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은 소욱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담대정이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진상이 어떠했는지는, 더 깊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그녀는 직접 담대정을 대면해 본 적이 있었기에, 그 여인의 말이 곧이곧대로 진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소준연은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나누는 말을 이해해 보려 애썼으나 결국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봉구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빛을 부드럽게 낮추었다.“아바마마, 어마마마! 오늘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스승님께서 극찬하셨어요.”“게다가 준열이의 영향만 받지 않았다면, 올해 과정은 일찍 마칠 수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그 말은 소준연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들고 방긋 웃었다.소욱은 아들을 몇 마디 칭찬한 뒤, 조심스레 물었다.“준열이 좀은 좀 어떻냐. 조금은 나아졌느냐?”봉구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큰 탈은 없습니다. 다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병을 앓고 난 뒤로 오히려 기운이 넘쳐 종일 떠들어댄답니다.”“요즘 같은 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왜요, 어째서요’만 반복하니, 제가 감당하기 벅찰 정도입니다. 준연이를 데리러 나온 김에, 잠시 숨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소욱은 그 말에 아이의 떠들썩한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해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찌하여 하조 후에도 이리 서서 네 눈만 보고 있는 줄 아느냐?”봉구안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대신 폐하의 눈을 보아도 되겠습니까?”소욱은 소준연을 꼭 안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준열이에게 무예 스승을 붙여 기운을 발산하게 하는 것이 옳을 듯싶은데. 그러면 우리도 좀 덜 시달릴 터이니 말이야.”봉구안 역시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바였다.소준열의 성정이 워낙 날뛰는 데다, 서재에 앉혀 글을 배우게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나이에는 굳이 조급할 것도 없었으니, 차라리 무예로 심신을 단련시키는 편이 훨씬 나았다.문제는 누구를 스승으로 삼느냐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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