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Bab 1341 - Bab 1350

1438 Bab

제1341화

“다른 사람이랑 근무 시간 바꾸면 안 돼?”“이게 바꾼 거예요.”성유리는 박한빈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당시에 다른 직원들은 다 애인이랑 명절 보내겠다고 빠졌지만 그녀는 혼자만 솔로였다.거기다 다음 날까지 일하면 급여도 두 배니 성유리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더욱이 지금 박한빈이 왔다고 해도 그녀는 생각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럼 나는 어떡하라고?”박한빈이 물었다.그 말에 성유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손발 멀쩡하시잖아요. 가고 싶은 데 가세요.”“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진짜 몰라?”“알면 또 어떤데요? 전 오시라고 한 적도 없잖아요. 그리고 오시기 전에 저한테 연락도 안 하시고...”“연락할 기회가 있었어야지.”박한빈은 어이가 없는 듯 물었다.“네가 나 차단했잖아.”그 말을 듣고 나니 성유리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곧 박한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그럼 언제쯤 나 차단 해제해 줄 거야?”잠시 그와 눈을 마주친 성유리는 결국 조용히 대답했다.“지금 풀게요.”그리고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꺼내 차단을 풀어줬다.“너 내일 언제 퇴근해?”“26일 새벽쯤이요.”“나 26일 아침에 돌아가야 돼.”“네. 알고 있어요.”성유리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감정이 섞이지 않은 아주 평평한 말투였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투에 박한빈은 이를 꽉 물었고 점점 화가 났다.그 사이 성유리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말없이 누워 눈을 감았다.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박한빈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돼 있다는 걸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한참 뒤,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박한빈 씨, 감정은 거래처럼 되는 게 아니에요.”갑작스러운 말에 박한빈의 표정이 굳었다.“무언가 해줬다고 제가 고마워해야 하고 바로 마음을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그건 틀린 거예요.”“요즘 박한빈 씨가 하는 거 보면 목적이 너무 뚜렷해요.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고 저한테 뭘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다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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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거리엔 눈이 소복이 쌓였고 가게마다 반짝이는 장식들이 달려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가 절로 풍겼고 근처 카페에선 따뜻한 커피 향이 바람에 실려 왔다.편의점 안엔 달콤한 핫초코 냄새가 퍼지고 있었고 교복 입은 여학생 몇 명이 진열대 앞에 모여 이것저것 고르고 있었다.겉으론 진지해 보이지만 그들의 시선은 줄곧 창가 쪽을 향해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남자는 하얀 셔츠에 외투는 아무렇게나 의자에 걸쳐놓은 채, 노트북을 펼쳐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소매는 반쯤 걷어 올려져 있었고 드러난 팔목엔 고급스러운 시계가 반짝였다.그 자체로 단정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무엇보다 그 얼굴. 이 편의점 풍경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그 시각, 성유리는 카운터에 앉아 있었지만 이런 광경,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오늘 하루만 해도 손님들 절반 이상이 그 남자에게 시선을 뺏겼고 커플끼리도 질투 섞인 말다툼이 오갔다.성유리는 그를 조용히 내보내고 싶었지만 문제는 그가 방금 카드로 물건을 산 손님이라는 거였다.한두 개도 아니고 잔뜩.그러니 성유리에게는 손님으로 찾아온 박한빈을 쫓아낼 명분은 없었으니 결국 그냥 두기로 했다.그 덕분에 오늘 편의점 매출은 평소보다 꽤 좋았다.성유리는 하루 종일 거의 쉬지 못하고 바빴고 박한빈은 줄곧 그 자리에 앉아 일만 했다.가끔은 고개를 돌려 성유리가 정신없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며 혼자 싱긋 웃기도 했다.그런 그를 성유리는 몇 번이나 째려봤지만 박한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기만 했다.조금 한산해졌을 때, 박한빈이 조용히 다가왔다.“내가 도와줄까?”성유리는 만화책을 읽고 있던 터였다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됐어요.”“그럼 뭐라도 좀 먹을래?”박한빈은 아까 산 삼각김밥 하나를 내밀었다.“아까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 거 같아서.”“안 먹어요.”박한빈은 말없이 삼각김밥을 다시 가져갔다.곧 혼자 포장을 뜯으려던 모양이었지만 그 손놀림이 영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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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네.”성유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 대답이 떨어지자 박한빈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겨우 밥 한 끼일 뿐인데 이상하게 기뻤다.금성에서는 박한빈과 식사 한번 하려고 줄 서는 사람이 수두룩했는데 지금 이 순간 그는 단지 한 사람의 대답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언제부턴가 잊고 살았던 감정이었다.처음의 어색함과 설렘이 서서히 가라앉고 손끝부터 심장까지 뭔가 이상한 온기가 스며들었다.박한빈은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고 입가의 웃음도 점점 더 짙어졌다.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저기요.”박한빈이 고개를 돌리자 양털 비니를 쓴 소녀가 볼까지 빨갛게 물든 얼굴로 서 있는 걸 발견했다.그는 단번에 무슨 상황인지 알았기에 상대가 말도 꺼내기 전에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 핸드폰 없습니다.”박한빈의 말투에는 방금 전까지 성유리를 향해 웃고 있던 감정이 싹 사라졌고 대신 차가운 눈빛과 냉랭한 얼굴이 그 자리를 채웠다.소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박한빈은 그녀를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돌아서 창가 자리로 돌아갔다.곧 성유리가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이거 계산하실 건가요?”“아, 네.”소녀는 허둥지둥 대답하고 진열대에서 아무거나 하나 집어 들고 카운터로 왔다.성유리가 계산을 하던 중, 소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분 혹시... 남자 친구세요?”그 질문에 성유리는 하던 행동을 멈췄다.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대답했다.“아직은 아니에요.”분명 부정이었지만 그 말에 소녀는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계산을 마친 뒤, 조용히 가게를 나섰다.성유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박한빈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는 다시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일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살짝 찌푸린 미간과 무표정한 얼굴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그런데 그 순간, 마치 성유리의 시선을 감지한 듯 박한빈이 고개를 들었다.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만화책을 다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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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성노을, 이건 누나인 성하늘이 정해줬다.갓 태어났을 때 아이는 아주 순했다.먹으면 자고 할 일이 없어도 자는 아이, 베이비시터조차 이렇게 얌전한 아기는 처음 본다며 감탄했을 정도였다.하지만 그 평화는 딱 한 달이었다.백 일 전까진 하루 종일 울고 또 울었다.도우미며 베이비시터까지 붙어 있었지만 성유리는 그저 맡겨둘 수가 없었다.노을이가 옆방에서 울기라도 하면 곧장 일어나 확인하러 갔다.결국 박한빈이 결단을 내렸다.아기와 베이비시터는 부부 침실로 들어오고 본인은 객실로 가서 살겠다는 것.이 생활이 무려 백일 잔치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하지만 문제는 성유리가 그 이후로도 아기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는 거다.결국 아기 침대는 여전히 부부 침실에 눌러앉게 됐다.부자지간 관계 또한 말 그대로 어색 그 자체였다.성노을은 박한빈 품에 안기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그가 안기만 하면 곧바로 울음이 터졌고 수건으로 감싸는 걸 깜빡하기라도 하면 박한빈의 얼굴엔 아기 손톱이 스치고 지나간 상처가 생겼다.최근엔 얼굴에 긁힌 자국이 무려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고 백일 사진을 찍을 때조차 그 흉터가 선명했다.그래도 박한빈은 물러서지 않았다.안지 말라면 더 안고 싶어졌고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고 손톱 깎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그런 기간을 거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나아졌다.적어도 지금은 박한빈이 안고 있을 때, 노을이가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게 됐다.그러나 여전히 박한빈을 가장 괴롭게 만든 건, 성노을이 무슨 감지 센서라도 단 것처럼 성유리가 가까워지기만 하면 정확히 눈을 뜨고 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백 일 이후부터는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입만 대려고 하면 꼭 울었다.그 결과 반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고기’를 먹은 적이 없게 됐다.만약 노을이가 자기 아들만 아니었으면 이미 복도로 내보냈을지도 모른다.물론 그건 그냥 상상일 뿐, 절대 실제로 그런 짓은 안 했다.박한빈은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성유리와 약속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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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성유리는 박한빈이 뭘 어디까지 봤는지도 확인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을 낚아채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그는 팔을 쭉 뻗어 성유리를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눌러 앉혔다.“너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박한빈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응?”“그게 아니라 전... 공부하려고 본 거예요.”성유리는 빠르게 해명했다.그러자 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공부? 뭘? 자세?”“당연히 아니죠!”성유리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냥 제 직업상 필요해서...”“네가 언제부터 이런 거 그렸는데?”“그게 아니라...”점점 얼굴이 빨개진 성유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손으로 박한빈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만해요. 아무튼... 신경 쓰지 마세요.”그 말에 박한빈은 입을 다물었지만 대신 성유리의 손을 잡아 자기 입술에 살며시 갖다 댔다.곧 뜨거운 온기가 그녀의 손바닥을 간질였다.성유리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츠렸고 곧장 고개를 돌려 아기 쪽을 확인하려 했다.하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단단히 눌러 잡은 채, 반대 손으로는 슬쩍 성유리의 잠옷 자락을 잡아당겼다.박한빈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다급하고 거칠었다.그의 눈빛은 성유리에게 고정되었고 시선엔 너무 많은 걸 담고 있어서 성유리는 무심코 뒤로 몸을 빼려 했다.그러나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오히려 성유리가 접어 둔 무릎은 그의 움직임을 돕기만 했다.성유리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한 손은 성유리의 무릎을 누르고 다른 손은 아랫배 위에 올라와 있었다.박한빈의 수염은 아침이라 아직 깎지 못했는지 거친 턱으로 성유리의 피부를 스치며 짧은 전율을 퍼뜨렸다.성유리는 발끝을 꼬집듯 세우고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밀어내려는 건지, 붙잡으려는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곧 숨은 거칠어졌고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아기 침대를 향했다.늘 정확하게 깨어나던 성노을도 오늘은 달콤하게 잠들어 있었다.성유리는 시선을 거두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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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결국 아이는 베이비시터가 안아 나갔다.그때 박한빈과 성유리는 욕실에 있었다.두 사람 모두 극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에 성유리는 성노을을 달래며 방을 나서는 베이비시터의 목소리까지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곧이어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성유리는 그제야 겨우 숨을 내쉬고 박한빈을 바라보았다.“박...”그러나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박한빈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성유리의 허리를 감싸 쥔 그의 손에선 마치 뼈까지 붙잡아두려는 기세가 느껴졌다.사실 처음엔 그녀도 저항하려 했다.하지만 박한빈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결국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그 다정한 눈빛 앞에서 무너져버린 감정은 조금 전 그가 성유리를 안고 욕실로 들어섰을 때와도 같은 것이었다.한 번 타이밍을 놓쳐버린 거절은 나중에 다시 꺼내려면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그래서 성유리는 이번에도 동정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눈을 다시 떴을 땐 이미 오후였다.박한빈은 조용히 성유리 옆에 앉아 있었다.커튼은 드리워져 있었고 노트북 화면은 어둡게 조정된 상태였다.눈을 떠보니 눈앞엔 푸른빛이 아른거렸고 박한빈은 그녀의 움직임을 바로 눈치챘다.“깼어?”“네.”대답하는 순간 성유리는 자신의 목이 얼마나 심하게 쉬었는지 깨달았다.그리고 목은 칼칼하고 뜨거웠다.박한빈은 바로 물을 따라 건네주며 그녀의 등을 받쳐줬다.“일단 물 좀 마셔.”그의 목소리와 행동은 한없이 다정했다.마치 환자를 돌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럽기까지 했다.성유리는 박한빈이 지금 얌전히 구는 이유를 뻔히 알았다.미안함이든, 변명이든 결국은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그래서 더 화가 났지만 어쨌든 물은 다 마셨다.“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말만 해. 내가 시킬게.”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대꾸 없이 손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내려섰다.다리가 후들거렸고 무릎 부근은 따끔따끔했다.그럼에도 성유리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고 박한빈은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갔다.곧 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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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하지만 박한빈이 출장으로 집을 비운 어느 날, 뜻밖의 변화가 찾아왔다.말은 아직 못하지만 기어다니고 올라타는 건 능숙한 성노을은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베이비시터는 처음엔 그냥 장난인 줄 알았지만 한참을 지켜보다가 이렇게 말했다.“사모님, 노을이 지금 대표님을 찾는 것 같아요.”그 말에 성유리는 멈칫했다.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성노을을 안아 올렸다.그러자 노을이는 즉시 두 팔을 길게 뻗으며 박한빈의 서재 쪽을 가리켰다.그 방의 열쇠는 오직 박한빈과 성유리만 가지고 있다.베이비시터나 도우미도 평소엔 감히 데리고 가지 않는 곳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아이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이 그곳이니 성유리는 하는 수 없이 아이를 안은 채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곧이어 조용히 문을 열어주자 성노을은 안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그리고 입술을 삐죽이며 기분이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빠 출장 가셨어.”성유리가 아이에게 다정한 말투로 설명했다.“며칠이 지나야 돌아오셔.”물론 성노을은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얼굴에 떠오른 실망은 분명했다.성유리는 아이의 동그란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오늘 밤 영상 통화할 때, 아빠한테 말도 좀 하고 그래. 알았지?”성노을은 대답 대신 그녀의 목을 꼭 끌어안고 고개를 어깨에 파묻었다.이내 성유리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우리 밖에 잠깐 나갈까? 마침 누나도 곧 하교할 시간이잖아. 같이 데리러 가자.”‘밖에 나간다’는 말에 성노을은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맸을 땐, 옹알옹알 입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밤이 되자 성노을은 결국 영상통화 전에 잠이 들었다.“오늘 노을이가 당신을 엄청 찾았어요.”성유리는 휴대폰을 들어 성노을을 비추며 말했다.화면 속 박한빈은 호텔에 도착한 상태였고 얼굴에 피곤이 잔뜩 묻어 있었다.하지만 성유리의 말을 듣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래? 노을이가 너한테 알려준 거야?”그 말에 성유리는 말문이 막혀 헛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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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박한빈이 돌아온 날, 성유리는 2층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성노을의 신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조금 놀란 성유리가 문 쪽으로 가보니 성노을이 재빨리 기어가서 박한빈의 바지를 붙잡는 모습을 발견했다.아이는 이내 또렷한 목소리로 ‘아빠’하고 외쳤다.이게 바로 성노을이 처음으로 박한빈을 ‘아빠’라고 부른 순간이었다.성유리뿐 아니라 박한빈도 순간 멈칫했다.곧 박한빈은 몸을 숙여 성노을을 안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아빠.”성노을은 다시 한번 했던 말을 반복하며 박한빈 목에 팔을 감았다.그 친밀한 행동에 박한빈은 조금 당황했지만 아이를 내려놓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다 품에 꼭 안았다.“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성노을은 박한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그리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박한빈도 그걸 느꼈기에 점점 몸이 굳어갔다.그러다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제야 성유리가 다가가 대신 아이를 달랬다.“아빠가 일부러 너를 두고 간 게 아니야. 일이 생겨서 해결하고 온 거야.”성노을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박한빈이 다시 사라질까 봐 두려운 듯, 더 꽉 안았다.그렇게 부자의 사이는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그날 밤, 성유리는 반쯤 잠든 상태에서 이런 장면을 봤다.박한빈이 홀로 아기 침대 곁에 서서 누워 있는 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달빛 아래 비친 그의 얼굴은 온화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다음 날, 성유리는 박한빈의 목소리를 들었다.“성노을, 손 놓아.”그러자 반대편에서 웅얼웅얼 반항하는 소리가 들렸다.성유리는 그게 ‘싫다’라는 뜻임을 알았다.눈을 뜨니 박한빈이 성노을의 손가락을 억지로 벌려서 이미 꽉 쥐어버린 서류를 빼내고 있었다.성노을은 눈을 부릅떴다.아이는 박한빈과 시선을 잠시 맞추다 다가온 성유리를 보고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이윽고 성유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박한빈은 성노을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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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미안해.”두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앉아 있을 때, 성유리가 갑자기 하늘이에게 한마디 했다.그러자 하늘이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요즘 엄마가 너한테 제대로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아.”다정한 말투로 사과를 하는 성유리의 모습에 하늘이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난 엄마 탓 안 해.”“아빠가 그러더라. 동생은 아직 어려서 엄마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내가 어렸을 때도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해줬다며?”성유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아빠가 언제 그런 얘기를 했어?”“노을이가 아팠을 때, 엄마가 옆에서 자고 있었잖아. 내가 숙제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와서 말해줬어.”하늘이가 덤덤하게 말했다.“걱정 마, 엄마. 난 별로 안 서운해.”성유리는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전혀 몰랐다.박한빈이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줄도 몰랐고 심지어 하늘이에게 직접 얘기해줄 줄은 더더욱 몰랐다.“나 질문 있어.”성유리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늘이가 갑자기 말했다.“뭔데?”“노을이 좀 더 크면 내가 때려도 돼?”그 말에 성유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왜 때리려고?”“노을이가 너무 장난꾸러기라서.”하늘이가 토라진 듯 말했다.“아침에 아빠 서류 찢었거든. 나중에 크면 내 물건 찢으면 꼭 때려야 해.”“만약 노을이가 크고도 그러면 당연히 때려도 돼.”고민하던 성유리가 대답에 하늘이는 크게 웃었다.동생을 ‘때리는 일’도 기대되는 듯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성노을은 하늘이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돌 지난 후, 장난꾸러기였던 성노을은 사뭇 달라진 성격을 보였다.매일 그림책을 넘기거나 블록 놀이를 하며 성유리가 데리고 모임에 가도 조용히 혼자 앉아 있었다.말을 조금 할 줄 알긴 했지만 입을 열기 싫어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정도였다.성유리는 혹시 문제가 있나 걱정돼 병원 검진을 받았지만 의사는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다.“그런 거 별로 이상한 거 아니야.”박한빈이 성유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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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성노을이 세 살 때, 옆 별장에 가족이 새로 이사 왔다.하늘이는 이제 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날이 마침 주말이라 성유리가 하늘이를 데리러 집에 가던 중이었다.그때 옆집에서 짐을 옮기는 일꾼들이 보였고 여자는 작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서 있었으며 남자는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통화 내용이 업무 관련인 듯, 남자의 성격이 다소 까칠해 수화기 너머 사람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성유리는 차를 몰며 옆집을 흘끔 봤는데 하늘이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말했다.“저기 남자아이, 우리 반에 새로 온 친구 같은데.”“어?”성유리가 차 속도를 줄이며 물었다.“저 꼬마 말하는 거야?”“응. 쟤는 수요일에 우리 학교로 전학 왔대. 이름은 남현호. 우리 새 이웃인가 봐.”“아마 그럴 거야.”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웃’이라기보다는 별장 단지 내 집 두 채 사이 거리가 꽤 멀어서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성유리와 하늘이는 얘기하며 차를 2분쯤 더 달려 그들의 마당에 도착했다.성노을은 이제 혼자서도 놀 줄 알지만 여전히 누나인 하늘이에게 많이 의존했다.주말마다 하늘이를 보면 달려가서 그동안 모아둔 과자와 장난감을 하나하나 나누어 주곤 했다.하늘이도 마찬가지였다.가방을 내려놓으면 가장 먼저 동생과 레고를 맞추거나 책을 읽어 주었다.두 사람이 거실에서 놀 때, 성유리는 부엌으로 갔다.하늘이가 집에 올 때마다 성유리는 직접 요리를 해줬다.그리고 프로 요리사만큼 맛있진 않아도 하늘이는 늘 고마워하며 잘 먹었다.그때 도우미들은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고 성유리가 머리를 묶는 순간 밖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손님이 왔습니다.”“손님이요?”성유리는 잠시 멈칫했다.“모르는 얼굴들이었지만 새로 이사 온 이웃이라고 하네요.”성유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앞치마를 풀고 밖으로 나갔다.같은 시각, 도우미들이 이미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남자는 양복을 입은 채 온화하고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여자는 그 옆에서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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