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471 - Chapter 1480

1526 Chapters

제1471화

설윤지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어차피 저희에게는 공문이 있고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노미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설윤지가 곁에 있던 사람을 힐끔 쳐다보자 그 사람은 뜻을 알아차렸다는 듯 노미혜를 에돌아 앞으로 걸어갔다.순간 노미혜가 당황해 소리쳤다.“멈춰! 당장 멈추라고! 너희들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당장 저 사람 못 가게 막아!”노미혜가 높은 목소리로 호통쳤지만 현장에 그녀의 말을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노미혜는 이를 악물고 설윤지를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불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는 악질 년... 우리 집에 문제만 없었어도 넌 날 절대 이길 수 없어. 내 예측이 맞다면 박한빈 쪽도 네가 먼저 꼬드긴 거 맞지?”그녀는 비꼬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어떻게 설득한 거야? 잤어? 너 같은 사람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찰싹!’노미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설윤지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노미혜가 손사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함부로 날 비방하고 모욕한 대가야.” 설윤지는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다시 함부로 지껄이다간 그땐 뺨 한 대로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명심해.”“설윤지!”노미혜는 화가나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하지만 설윤지는 그녀를 무시한 채 차가운 시선으로 힐끔 쳐다보고는 돌아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노미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을 내뱉었다.“네가 잘났다고 착각하지 마. 만약 오빠가 일부러 너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넌 이번 싸움에서 절대 이기지 못했을 거야. 오빠가 너에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뭔지, 참 이해가 안 가.”“나한테 잘해준다고?”설윤지는 걸음을 멈추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너 정말 미쳤구나. 오빠가 대체 뭘 나한테 잘해주었다는 거지?”“너는 당연히 모르겠지.”노미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넌 절대 오빠가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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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그들의 태도에 설윤지는 약간 의외라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거실에 서서 한 바퀴 둘러본 뒤 그녀가 물었다.“수호 씨는요? 의논할 게 있으니 불러주세요.”인수인계는 핑계였고 사실 설윤지가 오늘 이곳에 온 것도 노수호 때문이었다.그는 며칠 동안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회사 주주 총회에마저 참석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되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아가씨 도련님과 그의 가족 모두 이곳에 계시지 않아요.”집사는 간단히 이렇게만 알렸다.설윤지는 조금 의아해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나 그녀는 잠시 후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맞아요, 전에 노수호 씨가 다쳤다고 했죠?”집사가 아무 말 없이 침묵하자 설윤지가 다시 물었다.“약간의 외상 정도 아니었나요?”집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도련님은 아마 한동안 병원에 더 계셔야 할 것 같아요.”백지환이 실수로 노수호를 찌른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아직 병원에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중상으로 가장해 백지환의 형량을 무겁게 하려는 것인가?’그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집사의 말에 설윤지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수호 씨가 있는 병원이 어디예요?”집사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그것도 비밀인가요?”“그게 아니라...”“그럼 말해주세요. 수호 씨랑 의논할 일도 있고...”순간 설윤지는 집사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조금 지나 설윤지는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무슨 뜻이죠?”“아가씨 도련님은 아마 아가씨와 만나지 못할 것 같네요.”집사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도련님은 세상을 떠났어요...”‘세상을 떠나다니?’집사의 충격적인 발언에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지금 저랑 농담하시는 거죠?”‘노수호 씨가 고작 몇 살이라고? 지난번 봤을 때 딸애의 돌잔치 날이었는데...’“그날 본 그 사람의 모습은 특별히 패기 넘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건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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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설윤지는 그들 사이의 약속을 어기고 그녀에 대한 감정을 배반한 노수호를 원망하고 있었다.그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모욕적인 말들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그에게 백배 천배의 고통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로만 버텨왔는데...죽었다니?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마치 필사적으로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다.모든 위험과 고난을 겪고 마침내 정상에 도달한 순간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상상했던 경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단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것을.설윤지는 갑자기 어쩔 바를 몰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집사를 향해 물었다.“아까 수호 씨 몸이 안 좋다고 하셨죠? 언제부터 그런 거였어요? 왜 저는 처음 듣는 얘기죠?”설윤지의 예상치 못한 물음에 집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것은 전에...”“전에 뭐요? 내가 왜 모르는 거죠? 당신들이 나에게 뭘 감추고 있는 거예요?”설윤지가 이를 악물고 묻자 집사는 결국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도련님께서는 이미 몇 년 전에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근 몇 년 동안 항암 치료를 받고 계셨고요.”“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요?”설윤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럼 그때 나와 이혼한 것도 병 때문이라는 건 아니죠?”설윤지는 목이 메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나 집사는 그녀의 뜻을 충분히 이해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께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셨기에 아가씨께서 그를 평생 그리워하며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차라리 스스로 오해와 원한을 받아들이는 길을 선택하신 거죠.”집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느껴졌다.“아가씨가 임신하셨을 때 그 아이를 잃지만 않았어도 도련님께서 마음을 바꾸었을 거예요.”“도련님은 결국 하늘의 뜻이라 받아들이시며 저희에게도 사실을 알리지 말라 하셨어요. 아가씨가 그를 미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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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박한빈은 한밤중에 집에 돌아왔고 가족 중에서는 성유리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아직 다들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박한빈과 성노을이 아래층에서 마주쳤을때 성노을은 순간 주춤하며 졸리는 얼굴로 박한빈을 바라보았다.“왜 또 누군지 모르겠어?”성노을은 박한빈을 뚫어져라 처다보더니,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아빠...”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책을 보는 척 연기했다.박한빈이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성노을이 문득 정신을 차린 듯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다시 불렀다.“아빠!”“왜?”“아빠가 돌아온 거야?”성노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아들의 뒤늦지만 애틋한 반응이 귀여워서 박한빈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응 돌아왔어.”그제야 성노을은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내던지고 아빠에게 와락 안겼다.비록 반응은 느렸지만 아들이 순간적으로 모든 힘을 다해 박한빈을 꽉 껴안는 모습에 그의 마음은 조금씩 따뜻해졌다.그는 살며시 아들을 안아주었다.“아빠가 보고 싶었어?”성노을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엄마 말 잘 들었어?”“잘 들었어.”“엄마 귀찮게 하지도 않았고?”“안 했어.”“우리 아들 정말 착하다.”박한빈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마침 성하늘도 위층에서 내려왔고 성유리가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왔을 때 세 사람은 이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박한빈이 돌아온 것에 대한 성유리의 기쁨과 놀라움은 성노을보다 더 컸다.이 따뜻한 광경을 본 그녀는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얼굴에 피어올랐다.이때 성하늘이 그녀를 먼저 발견하고는 오라고 손짓하며 말했다.“엄마 빨리 와서 우리랑 같이 놀자.”성유리는 가볍게 대답만 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박한빈은 게임 패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움직여 성유리 곁으로 다가와 감싸안으며 말했다.“너랑 동생이 먼저 놀고 있어.”성하늘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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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첫날부터 성노을이 울며불며 떼를 쓸 줄 알았던 박한빈은 영상 통화 화면 속에서 아무 일 없이 잘 놀고 있는 성노을의 모습에 놀랐다. 게다가 성유리가 교대한 임무를 완벽히 해내겠다는 약속까지 했다.박한빈은 의아한 표정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뭐라고 했길래 아이가 그렇게 달라졌어?”성유리는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대답했다.“비밀이에요.”“왜? 내 나쁜 말을 했어?”“그래요.”성유리는 깔끔하게 대답했다.박한빈이 장난스럽게 성유리의 코를 툭 눌렀고 성유리는 숨이 막힌 듯 그의 손을 막아내려 했다. 그 순간 박한빈은 몸을 굽혀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스쳤다. 이번엔 입술이 그의 손을 대신해 성유리의 숨을 앗아갔다.성유리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그의 가슴에 닿자 그를 밀어내려던 움직임은 어느새 그의 옷깃을 움켜쥔 채로 멈춰 버렸다.오늘 밤엔 더 이상 그들을 방해할 사람이 없었다.고요한 방에는 그들이 뒤엉킨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이 남아 있었다.마치고 박한빈은 따뜻하고 순수한 맛에 진한 과일 향이 나는 레드 와인 한 병을 시켰다.성유리는 처음에는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박한빈이 자꾸 마시라고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댔다.나중에 취기가 오기 시작하자 박한빈이 조르지 않아도 스스로 와인 잔을 들어 반병 이상을 마셨다.알코올의 영향으로 그녀는 그날 밤 유달리 깊이 잠들 수 있었다.한편 노씨 가문은 이미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노미혜는 협의서를 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어떻게든 노수호의 장례를 치르려 하지 않았다.“너 미쳤어? 그는 네 친오빠야!”나영희는 화가 치밀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노미혜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았다.“오빠라고? 모든 재산을 그 불여우에게 줄 때 내가 그의 동생이라는 생각이라도 했을까요?”“나는 지금 임신 중이에요. 지환 씨가 감옥에 가면 대체 우리 모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 제 처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으시네요.”“내가 전에 너에게 백지환이라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었어. 너희가 애당초 결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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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노미혜!”나영희가 다급히 불렀지만 노미혜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설윤지 앞에 서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제 말 알아들으셨어요? 당장 꺼지라고요. 제 말 안 들려요?”“노미혜 씨는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명령하시는 거죠?”설윤지가 차갑게 되물었다.“무슨 자격이냐고요? 우리 오빠 친동생이에요. 이 정도면 됐어요?”“오빠 장례조차 치르기 싫어하는 그런 여동생도 가족인가요?”설윤지의 비웃는 말에 노미혜는 순간 말을 잃었지만 곧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이건 노씨 집인 문제예요. 설윤지 씨는 이미 저희 집안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요. 도대체 왜 끼어드는 건데요!”“무슨 자격이냐고요? 방금 말했잖아요. 노수호 씨가 이렇게 된 게 다 저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이제 제 자격도 분명하겠죠?”“하,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천박한 여자 같으니!”노미혜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으나 설윤지가 그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놔요! 제 손 당장 놓으시라고요!”“아무리 억지를 부리고 협박을 해도 이 합의서는 당신 손에 절대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설윤지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이제 포기하세요.”“당신이 뭔데 이러세요?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요. 이런 시*!”설윤지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꾸했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는 게 당연하죠.”“무슨 헛소리예요! 우리 오빠가 일찍 죽은 게 어째서 제 남편 탓이죠? 왜 죄를 엄한 사람한테 덮어씌우는 거냐고요!”노미혜가 소리쳤지만 설윤지는 차갑게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힘에 눌린 노미혜는 몇 걸음을 비틀거리다 간신히 몸을 추슬렀다.억울함에 다시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설윤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노미혜 씨는 지금 단지 선진그룹의 지분을 잃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얽어매고 날뛰면 손에 한 푼도 못 남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믿으세요?”“지금 감히 절 협박하시는 건가요?”“네, 협박이죠.”설윤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곧,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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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겉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설윤지가 이 집에 올 때마다 느껴지는 건 분명했다.그들 모두가 자신을 배척하고 꺼리는 걸 말이다.몸은 이 집 안에 있어도 대화에 끼워주지 않았다.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꺼낼 때면 나영희의 입가에는 늘 경멸과 조롱이 비쳤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하지만 그건 이제 지나가 버린 일, 노수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고 과거의 상처는 의미를 잃었다.그래서 설윤지는 그 일들을 다시 꺼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요.”“그럼...”“오늘 밤, 곁에 함께 있어도 될까요?”설윤지가 낮게 물었다.“그래.”나영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노미혜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으나 설윤지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언제부터였을까, 이 여자의 기세가 이렇게 강해진 것이.지금은 그저 한 번 바라봤을 뿐인데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결국 노미혜는 화가 나서 나영희를 향해 소리쳤다.“엄마, 저런 태도가 말이나 돼요?”“그만해!”나영희가 철이 덜 든 딸을 혼내듯 계속 말했다.“네 오빠는 이미 떠났어. 마지막 길만큼은 편히 보낼 수 없겠니?”“그럼 제 남편은요? 제 남편도 억울하잖아요! 함정에 빠진 거라고요.”“당시의 CCTV에 다 찍혔어. 아직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저... 저는...”“노미혜.”나영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네 처지를 똑똑히 알아야 해. 지금 선진그룹의 주인은 설윤지야. 그건 네 오빠가 직접 남긴 결정이야. 앞으로 편히 살고 싶다면 잘 보여야지.”“정말 다들 미친 거예요? 선진그룹은 저희 집안 거잖아요! 도대체 왜 설윤지 씨가 가져야 하냐고요.”“그건 네 오빠의 뜻이었어.”“오빠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저희가 다 따라야 해요? 이건 말도 안 되잖아요.”“그럼 어쩌겠니? 너도 알잖아. 아버지 건강으로는 회사 못 맡아. 네 남편한테 맡길래? 아마 백지환 손에 들어가면 우리한테 남는 게 뭐가 있겠니?”“걔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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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노수호의 장례식은 성대하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한때 업계의 신흥 재벌로 주목받았던 인물답게 조문객은 제법 많았다.성유리는 장례식장에서 설윤지를 보았다.그리고 그녀가 노수호의 아내라는 명분으로 조문을 받는 모습을 확인하자 설윤지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짐작했다.그런데 뜻밖이었다.설윤지의 얼굴엔 과한 슬픔조차 비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영정사진을 두 손에 들고 서 있을 뿐이었다.그 곁에는 노예린이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었다.어린아이답게 아직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듯했고 또랑또랑한 눈동자로 이리저리 굴러가며 주위 풍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성유리를 발견한 아이는 신이 나서 크게 외쳤다.“이모!”성유리는 순간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낯익은 얼굴을 찾은 듯, 노예린은 안겨 있던 품에서 몸부림치며 내려왔다.그리고 총총걸음으로 성유리 앞까지 다가왔다.“오빠는요? 오빠는 왜 같이 안 왔어요?”마침 사회자가 준비된 글을 읽기 시작한 터라 장내는 고요했다.노예린의 맑은 목소리만이 그 적막을 가르며 퍼져 나갔다.성유리는 주위를 살핀 뒤, 몸을 낮춰 속삭였다.“오빠는 못 왔어.”“왜요? 저랑 안 놀아주려고요?”“학교에 가야 해서 시간이 없대.”“학교요? 유치원 말하는 거예요? 거기는 재밌어요?”“너도 가 보면 알게 될 거야.”“그럼 저도 오빠랑 같은 학교 다니면 안 돼요? 같이 다니고 싶어요.”“그건 너희 집안 어른들이 결정할 일이야.”“우리 아빠 말이죠?”노예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낮게 중얼거렸다.“그런데 아빠는 오랫동안 안 보여요.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어요.”그 말에 성유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마침 아이를 돌보던 사람이 다가와 노예린을 안아 올렸다.“예린 아가씨, 제멋대로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네.”노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성유리를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저 오빠 너무 보고 싶어요. 다음엔 꼭 데리고 와야 돼요, 알겠죠?”혹시 성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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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노미혜의 손에서 칼은 순식간에 빼앗겼고 사람들은 그녀를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곧 나영희가 분노에 온몸을 덜덜 떨며 다가갔다.“따라와!”하지만 노미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늘은 오빠랑 같이 갈 거예요. 어차피 이 세상에 남아 있어도 아무 의미 없으니까 그냥... 오빠 따라가면 되잖아요.”나영희는 이를 악물었다.“결국 네가 원하는 건 합의서 아니야? 그거 줄게!”그 말에 노미혜는 몸의 긴장이 풀리더니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띠었다.마치 계획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듯.결국 나영희가 억지로 그녀를 끌어내고 나서야 장례식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합의서를 손에 넣었음에도 노미혜는 끝까지 장례식에 남아있었다.그리고 노수호가 잠든 묘지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성유리의 등 뒤에 서 있었다.박한빈은 그 자리 배치를 눈여겨보고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곧 아무 말 없이 성유리와 자리를 바꿨다.성유리는 이유를 몰랐지만 그의 뜻대로 움직였다.노미혜는 그 모습을 보더니 비웃듯 속삭였다.“박 대표님, 세심하시네.”아주 낮은 목소리였지만 앞에 서 있는 박한빈이라면 충분히 들었을 것 같았다.“겉으로 보면 아내를 참 사랑하는 사람 같아요. 그런데 바람피운 건 사실 아닌가요?”그 말에 박한빈의 몸은 순간 굳어졌고 노미혜는 그것만으로도 확신했다.“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전 알아요. 설윤지 씨가 오빠를 속여서 결혼한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온 마음 다 바치게 만들더니 결국 회사까지 넘겨받았잖아요!”노미혜의 눈빛에 분노의 감정이 드러나더니 이를 딱딱 부딪쳤다.그렇지만 박한빈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고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그 태도에 노미혜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솔직히 궁금하긴 해요. 설윤지 씨는 사실 그리 예쁜 얼굴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 걸까요? 오빠는 설윤지 씨 때문에 몇 년을 참고 살았고 박 대표님은 설윤지 씨 때문에 수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잖아요.”노미혜는 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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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노미혜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비웃듯 말을 내뱉었다.“지금 다들 뭐 하시는 거예요? 제가 모를 줄 알아요? 설윤지 씨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면 왜 그렇게까지 두둔해요? 당신들 그 관계...”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성유리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하지만 박한빈이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가볍게 끌어안았다.그리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창피한 게 누구인지는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아시겠죠?”노미혜의 온갖 말은 박한빈에게 전혀 상처가 되지 않았다.그들의 눈과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만 가득한 듯했다.박한빈은 변명은커녕 굳이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다만 성유리의 숨결은 거칠었다.그는 품 안에서 그녀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성유리는 이를 악물며 노미혜를 노려보고 있었다.노미혜는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박한빈의 한마디에 잠시 멈칫했다.“뭐라고요?”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그저 시선을 돌리고 성유리를 끌어안은 채 뒤돌아섰다.성유리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으나 박한빈이 자기 손을 꼭 잡고 귓가에 낮게 속삭이자 서서히 진정되는 듯했다.그럼에도 여전히 어깨는 굳게 긴장한 채였다.노미혜는 억울해 고개를 치켜들고 따라가려 했으나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노미혜 씨, 그만하시고 물러나 주시죠.”“왜요? 이건 제 오빠 장례식이에요! 제가 왜...”그녀의 말은 끝나지도 못했다.곁에 있던 이들이 손으로 노미혜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날카로운 목소리는 막혀버렸고 억지로 끌려 나갔다.성유리가 고개를 돌리려 하자 박한빈이 그녀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저런 미친 여자 신경 쓰지 마.”“그래도 자기 오빠 장례식인데 저렇게까지...”박한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지금 노미혜 씨 눈에 노수호 씨가 보이긴 하겠어?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저 짓을 할 리가 없었지.”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왜 노수호 씨가 끝내 노미혜 씨에게 단 하나의 지분도 남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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