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061 - Chapter 1070

1089 Chapters

제1061화

오히려 무시하는 눈빛 같았고 할까?박한빈은 살짝 어리둥절해진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봤고 마침 그녀도 를 보고 있었다.성유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친구랑 좀 더 같이 있고 싶긴 할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박한빈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좋습니다.”그의 대답에 나다빈은 무시하듯 눈을 굴렸다.‘뭐야? 누가 보면 자기랑 밥 한 끼 먹으려고 내가 비는 줄 알겠네.’사실 이 자리를 만든 건, 성유리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세상에는 남자도 많고 기회도 많다는걸. 성유리처럼 조건 좋은 여자가 꼭 저런 남자한테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솔직히 말해서 눈앞에 앉은 이 남자는 얼굴 말고는 진짜 볼 게 하나도 없었다.하유림은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 나다빈을 보며 물었다.“그럼 저는요? 저도 같이 가도 돼요?”“당연하죠.”나다빈은 대답하면서 하유림에게 음식을 집어줬다.“제가 기사님더러 다 같이 데려오라고 할게요.”“와, 다빈 언니. 언니 남편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인가 봐요?”“그냥 그런 편이에요. 뭐, 금성에서는 평범한 편이고요.”자랑을 늘어뜨리던 나다빈은 박한빈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근데 혹시 박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박한빈이 다시 나다빈을 바라봤을 때, 그제야 그는 나다빈 눈빛에 담긴 적대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성유리를 힐끔 봤다.‘저 눈빛은 무슨 뜻이지?’‘이 여자가 날 이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뭐지? 나랑 아는 사이였나?’‘아까 보니까 성유리를 볼 때는 저런 눈빛이 아니던데? 설마... 이젠 동성 친구들까지 경계해야 되나?’“박 선생님, 제 질문이 그렇게 대답하기 어려우세요?”나다빈이 다시 묻고 나서야 박한빈은 그녀를 보며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그쪽이랑 상관있나요?”그 말투는 딱 봐도 숨기는 게 있다는 인상을 줬기에 나다빈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뭔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성유리가 먼저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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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박한빈도 갑자기 따라오겠다고 결정해서 겨우 표를 구했더니 이코노미석밖에 없었다.아마 그 때문인지 비행 내내 박한빈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다행히 비행시간이 길지는 않아서 두 시간쯤 지나 무사히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리니 나다빈 집에서 보낸 기사가 이미 도착해 입국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나다빈을 보자마자 바로 사모님이라고 부르며 다가가 그녀 손에 들려 있던 짐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그 모습을 본 하유림은 순간 멍해졌다.그러곤 성유리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언니, 저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만 봤거든요? 진짜 현실에도 있는 일이었어요?”성유리는 그냥 어색하게 헛웃음만 지었다.그때, 나다빈이 뒤돌아보며 말했다.“가요. 제 남편은 이미 식당에 가 있다네요.”전날 밤 있었던 일 때문에, 성유리는 확실히 느꼈다.박한빈이랑 나다빈 사이가 좋지만은 않다는걸, 그래서 조심스레 이런 말을 내뱉었다.“저희는 그냥 갈게요. 저 갑자기 좀 일이 생겨서 먼저 집에 가보려고요.”“무슨 일인데?”나다빈이 묻기도 전에 박한빈이 먼저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리고 그 한마디가 성유리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아... 그냥 뭐...”사실 성유리는 박한빈이 나다빈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분위기 봐가며 핑계를 댄 거였는데 이렇게 되니까 마치 자기가 거짓말한 것처럼 보여 민망했다.“유리 씨?”나다빈이 다시 한번 자신을 부르자 성유리는 애써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어... 가만 생각해 보니까 별일도 아닌 것 같네요. 그냥 같이 가죠.”박한빈은 그런 성유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타세요.”나다빈이 두 사람을 차로 안내했다.차는 리무진 스타일의 대형 고급 차량이었고 나다빈과 하유림은 앞쪽 자리에, 성유리와 박한빈은 뒷좌석에 앉았다.자리에 앉자마자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까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셨어요?”“내가 뭘 어쨌는데?”성유리는 그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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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그 말을 들은 하유림은 말이 없었다.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나다빈의 손을 확 잡으며 입을 열었다.“잠깐만, 저 지금 생각난 건데 설마... 이 식당 언니 집 거예요?”“네. 제 남편이 하는 사업 중 하나죠.”나다빈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을 슬쩍 박한빈에게 고정했다.하지만 박한빈은 별다른 표정 없이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나다빈은 그런 그를 무시한 채 먼저 차에서 내렸다.“사모님, 오셨습니까?”나다빈이 내리자 식당 매니저가 바로 달려와 인사했다.“유 대표님께서 이미 안쪽 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분들이 다 일행이신가요?”나다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급스럽고 여유 있는 부잣집 사모님 분위기를 풍겼다.그리고 하유림은 그런 나다빈 뒤를 따라가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두 사람을 지켜보던 성유리는 이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박한빈 씨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이쯤 되자 성유리는 뒤늦게야 나다빈이 왜 굳이 이 식당으로 데려왔는지를 알아차렸다.‘설마 남편 사업 자랑하러 온 건가?’며칠 동안 나다빈은 성유리의 정체를 은근히 떠보려고 했지만 성유리는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았다.그런데 만약 박한빈이 여기서 정체를 들키게 된다면...그 생각에 성유리는 재빨리 박한빈 손을 꽉 잡았다.“저기... 그냥 먼저 돌아가는 게 어때요?”“왜?”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저... 제 친구들이랑 밥 먹는 자린데 한빈 씨랑 같이 있으면 좀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박한빈은 성유리를 뚫어져라 보며 다시 물었다.“뭐가 불편한데?”그때 나다빈이 끼어들어 말했다.“괜찮아요. 제 남편도 있잖아요. 그냥 다 같이 밥 먹는 거니까 유리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아니, 그게...”성유리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찰나, 앞에 있던 룸 문이 천천히 열렸다.“자기야!”나다빈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더니 웃으며 남편 팔짱을 꼈다.“소개할게. 내가 요즘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고...”“박... 박 대표님?”나다빈 말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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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재밌었어요?”이를 꽉 악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성유리는 이런 상황이 올 거란 걸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돌아섰다.뒤에 있던 나다빈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성유리를 노려보고 있었다.“일부러 정체 숨기고 있다가 딱 좋은 타이밍에 터뜨려서 사람들이 당황하고 민망해하는 모습 보면서 속으로 재미있어했겠죠?”“아니에요.”성유리는 곧바로 해명했다.“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제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나다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분노 가득한 눈빛에 성유리는 순간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나다빈은 그런 성유리의 약간 당황한 표정을 보고는 더 열이 받는 듯했다.생각해 보면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이 얼마나 은근하게 자랑하고 얼마나 ‘좋은 친구’랍시고 조언하고 걱정해 줬는지 떠올라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아마 성유리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수치스러웠다.그리고 지금쯤 자기 남편이랑 둘이서 얼마나 우스운 꼴이라고 비웃고 있을까?그 생각에 나다빈은 이를 꽉 물었다. 유성균이 박한빈을 너무 반가워하며 집요하게 붙잡지만 않았어도 진작 사람들 내팽개치고 먼저 나갔을 거다.박한빈이 어떤 사람인지가 자기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미안해요. 정말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성유리는 한참 동안 나다빈과 눈을 마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딱히 숨길 필요도 없었고... 그냥 굳이 말할 이유가 없어서요.”“그래요?”나다빈이 비웃듯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시겠죠. 말할 필요 없었겠죠. 어차피 저희 같은 사람은 박 대표님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니까.”“뭘 굳이 말할 필요 있겠어요? 어차피 저희는... 유리 씨 같은 사람이랑 친구가 될 자격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그렇게 말하고 난 나다빈은 성유리를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사실 성유리는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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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아마 나다빈은 그런 상황에서 성유리가 자기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길 바랐을 것이다.더 나아가 성유리가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면서 그녀 인생에 끼어들려 했을 수도 있다.이 바닥에선 그런 사람들 정말 흔했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 소개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엮으려는 사람들.그래서 성유리가 자기한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박한빈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그리고 유성균이라는 사람의 아부와 환대도 다 받아줬는데 사실 그건 일부러 그랬다.성유리 앞에서 나다빈을 민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어차피 그런 사람은 성유리의 진짜 친구가 될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다빈 씨가 화난 것 같아요.”성유리는 박한빈 속을 알지 못한 채,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러자 박한빈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이내 성유리가 자신을 살짝 째려보자 박한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얼굴로 물었다.“뭘 어쩌겠어? 누가 너더러 처음부터 숨기래?”“그럼 제가 뭘 어떡해야 되는데요? 설마 절 아는 사람한테 다 찾아가서 제가 박한빈 씨 아내라는 걸 다 말해야 됐어요?”그 말에 박한빈은 의외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 들으니까 하나 깨달은 게 있어.”“뭔데요?”“우리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거. 그러니까 앞으로 나랑 공식적인 자리에 좀 더 자주 같이 가자.”성유리는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바로 거절했다.“싫어요.”그러자 박한빈은 진짜로 자기 태블릿을 꺼내더니 스케줄표를 열었다.“마침 이번 주말에 기념식 하나 있는데 그거 나랑 같이 가자.”성유리는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안 가요.”“근데 내가 방금 초청자 명단에서 어떤 사람 이름 봤는데?”박한빈이 그렇게 말하자 성유리는 바로 눈치챘다.“방해준 씨요?”...이 업계에서 사실 추형석은 별로 존재감이 없었다.어디서 가끔 보이긴 해도 대부분은 인맥이란 인맥 다 써서 겨우 끼어드는 수준이었다.그래서 초청자 명단엔 보통 그의 이름이 처음엔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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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강지연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얼마 전에 도한시 다녀오셨다면서요? 어땠어요? 거기는 재밌었어요?”예전처럼 도도하게 무시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오늘의 강지연은 꽤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성유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네. 재밌었어요. 풍경도 너무 좋고요.”“그래요?”강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돌아봤다.“저희도 나중에 놀러 가요. 네? 저도 진짜 여행 간 지 오래됐거든요.”“좋지. 네가 가고 싶으면 가자.”방해준은 다정하게 대답하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고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부부처럼 자연스럽고 다정해 보였다.두 사람의 모습을 본 성유리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오늘 이 자리에 와 있는 사람들 중엔 꽤 이름 있는 인물들도 많았다.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방해준이 저런 행동을 하다니?그럼 방해준의 진짜 아내는 어쩌라는 걸까?하지만 그건 성유리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으니 딱히 관심도 없었다.곧 그들은 박한빈과도 인사를 마쳤고 사람이 떠난 잠깐의 틈을 타 그가 성유리에게 물었다.“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아니에요.”성유리는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박한빈이 여전히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걸 느끼고는 마지못해 말을 덧붙였다.“그냥... 좀 심심해서 그래요.”박한빈이 뭔가 더 말하려는 찰나, 누군가 다가와 그를 부르자 어쩔 수 없이 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인사하러 갔다.이런 상황에 성유리는 이미 익숙했다.그래서 아무 말 없이 박한빈의 팔짱을 뺀 뒤, 바람을 쐬러 가겠다는 핑계로 혼자 돌아섰다.뒤늦게 반응을 한 박한빈이 그녀를 다시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성유리는 원래 정원 쪽으로 가보려 했지만 오늘 처음 오는 행사장이라 길을 잘 몰랐다.빠르게 홀을 지나쳐 걷다 보니 나온 곳은 정원이 아니라 수영장이었다.예전에 물에 빠졌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일까, 성유리는 여전히 물만 보면 본능적으로 무서웠다.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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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강지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지만 성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가려던 찰나, 강지연이 다시 앞을 가로막았다.“지금 이렇게 당당하고 도도하게 구시는 거... 박한빈 씨가 감싸주니까 그러시는 거죠?”“근데 그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만약 언젠가 그 사람이 무너지면... 유리 씨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강지연을 가만히 바라봤다.그제야 확실히 느껴졌다. 강지연은 자신을 정말로 철저히 싫어하고 있다는 것이.그 감정은 박한빈 때문이 아니라 그냥 성유리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였다.성유리는 그 이유도, 원인도 알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충고 고마워요. 하지만 남 인생 들여다보느라 시간 쓰지 말고 본인부터 좀 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건 성유리 나름의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남의 삶에만 집중하는 삶은 지치고 허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하지만 강지연은 그 말을 조롱으로 받아들였다.“지금 그게 무슨 뜻이죠?”“별 뜻 없어요. 전 볼일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지금 제가 묻잖아요. 똑똑히 대답하시고 가세요!”강지연은 다급하게 외치며 성유리의 팔을 힘껏 붙잡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고 어느새 성유리는 수영장 가장자리까지 밀려나 있었다.그때였다.성유리는 저 멀리 연회장 쪽에서 자신을 찾고 있던 박한빈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그리고 동시에 그가 이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도.모든 게 마치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그 순간 성유리는 박한빈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는 것까지 분명히 보였다.놀란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강지연이 박한빈보다 먼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버렸다.수영장에 대한 공포가 단숨에 성유리를 덮쳤고 중심을 잡으려 했던 발이 그대로 미끄러졌다.그리고 물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성유리는 그대로 수영장에 빠졌다.찬물이 입과 코로 밀려 들어오며 숨이 턱 막혔지만 이상하게 성유리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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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박한빈 씨!”이내 뒤에서 남자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박한빈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성유리를 안은 채로 그 자리를 떠났다.사실 성유리는 큰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그렇지만 이 시기에 차가운 수영장 물에 빠진 탓에 차에 타자마자 차가운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성유리는 박한빈의 옷깃을 붙잡고 연거푸 재채기를 했고 그는 여전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였다.수영장에서부터 차로 오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박한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병원 가자.”“병원 갈 필요는 없어요.”성유리는 서둘러 대답하며 코끝을 문질렀다.“저 괜찮아요.”하지만 박한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차 안의 온도를 더 높이라고 기사에게 지시했다.다행히 병원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성유리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솔직히 감기 기운이 살짝 있는 느낌이었다.그러나 굳이 약은 먹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최근 박한빈과의 부부관계에서 피임을 하지 않았기에 혹시라도 자신이 임신한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약을 먹는 것이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성유리의 말을 들은 박한빈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고 그녀는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래서 빠르게 이런 말을 덧붙였다.“그냥 감기일 뿐이에요. 걱정 마세요.”“그리고 사실 감기약을 먹어도 몸이 좋아지는 건 일시적일 뿐, 회복 기간은 똑같아요.”“그래?”박한빈은 무표정하게 물었다.“언제부터 네가 의사가 된 거지? 왜 난 모르고 있었어?”성유리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도 굳이 양보할 생각은 없어 그저 조용히 박한빈만 바라봤다.별처럼 빛나는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박한빈은 그녀가 자신의 소매를 꽉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박한빈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다 한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았어.”성유리는 그 순간 긴장이 풀리며 마음이 놓였다.그리고 다른 중요한 일이 생각났다.“아까 강지연한 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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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성유리 얼굴에 살짝 불쾌한 기색이 더해졌다.박한빈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꼭 안아주며 낮게 말했다.“사실 그땐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진 않았어.”“상대가 설령 강지연 씨가 아니고 심지어 진짜 방재호 씨 아내였다 해도 네가 물에 빠졌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그 여자를 밀어버렸을 거야.”“지금 하는 말은 내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지만 바로 그 자신감 덕분에 난 누구도 네 앞에서 날뛰게 두지 않을 수 있어. 알겠어?”성유리는 박한빈의 품에 기댄 채로 얼굴을 파묻었다.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그래서 성유리는 박한빈을 밀어내지 않았다.잠시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박한빈의 허리를 감쌌다.그러자 박한빈은 성유리를 품에서 놓아주더니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박한빈의 손끝이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몇 번 스치더니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그러자 성유리는 재빨리 그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감기 걸렸어요. 옮을 수 있어요.”성유리의 감기는 심하지는 않았지만 가볍지도 않았다.그리고 감기 셋째 날, 생리 주기가 돌아오자 박한빈은 망설이지 않고 약을 챙겨줬다.성유리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지만 왜 아직 임신을 못 한 건지 의아해졌다.둘은 피임도 하지 않은 채로 부부관계도 자주 가졌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성유리는 혹시 박한빈이 무슨 조치를 취한 건 아닐까 의심했다.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성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뭐... 따로 하신 거 있어요?”박한빈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뭘 했겠어?”“몰래 수술이라도 한 거 아니에요?”“수술하고 회복할 시간이나 있었겠어? 내가 언제 쉬었는데?”박한빈의 말투는 거칠었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그래서 성유리는 다시 물었다.“그럼 혹시 내가 먹는 약... 피임약으로 바꿔 놓은 거예요?”“그런 건 네 몸에 안 좋잖아. 내가 그렇게까지 하겠어?”성유리는 잠시 생각하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저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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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오, 그래?”박한빈은 별로 흥미 없다는 듯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리고 성유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계속 물었다.“그 아이... 누구 애일까요?”그 말에 박한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마 그 사람이랑 관련된 애겠지. 아니었으면 지난번 행사에 그 여자를 데려갔을 리 없잖아.”이 말은 사실상 강지연의 아이를 인정한 셈이었다.비록 강지연과 결혼할 생각이 없더라도 아이를 인정하면 그녀의 인생은 결국 방재호와 엮이게 되는 셈이니까.그런 생각이 스치자 궁금해진 박한빈이 먼저 물었다.“근데 그 얘긴 어떻게 들은 거야?”“유치원에서 다른 아이 부모님들이 말해줬어요.”박한빈은 성유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러자 성유리는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어 되물었다.“왜 그런 걸 물어요?”“강지연 그 여자가 아직도 너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해서.”성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다른 아이 부모님이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쳐서 저희한테 얘기해준 거예요.”“너 혼자한테만 알려준 거 아니었어? 저희라니?”“작은 학부모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얘기하는 거 들었어요.”“그럼 이제 소문 다 퍼졌겠네?”박한빈이 그렇게 말하자 성유리는 순간 멈칫하며 그의 잠옷을 붙잡았다.갑작스러운 반응에 박한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왜 그래?”성유리는 입술을 깨물고 있다 조용히 말했다.“박한빈 씨, 아무리 그래도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그 말에 박한빈은 잠시 침묵하다 이내 웃으며 물었다.“넌 뭘 상상한 거야? 내가 그 애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해?”“진짜 아니죠?”박한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솔직히 말해서 강지연 씨가 임신한 건 나랑 아무 상관도 없어. 관심도 없고.”성유리는 박한빈의 말을 온전히 믿기로 했다.그녀는 박한빈이 그런 행동을 안 할 사람이라기보단 그런 일에 애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강지연이 아이를 낳는다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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