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몇몇은 아예 침대에서 자다 말고 구경하러 나온 학생들이었다.기숙사 전체가 떠들썩했고 복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그런데도 백지환은 마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따윈 사라져 버린 사람처럼 여전히 성유리 앞에 무릎 꿇은 채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성유리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네가 말하는 그 일들,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도와줄 수도 없어.”“아니, 넌 도울 수 있어! 넌 분명 나 도와줄 수 있잖아! 지금 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백지환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제발 부탁이야, 성유리. 우리 그래도 1년 넘게 사귄 사이잖아. 나도 내가 부족하고 잘못한 거 많은 거 알아. 하지만 너 착하잖아. 설마 정말 내가 이렇게 망가지는 꼴을 보고 싶진 않지? 내가 죽으면 어쩔 거야?”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내가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또 어떻게 하라고.”백지환은 울먹이며 계속 말했다.“그러니까 유리야, 제발...”성유리는 잠깐 고민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이내 대답했다.“미안. 난 널 도와줄 수 없어.”그 말이 떨어지자 백지환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리고 방금 전까지 흘러내리던 눈물마저 멎어 버렸다.“네가 진짜 그런 일들을 저질렀다면 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성유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나 백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 전체를 심하게 떨고 있었다.그게 두려움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떨림이었다.성유리는 더 이상 백지환을 쳐다보지 않았고 그저 그를 지나쳐 손에 든 캔버스 가방의 끈을 꼭 쥐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백지환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린 듯 외쳤다.“아니, 성유리!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성유리!”하지만 성유리는 더는 백지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러자 백지환도 발걸음을 결국 멈췄다.그러더니 이를 악물고 성유리를 향해 소리쳤다.“넌 왜 그렇게 잘난 척이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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