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조금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런데도 굳이 당신한테 협상하려고 온 건, 설윤지 씨가 생각하기에 한빈 씨가 자기 목적을 이뤄줄 수 있다고 본 거 아닐까요?”박한빈은 그저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 속에서 성유리는 점점 자신이 맞췄다는 확신이 들었다.“그럼 설윤지 씨가 원하는 건 뭔데요? 설마 선진 그룹을 무너뜨리려는 거예요?”“거의 맞다고 볼 수 있지.”박한빈이 핸들을 두드리며 낮게 말을 이어갔다.“다만 설윤지 씨는 국내 시장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야. 단지 임수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지.”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서... 그게 한빈 씨가 망설이는 이유예요?”그러자 박한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응.”“설윤지 씨가 그런 결정을 했다는 건, 아예 막다른 각오를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당신이 설윤지 씨와 손잡기 싫은 것도 결국 그것 때문이죠?”“그래, 맞아.”“하지만...”“만약 정말 선진 그룹을 집어삼킬 수 있다면 내게도 분명 얻을 게 많아질 거야.”박한빈은 여전히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해청시에 꽤 괜찮은 대학이 있거든. 하늘이가 크면 거기서 공부할 수 있을 거야.”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성유리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네? 뭐라고요?”“만약 하늘이가 나중에도 경영에 관심이 있다면 선진 그룹을 맡겨서 연습 삼아 운영해 보게 할 수도 있지.”“그건... 너무 먼 훗날 얘기잖아요.”“멀지 않아.”박한빈이 단호하게 성유리의 말을 잘라버렸다.“계산해 보면 고작 8년 남짓이야. 지금 지화 그룹이 차지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 확장하면 괜한 눈총만 받을 거야. 앞으로 10년은 굳이 성과를 내지 않으려고 해. 그러니까 선진 그룹은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그러니까 결국 설윤지 씨와 손잡으려는 거죠?”“그건 설윤지 씨가 어떤 조건을 내놓느냐에 달렸지.”박한빈이 핸들을 꺾자 성유리의 시선에 커다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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