깊이 퍼진 독이 금세 사라지진 않겠지만, 피부에 드러난 독성은 이미 걷혔다. 이제는 결이를 안아도 되고… 나도 안아도 된다.”완부옥은 곧장 퉁명스레 받아쳤다.“누가 전하를 안겠습니까. 전 결이만 있으면 됩니다.”마침내 마음 놓고 아들을 안을 수 있게 되자,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편안한 웃음이 번졌다. 결이를 껴안는 힘이 지나쳐 아이가 숨을 헐떡일 지경이었다.곧 그녀는 눈빛을 굳히며 물었다.“소황은 어떻습니까?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까?”서왕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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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9화

완부옥은 결이를 꼭 껴안았다. 아이의 고른 숨결이 전해지는 순간, 온몸을 짓누르던 고통은 싹 사라진 듯 사그라졌다.그녀는 서왕의 말을 애써 외면한 채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서왕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옥아, 너 정말 우리와 함께 황성으로 돌아갈 것이냐? 언제 떠나면 좋겠느냐?”“아니지, 따질 것도 없겠군…”“내일이라도 떠나자구나!”완부옥은 시끄러운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만하십시오. 잠시만이라도 조용히 하여 주십시오.”“어찌 이리 말을 쏟아내십니까.”서왕은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는 그녀와 결이를 와락 끌어안았다.“부옥아, 너무도 기쁘구나. 이제야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는구나…”완부옥은 미간을 찌푸렸다.“……”지옥 같은 곳이라니?!!드디어 속내를 드러내는구나!서왕은 자신이 실언했음을 깨달았으나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결과는…“당장 제 방에서 나가십시오!!!”그는 결국 또다시 완부옥의 방에서 쫓겨나고 말았다.……황성.서왕이 올린 상소문이 소욱의 손에 들어왔다.소황이 죽지 않았을뿐더러, 고왕까지 몸에 들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소욱의 낯빛은 싸늘히 굳어졌다.그는 설마 소황의 죽음을 틈타 이런 구멍이 생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지금은 소황이 붙들려 달아날 수 없으나, 만약 열무신이 방심하여 범을 산으로 풀어주기라도 한다면?어찌 후환도 따지지 않고 이런 경솔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그날 밤, 소욱은 영화궁에 들어 봉구안에게 울분을 토했다.“소황을 단죄한다 해도 황성의 대감옥에 가두면 족한 일 아니겠느냐?”“그런데 열무신 그놈, 말 한마디 없이 소황을 끌고 나가 버렸다! 분명 그와 손을 잡은 자가 따로 있을 터. 아니면 어떻게 그 많은 눈을 피해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이냐.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봉구안은 조심스레 달랬다.“폐하, 조사하실 수는 있겠지만, 대체로는 일이 커지지 않게 다스리시는 편이 좋습니다.”소욱은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그녀의 손을 잡아 제 가슴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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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0화

완부옥이 싸늘하게 웃었다.“전하께서는 방에 가서 씻으십시오. 결이가 잠들면 그때 전하께 찾아가 상의드리겠습니다.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서왕은 그 속뜻을 곧 알아챘다.고개를 숙여 아들을 바라보니, 결이는 여전히 눈을 크게 뜬 채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서왕은 미소를 머금으며 몸을 굽혀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결아, 얼른 안 자면 아비가 그냥 기절시켜 버린다?”결이가 움찔하며 온몸을 떨었다.……남강에서 황성까지는 아무리 서둘러도 한 달은 족히 걸렸다.서왕은 가족을 데리고, 또 황제의 명을 받들어 소황을 압송해야 했다.그 길 위에서 열무신은 줄곧 서왕의 뒤를 따라붙었다.마치 원귀처럼 떠도는 그의 두 눈은 오직 소황만을 꿰뚫듯 노려보고 있었다.그 광경이 우스워, 서왕은 완부옥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해주곤 했다.“지금 소황은 이미 반항할 기력도 없다. 그런데 열무신이 저러니 괜히 다른 사람들만 놀라는 법이지. 이를테면 결이 같은 애 말이다. 이틀 사이에 애가 악몽을 얼마나 꿨는지 모른다.”완부옥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결이는 겉으로는 겁이 많은 것 같아도, 속은 누구보다 담이 큽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제 얼굴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겠지요.”고왕을 제거한 뒤에도, 그녀의 용모는 돌아오지 않았다.보이지 않아도 손끝으로 더듬으면 여전히 패인 흉터들이 뚜렷이 느껴졌다.서왕은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부옥아, 네 자신을 얕잡아 보지 말거라. 개도 집이 가난하다고 싫어하지 않고, 아들도 어미가 못생겼다 탓하지 않는 법이다. 겉모습이야 어떻든…”짝!완부옥은 손바닥으로 서왕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위로도 못 할 바엔 입이라도 다무십시오! 성가셔 죽겠네 정말!”서왕은 오히려 가볍게 웃었다.“걱정 마라. 이미 명의를 찾아 사람을 보냈다. 반드시 그 눈과 얼굴을 고쳐줄 것이야. 방금 말하려던 건, 껍데기는 그저 겉모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와 결이가 귀히 여기는 건 네 마음씨지.”완부옥은 차갑게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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