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빈은 이번 일이 방재호가 일부러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한빈의 태도는 여전히 겸손하면서도 당당했다.방재호는 딱히 박한빈을 신경 쓰지 않고 그들에게 한빛시의 풍습과 문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박한빈은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는데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강지연은 옆에서 듣고 있다 점점 미간을 찌푸렸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박한빈이 전화를 받으러 나갔을 때 강지연은 그를 따라 나가기로 했다.“응. 지금 먹고 있어.”박한빈은 복도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그의 목소리와 얼굴에는 강지연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 가득했기에 그녀는 곧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곧 돌아갈게. 하늘이는 잠들었어?”수화기 너머에서 뭐라고 대답했는지 박한빈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래? 괜찮아. 돌아가서 다 해주면 돼.”강지연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박한빈은 상대방에게 인내심 있고 부드럽게 대화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강지연은 그 순간, 그들의 대화도 남들과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박한빈과 성유리가 나누는 대화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상적인 이야기로, 비밀스럽고 품위 있는 대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강지연은 원래 박한빈은 아내와 뭔가 우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제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박한빈의 아내인 성유리가 연애 소설을 그리는 만화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이 정도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그 순간, 통화를 끝낸 박한빈이 자기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자 강지연의 심장은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치마를 살짝 움켜잡았다.5미터 앞, 박한빈은 그제야 강지연을 발견한 듯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2미터, 강지연은 그의 표정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복도 조명이 박한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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