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박한빈은 힘없이 내려가 있던 두 주먹을 꽉 쥐었다.그가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확인했을 때, 그곳엔 역시 아무도 없었다.밖은 여전히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었다.성유리는 어깨에 외투 하나를 걸친 채 나갔지만 그런 상태로 밖을 나간다면 결과는 뻔했다. 얼어 죽는 것 말고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유리가 정말 얼어 죽는다 해도 그건 박한빈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길들지 않는 애완동물은 애초에 키울 가치가 없다.그래서 박한빈은 그녀의 끝이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성유리가 세상 밖에 나가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지금 자기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는지 말이다.그렇게 생각하던 중, 문득 박한빈의 눈에 묘한 흥미가 스쳤다.‘아직은 죽으면 안 돼.’성유리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보고 싶어졌다.곧바로 박한빈은 전화를 걸어 사람들을 시켜 성유리를 찾아오게 했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며칠 뒤, 그의 비서가 보고해 왔다.성유리는 돌아간 뒤 심하게 열이 났고 결국 성씨 가문 사람들이 병원에 데려다 줬다고 했다.그 바람에 그녀는 온 새해 연휴를 병원에서 보냈다.성시원은 직접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어 그 얘기를 전하며 돌려 말하는 듯 병문안 한번 가보라고 했지만 박한빈은 바쁘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했다.그뿐만이 아니었다.박한빈은 김서영에게도 성유리와 어떤 식으로든 연락하지 말라고 강하게 당부했다.업무가 재개된 첫날, 박한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씨 가문 쪽과 진행 중이던 자금 지원과 협력 건을 전면 중단한 것이었다.이 일로 성시원이 그를 찾아왔지만 박한빈은 면담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그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후, 곧장 모풍국으로 출국해 버렸다.에릭은 박한빈에게 물었다.“결혼식은 언제 할 건데? 내가 들러리라도 서줄까?”그 말에 박한빈의 표정이 확 굳었다.“뭐야? 너 전엔 당장이라도 결혼할 기세였잖아?”“네가 언제부터 내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박한빈은 오히려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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