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박한빈이 거짓말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건 처음부터 그가 짜놓은 함정이었다.성유리가 몇 차례 이곳에 올 때도 아무 일 없었던 건, 박한빈이 일부러 그녀의 의사를 따라 비밀번호 자물쇠까지 설치해 주면서 안전하다고 착각하게 만든 미끼였을 뿐이었다.그러나 결과는 달랐다.처음부터 그는 성유리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성유리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똑같은 말만 반복했고 그 모습은 마치 울타리에 갇힌 토끼같이 불쌍해 보였다.하지만 그런 모습을 본 박한빈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그녀가 더 불쌍해 보일수록 박한빈은 더 잔혹하게 굴고 싶어 했다.그는 성유리의 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췄고 손은 그녀의 허리를 꽉 움켜쥐어 팔뚝의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박한빈은 전에 누군가로부터 이런 감각에 대해 듣긴 했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이제 그는 알 것 같았다.왜 어떤 사람들이 이런 쾌감에 빠져드는지.그건 마치 무더운 여름날 나무 위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사람들이 모두 집 안에만 숨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그래서 혼자 거리 위를 걷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갑자기 시원한 콜라 한 잔을 건네주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톡톡 터지는 탄산이 입안을 뒤흔들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몸 안의 주름을 펴 주는 듯한 느낌.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그 순간.그런 미친 듯한 기분이 정말 매혹적이었다.이 기분 좋은 느낌에 박한빈은 마치 중독된 듯했다.거실 소파에서 시작해 자신의 침실, 그리고 욕조 안까지.끝없는 강탈 속에 성유리는 더는 울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박한빈이 다시 그녀를 붙잡자 성유리는 몸을 떨며 고개를 계속 저었고 뒤로 물러나려 애썼다.하지만 박한빈은 그럴 틈도 주지 않았다.곧 성유리는 그의 손에 발목이 잡혀 그대로 끌려갔다.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성유리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깨어났을 땐, 뼈가 으스러진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