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 진짜 가요!”성유리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박한빈은 그 자리에 서서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박한빈이 바라본 성유리의 뒷모습은 꽤 행복해 보였다.마치 탈출에 성공한 고양이처럼 발걸음도 가볍고 경쾌했다.게다가 손을 흔든 그 순간 이후, 성유리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박한빈이 출장 갈 때마다, 성유리가 배웅을 나왔으면 그는 늘 세 걸음에 한 번씩 뒤를 돌아봤었다.하지만 정작 성유리는?하늘이는 옆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말했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그 말을 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이미 자유를 얻은 성유리에게 자신들 따위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아빠, 우리 어디 가?”하늘이의 목소리에 박한빈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그제야 그는 고개를 숙여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할머니 댁에 데려다줄게.”“응.”하늘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뜻밖에도 엔젤 월드 입구에서 그들은 문전박대를 당했다.“사모님께서 요 며칠 절에 가 계십니다.”집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일주일 정도 거기 머무르실 거라고 하셔서...”박한빈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서영이 가끔 절에 가는 건 알고 있었고 절에 머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굳이 지금 이 타이밍에 갔다니?박한빈은 본능적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아빠, 그럼 우리 어디 가?”하늘이가 다시 묻자 박한빈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아빠는 회사 가야 돼.”하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들어 그를 바라봤다.마치 그럼 자기는 어떡하냐는 듯한 표정으로.결국 박한빈은 하늘이를 회사로 데려갔다.물론, 하늘이가 지화 그룹에 오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때는 항상 성유리와 함께였고 그들이 오면 박한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빨리 끝내고 둘에게로 갔었다.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일은 절대 없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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