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환은 멍하니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박한빈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메아리쳤다.살짝 올라간 남자의 입꼬리는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지만 눈동자엔 웃음기라곤 조금도 없었다.거기엔 오직 끝없는 냉기와 싸늘함뿐이었다.그 순간, 백지환은 자신이 분노하거나 원망할 틈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다.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나는 이 사람 눈에선 개미만도 못한 존재구나.’박한빈이 진짜로 자신을 죽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그리고 이번 일처 박한빈이 그저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마디 한 것만으로도 그동안 형제처럼 지내던 동료들은 곧바로 자신을 팀에서 내쫓기로 결정했다.백지환은 박한빈이 방금 던진 그 말이 단순히 팀에서 잘린다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이제 그는 어디를 가든, 어떤 회사든,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게 바로 백지환을 가장 공포스럽게 만드는 부분이었다.한참이나 입을 열지 못하던 백지환이 겨우 목소리를 찾아냈고 쉰 목소리로 입을 뗐다.“대표님, 제가... 제가 어떤 부분에서 대표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모른다고요?”박한빈이 피식 웃었다.“백지환 씨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했는지... 진짜 모르십니까?”그 말이 떨어지자 백지환의 얼굴에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한 기색이 스쳤다.그래서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저... 저는 그냥 제 주변 사람들이랑 농담처럼 헛소리 좀 한 것뿐이에요. 그게 만약 대표님께 누가 됐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박한빈은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책상 위의 전화기를 눌렀다.“내보내세요.”백지환은 박한빈이 이렇게 단호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그리고 그의 비서가 들어오는 걸 보자 더 다급해졌다.“저... 저 정말 사과할 수 있어요! 진심입니다. 대표님, 제가 가서 다 정리하겠습니다! 유리한테도 사과할게요!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