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는 그저 조용히 앉아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그저 바라보기만 헸다.분명 질문을 꺼낸 건 하늘이었는데 막상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처럼 보였다.강지연은 다시 한번 하늘이를 바라보다 곧 성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너희 엄마한테 전해. 십 분 안에 안 오면 네 시체를 수습하러 오게 될 거라고.”하늘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얌전하고 고분고분해 보이기까지 했다.그러자 강지연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수화기를 하늘이 입 근처로 가져다 댔다.곧 전화가 연결되었고 반대편에서 성유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늘아!”“사모님, 너무 느긋하신 거 아니에요? 경찰이라도 부르고 있는 거예요?”이내 강지연의 비웃음 섞인 말투가 이어졌다.“금방 도착해요! 하늘이는요? 제 딸은 무사하나요?”“걱정 마요. 당신 딸, 아직은 멀쩡하니까. 아, 물론 제가 마음만 먹으면 일은 생각보다 금방 끝날 수도 있어요.”“강지연 씨!”성유리의 다급한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우습게도 이건 강지연이 본 성유리의 감정 변화 중 가장 격한 순간이었다.예전의 성유리는 언제나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든 대수롭지 않은 듯, 세상 모든 것이 그녀 눈엔 시시한 것처럼 보였다.그래, 사실 성유리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세상 좋은 것들은 죄다 그녀 손에 있었으니까.강지연은 그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세상이란 게 어째서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하지만 이제 곧 성유리의 ‘행운’은 끝이 날 터였다.오늘 그녀는 모든 걸 잃게 될 것이다. 목숨까지도.“하늘이 목소리만 들려줘요.”성유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강지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지만 거절하지 않고 그저 핸드폰을 하늘이에게 가까이 가져갔다.“엄마.”하늘이는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늘아, 걱정 마. 엄마가 금방 갈게. 절대 무서워하지 마. 곧... 엄마 곧 도착해.”“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이건 하늘이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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