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통보다는 소름 끼치는 공포가 온몸을 감쌌다.성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박한빈에게 붙들린 두 다리를 저절로 오므렸다.“말할게요. 말한다고요!”성유리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저는... 정말 박한빈 씨한테 가서 말하라고 했어요. 그런 건 저하고 상관없다고요.”성유리는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어차피 박한빈이 정원 쪽 CCTV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을 했다간 자신에게 돌아올 대가가 훨씬 클 거라는 걸 잘 알았다.하지만 성유리가 다 말해도 박한빈의 기분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그런 미소와 달리 눈빛은 얼음장처럼 싸늘하기만 했다.“아, 당신하고 상관없다고요?”박한빈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말속에 깃든 위협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그의 손은 여전히 성유리의 등에 닿아 있었고 싸늘한 손끝이 지퍼를 끌어 내릴 때마다 성유리는 온몸이 떨리며 더욱 위축됐다.살갗을 스치는 박한빈의 손길에 성유리는 눈을 꼭 감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이미 박한빈의 함정 안에 걸려든 연약한 어린 양처럼 그 두려움은 목까지 조여왔다.마치 목을 움켜쥐는 보이지 않는 손에 폐가 눌려 아무리 숨을 들이켜도 한 줌의 공기도 들어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그런데 한참 동안 이어질 것 같던 위협이 갑자기 멈췄다. 성유리는 조금 기다린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여전히 떨리는 속눈썹 위로 눈물이 매달려 있었고 그 안에서 비친 자신의 얼굴은 한없이 위태롭고 처연해 보였다.“그렇게 제가 무서우십니까?”박한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성유리는 하마터면 헛웃음이 터질 뻔했다.‘아니, 어떻게 안 무서울 수 있단 말이지?’“안심해요. 안 건드릴 거니까.”박한빈이 다시 말했을 때, 성유리의 두 눈은 경계심으로 인해 더 커졌다.그는 말한 대로 박한빈의 손이 천천히 성유리에게서 떨어졌다.성유리는 즉시 몸을 뒤로 빼며 한쪽 손으로 가슴을, 다른 손으론 떨어진 드레스의 지퍼를 부들부들 쥐고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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