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혜 씨가 아프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박한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더니 성유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앞으로는 그런 사람에게 손대지 마. 그만한 가치도 없어. 괜히 네 손만 더럽히는 거야.”그의 단호한 말에 성유리는 잠시 침묵했다가 잠시 후, 낮게 속삭였다.“저도 원래는 신경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빈 씨를 모욕하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말을 내뱉으면서도 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박한빈은 잠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더니 문득 입꼬리를 씩 올렸다.“알아.”사실 그는 그런 반응이 은근히 기뻤다.성유리는 누구에게나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다.그런 그녀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 정도라면 그건 오직, 박한빈 때문이었다.“걱정하지 마. 노미혜 씨는 내가 처리할 거야.”박한빈은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성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런 인간 때문에 괜히 제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죠.”그러고는 낮게 말을 덧붙였다.“게다가 너무 미친 사람 같잖아요. 진짜 몰아붙이다간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요.”그 말에 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곧 가볍게 웃었다.“좋아, 네 말 들을게.”그 뒤로 성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듯 장례식 내내 구석에 서 있었다.아까 노미혜와의 충돌은 분명 시선을 끌었지만 박한빈이 단 한 번의 시선을 주자 그쪽을 바라보던 이들마저 죄다 시선을 거두어버렸다.덕분에 큰 소동 없이 장례식은 마무리될 수 있었다.그곳을 빠져나온 뒤, 두 사람은 곧장 호텔로 돌아가려 했지만 뒤쪽에서 목소리가 불렀다.“박 대표님, 사모님, 잠시만요.”성유리가 먼저 발걸음을 멈췄지만 박한빈은 못마땅하다는 듯 넥타이를 잡아 느슨히 했다.설윤지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오직 성유리에게만 말했다.“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노씨 가문 쪽 문제에 대해 따로 상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말은 성유리에게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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