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벨 소리는 마치 사람을 재촉하는 저승사자처럼 끊임없이 울려댔다.결국 성유리는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내려와요.”남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내뱉었고 절제된 목소리에는 분명한 짜증이 서려 있었다.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박한빈이 되물었다.“아무 일 없으면 성유리 씨를 볼 수 없는 겁니까?”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내일은 월요일이잖아요.”그 말에 박한빈은 말문이 막힌 듯 침묵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냥 밥이나 같이 먹자고 그러는 겁니다.”성유리는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 물론 잘 알고 있었다.사실 그녀도 그렇게까지 내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방금 박한빈의 웃음소리를 듣고 나니 괜스레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잠시 망설이던 성유리는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그녀는 단번에 그곳에 세워진 차를 발견했다.차의 차가우면서도 매끈한 실루엣, 번쩍이는 도장, 그리고 전면에 박힌 눈에 띄는 로고까지.그 하나하나가 캠퍼스 안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하지만 성유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차창 옆에 서 있는 추은정이었다.추은정은 팔에 책을 안은 채 차 안의 누군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백지환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지만 추은정은 겨우 경고만 받고 끝났다.그 후로도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에서 활발히 지냈다.그리고 지금 추은정 얼굴에 떠 있는 웃음은 더욱 발랄하고 싱그럽기까지 했다.이내 성유리를 발견한 추은정이 먼저 말했다.“성유리 왔네요.”그녀는 곧 성유리 쪽으로 다가왔다.“드디어 왔네. 박 대표님이 너 한참 기다리셨잖아.”성유리는 추은정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차 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박한빈은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지만 창문을 내린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즉, 성유리가 오기 전까지도 그는 추은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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