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성유리는 손을 세 번도 넘게, 네 번 가까이 씻고 또 씻었다.손바닥의 살갗이 다 벗겨질 것 같았는데도 그 위에 뭔가 지워지지 않는 이상한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반면 박한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한껏 욕구를 풀고 난 그는 곧장 서재로 들어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성유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결국 소파 팔걸이에 기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그리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걸 깨달았다.게다가 입고 있던 것도 이미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꿈이 아닌 걸 확인하자 성유리는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곧장 문 쪽을 노려보았다.그때 마침, 박한빈이 방으로 들어왔다.“오, 깼네요.”박한빈이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잘 됐습니다. 이제 곧 저녁 만찬 시작할 거거든요.”“당신...”성유리는 숨이 막히듯 목구멍이 콱 막혔다.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바로 옆에 있던 베개를 집어 들어 박한빈에게 던졌다.하지만 박한빈은 너무나 쉽게 몸을 비켜 피해 버렸다.그리고 다시 시선을 성유리에게 돌렸다.그 눈빛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경고하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성유리는 이를 꽉 물었다.“제 옷은 어디 있어요?”그제야 박한빈은 그녀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챈 듯 태연히 대답했다.“아, 제가 갈아입혔습니다.”“네?”박한빈은 고개를 갸웃했다.“저희 이미 다 본 사이 아닙니까?”성유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져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성유리 씨 옷은 새로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박한빈이 말을 이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제가 직접 입혀줘야 됩니까?”그 한마디에 성유리는 더 화가 치밀어 올라 곧장 옆에 있던 또 다른 베개를 그에게 던지려 손을 뻗었는데 박한빈은 손쉽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만해요. 돌아와서 놀아도 되니까요. 지금 만찬 시작했습니다.”“전 안 가요!”성유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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