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은 평일이었다.성유리가 눈을 떴을 때, 박한빈은 이미 출근한 상태였다.요즘까지도 그는 아침마다 꼭 성유리를 한 차례 ‘괴롭힌’ 후, 그녀가 다시 잠들면 그대로 안아 차에 태워 회사로 데려가곤 했다.그 모든 과정에서 성유리는 거의 아무 기억도 없었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박한빈의 사무실 안 휴게실에 있었다.그런 생활이 반복되자 성유리가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박한빈도 한발 물러서 주었다.요즘은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 함께 식사를 하고 그 후에 같이 회사로 출근하는 루틴으로 바뀌었다.성유리는 눈을 비비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시간이 충분하다는 걸 알자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식탁에는 이미 도우미가 준비해 둔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식사를 하면서 성유리는 약국에서 약간의 물품을 배달 주문했다.그러자 도우미가 포장을 들고 들어오며 조심스레 물었다.“사모님, 어디 안 좋으신가요? 병원에 가보셔야 하지 않으세요?”“괜찮아요.”성유리는 이미 짐작한 듯 고개를 들어 도우미를 바라보며 당부했다.“한빈 씨한테는 말하지 마세요.”“하지만...”“이따가 제가 직접 얘기할 거예요.”성유리가 단호히 말하자 도우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약 봉투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기다리는 동안 성유리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그동안 줄곧 준비해 왔던 순간이었다.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왔을 때 성유리의 마음은 오히려 조용했다.검사 결과, 두 줄이 선명하게 보였다.성유리는 그저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을 뿐, 곧바로 테스트기를 옆에 내려놓고 욕실을 나섰다.점심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노트북을 열고 일을 했겠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성유리는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어디 가세요?”도우미가 깜짝 놀라 물었다.“묘지에 좀 다녀오려고요.”“박 대표님이 돌아오시면...”“묘지로 오라고 전해주세요.”성유리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집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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