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451 - Chapter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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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1화

백씨 가문의 분위기는 여전히 성유리 앞을 짓누르고 있었다.노미혜가 아직 임신 중인데도 이 정도라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남현호의 처지는 더더욱 곤란해질 게 뻔했다.하지만 박한빈은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며 무심하게 대답했다.“네가 아마 괜한 걱정을 하는 걸 거야.”“그게 무슨 뜻이에요?”성유리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백지환 씨가 노미혜 씨한테 그럴 기회를 줄 리 없지.”박한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성유리는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분명하게 말하세요.”이런 식으로 얼버무려 넘어가는 상황을 성유리는 이미 여러 번 겪어왔다.그래서 이번만큼은 박한빈이 운만 떼려는 순간, 절대로 화제를 돌릴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을 흘깃 보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분명히 말하라니?”“그게 무슨 뜻이에요? 기회를 주지 않는다니요?”“음, 그냥 말 그대로야.”“박한빈 씨, 제발 좀 똑똑히 말할래요?”성유리는 짜증이 나 이를 악물었고 그녀가 정말 화를 내려고 하는 기세를 보이자 그제야 박한빈은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았다.“설윤지 씨하고 백지환 씨가 손을 잡았어.”그 말이 끝나자 성유리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손을 잡았다니요?”“설윤지 씨는 선진그룹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고 백지환 씨는 노씨 가문의 재산을 삼키려 하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손을 잡는 게 맞잖아.”“하지만 지금 백지환 씨 손에 남은 자금은 많지 않잖아요?”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지분은 여전히 박한빈이 쥐고 있었고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백지환이 예전에 서명한 계약 덕에 대부분의 자금은 자동으로 신탁 기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다른 사업이 있긴 해도 선진그룹을 집어삼키려 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망상에 가까웠다.“그래, 돈은 많지 않지. 하지만 잊지 마. 지금 백지환 씨 아내는 노미혜 씨잖아.”박한빈은 그렇게 말하며 성유리의 손을 덥석 감쌌다.이내 손끝을 따라 올라가더니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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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성유리는 원래 하늘이와 성노을, 두 아이를 모두 데려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막상 하늘이에게 얘기를 꺼내자 아이는 손가락으로 날짜를 하나하나 꼽으며 말했다.“화요일 저녁엔 독일어 수업이 있고 수요일 저녁엔 태권도, 목요일은 또...”줄줄이 늘어놓는 아이의 말에 성유리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결국 하늘이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나는 안 갈래. 이번 주말도 그냥 학교에 있을 거야.”“그래도...“엄마, 근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성유리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옆에 있던 박한빈을 바라봤다.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성유리 대신 대답했다.“열흘쯤 될 거야.”“그럼 더더욱 못 가. 수업 빠지면 나중에 보충해야 해서 귀찮단 말이야.”하늘이의 태도는 단호했다.성유리는 한숨을 내쉬며 성노을을 바라봤다.“너는?”“나는 엄마랑 같이 갈래.”성노을은 바로 대답했다.박한빈은 그 모습을 보더니 뜻밖의 말을 꺼냈다.“너도 여기 남는 게 어때? 집에 있으면 도우미 아줌마가 잘 돌봐줄 거야.”“싫어!”성노을은 성유리의 팔을 꽉 껴안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난 엄마랑 같이 갈 거야!”“돌아오면 선물 사줄게. 뭐 갖고 싶어?”박한빈이 달래보려 했지만 성노을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세차게 저을 뿐이었다.그리고 성유리의 팔을 감싼 손에 힘을 더욱 실었다.결국 성유리가 아이를 다독이며 박한빈에게 말했다.“됐어요. 그냥 데리고 가요.”그녀는 다시 하늘이를 보며 물었다.“하늘아, 넌 정말 안 갈 거야?”“안 가.”하늘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곁눈질로 동생을 바라봤다.“나는 엄마 없인 못 사는 꼬맹이가 아니거든.”그 말에 성노을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봤다.그리고 아이의 눈빛은 마치 자신이 꼬마가 맞는지 묻고 있는 것 같았다.성유리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아이는 스스로 팔을 풀어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나도 안 갈래.”박한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무리 설득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아이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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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아이가 도착했을 땐 이미 깊은 밤이었다.성노을은 몇 시간을 울며 버티느라 지쳐 있었지만 끝내 눈을 붙이지 않았다.그러다 호텔 앞에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마자 성유리의 얼굴을 본 순간 그대로 그녀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성유리는 아이를 안고 호텔 로비를 걸었다.이제 제법 무게가 나가는 성노을을 안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손목이 뻣뻣해졌다.그 모습을 본 박한빈이 아이를 대신 안아주려 다가갔다.하지만 노을이는 잠들어 있다가도 박한빈의 손길이 닿자마자 번쩍 눈을 뜨더니 성유리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괜찮아요.”성유리가 힘겹게 미소 지었다.“엘리베이터만 타면 돼요.”박한빈은 말없이 걸음을 멈췄다.성유리는 아이를 고쳐 안으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스위트룸은 서재와 거실까지 갖춘 넓은 공간이었지만 침실은 오직 하나뿐이었다.결국 그날 밤, 성노을은 두 사람과 함께 한 침대에 눕게 됐다.박한빈이 미리 준비해 둔 장미꽃잎과 풍선 장식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됐다.혹여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질까 그는 성유리와 성노을 사이에 누워야 했다.그 덕에 단 한 번도 성유리의 손끝조차 만지지 못한 채 밤을 새웠다.그날 밤의 답답한 경험은 문득 성노을이 막 태어났을 때의 나날을 떠올리게 했다.순간, 박한빈은 스스로 놀라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다음 날 아침, 성유리는 아직 잠들어 있었기에 식탁에는 박한빈과 성노을만 마주 앉아 있었다.그의 시선이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자 노을이는 괜히 주눅 들어 말없이 아침을 먹었다.“방 바꿨어.”얼마 후, 박한빈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침실이 두 개인 방이야. 오늘 밤은 너 혼자 잘 수 있겠지?”성노을이 눈을 끔뻑였다.“응?”“난 엄마랑 같이 자고 싶은데.”“왜? 너 예전엔 혼자서도 잘 잤잖아.”“혼자 자면 무서워.”“전에 혼자 잘 때는 안 무서웠어?”“그땐 집이었으니까 괜찮았지.”“하와이 갔을 땐?”성노을은 말문을 막혀버렸고 박한빈은 그 틈을 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오늘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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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결국 박한빈은 성노을과 아침을 끝까지 함께한 뒤에야 문을 나섰다.그 시각, 호텔 로비 밖에는 사람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누군가가 곧장 차 문을 열었다.“상황은 어떻습니까?”박한빈이 물었다.“현재 선진 그룹 쪽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확인된 바로는 백 대표님이 이 근처에 새 회사를 차렸습니다. 파트너는 설윤지 씨이고요. 회사 방향성을 보니 신세계 그룹과 거의 똑같습니다.”박한빈은 차에 올라타며 서류와 태블릿을 건네받았고 빠르게 훑어본 뒤, 짧게 지시했다.“비어 있는 자리에 채워 넣으세요.”“대표님, 그 말씀은...”“선진 그룹에서 빠져나간 자금만큼 채우라는 겁니다.”그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도, 파동도 없었다.“백지환 씨와 설윤지 씨 손에 돈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곧 버티지 못할 테니 그때는 곧장 공매도로 눌러버리세요.”지시를 받은 이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곧 운전석의 기사가 시동을 걸자 박한빈은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연결음이 끝나자마자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먼저 말했다.“안녕하세요, 조 대표님. 저 박한빈입니다.”그 뒤로 이틀 동안, 성유리는 박한빈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다.밤마다 돌아오긴 했지만 그녀가 이미 잠든 뒤였고 아침이면 성유리가 눈뜨기도 전에 서둘러 나가버렸다.만약 방 안에 그의 갈아입은 옷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하지만 성유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오히려 그 시간에 성노을을 데리고 해청시를 둘러보았다.유명한 영화 촬영지를 찾기도 했고 동물원에도 다녀왔다.성노을은 신나게 뛰어다니며 박한빈에 대한 걱정 따윈 까맣게 잊은 듯 보였다.어느 날, 박한빈이 전화를 걸어왔을 땐 모자가 공원에서 배를 타고 있을 때였다.성유리는 직원과 이야기 중이라, 전화는 성노을이 먼저 받았다.“너희 어디야?”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성노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누구세요?”그 천진난만한 물음에 박한빈은 순간 말문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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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노을이는?”박한빈이 바로 물었다.성유리는 입꼬리를 더 올리며 휴대폰을 아들에게 건넸다.“노을아, 다시 들어봐. 누군지 알겠지?”성노을은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엄마의 미소를 보는 순간, 상대가 누구인지 단번에 눈치챘다.아이는 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아빠.”노을이는 마치 아부하듯 애교를 부리며 박한빈을 불렀지만 그는 곧바로 받아주지 않았다.“이제야 내가 누군지 기억났어?”비웃음이 섞인 말투에 성노을은 능청스럽게 딴청을 피웠다.“아빠, 그게 무슨 소리야?”박한빈은 더 이상 ‘싸움’을 이어가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휴대폰 엄마한테 바꿔 줘. 할 말 있어.”“응.”성노을은 그 어느 때보다 얌전히 전화를 건네주었다.곧, 성유리가 다시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왜요? 무슨 일이에요?”“지금 어디야?”“공원이요. 왜 그러세요?”“오늘 저녁 연회가 있어. 너랑 노을이를 같이 데리고 가고 싶어.”“무슨 연회인데요?”“노수호 씨가 주최하는 연회.”성유리는 잠시 망설였지만 노수호라는 이름을 듣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박한빈은 잠시 멈칫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너 왠지 기대하는 것 같은데?”“제가요?”“네가 이렇게 들뜬 목소리로 동의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성유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노수호 씨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잖아요? 이번에 다시 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래요.”“네가 그 사람을 왜 다시 봐야 하지?”박한빈은 집요하게 물었지만 성유리는 오히려 장난스럽게 받아쳤다.“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성유리.”결국, 그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고 성유리는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됐어요. 연회는 몇 시에 시작해요? 호텔로 데리러 올 거예요?”“응.”“그럼 저랑 노을이는 좀 더 놀다가 이따가 호텔에서 기다릴게요.”“굳이 안 꾸며도 돼. 그냥 얼굴만 비추고 금방 나올 거니까.”“알겠어요.”성유리는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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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박한빈은 그녀의 입술을 보더니 립스틱 색이 너무 진해서 안 어울린다고 평가를 했다.결국 직접 닦아내더니 성유리가 다시 바르려 하자 이번엔 단호히 막았다.‘대체 오늘 왜 이러는 거지?’성유리는 속으로 투덜댔지만 괜히 맞서봐야 소용없다는 걸 금세 깨달았기에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파티는 해청시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도착하고 보니 그 자리가 다름 아닌 노수호의 딸 생일 파티였다.그의 딸은 이제 막 두 살이 된 어린아이였다.하지만 설윤지와 노수호는 이미 4년 전에 이혼한 상태였다.그렇다면 이 아이가 누구의 딸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성유리는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다.그러나 박한빈은 워낙 눈에 띄는 인물이었기에 두 사람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왔다.도망치고 싶어도 이미 늦은 셈이었다.박한빈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앞으로 나서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아,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상대는 웃으며 악수를 나누더니 성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사모님이시죠? 정말 미인이시네요.”“안녕하세요.”성유리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그들의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성유리는 노수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막상 눈앞에 선 그를 보자 바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의외네?’노수호의 모습은 어딘가 음습하면서도 섬세했다.가늘고 긴 눈매에, 약간 기른 머리카락과 갸름한 얼굴형까지, 사업가라기보다는 오히려 우울한 시인의 분위기에 가까웠다.성유리가 무심코 그의 눈을 마주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 그녀의 손바닥을 살짝 꼬집었다.따끔한 감각에 정신을 차린 성유리는 시선을 돌렸다.그 무렵, 노수호는 이미 눈앞까지 와 있었다.“박 대표님, 환영합니다.”그가 손을 내밀자 박한빈은 악수를 나눈 뒤 성유리와 성노을을 소개했다.“제 아내입니다. 그리고 여긴 제 아들, 성노을이고요.”노수호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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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박한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이번 일도 결국 다 아내 분이 벌이신 거 아닙니까?”“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노수호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더욱 서글퍼졌다.“그때는 제가 기대를 저버렸죠. 그러니 저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합니다.”“의외로 태연하군요.”“의외가 아닙니다.”노수호의 목소리는 느리지만 단호했다.“아내ㅏㄱ 떠나던 순간,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그래서요? 지금 무슨 계획을 하고 있습니까?”“아무런 계획도 없습니다.”노수호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아내가 원한다면 다 내어주면 되죠.”그 대답에 박한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더니 곧 비웃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노 대표님이 양보한다고 해서 이미 메울 수 없는 것들이 있죠.”그 말에 노수호는 순간 움찔했다.“딸까지 둔 사람이잖습니까. 이제 와서 다시 붙잡겠다고요? 그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모릅니까?”박한빈의 말에 노수호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한참이나 침묵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제가 너무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네요.”노수호의 딸은 꽤 활발한 성격이었다.겨우 두 살이 갓 지났을 뿐인데, 저녁 내내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때로는 분명한 말로, 때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결국 성노을이 성유리에게 이런 말을 툭 내뱉었다.“너무 시끄러워.”아이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기에 어린 소녀도 분명 들었을 것이다.그래서 눈이 동그래지며 금세 성노을을 바라봤다.성유리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아들의 입을 막았다.“오빠가 장난친 거야.”“노을아, 그렇지?”그런데 여자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다가와 성노을의 손을 꼭 잡았다.“오빠는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그럼 잘 됐다. 난 말하는 거 좋아하거든. 오빠, 나랑 놀자.”“싫어.”성노을은 주저 없이 딱 잘라 거절했다.그 단호함에 성유리조차 당황해 뭐라 가르치려던 찰나, 여자아이가 오히려 진지하게 물었다.“왜 싫어?”“너무 시끄러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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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이거 얼른 먹어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꿀맛이야!”노예린이 작은 떡 한 조각을 집어 들더니 억지로 성노을의 입에 밀어 넣으려 했다.그러자 성노을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안 먹어.”“왜 안 먹어? 이거 진짜 맛있는데!”노예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지만 성노을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해? 꿀맛 싫어? 그럼 이거 먹어봐. 이건 딸기맛이야.”“싫어.”“왜 싫어?”노예린이 다시 물었다.“그럼 오빠는 무슨 맛 좋아해? 아니면 딴 거 먹고 싶어? 나랑 같이...”아이가 또 다른 걸 찾으려는 순간, 성노을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이런 말을 내뱉었다.“배불러서 못 먹어.”그 말에 노예린은 눈을 깜빡였지만 성노을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곧장 성유리를 찾으러 걸어갔다.그럼에도 여자아이는 노을이의 뒤를 졸졸 따라붙었다.멀리서 노수호가 딸을 불러 케이크를 자르자고 했지만 노예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결국 그는 직접 다가와 아이를 안아 올렸다.“또 어디 가려는 거야? 케이크 자를 시간이잖아. 네가 제일 기다리던 시간인데 왜 이래?”“오빠랑 같이할래.”노예린은 성노을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빠랑 같이 케이크 자를 거야.”아이는 순수하게 권했지만 성노을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성유리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노예린은 그제야 성유리를 바라봤다.“저분이 오빠 엄마야?”아이가 묻자 노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오빠 엄마는 너무 예쁘네.”노예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장 또 물었다.“아빠, 우리 엄마는 어디 있어?”노수호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곧, 노예린이 더 묻기 전에 갑자기 문 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노수호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아차렸다.노미혜.순간 그의 안색이 단번에 어두워졌다.“고모 목소리 맞지?”노예린도 금세 알아챘다.“그래.”노수호는 짧게 대답한 뒤, 딸을 안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처음에는 노미혜가 또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이는 줄 알았다.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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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노수호는 설윤지를 바라보다가 막 입 밖으로 꺼내려던 말을 꾹 삼켜버렸다.그의 시선은 천천히 그녀의 손으로 내려가더니 잠시 후에야 다시 시선을 마주했다.설윤지의 손은 마치 잡아달라는 듯 미묘하게 허공에서 멈췄고 그제야 노수호는 망설임 끝에 그 손을 꼭 쥐었다.“돌아왔구나.”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덜덜 떨렸다.“네.”설윤지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시선을 뒤에 서 있는 어린 소녀에게로 돌렸다.“쟤가 노 대표님 딸이에요? 정말 예쁘네요.”노예린은 아빠 뒤에 숨어 조심스레 그녀를 보고 있었지만 그 말에 금세 앞으로 다가왔다.설윤지가 준비해 온 선물을 건네려던 순간, 옆에서 노미혜가 달려와 손에 들린 상자를 탁 쳐서 떨어뜨렸다.“여기까지 와서 잘난 척하시려고요? 누가 이런 쓰레기 달라고 했어요? 설윤지 씨, 여기서 감히 어디라고 찾아왔어요? 당장...”“노미혜!”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노수호가 차갑게 끊어버렸다.그의 목소리에는 뚜렷한 불쾌감이 묻어 있었다.뜻밖의 반박에 노미혜는 눈을 크게 뜨며 오빠를 바라봤지만 그는 동생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옆에 있던 직원들에게 말했다.“데려가.”“뭐? 내가 왜 나가야 해?”노미혜가 반발했지만 노수호는 단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그리고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사람들은 곧 그녀를 끌고 나갔다.그녀는 끝까지 욕설을 퍼부으며 발버둥쳤고 덕분에 연회장 안의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곧,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설윤지 또한 그 기류를 느꼈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제가 괜히 돌아온 건 같네요.”노수호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설윤지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선물 상자를 주웠다.그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노예린에게 건넸다.“아무튼, 생일 축하해.”노미혜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따뜻했다.선물을 건네받은 아이의 표정은 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설윤지는 더는 머물 생각이 없는지 몸을 홱 돌렸다.그때, 맑고 또렷한 목소리가 그녀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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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저 사람... 전에 노씨 가문 사모님 아니야? 어떻게 갑자기 돌아온 거지?”“설마 다시 노 대표님이랑 재혼하려는 건가?”“말도 안 돼. 벌써 몇 년이나 소식 하나 없다가 이제 와서 무슨 재혼이야.”“게다가 아까 노 대표님 반응 봤잖아. 둘 사이에 무슨 가능성이 남아 있겠어?”“가능성은 무슨, 이미 이혼했는데 무슨 가능성을 얘기해.”잔잔하지만 날 선 속삭임들이 연회장을 파고들었다.성유리는 그런 목소리들을 들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반면, 박한빈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전히 잔을 기울이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사이 성노을이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엄마, 나 아까 많이 먹어서 배 아파.”성유리는 아들을 데리고 조용한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마침 노예린은 케이크를 자르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덕분에 정원은 한결 고요했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몇 바퀴 돌았다.“아직도 배 아파? 엄마가 소화제 가져올까?”“아니, 괜찮아.”“배부르다면서 왜 그렇게 많이 먹었어?”“걔가 먹으래서.”“누구? 동생?”“응.”성유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린이가 먹으라니까 그냥 다 먹은 거야?”성노을은 대답 대신 입술만 꾹 다물었다.그러자 성유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 예린이가 강제로 먹이진 않을 테니까.”“알았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노을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고 굳어 있었다.그래서 성유리도 더는 다그치지 않았다.그때, 앞쪽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도대체 어쩔 생각이야? 저 여자가 왜 여기 있는 건데?”한 여인의 날 선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그녀는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얼굴에는 분노의 감정이 가득 드러나 있었다.“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잊었어? 겨우 정리한 걸 왜 다시 헤집어! 아직도 미련이 남았다는 거야?”노수호는 검은 양복 차림으로 서서 침묵할 뿐이었다.그러자 여자는 더욱 격앙되었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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