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301 - Chapter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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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그리고 또 박한빈의 약혼녀도 있었다.결국 성유리는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무대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정말 예쁘네.”도도하던 애리얼도 이번에는 먼저 다가오더니 계속 박수를 치며 칭찬을 늘어뜨렸다.“유리 씨, 혹시 예전에 무용 배운 적 있어?”“네. 조금이지만 배웠었어요.”“역시 그럴 줄 알았어. 춤 정말 잘 추던데?”애리얼이 웃으면서 손에 든 샴페인 잔을 박한빈에게 건넸다.“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커피 한잔하자.”그 말은 분명 성유리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애리얼의 시선은 박한빈에게 고정돼 있었다.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박한빈을 바라보았다.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대의 뜻을 밝히지도 않았기에 결국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오늘 파티에 참석한 직원들은 다 사모님 쪽 사람들인가요?”가만히 있던 박한빈이 갑자기 물었다.박한빈이 그런 질문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애리얼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전부는 아니에요. 일부는 호텔 쪽에서 빌려온 사람들이에요. 왜요?”“아까 직원 중 한 사람이 제 약혼녀를 밀었거든요.”사실 성유리는 개막 무용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조금 전 자신이 어떻게 무대 밖으로 나왔는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그러다 박한빈의 말을 듣고서야 무언가 떠올랐는지 급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하지만 아까 있었던 상황 때문에 성유리는 자기가 원래 어디에 서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박한빈은 그녀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 듯, 곧장 애리얼에게 말했다.“그 사람은 아마 호텔 쪽에서 파견된 사람일 겁니다. 저한테 명단이랑 자료 좀 보내 주세요.”애리얼은 박한빈의 말투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확실히 본 거예요?”“네.”애리얼은 다시 성유리를 한번 바라보더니 그제야 살짝 미소 지었다.“알겠어요. 이따 사람 시켜서 보내드릴게요.”“감사합니다.”박한빈은 애리얼과 다시 한번 잔을 부딪쳤다.“오늘 무도회 잘 치르세요.”애리얼도 미소를 지으며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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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그럼 걔는 정말...”성유리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박한빈이 갑자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눈 달린 칼날처럼 성유리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결국 성유리는 하려던 말을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고 박한빈도 입을 꾹 다물었다.무도회는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장내의 남녀들이 자유롭게 파트너를 바꿔가며 현장에서 연주되는 교향곡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하지만 성유리와 박한빈이 있는 곳만 유독 적막했다.그러자 지난번 두 사람이 좋지 않게 헤어졌던 장면이 성유리의 눈앞에 다시 떠올랐다.성유리는 괜히 머리카락을 한번 매만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혹시 별일 없으시면 저 먼저...”“가시죠.”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 박한빈이 대답했다.그 한마디에 성유리는 순간 멈칫했고 어디로 가자는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박한빈의 표정과 기류가 심상치 않아 보였기에 더 이상 불을 지피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앞으로 몇 걸음 걸은 뒤, 성유리가 뭔가를 떠올린 듯 급히 물었다.“저... 어머님은 어떻게 돌아가세요?”“어머니는 조금 있다가 따로 가실 겁니다.”박한빈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을 툭 내뱉었다.차에 올라탄 뒤에도 박한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그 정적은 성유리에게는 너무나도 숨 막혔다.참다못한 성유리는 손을 살짝 움켜쥔 뒤 먼저 말을 꺼냈다.“저는 학교로 데려다주시면 돼요.”박한빈은 여전히 침묵했고 성유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런데 분명히 차가 향하는 방향은 성유리의 학교와는 전혀 달랐다.불길한 예감에 성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한번 말했다.“저는 학교에 돌아가야 돼요.”앞자리에 앉은 운전기사는 대답하지 못한 채 백미러로 슬쩍 박한빈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기사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짜증이 난 성유리는 박한빈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저희는 지난번에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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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운전기사는 곧 차를 박한빈의 저택 앞에 멈춰 세웠다.성유리가 여기에 마지막으로 왔던 건, 벌써 보름 전의 일이었다.박한빈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성유리가 예전에 묵었던 그 방에는 이미 새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휴대폰 주세요.”박한빈이 말했다.성유리는 즉시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그러자 박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비밀번호 설정 도와드리겠습니다.”“뭐 하시려고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성유리의 눈빛은 여전히 경계로 가득 차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한빈은 문득 코웃음을 쳤다.“지금 저를 무슨 살인범이나 맹수처럼 대하시는 겁니까?”말을 마친 순간, 박한빈이 갑자기 성유리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갑자기 확 좁혀진 거리에 그녀는 온몸이 반사적으로 굳어버렸고 눈은 크게 뜬 채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가슴은 터질 듯 쿵쿵 뛰었지만 사실 이런 상황이 전혀 낯설거나 놀랍지도 않았다.솔직히 말해 박한빈이 운전기사에게 차를 이곳으로 몰게 했을 때부터 성유리는 어렴풋이 이런 결말을 예감하고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박한빈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한참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결국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럼 혼자 해보시죠.”그 말을 남긴 박한빈은 곧장 자신의 서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서재 문을 열기 직전 마치 뭔가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다시 말했다.“괜히 다른 의미로 생각하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성유리 씨도 그렇게 좋은 선택지도 아닙니다.”성유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 천천히 박한빈에게 물었다.“무슨 말씀이세요? 좋은 선택지 아니라니... 무슨 선택 말씀하시는 거예요?”하지만 박한빈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서재 문은 굳게 닫힌 채였다.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오로지 묵묵히 닫힌 문짝뿐이었다.성유리는 한동안 그 문을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그 방의 비밀번호 잠금장치 앞에 쭈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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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박 대표님, 성유리 씨는 무사히 모셔다드렸습니다.”운전기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지만 박한빈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박한빈이 대답이 없으니 운전기사 또한 감히 먼저 전화를 끊지 못하고 있었다.“알겠습니다.”박한빈은 단 한마디만 툭 던지듯 남기고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팽개쳤다.바로 그때, 서훈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박한빈의 안색을 본 서훈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들어온 타이밍이 영 좋지 않음을 단박에 눈치챘다.그렇다고 해서 이미 들고 온 말을 안 할 수도 없어 그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박 대표님, 최 대표님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저녁 여덟 시, 화양 쪽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네.”박한빈은 짧은 대답을 하며 알아들었다는 뜻을 내비췄지만 서훈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박한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할 말이 더 있습니까?”“이건... 애리얼 씨한테 부탁하셨던 자료입니다. 오늘 전달해 달라고 사람을 보내셨고요. 현장 CCTV 영상도 같이 왔습니다.”박한빈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손을 재빨리 앞으로 내밀었다.서훈은 곧장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건넸다.하지만 박한빈은 그것을 받아놓고도 바로 펼쳐보지 않았고 그냥 대충 옆으로 휙 던져두었다.서훈은 그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더 오래 서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전할 말은 다 했으니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그리고 박한빈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그러다 결국, 참고 있던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CCTV 영상을 꺼내 틀었다.이내 영상 속 인물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하는 순간, 박한빈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화양 클럽.박한빈이 도착했을 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술을 한 차례 돌린 뒤였다.술기운이 오른 덕분인지 상대방의 기세도 한껏 올라와 있었고 박한빈을 보자 무척이나 반가운 듯 손을 흔들어 불렀다.“박 대표님, 오셨어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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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저희가 전에 약속했던 대로 이익의 20%는 최 대표님 몫입니다.”박한빈의 말에 최 대표는 만족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박 대표님이 약속하신 거니까 당연히 믿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원씨 가문은 박 대표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박한빈은 그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고 대신 후속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야기 내용 자체는 이미 전에 몇 번 나눴던 것들이었다.게다가 술을 몇 잔 마신 탓인지, 최 대표는 눈빛이 이미 흐릿해졌고 손길도 점점 거칠어졌다.박한빈이 바로 옆에 있는 와중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옆자리 여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밀고 있었다.그러다 박한빈의 시선을 의식해서였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몰라도 여자는 오히려 신음 소리를 더 크게 내며 과장되게 반응했다.박한빈은 점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리고 손목시계의 시간을 흘깃 확인한 후, 자리에 일어섰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박 대표님,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최 대표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아니면 이참에 한 명 데리고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그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계속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이쪽은 다들 ‘깨끗한’ 사람들이에요. 이제 곧 결혼하신다면서요? 앞으로는 지금처럼 자유롭기 힘드실 텐데 마지막으로 한 번쯤은 즐겨보셔야 아깝지 않죠.”박한빈은 불쾌한 듯 그의 팔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말했다.“최 대표님이나 재미 보시죠.”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서훈은 이미 클럽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박한빈은 클럽 문을 나서는 순간,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서훈은 그 장면을 똑똑히 봤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금성대학으로 가죠.”이미 불쾌해진 박한빈은 한 마디만 툭 내뱉고는 차에 올라탔다.서훈은 순간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해 있었다.2초쯤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그는 황급히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그 시각, 성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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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이거 너 가져.”학교 정문이 거의 보일쯤, 백지환이 갑자기 성유리를 불러 세우더니 뭔가를 내밀었다.백지환의 표정에는 어딘가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나 학교는 안 들어갈래. 너도 알잖아. 지난번 일로 학교 안이 떠들썩했던 거. 학교 들어가면 사람들이 또 나를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게... 싫어.”“이거 우리 엄마가 만든 거야. 너 전에 되게 좋아했잖아? 엄마가 일부러 너 먹으라고 보내주신 거야.”성유리는 잠깐 백지환을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 들린 걸 내려다보았다.그건 빨갛고 탐스러운 팥소가 얹힌 떡이었다.다만 가지고 다니면서 눌린 탓인지 떡은 여기저기 조금 부서져 있었다.그런데도 백지환이 조심스럽게 떡을 내미는 모습에 성유리는 가슴이 살짝 저릿해졌다.“고마워.”성유리가 떡을 받아 들고 나서야 백지환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이만 가봐.”성유리의 마지막 인사와도 같은 말에 백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리고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이제 시간이 꽤 늦어 학교 근처에는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노란 가로등 불빛이 백지환의 몸 위로 쏟아지며 그의 그림자를 길게 비춘 탓에 괜히 더 쓸쓸하고 안쓰럽게 보였다.바로 그때, 성유리는 문득 깨달았다.자신이 백지환을 미워하고 있지 않다는걸.그가 앞장서서 자신을 욕하던 그때는 분명히 백지환을 미워했다.하지만 그게 백지환이라는 사람만을 미워한 게 아니었다.사람에 대한 미움보다는 그 사람에게 쏟아부었던 시간과 마음, 그리고 청춘을 배신당했다는 그 상실감이 더 컸다.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비록 둘의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 사이에는 분명히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으니까.백지환이 한때 보여줬던 애정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그러니 그 모든 과거를 싹 부정해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뒤에서 갑자기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쳤다.그제야 성유리는 그 자리에 세워져 있던 차 한 대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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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뭐라고요?”“제가 성유리 씨한테 다시는 그 사람 만나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십니까?”박한빈은 성유리의 손을 꽉 쥔 채, 점점 더 미간을 찌푸리며 따지듯 물었다.“두 사람 도대체 언제부터 다시 만난 거죠?”“지난번에 당한 일로도 아직 부족합니까? 백지환 씨가 어떤 인간인지 아직도 모르는 겁니까?”성유리는 박한빈이 이렇게 한 번에 말을 쏟아내는 걸 처음 들어봤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그걸 곱씹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지금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건, 박한빈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 숨 막히는 거리였다.사냥감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짐승 같은 살벌한 눈빛에 성유리는 몸이 저도 모르게 바짝 굳어버렸다.“저... 일단 이거부터 놔요! 아프다고요!”“아프십니까?”박한빈은 비웃듯 피식 웃었다.“성유리 씨는 아직 진짜 아픈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네요.”그렇게 말하던 그는 성유리의 턱을 움켜잡았다.“제가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다시 연락한 거죠?”“연락한 적 없어요!”“없다고요? 그럼 두 사람 방금 뭐 하고 있었는데요?”“저희... 저희 진짜 오랜만에 본 거고 그냥 잠깐 대화 좀 한 것뿐이에요.”“무슨 대화죠?”박한빈이 더욱 날카롭게 몰아붙였다.마치 성유리의 대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그 바람에 박한빈의 손등에 핏줄이 불끈불끈 튀어나왔다.“놓으라고요! 아프다니까요!”성유리는 다시 소리쳤고 고통에 눈가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무슨 대화 했냐고 물었습니다!”박한빈은 여전히 집요하게 캐물었다.“저희가 무슨 얘기를 했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성유리도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전 다른 사람이랑 얘기 좀 하면 안 돼요? 정말 미친 건가요? 저는...”“다시 말해 봐요.”박한빈이 그녀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완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그 차디찬 눈빛에 성유리는 숨이 막혀 멍하니 굳어버렸고 막 쏟아내려던 말들이 목구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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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성유리의 말이 끝났음에도 박한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다가 무슨 우스운 얘기라도 들은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저더러 백지환 씨를 봐주라는 말인가요?”“네. 지금 걔는...”“제가 왜 봐줘야 하는데요?”박한빈이 성유리의 말을 딱 잘랐고 그 한마디에 그녀의 말문은 막혀버렸다.“제가 백지환 씨한테 뭘 했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본인이 벌인 짓 때문에 저 사달이 난 거 아닌가요? 굳이 따지자면 자업자득이죠.”“그리고 지금이라도 나가서 평범한 일자리 구해서 돈 벌면 굶어 죽을 일은 없을 텐데 백지환 씨는 대체 뭘 더 바라는 겁니까?”“보아하니 제가 너무 봐줬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그런 헛된 희망을 품고 있겠죠.”박한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비웃듯 미소 지었다.그 표정을 본 성유리는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 다급히 물었다.“뭐 하시려는 거죠?”박한빈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다만 성유리의 손목을 꽉 쥐고 있던 손을 풀고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그래서 성유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박한빈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지금 뭐 하시려고요? 꼭 그렇게까지 사람을 몰아붙여야 돼요? 지금 저렇게 된 것만으로도 벌 충분히 받았잖아요!”성유리의 반박에 박한빈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그리고 그는 뒷좌석에 앉은 채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지금 저한테 뭐라고 하는 겁니까? 제가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저는 박한빈 씨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어요!”성유리가 홧김에 내뱉은 말에 차 안은 물 뿌린 듯 고요해졌다.사실 성유리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막상 박한빈의 시선을 마주하고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눈을 똑바로 뜨고 박한빈과 마주 앉아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박한빈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볼 근육까지 당겨지는 그 웃음은 눈부실 만큼 잘생겼다.그 웃음은 분명 예뻤다.하지만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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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성유리는 짜증이 나 얼굴을 찌푸린 채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휴대폰을 되찾으려 했다.하지만 박한빈은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받지도 않고 그냥 꺼버리더니 성유리의 휴대폰을 밖으로 던져버렸다.그 행동이 너무나 단호하고 신속해서 성유리는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곧 박한빈은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계속 운전하시죠.”운전석에 앉아 있던 서훈은 처음부터 긴장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한빈의 명령을 듣고서야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다.성유리는 잠시 얼어붙었다가 문득 깨달았다.‘방금 던진 거... 내 휴대폰이잖아!’“멈춰요!”그녀는 급히 외치며 문손잡이를 잡으려 했다.그렇지만 박한빈은 재빨리 성유리를 끌어당겨 다시 제자리에 앉혔다.성유리는 그렇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의 무릎 위에 앉아버렸다.“놔줘요!”그녀가 몸부림치려 했지만 박한빈은 손을 쭉 뻗어 갑자기 성유리의 목덜미를 단단히 잡았다.그 동작은 마치 오랫동안 숨어 있던 맹수가 마침내 송곳니를 사냥감의 치명적인 곳에 대는 것처럼 단호했다.아마도 전에 이미 예감이 있었던 듯했다.그래서 성유리는 크게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다만 반항하려던 몸짓이 순식간에 멈추었고 이내 박한빈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길가 풍경은 빠르게 지나갔고 빛이 그의 깊은 눈동자에 떨어졌지만 그 속엔 따뜻함이라곤 전혀 없었다.그저 차가운 냉기만 맴돌 뿐.“왜죠?”침묵하던 박한빈이 물었다.“네?”성유리는 애써 침착하려 애썼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가 없었다.그리고 박한빈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물었다.“저는 성유리 씨가 원하는 걸 안 줬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요구를 못 맞춰 줬나요?”“제가 시간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십니까?”“그 백지환이라는 놈은 제 눈에 그저 파리 한 마리 같은 존재입니다. 성유리 씨를 위해서 제가 얼마나 신경 써서 사과하게 만들고 해명하게 하고... 백지환이 손댄 모든 프로젝트의 꼼수를 조사까지 하게 했는지 아십니까?”“이런 거 하면서 제 시간과 에너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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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박한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침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곧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그는 내용을 확인할 새도 없이 바로 핸드폰을 성유리에게 내밀었다.성유리는 이를 꽉 깨물었다.아무리 인내심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박한빈이 방금 쏟아낸 독설을 들었다면 기분 좋을 리 없었기에 그가 핸드폰을 건넬 때 성유리는 보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은 대신 핸드폰 잠금을 풀고 화면에 있는 사진들을 보여줬다.사진 속에는 성유리와 백지환이 함께 찍힌 모습이 가득했다.몇 장은 각도 탓인지 두 사람이 아주 친밀해 보였고 예전 연애하던 때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성유리는 사진을 보며 표정이 살짝 변했다.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번쩍 뜨고 박한빈을 바라보았다.“설마... 저를 몰래 감시하신 거예요? 사람까지 붙여서?”성유리는 원래 박한빈을 나무랄 작정이었지만 박한빈이 그녀의 말을 뚝 끊었다.“누가 메시지를 보낸 건지 보고 싶습니까?”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았다.옥지나.그녀의 이름을 본 성유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물었다.“이게 무슨 뜻이죠? 저를 따라다니던 사람이 옥지나 씨라고요? 도대체 왜...”말을 이어가려던 성유리는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는지 말끝을 흐렸다.박한빈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고 코웃음을 쳤다.“왜 말을 끝까지 안 하십니까? 계속 말해 봐요.”성유리는 그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박한빈 씨 말은... 둘이 이미 작전을 짜고 저한테 다가온 거고 백지환도 일부러 제 앞에서 불쌍한 척하며 사진 찍히게 한 거라는 거죠? 그리고 그걸 박한빈 씨가 보라고 보낸 거고?”성유리의 질문에 박한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이 정도는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아직 그렇게 멍청하진 않다는 증거군요.”성유리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이빨을 꽉 깨물었다.“아직도 백지환 그 인간이 불쌍한가요?”순간, 옥지나가 몇 개 더 메시지를 보냈다.그건 분명 박한빈에게 성유리 같은 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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