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설윤지가 이 집에 올 때마다 느껴지는 건 분명했다.그들 모두가 자신을 배척하고 꺼리는 걸 말이다.몸은 이 집 안에 있어도 대화에 끼워주지 않았다.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꺼낼 때면 나영희의 입가에는 늘 경멸과 조롱이 비쳤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하지만 그건 이제 지나가 버린 일, 노수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고 과거의 상처는 의미를 잃었다.그래서 설윤지는 그 일들을 다시 꺼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요.”“그럼...”“오늘 밤, 곁에 함께 있어도 될까요?”설윤지가 낮게 물었다.“그래.”나영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노미혜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으나 설윤지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언제부터였을까, 이 여자의 기세가 이렇게 강해진 것이.지금은 그저 한 번 바라봤을 뿐인데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결국 노미혜는 화가 나서 나영희를 향해 소리쳤다.“엄마, 저런 태도가 말이나 돼요?”“그만해!”나영희가 철이 덜 든 딸을 혼내듯 계속 말했다.“네 오빠는 이미 떠났어. 마지막 길만큼은 편히 보낼 수 없겠니?”“그럼 제 남편은요? 제 남편도 억울하잖아요! 함정에 빠진 거라고요.”“당시의 CCTV에 다 찍혔어. 아직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저... 저는...”“노미혜.”나영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네 처지를 똑똑히 알아야 해. 지금 선진그룹의 주인은 설윤지야. 그건 네 오빠가 직접 남긴 결정이야. 앞으로 편히 살고 싶다면 잘 보여야지.”“정말 다들 미친 거예요? 선진그룹은 저희 집안 거잖아요! 도대체 왜 설윤지 씨가 가져야 하냐고요.”“그건 네 오빠의 뜻이었어.”“오빠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저희가 다 따라야 해요? 이건 말도 안 되잖아요.”“그럼 어쩌겠니? 너도 알잖아. 아버지 건강으로는 회사 못 맡아. 네 남편한테 맡길래? 아마 백지환 손에 들어가면 우리한테 남는 게 뭐가 있겠니?”“걔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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