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291 - Chapter 1293

1293 Chapters

제1291화

그 벨 소리는 마치 사람을 재촉하는 저승사자처럼 끊임없이 울려댔다.결국 성유리는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내려와요.”남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내뱉었고 절제된 목소리에는 분명한 짜증이 서려 있었다.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박한빈이 되물었다.“아무 일 없으면 성유리 씨를 볼 수 없는 겁니까?”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내일은 월요일이잖아요.”그 말에 박한빈은 말문이 막힌 듯 침묵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냥 밥이나 같이 먹자고 그러는 겁니다.”성유리는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 물론 잘 알고 있었다.사실 그녀도 그렇게까지 내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방금 박한빈의 웃음소리를 듣고 나니 괜스레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잠시 망설이던 성유리는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그녀는 단번에 그곳에 세워진 차를 발견했다.차의 차가우면서도 매끈한 실루엣, 번쩍이는 도장, 그리고 전면에 박힌 눈에 띄는 로고까지.그 하나하나가 캠퍼스 안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하지만 성유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차창 옆에 서 있는 추은정이었다.추은정은 팔에 책을 안은 채 차 안의 누군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백지환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지만 추은정은 겨우 경고만 받고 끝났다.그 후로도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에서 활발히 지냈다.그리고 지금 추은정 얼굴에 떠 있는 웃음은 더욱 발랄하고 싱그럽기까지 했다.이내 성유리를 발견한 추은정이 먼저 말했다.“성유리 왔네요.”그녀는 곧 성유리 쪽으로 다가왔다.“드디어 왔네. 박 대표님이 너 한참 기다리셨잖아.”성유리는 추은정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차 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박한빈은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지만 창문을 내린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즉, 성유리가 오기 전까지도 그는 추은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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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박한빈의 손가락 힘은 꽤 셌다.원래도 조금 부어 있던 성유리의 볼이 그 순간 더 아프게 욱신거렸다.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바로 그때, 박한빈이 물었다.“누구랑 싸웠습니까?”“아니요.”“그런데 얼굴은 왜 이 모양이죠?”박한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시선이 성유리의 소매 속으로 스쳤다.그러자 곧바로 안색이 더 어두워지더니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성유리의 손에는 이미 거즈가 붙어 있었다.속은 보이지 않았지만 거즈 아래 길게 뻗은 상처 자국은 눈에 띄게 섬뜩했다.“도대체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다닌 겁니까?”박한빈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잠깐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꼴이 왜 이렇게 된 거죠?”그 질문에 성유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무것도 안 했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박한빈의 손을 밀어냈다.박한빈은 그런 성유리를 한동안 바라보다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성유리 씨, 아버지한테 맞았습니까?”그는 묻고 있었지만 말투에는 이미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그리고 성유리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고 그녀의 ‘대답’에 박한빈은 코웃음을 치더니 바로 휴대폰을 꺼내려 했다.그 순간, 성유리가 물었다.“왜 아버지가 저한테 손을 댔는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그 한마디에 박한빈은 손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네?”박한빈은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혹시 저랑 결혼하기 싫어서 싸운 겁니까?”성유리는 입을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다.하지만 그 침묵은 곧 박한빈의 말이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러자 이번에 박한빈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성유리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한빈 씨도 아시잖아요. 왜 부모님이 이 결혼에 이렇게 집착하는지...”“만약 박한빈 씨가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었다면 저희 부모님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예요.”성유리는 숨을 고르며 계속 말했다.“지금 부모님이 박한빈 씨랑 결혼하라고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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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침묵은 점점 길어졌다.고요한 차 안엔 무언가가 서서히 번져 나가는 듯한 숨 막히는 기운이 감돌았다.성유리는 생각했다.아마도 자기가 방금 한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사실 그녀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그런데도 막상 지금 그걸 입 밖에 꺼내고 보니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몹시 쓰라렸다.“그러니까 박한빈 씨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성유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박한빈 씨는 그저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싶은 것뿐이잖아요.”“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박한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뭐가 문제죠? 어차피 그 사람이 마침 성유리 씨니까 이러면 다 된 거 아닌가요?”“하지만 전 제 결혼 상대가 제가 좋아서 저랑 결혼하는 사람이길 바랐다고요.”성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아해서?”박한빈은 비웃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성유리 씨가 말하는 좋아한다는 도대체 뭘 기준으로 정하는 거죠?”“제가 지금 딱 잘라서 아니라고 부정하더라도 사실 전 상대가 누군지도 상관없고 그냥 성유리 씨가 좋아서 결혼하고 싶은 거라고 말해주면 기뻐하실 건가요?”“성유리 씨가 보기엔 그런 말이 무슨 신빙성이 있고 또 무슨 의미가 있죠?”박한빈은 성유리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왜 그녀가 이런 쓸데없는 문제들에 목숨 걸고 집착하는지.그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맞아요. 아무 의미 없어요.”결국 성유리는 마치 박한빈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듯 힘없이 대답했다.박한빈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의 차는 여전히 길가에 멈춰 있었지만 시동을 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그러자 성유리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별일 아니면 저는 먼저 가볼게요.”박한빈은 대답하지도, 그녀를 붙잡지도 않았다.성유리는 그렇게 스스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이윽고 밤바람이 불자 속에 맴돌던 어지럼증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하지만 성유리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가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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