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옆집에 이사 오신 여성분이 오셨어요.”도우미의 노크 소리에 성유리는 두 눈을 번쩍 떴다.그때 성유리는 침대 위에 누운 채, 아직 깊은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하늘이가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성노을도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뒤부터 박한빈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밤마다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마치 피를 빨아먹은 사람처럼 매일 아침 활기 넘치는 박한빈과 달리 성유리는 눈꺼풀 하나 제대로 뜨기조차 버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도우미의 말에 성유리는 흐느적거리며 짧은 대답을 했고 그런 그녀의 상태를 아는 도우미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오늘은 방문을 미뤄달라고 전해드릴까요?”성유리는 그제야 조금 정신을 가다듬었고 깊은숨을 들이쉰 뒤, 몸을 일으켰다.“거실에 잠깐 계세요. 곧 내려갈게요.”도우미가 알겠다는 말을 하고 떠난 뒤에도 성유리는 침대 위에서 그대로 10초 정도 더 눈을 감고 있었다.그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다.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그녀는 얇은 기모 티셔츠 하나를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 한쪽에서는 남우미가 벽에 걸린 그림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오늘 그녀의 옷차림은 비교적 수수했지만 그에 비해 얼굴에 얹힌 메이크업은 꽤 정교했다.곧 인기척을 들은 남우미가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모님, 죄송해요, 혹시 제가 쉬는 시간 방해한 건 아닌지...”“아니에요.”성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도우미에게 차를 준비해달라고 일렀다.“사모님, 아직 아침 식사도 안 하셨는데요.”도우미가 곁에서 조심스럽게 일러주자 남우미가 먼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마침 잘 됐네요. 오늘 아침에 제가 크루아상을 좀 구워봤거든요. 한번 드셔보시겠어요?”“직접 만드신 거예요?”남우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네. 그런데 잘 된 건 아닌 것 같아요. 혹시 마음에 안 드시면 드시지 마세요.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돼요.”“그럴 리가요.”성유리는 그 말에 웃으며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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