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미는 병원에 있었지만 그녀 곁엔 남편인 백지환이 없었다.아니, 그는 곁을 지켜주기는커녕 전담 간병인조차 붙이지 않았다.그저 시간제 간병인을 한 명 붙여두고 다른 환자 돌보는 김에 남우미도 함께 봐달라고 한 수준이었다.성유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남우미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할 정도였다.그녀는 겨우 손을 뻗어 옆에 있는 간호 호출 버튼을 누르려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성유리는 급히 달려갔다.“왜 혼자 있어?”성유리의 목소리에 남우미가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성유리를 보자 미소를 지었다.“유리 네가 웬일로 다 찾아왔어?”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그녀가 누르지 못한 호출 버튼을 대신 눌러주었다.“혼자 있는 거야?”성유리가 다시 물었다.“아, 우리 남편이 너무 바빠서 그래.”남우미는 담담히 말했다.“간병인도 아까까진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 말에 성유리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다행히 간호사는 금세 들어왔다.그녀는 손에 익은 듯 남우미의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갈았다.“아, 맞다. 의사 선생님이 보호자 찾으시던데요. 남편분은 어디 계세요?”“그... 일이 있어서 자리를 잠깐 비웠어요. 중요한 얘기 있으시면 저한테 하셔도 돼요.”간호사는 성유리를 힐끔 쳐다보았다.“이분은 환자분 친구세요?”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남우미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손목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피가 잘 멈추지 않고 있었다.간호사도, 남우미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아니, 사실 모르는 게 아닐 수도 있다.알면서도 무시하거나, 혹은 이젠 너무 익숙해진 걸지도 모른다.다른 상황이라면 성유리는 그저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피’를 보는 순간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그것은 하늘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절의 일이었다.그때, 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남우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남우미는 그녀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었다.그러곤 간호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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