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성유리는 약속대로 하유림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외출했다.1층에서 모이던 중, 그녀는 임태경과 딱 마주쳤다.성유리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어딘가 서운함 같은 게 섞여 있는 것 같았다.성유리가 그 눈빛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전에 임태경은 성유리를 지나쳐 가버렸다.그녀가 먼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는데도 그는 아무 반응도 없이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갔다.성유리는 조금 의아했지만 곧 하유림의 목소리가 성유리의 정신을 들게 만들었다.“어? 언니 혼자예요?”하유림은 그렇게 말하면서 성유리의 뒤쪽을 힐끔 살피자 나다빈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혼자라니요? 그럼 누구랑 같이 있어야 되는데요?”“남편이요!”무심결에 말을 내뱉은 하유림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나다빈에게 말했다.“아, 언니한테 말을 안 했네요. 유리 언니 남편분이 어제저녁에 오셨어요. 진짜 잘생겼더라고요! 근데... 풍기는 포스가 어마어마해서 좀 무서웠어요.”하유림은 코를 만지작대며 말했는데 박한빈의 분위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 듯했다.그러자 나다빈은 눈을 굴리며 물었다.“유리 씨 딱 보면 모르겠어요? 저 얼굴로 못생긴 남편 두면 그게 더 이상하죠!”“음... 그렇게 말하니까 그 말도 맞는 것 같네요.”하유림은 뭔가 깨달은 듯 놀란 얼굴로 나다빈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성유리를 보며 물었다.“유리 씨 남편도 저희 업계 사람이에요?”“아니요. 그냥 회사 다녀요.”성유리는 나다빈이 뭘 궁금해하는지 알기에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그냥 지나가다가 들른 거예요. 저 보러 온 거라 신경 안 써도 돼요. 저희 박물관 가기로 했죠? 얼른 가요.”“맞다! 저희 오전 티켓 샀잖아요. 빨리 가야겠어요.”하유림이 말을 하더니 성유리와 다른 친구들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이 근처 박물관은 성유리가 예전에 다녀왔던 큰 박물관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이 지역의 명사들과 관련된 소소한 전시들이 많아서 의외로 흥미로웠다.성유리는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