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241 - Chapter 1250

1277 Chapters

제1241화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떨궜다.그러자 추은정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 나는 지환 선배 뺏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그냥...”“알아.”성유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냥... 나도 그 사람이랑 분명히 정리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추은정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성유리를 바라봤다.“걱정하지 마. 난 너 원망 안 해.”성유리가 억지로라도 웃으며 말했다.“넌 밥이나 천천히 먹고 있어. 난 먼저 가서 지환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말을 끝내자마자 성유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추은정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성유리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성유리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추은정은 휴지를 꺼내 눈물을 죄다 훔쳐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성유리는 백지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그의 기숙사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그를 기다린 적은 예전에도 수없이 많았다.그녀와 백지환의 관계는 그렇게 불같거나 드라마틱하진 않았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 서로 통하는 순간들이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었고 취향도 잘 맞았다.그녀는 백지환이 재능 있고 야망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분명 꽤 괜찮은 자리까지 올라갈 거라는 것도.그래서 늘 그와 함께라면 끝까지 잘 갈 수 있을 거라 믿었었다.그런데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는걸.성유리가 꿈꿔온 사랑은 생각보다 너무도 쉽게 부서지고 견고하지도 않았다.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게 성유리로서는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그녀와 백지환 사이가 이렇게 산산조각 나버릴 줄은.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둘은 이번 주말에 같이 산에 올라가서 일출을 보자고 계획을 세웠다.그때도 성유리는 이렇게 그를 기다리면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말이다.“성유리.”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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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성유리는 갑자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과 이목구비는 여전히 잘생기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그런데도 지금, 성유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사람은 너무 낯설기만 했다.마치 어제 휴게실에 서서 박한빈과 그가 나누던 대화를 다 들었을 때처럼. 그때도 그녀는 백지환이 너무 낯설었다.성유리는 천천히 이를 악물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러고 나서 겨우 세 글자를 뱉어냈다.“그럼 우리...”“헤어지자.”성유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백지환이 먼저 그녀의 말을 잘랐다.마치 성유리가 그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했다.그 목소리조차 성유리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성유리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었지만 백지환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사실 너도 이제 좀 편해졌을 거야.”그 말에 성유리의 눈이 확 커졌다.“뭐가?”성유리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살짝 떨렸다.“사실 너도 다 알고 있잖아.”백지환이 말을 이었다.“네 부모님이 우리 둘이 결혼하는 거 허락할 리 없다는 거. 만약 네가 계속 나랑 사귀고 싶다면 네가 감당해야 할 게 얼마나 큰지 너도 잘 알잖아. 게다가... 너한텐 약혼자도 있잖아.”“네가 그걸 뭘 안다고 그래? 내가 너랑 같이 그 모든 걸 감당하고 싶었을 수도 있잖아?”성유리가 쏘아붙이듯 반박했다.백지환은 잠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대답했다.“하지만 난 싫어.”“네가 나한테 잘해줬다는 거 알아. 그리고 네가 그런 거 신경 안 쓸 사람이란 것도 알아. 하지만 나는 신경이 쓰여. 네가 나 때문에 네가 가진 것들 다 포기하고 나랑 같이 고생하며 살아가는걸... 나는 못 보겠어.”“그리고 결국엔 우리 둘이 서로 원망만 남는 사이가 될까 봐 그게 더 무서워.”“그러니까 이쯤에서 끝내자. 우린 원래부터 같은 세상 사람도 아니었잖아. 이렇게 끝나는 게 오히려 잘된 거야.”말을 끝내고 백지환은 미련 없이 돌아서 버렸다.성유리는 그대로 그 자리에 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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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현은영의 한마디에 성유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래서 한참이나 숨을 죽이고 있다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무슨 뉴스?”“네가 직접 보면 되잖아?”현은영은 냉정하게 말을 툭 던졌고 성유리는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곧 깨달았다.어젯밤 그 연회 자리에, 기자들이 있었던 것이다.결국 박한빈과 함께 나타난 사진이 고스란히 언론에 찍혀버렸고 박한빈은 아침에 기자들 앞에서 아주 태연하게 밝혔다.성유리가 자신의 약혼녀라고.그 사실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박한빈은 또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재력가인 데다 잘생긴 얼굴 덕분에 연예계에서도 그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고들 했다.성유리조차도 이번에야 알았다.그가 온라인상에서 그렇게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었단 사실을.하지만 박한빈의 신분과 도도한 분위기 탓에 그의 팬들조차 평소엔 감히 크게 떠들지 못했다.그런데 느닷없이 ‘약혼녀’가 튀어나오니 그 팬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덕분에 성유리의 신상은 순식간에 다 뒤져졌다.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성유리와 백지환의 관계가 줄줄이 드러났다.성유리는 학교 안에서 나름 유명 인사였고 작년엔 백지환과 함께 캠퍼스 커플로 뽑히기도 했었다.더군다나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백지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했었다.그래서 사람들은 금세 결론을 내렸다.성유리가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났다는 거였다.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박한빈에게 약혼녀가 생겼다는 뉴스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화제가 되어 버렸다.수많은 사람들이 성유리의 SNS 계정으로 몰려가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성유리는 그저 멍하니 아무 변명도 하지 못했다.그렇지만 이 소동은 불과 몇 시간밖에 가지 않았다.그날 오후, 성유리와 관련된 모든 루머와 글들이 인터넷에서 말끔히 사라졌다.누가 그렇게 만든 건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성유리는 여전히 학교에 있어야 했다.박한빈이 온라인에서는 여론을 틀어막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학교 안에서 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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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참 대단하다니까.”현은영이 영상을 보더니 말했다.“추은정 진짜 미친 거 아냐? 네가 언제 밤새 안 들어온 적 있냐고? 완전 입만 가지고 소설 쓰네.”성유리는 예상치 못했다.언제나 자신을 못마땅해하던 현은영이 결국 이렇게 자기를 두둔할 줄은.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현은영을 바라봤다.현은영은 마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 금세 말을 이었다.“뭘 그렇게 쳐다봐? 내가 틀린 말 했냐?”“지금 쟤네가 왜 저러는 줄 알아? 혹시 네가 그날 밤 일 터뜨릴까 봐 먼저 선수를 친 거지. 네 명예부터 완전히 말아먹어 놓고, 네가 입도 못 열게 하려는 거라고.아니면 네가 왜 그동안 학교 안에서 백지환이 바로 여자 갈아탄 얘기는 아무도 안 하는 줄 알아? 쟤네가 이미 여론 다 돌려놓은 거라니까.”“사람들이 다 네가 잘못했다고 믿고 있으니까 이제 아무도 쟤네 잘못은 안 따지는 거고.”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은영은 원래라면 성유리가 크게 욕이라도 하며 폭발할 줄 알았다.그런데 이렇게 담담하게 반응하자 그녀의 미간이 곧바로 찌푸려졌다.“아니, 반응이 그게 다야? 가만있겠다고? 반격 안 할 거야?”“어떻게 반격해?”성유리의 물음에 현은영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야, 뭘 어떻게 하겠어. 사람들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까발려야지! 그리고 너랑 박한빈 그 사람, 어릴 때부터 약혼한 거라며? 걔네 둘은 그날 밤 바로 잤잖아. 따지고 보면 백지환이 훨씬 더 제대로 배신한 거라고. 그거 가지고 반격해. 쟤네가 무슨 수로 반박하겠냐?”현은영은 성유리에게 온갖 방법을 제안하면서 점점 흥분한 목소리를 냈다.하지만 성유리는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만하자.”“뭐라고?”“지금은 그냥 일이 막 터졌으니까, 사람들이 난리 치는 것뿐이야. 조금만 지나면 아무도 얘기안 할 거야.”성유리가 그렇게 말하자 현은영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그리고 한참 후, 성유리를 빤히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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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사실 성유리는 박한빈을 그리워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하지만 자신의 세상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도 문자 한 통 없는 그가 떠오르자 괜히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박한빈의 전화를 받을 생각도 없어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상대도 성유리가 전화를 끊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몇 초쯤 뜸을 들이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성유리는 또 끊었다.그러고는 박한빈을 그대로 차단 목록에 올려버렸다.모든 걸 끝내고 성유리는 집에 갈 짐을 대충 다 챙겨 둔 참이었다.막 숙사를 나서려던 찰나, 추은정이 기숙사로 들어왔다.둘은 아직도 같은 방을 쓰고 있었기에 이렇게 마주치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요 며칠 성유리는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인 채 추은정의 시선을 철저히 무시해 왔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오늘은 추은정이 먼저 성유리를 불러 세웠다.“유리야, 우리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미안. 나 바빠.”성유리는 딱 잘라 말하곤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도 추은정은 마치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사람처럼 집요하게 따라왔다.“진짜 몇 마디만 하고 싶어서 그래. 그 기회조차 안 줄 거야?”성유리는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추은정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나 지금 지환 오빠랑 잘 만나고 있어. 네가 예전에 지환 오빠랑 사귀었던 것도 잘 알고 있고 너도 감정 있었던 거 알지만 그래도 이제 내 남자 친구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지환 오빠 따로 만나지 말아줄 수 있어?”추은정은 말을 마치고 곧바로 덧붙였다.“그렇다고 내가 너랑 지환 오빠 사이를 완전히 끊으라는 뜻은 아니야.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나를 통해서 얘기해도 되니까...”“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성유리는 참다못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나는 백지환이랑 헤어진 이후로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어. 내가 언제 따로 그 사람 만났다는 거야?”그 말에 추은정은 잠시 멍해졌다.그러나 금세 표정을 다잡고 말했다.“그래? 그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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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차 문이 닫히자, 밖에서 들리던 소음과 수많은 시선이 단번에 차단되었다.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여전히 원망이 많았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의 이런 단호함이 조금 고맙다고 느껴졌다.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저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구경거리가 되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물론 주말이 지나면 결국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했지만 성유리는 마치 타조처럼 조금이라도 도망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벌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제 전화 안 받았습니까?”박한빈의 목소리가 문득 정적을 뚫고 들려왔다.그제야 성유리는 그의 안색이 계속 어두웠다는 걸 깨달았다.지금도 박한빈은 깊고 차가운 눈동자로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성유리는 순간 움찔했다.그렇지만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은 그녀는 오히려 되물었다.“제가 왜 당신 전화를 받아야 되는데요?”“뭐라고요?”박한빈의 짧은 되물음에 원래 당당하던 성유리는 갑자기 조금 주눅이 들었다.그래서 고개가 저절로 살짝 뒤로 물러났고 말문도 턱 막혀버렸다.그 순간, 박한빈이 불시에 몸을 숙이며 그녀에게 바짝 다가왔다.갑작스러운 거리감에 성유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좁은 차 안에서는 도망칠 곳도 없었다.곧 그녀의 등이 차 문에 딱 붙어버리고 말았고 박한빈은 곧바로 성유리의 턱을 움켜잡았다.강제로 고개를 들게 만든 박한빈은 곧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성유리 씨가 한 말, 다시 한번 말해보시죠.”“저... 저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성유리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제가 왜 대표님 전화를 받아야 되냐고요.”박한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성유리를 꿰뚫어 보듯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날 선 칼날처럼 그녀를 찌를 것만 같았다.성유리의 마음속에 서서히 두려움이 피어올랐다.그럼에도 그녀는 질 수 없다는 듯 목을 꼿꼿이 세우고 박한빈과 눈을 맞췄다.박한빈은 한참 성유리를 응시하다가 문득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오랜만에 만나니까 성유리 씨는 저희가 무슨 사이였는지 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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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그런데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박한빈은 지금도 태연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 나갈 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여전히 성유리의 표정이 좋지 않자 박한빈은 한마디 덧붙였다.하지만 성유리는 그의 말을 조금도 듣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박한빈이 손을 놓아주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봤다.“아직도 화났어요?”박한빈의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눈앞의 상황이 그에게도 조금은 골치 아프게 느껴졌다.그도 그럴 것이, 그는 누굴 달래거나 비위를 맞춰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애초에 자신의 일정을 일일이 성유리에게 보고해야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하루에도 몇 번씩 도시를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 그런 것까지 다 신경 쓰려면 자신이 먼저 지쳐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들은 비록 지금 약혼한 사이라고는 해도 박한빈은 성유리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성유리가 자신을 통제하도록 내버려둘 생각도 없었고 박한빈은 그런 자신이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는 성유리에게 이미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여겼다.만약 다른 여자가 그의 전화를 두 번이나 받지 않았다면 그 순간 여자는 박한빈의 세계에서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더 이상 여자에게 시간을 쓰거나 말 한마디 허비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하지만 성유리가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는 결국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편함을 억누르며 낮게 말했다.“성유리 씨가 원한다면 앞으로 제 스케줄을 비서한테 정리해서 유리 씨한테도 보내게 하겠습니다.”성유리는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설마 그가 말하는 게 이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고 뭐라 대답하려던 찰나, 성유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벨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박한빈의 안색은 즉각 어두워졌다.그는 금요일 겨우 시간을 쪼개 돌아온 참이었다.이번 주말만큼은 그 무엇도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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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성유리는 박한빈의 손등 위에 손을 얹었다.사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건 아니었고 그저 박한빈이 전화를 거는 걸 막으려는 단순한 행동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박한빈은 진짜로 손을 멈췄다.그는 잠시 성유리가 쥐고 있는 자기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성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박한빈의 머릿속 생각은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고 사실 이미 다른 생각으로 멀리 가 있었지만 성유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계속 혼자서 설명했다.“원래 별일 아니었어요. 학교 애들이 심심해서 하루 종일 남 일에 참견하는 거예요.”“제가 신경 안 쓰면 되는 거고 어차피 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저랑 상관없어요”성유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몇 마디를 내뱉고 나자 눈가가 붉어졌다.그녀는 진심으로 박한빈이 이 일에 개입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비록 그가 나서면 일은 금방 해결되겠지만 박한빈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문제의 게시글만 삭제하는 것뿐이었다.그 게시글 뒤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수군거릴 것이고 그건 끝없는 악순환이었다.오히려 성유리가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그 소란도 사그라질 것이다.성유리는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하지만 자신이 들었던 그 말들, 그리고 뒤에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떠올릴 때마다 감정을 완전히 다스리기란 쉽지 않았다.박한빈은 옆에 앉아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정말 괜찮습니까?”“네. 괜찮아요.”성유리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보았다.“원래 별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 사생활이 어떻든 그게 사람들이랑 무슨 상관이겠어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유리는 그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었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숨을 크게 내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 한편이 이상하게 답답했다.그 감정을 그녀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치부했다.그래서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이제 어디로 가는 거죠?”“유리 씨 생각은요?”박한빈이 되물었다.그는 성유리가 또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러지 않았다.성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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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서훈은 박한빈의 뜻을 곧바로 이해했다.“알겠습니다, 박 대표님, 제가 전하겠습니다.”박한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서훈이 방금 보내준 것은 금성대학에서 이미 퍼진 영상들이었다.그중 한 편에는 백지환이 다른 사람에게 성유리가 한 달째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박한빈은 영상 속 그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한 달 전?박한빈이 정말 한 달 전에 성유리와 함께 있었다면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 있었다.즉, 백지환은 지금 금성에 없다는 것이었다.어쩌면 이 세상에조차 없을 수도 있었다.박한빈은 웃고 싶었지만 입꼬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몸을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그래서 이 기간 내내 성유리는 이런 상황을 견뎌왔던 거다.그렇기에 그녀가 그에게 원망 섞인 감정을 가졌던 것도 이해가 갔다.그러나 박한빈이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그녀가 왜 이런 일들을 그에게 알리지 않았는지다.박한빈의 일과 생활에 지장을 줄까 봐 두려워서였을까?아니면 백지환에게 죽을 만큼 상처를 주는 게 두려웠던 걸까?머릿속에 드는 이런저런 생각에 박한빈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왜냐하면 차 안에서 성유리가 자신이 전화를 걸어 조사를 하려던 행동을 막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왜 스스로 해명을 하지 않은 걸까?더러운 소문들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그냥 당하기만 했던 걸까?박한빈은 성유리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그건 백지환에게 마음이 약해져서였다.그 생각에 박한빈은 망설임 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성유리 방은 오늘 특별히 정리해 놓은 곳이었다.그녀의 방은 그의 침실 바로 옆에 있었다.박한빈이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성유리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것을 발견했다.‘도대체 누구를 막으려는 거지?’오후에 그가 성유리를 데려왔을 때 집 안엔 둘뿐이었다.그래서 박한빈은 이를 꽉 깨물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그는 주저하지 않고 서재에서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열었다.원래는 성유리에게 따지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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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막 잠에서 깬 성유리는 아직 멍한 상태였다.박한빈의 혀끝이 그녀의 이를 살짝 벌리자 성유리는 비로소 상황을 깨닫고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박한빈은 재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아 올려 눌렀다.“뭘 하는 거...”성유리는 따지려 했지만 입술이 박한빈에게 물려 말이 흐릿해졌다.박한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입에서 숨을 모두 빼앗고도 만족하지 않았다.성유리의 잠옷을 살짝 밀어 올린 박한빈의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피부를 타고 내려가며 소름을 돋게 했다.허리 옆에서부터 팔뚝, 그리고 쇄골까지 천천히 손길이 스며들었다.성유리는 크게 눈을 뜨고 몸을 긴장시켜 도망치려 했지만 두 사람의 힘 차이가 너무 컸다.박한빈은 힘들이지 않고 그녀를 눌러버렸고 입맞춤은 쇄골을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그만... 그만해요! 박한빈 씨, 제발 멈춰요!”성유리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고 눈물도 줄줄 흘렸다.오늘 자신이 얼마나 방심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학교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고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기에 박한빈을 믿었던 것이다.그가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기에 성유리는 순진하게도 그 말을 믿었다.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자신이 ‘믿음’을 가진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순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박한빈 씨!”곧 박한빈이 자신의 다리를 벌리려 하자 성유리는 다시 한번 절규했고 눈가에 맺힌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그제야 박한빈의 행동이 멈췄다.그는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바라보고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성유리는 그 틈을 타 재빨리 박한빈을 밀어내고 이불을 꽉 끌어안은 채 침대 반대편으로 굴러가 숨었다.잠옷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피부와 이불이 맞닿는 느낌이 낯설기만 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분노를 터뜨렸다.“거짓말쟁이!”그 말에 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거짓말쟁이요?”“분명히 제 몸을 만지지 않겠다고 했잖아요!”성유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제가 뭐 했다고 이러십니까?”박한빈은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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