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Kabanata 1321 - Kabanata 1325

1325 Kabanata

제1321화

성유리는 1층으로 내려와서야 어젯밤 눈이 밤새 내렸다는 걸 알았다.거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세상은 온통 은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어딘가 동화 같은 기운마저 풍겨왔다.성유리는 한참이나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식사를 시작했다.식사 내내 그녀는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마치 맞은편에 박한빈이 앉아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처럼.하지만 박한빈은 아무렇지 않았다.어차피 그는 접대 자리나 가끔 부 집에 들를 때를 빼고는 늘 혼자 밥을 먹었고 그건 이미 익숙한 일이었으니까.두 사람은 그렇게 한마디 말없이 아침 식사를 끝냈다.그러다 성유리가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제 옷은 어디 있어요?”“무슨 옷?”“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어젯밤 제가 입고 있던 옷 말이에요!”“아, 그거? 버렸어.”박한빈의 대답은 너무도 담담했고 당황한 성유리는 동공마저 살짝 흔들렸다.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차갑게 말했다.“그럼 새 옷이라도 구해 오세요.”“성유리, 오늘은 설 연휴야.”“그래서요?”성유리가 따지듯 계속 물었다.“지금 이 시간에 네 옷 팔 가게가 있을 것 같진 않은데.”너무도 담담한 대답에 성유리는 이를 악물었다.“박한빈 씨는 대표면서 옷 하나 못 구해요?”“응. 설이라 다들 쉬고 있거든. 귀찮아.”“그럼 이 밥은 어디서 구했는데요?”“식당에서 배달시킨 거야.”성유리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제가 이 꼴로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에요?”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올리고 그녀의 몸을 한번 훑어보듯 바라봤다.그의 셔츠는 성유리에게 당연히 너무 컸다.지금 성유리는 셔츠의 단추를 위까지 단단히 잠가놓았기에 박한빈의 자리에서는 별다른 게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마다 성유리는 마치 그 눈빛이 옷을 꿰뚫고 들어와 살갗에 닿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내 생각엔 오늘 하루만 더 여기서 자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그때, 박한빈이 말했다.“내일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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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저 유학 갈 거예요.”박한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 말에 박한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뭐라고?”“이미 결정했어요. 유학 하러 가기로.”성유리가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내년 결혼 얘기는 없던 걸로 해요. 미안해요.”박한빈은 비웃듯 물었다.“네 부모님이 그걸 허락할 것 같아?”“허락 안 하셔도 상관없어요.”성유리가 대답했다.“학비야 제가 알아서 해결할 거고... 어차피 지금 부모님 눈에 저는 결국 거래 수단일 뿐이잖아요. 이 기회에 관계가 끊긴다면 저도 상관없어요.”성유리의 목소리는 점점 더 단단해졌다.처음엔 그저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이었지만 이제 성유리는 이미 모든 뒷일까지 다 준비해 둔 듯했다.그녀의 눈빛은 박한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건 상의가 아니라 통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박한빈은 성유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마치 엄청나게 우스운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고 눈매와 미간에도 웃음기가 가득 번졌다.그러고는 물었다.“네가 정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그러니까 어제부터 계속 절 속였던 거죠?”성유리가 말했다.“처음부터 저한테 선택권 따윈 줄 생각도 없었던 거잖아요. 일주일 뒤에 제가 거절하더라도 어떻게든 절 굴복시키려 했던 거죠. 맞죠?”박한빈은 고개를 들고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맞아.”“비열한 사람!”성유리는 이를 악물고 손을 번쩍 들어 그의 따귀를 때리려 했다.하지만 박한빈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만해, 성유리. 너 착각하지 마. 내가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박한빈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쥔 채, 차디찬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그렇게까지 싫다면 됐어. 네가 정말 내가 너랑 결혼해야만 한다고 생각해?”“당연히 아니죠.”성유리도 질 세라 대답했다.“박한빈 씨 같은 사람한테 시집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저 저택 대문 밖에서부터 금성 밖까지 줄 서 있겠죠. 저는 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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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그 순간, 박한빈은 힘없이 내려가 있던 두 주먹을 꽉 쥐었다.그가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확인했을 때, 그곳엔 역시 아무도 없었다.밖은 여전히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었다.성유리는 어깨에 외투 하나를 걸친 채 나갔지만 그런 상태로 밖을 나간다면 결과는 뻔했다. 얼어 죽는 것 말고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유리가 정말 얼어 죽는다 해도 그건 박한빈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길들지 않는 애완동물은 애초에 키울 가치가 없다.그래서 박한빈은 그녀의 끝이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성유리가 세상 밖에 나가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지금 자기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는지 말이다.그렇게 생각하던 중, 문득 박한빈의 눈에 묘한 흥미가 스쳤다.‘아직은 죽으면 안 돼.’성유리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보고 싶어졌다.곧바로 박한빈은 전화를 걸어 사람들을 시켜 성유리를 찾아오게 했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며칠 뒤, 그의 비서가 보고해 왔다.성유리는 돌아간 뒤 심하게 열이 났고 결국 성씨 가문 사람들이 병원에 데려다 줬다고 했다.그 바람에 그녀는 온 새해 연휴를 병원에서 보냈다.성시원은 직접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어 그 얘기를 전하며 돌려 말하는 듯 병문안 한번 가보라고 했지만 박한빈은 바쁘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했다.그뿐만이 아니었다.박한빈은 김서영에게도 성유리와 어떤 식으로든 연락하지 말라고 강하게 당부했다.업무가 재개된 첫날, 박한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씨 가문 쪽과 진행 중이던 자금 지원과 협력 건을 전면 중단한 것이었다.이 일로 성시원이 그를 찾아왔지만 박한빈은 면담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그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후, 곧장 모풍국으로 출국해 버렸다.에릭은 박한빈에게 물었다.“결혼식은 언제 할 건데? 내가 들러리라도 서줄까?”그 말에 박한빈의 표정이 확 굳었다.“뭐야? 너 전엔 당장이라도 결혼할 기세였잖아?”“네가 언제부터 내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박한빈은 오히려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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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박한빈은 당연히 에릭이 방금 한 말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곧 그는 에릭을 바라보며 단 한 마디만 남겼다.“난 지금 그냥 한 가지가 궁금할 뿐이야.”“뭔데?”“그 여자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그 말에 에릭은 순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에릭이 뭘 더 묻기도 전에 박한빈은 이미 등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사실 에릭은 끝까지 묻고 싶었다.정말 아무렇지 않다면 그 여자가 어떻게 되든 박한빈이랑 무슨 상관인지도 묻고 싶었다.‘어차피 결혼 따위 둘 다 할 생각 없잖아.’게다가 에릭은 스스로를 꽤 신사적인 남자라고 생각했다.물론 그는 여자를 자주 바꾸긴 하지만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부당하게 굴어본 적은 없었다.더더욱 보복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왜냐하면 에릭은 애초에 여자들의 떠나거나, 남는 걸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박한빈의 태도는 명백히 품격을 잃고 있었다.그건 그의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에릭이 그걸 꼬집어 비난하려 했지만 박한빈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결국 에릭은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킨 채, 술잔을 들어 살짝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한 모금을 넘겼다.성유리는 지금 학교에 있었다.그녀의 유학 신청은 꽤 빠른 속도로 심사 중이었다.그때 성시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성유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벨 소리가 끊긴 지 얼마 안 되어 성시원이 다시 두 번째 전화를 걸어왔다.잠시 망설이던 성유리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예상대로 수화기 너머로 쏟아진 건 쉴 새 없는 고함과 비난이었다.성시원은 성유리가 도대체 박한빈에게 뭘 잘못했길래 이런 일이 났냐고 다그쳤고 당장 가서 사과하라고 소리쳤다.그는 상황의 진실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그저 성유리에게 무조건 박한빈에게 고개를 숙이라고만 했다.“저 이제 박한빈 씨랑 더 이상 할 말 없어요.”성유리는 단호히 말했다.“뭐라고?”“이미 충분히 말했잖아요.”성유리는 또박또박 말했다.“앞으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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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무슨 일인데?”“그 추은정 말이야.”현은영은 짐을 캐리어에 넣으면서 말했다.“저번에 나 걔가 박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거 봤거든. 둘이서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는데 너 전에 지환 선배랑 있을 때도 걔가 자꾸 주변에서 얼쩡댔잖아? 혹시 또 그 꼴 볼까 봐 좀 그렇더라고.”그 말에 성유리는 멍해져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리고 곧, 전에 추은정이 불쑥 성씨 가문에 찾아와 변명하듯 늘어놓던 얘기가 떠올랐다.그땐 추은정이 그냥 헛소리하는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성유리는 이내 그런 생각을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았다.그리고 다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이제 진짜 상관없어.”...성유리의 유학 허가는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이 사실을 그녀의 부모가 알게 된 것은 거의 마지막이었다.성시원은 이미 성유리의 통장을 반달 넘게 정지시킨 상태였다.설마 성유리가 이렇게까지 홀로 설 줄은 몰랐던 듯, 성시원은 분에 못 이겨 사람을 시켜 성유리에게 전했다.“평생 다시는 성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마라.”심부름 온 사람은 또 조심스레 성유리에게 귀띔하듯 말했다.“그냥 돌아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그러면 다 풀릴 거야.”하지만 성유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그대로 도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첫 두 달이 특히나 힘들었다.성유리는 이곳의 언어부터 적응해야 했다.수업은 매일 녹음해 두었다가 기숙사로 돌아온 뒤 수십 번씩 다시 들으며 복습했다.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그저 편의점 계산대에서 일할 뿐이었는데도 이상한 사람들을 적잖이 만났다.몇 번이나 무서운 일을 겪어 결국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그렇지만 이곳 경찰은 성유리의 편에 서주려 하지 않았다.그녀의 국적과 신분을 알아낸 경찰은 제일 먼저 성유리의 옷차림부터 쭉 훑어보았다.마치 성유리에게서 무슨 문제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성유리는 단정한 옷을 입고 있었고 아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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