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표님 인물 좋으신 걸 알고 있어요.”성유리가 곧이어 말했다.“대표님같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남자면 분명 좋아하는 여자도 많을 거고 저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도 얼마든지 찾으실 수 있으니...”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원래 차가웠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하지만 성유리의 가슴은 알 수 없는 떨림에 사로잡혀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다.“성유리 씨, 올해 21세 맞죠?”박한빈이 갑자기 묻자 성유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언제 졸업해요?”“내년이요.”“음, 그럼 내년에 결혼식 올립시다.”박한빈의 말투는 너무 가볍고 편안해서 마치 내일 장 보러 가서 배추 한 포기 사는 것처럼 들렸다.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확인하던 성유리의 눈은 점점 커졌고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아니요. 박 대표님, 저는...”“내년까지면 성유리 씨가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습니까?”박한빈이 다시 성유리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일단 정해진 일이니 계약은 지켜주세요.”“물론, 성유리 씨가 혼자 해결 못 하면 제가 도와주는 것도 상관없고요. 어떻습니까?”성유리는 말문이 막혔다.이런 결과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박한빈 역시 어린 시절 약혼을 싫어할 거라 생각했다.그뿐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 심지어 사회 전체가 성씨 가문이 박씨 가문에게 빌붙으려 한다고 알고 있었다.박한빈이 직접 약혼을 깨지 않은 건 체면 때문이었다.그래서 성유리는 자신이 먼저 말하면 박한빈도 기꺼이 허락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성유리 씨, 다른 할 말 더 있습니까?”박한빈이 다시 물었다.그제야 성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며 대답했다.“대표님, 아무 감정도 없는 여자와 결혼하는 게 너무 황당하지 않나요?”“제가 이미 말했듯이 이건 아버지의 유언입니다.”박한빈이 단호하게 말했다.연이은 똑같은 대답에 성유리는 화가 났다.이 순간, 그녀는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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