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소리와 함께 들려온 건 진무열의 목소리였다.“유리야, 내가 피자 하나 시켰는데 좀 남아서 너 주려도 가져왔어.”그 말에 성유리의 모든 행동이 멈췄고 본능적으로 박한빈을 바라봤다.박한빈 역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성유리 얼굴에 번지는 당황스러움을 본 그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하지만 성유리는 그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곧장 박한빈을 욕실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거칠게 닫아버렸다.그렇게 그를 숨겨둔 성유리는 빠르게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방금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어?”문을 열자마자 진무열이 물었다.“아니야. 나 혼자 있었는데 누구랑 얘기를 해?”“그래? 근데 방금 분명히 대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네가 잘못 들은 거야. 나 그냥...”“박한빈 씨?”진무열이 갑자기 말을 끊더니 그 이름을 뱉었다.놀란 성유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러다가 억지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박한빈이라니?”그런데 뭔가 이상했다.성유리는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아니나 다를까, 박한빈이 그곳에 서 있었다.욕실에 있어야 할 그가 성유리의 등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박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열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엔 마치 자신이 이 공간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성유리가 그를 돌아본 그 순간, 박한빈이 먼저 물었다.“저 사람은 누구야?”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먼저 입을 연 건 진무열이었다.“저는 진무열이라고 합니다.”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곧 머릿속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듯 곰곰이 생각했다.“아, 진무혁 씨 동생?”“맞습니다.”진무열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박한빈은 조용히 다가와 그가 들고 있던 피자 박스를 건네받았다.“이건 제가 받을 테니 진무열 씨는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진무열은 대답 대신 성유리를 한 번 더 바라봤다.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막아서는 것도, 붙잡는 것도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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