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자 발걸음을 뚝 멈추고 말았다.거의 동시에 그녀 머릿속에 단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어차피 이 무도회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끌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아는 단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하지만 성유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혹시라도 자신을 볼까 봐 서둘러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곧장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대부분의 하객이 전부 홀 쪽에 몰려 있던 터라 정원은 비교적 한산했다.성유리는 방금 전까지 한참을 서 있었던 터라 이제 발목 전체가 부르르 떨리는 기분이었고 몸을 가누는 것조차 조금 힘들어졌다.그때,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유리?”그 목소리는 성유리에게 많이 익숙했기에 처음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설마 그 사람이 여기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추은정은 몇 걸음 만에 성유리 앞으로 다가왔다.추은정이 입고 있는 것은 무도회 서빙 스태프 복장이었다.“와, 이런 데서 만나네? 너도 여기 있었구나?”그렇게 말하던 추은정은 곧 뭔가 자기 말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듯, 서둘러 말을 바꿨다.“아, 넌 초대받고 온 거지? 나는... 나는 원래 호텔 쪽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오늘 급히 여기로 파견된 거야.”성유리는 추은정이 왜 굳이 그런 설명을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 입장에선 지난번에 서로 싸운 이후로 더 이상 인사조차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그러나 추은정이 말을 꺼낸 이상 성유리는 결국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라는 뜻만 보였다.추은정은 그런 성유리를 잠깐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성유리, 사실 나는 계속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어.”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추은정을 바라보았다.“나 전에 백지환 일 때문에 너한테 너무 상처 줬잖아.”추은정은 코끝을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그땐 내가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됐었던 것 같아. 우리 분명 훨씬 친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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