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311 - Chapter 1313

1313 Chapters

제1311화

성유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박한빈은 코웃음을 치듯 가볍게 웃었다.“옥지나 씨가 사진까지 보내줬는데 아직도 모르겠습니까?”“저희를 갈라놓으려고 그러는 거잖아요.”성유리가 박한빈의 말에 맞받아쳤다.“하지만 저희는 분명히...”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박한빈은 매서운 눈빛으로 성유리에게 쏘아봤다.마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짐작한 듯.하지만 성유리는 멈추지 않았다.“사실 괜한 걱정을 한 거예요. 두 사람이 이런 짓을 안 했더라도 저희가 정말 잘될 수 있었을지는... 모르니까요.”박한빈이 이런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성유리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렇지만 박한빈은 그 작은 목소리조차 놓치지 않았고 성유리의 턱을 꽉 잡으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죠?”“제가 틀린 말 했어요?”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사실이잖아요. 지난번 일 이후로 지금까지... 박한빈 씨는 저한테 한 번도 분명한 대답을 준 적 없어요. 그럼 저는 어떻게 생각하겠어요?”박한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고.”“그건 박한빈 씨 아버님의 유언 때문이잖아요. 그게 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는 거, 저도 알아요.”“그래도 당신처럼 계속 도망치려는 것보단 낫잖아요.”“저는 도망친 거 아니에요. 그냥 무서울 뿐이지...”성유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박한빈 씨는 거짓말로도 제가 좋다는 말 한마디 안 해주시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어떻게 박한빈 씨랑 결혼을 해요?”박한빈은 잠시 멈칫하다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거짓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듣고 싶은 겁니까?”“그게 사람 마음 아닌가요? 누가 듣기 좋은 말을 싫어하겠어요?”“성유리 씨는 저한테 원하는 게 많은데 정작 본인은 저한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은 해봤어요?”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박한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서서히 떨궜다.그러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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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박한빈은 사람을 시켜 성유리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그날 이후 한동안, 성유리는 박한빈을 다시 볼 수 없었다.성유리는 생각했다.아마 그날 밤 자신이 한 말이 박한빈에게 겁줬거나 아니면 정신을 차린 걸 수도 있다고.자신 같은 사람에게 얽히는 건 사실 꽤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었다.왜냐하면 성유리가 원하는 것은 박한빈의 돈도, 지위도 아니었고 바라는 건 그저 한 사람의 진심뿐이었다.하지만 박한빈 같은 사람에게 감정이란 건 사실 세상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는 결코 한 여자에게만 충실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날 밤 다른 사람들의 ‘오픈 마리지’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성유리가 원하는 삶은 박한빈의 이상적인 삶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그러니 박한빈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가끔 성유리는 재무 관련 뉴스를 통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 역시 뉴스를 보는 대중과 다를 바 없었다.그럴 때만 박한빈의 근황을 알 수 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런 접점도 없었다.모든 것이 마치 예전처럼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이로 되돌아간 듯했다.그들 사이에는 이제 ‘약혼자’라는 이름만이 공허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곧 새해가 다가왔다.이번 겨울방학은 성유리에게 있어 마지막 방학이기도 했다.윤청하는 보름 전부터 성유리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라고 성화였고 여러 가지 일정을 준비했으니 반드시 집에 와야 한다고 했다.성유리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게 온갖 인맥 관리와 접대 모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가고 싶지 않아 별의별 핑계를 만들어 시간을 끌었다.그러다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자 결국 짐을 싸서 집으로 향했다.집에 들어선 성유리는 집 안이 유난히 북적이는 걸 느꼈다.거실은 이미 완전히 손님맞이 공간으로 변해 있었고 낯설거나 익숙한 얼굴들 십수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성유리가 들어서는 순간, 마침 누군가 윤청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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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윤청하는 성유리를 나무라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손을 가볍게 한 번 쥐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먼저 올라가서 쉬어.”그제야 성유리는 몸을 돌려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오랜만에 돌아온 집이었다.하지만 집에는 늘 그렇듯 도우미들이 있었고 그녀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방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예전 성유리가 두고 간 물건들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듯 그대로였다.눈에 익숙한 모든 것들, 그런데도 성유리는 이곳에서 ‘집’의 따뜻함 같은 걸 느낄 수 없었다.침대에 한동안 누워 있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박한빈에게 보낼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성유리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사실 연락할 이유는 이미 없었다.박한빈의 긴 침묵은 이미 성유리에게 모든 대답을 해준 셈이었으니까.그렇지만 오늘 있었던 일들이 성유리에게 한 가지를 다시 일깨워주었다.앞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적어도 그들 사이의 관계는 외부에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그녀의 어머니는 이미 자신을 박한빈의 ‘장모’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니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성유리는 박한빈이 직접 그녀의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해 주길 바랐다.왜냐하면 똑같은 말을 자신이 한다면 부모님은 또다시 그녀가 고집을 부린다며 몰아붙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박한빈은 달랐다.그가 말한다면 부모님은 단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할 것이다.그런데 메시지를 다 써놓고 보니 왠지 모르게 너무 냉정하고 딱딱한 문장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마치 자신이 그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성유리는 차마 보내기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그때, 아래층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전 그 북적이는 분위기를 떠올리니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다.그래서 성유리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바로 그때였다.문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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