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481 - Chapter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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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1화

“노미혜 씨가 아프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박한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더니 성유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앞으로는 그런 사람에게 손대지 마. 그만한 가치도 없어. 괜히 네 손만 더럽히는 거야.”그의 단호한 말에 성유리는 잠시 침묵했다가 잠시 후, 낮게 속삭였다.“저도 원래는 신경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빈 씨를 모욕하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말을 내뱉으면서도 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박한빈은 잠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더니 문득 입꼬리를 씩 올렸다.“알아.”사실 그는 그런 반응이 은근히 기뻤다.성유리는 누구에게나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다.그런 그녀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을 들 정도라면 그건 오직, 박한빈 때문이었다.“걱정하지 마. 노미혜 씨는 내가 처리할 거야.”박한빈은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성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런 인간 때문에 괜히 제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죠.”그러고는 낮게 말을 덧붙였다.“게다가 너무 미친 사람 같잖아요. 진짜 몰아붙이다간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요.”그 말에 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곧 가볍게 웃었다.“좋아, 네 말 들을게.”그 뒤로 성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듯 장례식 내내 구석에 서 있었다.아까 노미혜와의 충돌은 분명 시선을 끌었지만 박한빈이 단 한 번의 시선을 주자 그쪽을 바라보던 이들마저 죄다 시선을 거두어버렸다.덕분에 큰 소동 없이 장례식은 마무리될 수 있었다.그곳을 빠져나온 뒤, 두 사람은 곧장 호텔로 돌아가려 했지만 뒤쪽에서 목소리가 불렀다.“박 대표님, 사모님, 잠시만요.”성유리가 먼저 발걸음을 멈췄지만 박한빈은 못마땅하다는 듯 넥타이를 잡아 느슨히 했다.설윤지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오직 성유리에게만 말했다.“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노씨 가문 쪽 문제에 대해 따로 상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말은 성유리에게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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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백지환이 보석으로 풀려난 날, 노미혜는 새벽같이 경찰서 앞으로 달려갔다.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녀의 눈가가 바로 붉어졌다.천천히 다가간 노미혜는 두 팔을 벌려 백지환을 껴안았다.“다행이에요. 아무 일 없어서.”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어갔다.“지환 씨는 모르시죠? 이틀 동안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백지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은 돌덩이처럼 차가웠다.그 차가움을 노미혜도 느낄 수 있었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저한테 화난 거예요? 제가 지환 씨를 바로 빼내지 못해서... 그래서 제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거죠?”백지환은 한동안 노미혜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얄팍한 웃음을 지었다.“왜 그런 말을 해?”“이틀 동안 저 때문에 고생 많았죠? 살도 많이 빠진 것 같아요.”노미혜의 눈은 더 붉어졌다.사람들은 그녀를 미쳤다 욕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이제 노미혜에겐 오직 한 사람, 백지환만 남았으니까.오빠도 잃었고 가족들마저 등을 돌렸으니 그녀가 믿을 사람은 이제 이 남자 하나뿐이었다.그래서 노미혜는 더 세차게 백지환을 끌어안았다.팔에 힘이 들어가 그조차 아플 정도였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결국 노미혜의 팔을 억지로 떼어냈다.그러자 노미혜는 억울한 듯한 눈빛으로 백지환을 올려다봤다.“왜 그래요 결국... 제가 싫어진 거예요?”“아니야.”백지환의 눈빛에는 이미 짜증이 번져 있었지만 그는 애써 감정을 눌러 담았다.“지금 내 처지에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쓸 여유가 있겠어? 난 이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그의 말에 노미혜는 잠시 굳어졌다가 곧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지금 상황은 잠시일 뿐일 거예요. 제가 그래도 노씨 가문의 딸인데 설마 저를 내칠 수 있겠어요?”그러고는 이를 악물며 말을 덧붙였다.“설윤지 씨도 감히 저희 집 자산을 노리지는 못할 거예요. 천박한 년이 감히 어떻게 그러겠어요?”백지환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박 대표님이 설윤지 씨 뒤에 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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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사모님.”갑작스러운 부름에 성유리는 걸음을 뚝 멈췄다.그리고 옆에 있던 성노을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곧, 노미혜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이 아이가 아드님이군요? 정말 귀엽네요.”그녀가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성노을은 정확히 몸을 빼며 피했다.아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눈빛엔 분명한 불쾌감이 스쳤다.그 반응에 노미혜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지만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얹었다.그리고 시선을 성유리에게 돌렸다.“사실 며칠 동안 계속 기회를 보고 있었어요. 꼭 사모님께 사과드리고 싶어서요.”지금의 노미혜는 이전처럼 거칠고 오만한 모습이 아니라 겸손하고 진심 어린 태도였다.그 변화를 성유리는 조금 의아해하긴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녀를 지켜봤다.“그날 제가 했던 말이 지나쳤다는 건 알아요. 사모님께서 화내신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그건 사실 다 사모님을 걱정해서 한 말이었어요.”노미혜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막 알게 된 설윤지 씨에 대해 사모님은 아직 잘 모르실 거예요. 겉으론 순해 보여도 사실은 남자들을 너무 잘 이용하거든요. 제 오빠도 결국 설윤지 씨 때문에...”“오빠는 죽기 직전까지도 설윤지 씨를 입에 올렸어요.”“요즘 보니 박 대표님도 설윤지 씨와 너무 가까이 지내시는 것 같아 걱정이 되어 드린 말씀뿐이에요.”말을 마친 노미혜를 향해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서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한다는 건가요?”“그런 뜻은 아니고요.”노미혜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다만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건 꼭 마음에 두셨으면 해서요.”사실 ‘미끼’는 거기까지 던지면 충분했다.더 길게 늘어놓으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지니까.그래서 노미혜는 곧 태연하게 미소를 띠며 작별을 고했다.“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모님과 아드님은 산책 즐겁게 하세요.”그러고는 다시 성노을에게 고개를 숙였다.“잘생긴 꼬마야, 시간 있으면 우리 집에도 놀러 오렴. 바로 옆집이니까. 나는 언제든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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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성노을이 내뱉은 보고 싶다는 말 때문에 그날 밤 박한빈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는 성유리에게 물었다.“노을이한테 무슨 일 있어?”“네?”뜬금없는 질문에 성유리는 어리둥절했다.“누가 널 괴롭혔어?”박한빈의 말은 점점 더 알 수 없었다.성유리는 눈만 크게 뜬 채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 뒤, 곧장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박한빈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성노을이 괜히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걸.늘 무뚝뚝한 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말을 할 리는 없었다.한때는 혹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성노을은 언제나 차분하고 냉정했고 학교 생활에서도 문제 하나 일으킨 적 없었다.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성노을이 저런 말을 꺼낼 땐 반드시 성유리와 관련된 일이 있었다.아이는 엄마를 지키는 데 있어서라면 한 마리 싸움닭처럼 앞뒤 가리지 않았으니까....성유리는 위층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가 궁금해져 올라가 보니 막상 아들과 남편은 눈빛만 주고받으며 침묵을 지켰다.“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요?”그녀가 묻자 박한빈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성노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자. 밥 먹자.”“네.”성노을은 진지하게 대답했다.그 모습이 더 수상쩍은 성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남편을 노려봤다.“두 사람,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죠?”“숨길 게 뭐 있다고 그래?”박한빈은 순진한 얼굴로 되물었다.“제가 왜 물어보겠어요?”“나도 모르지.”박한빈의 뻔뻔한 표정에 성유리는 속이 터져 이를 악물었다.“당신, 일부러 이러는 거죠?”“정말 아무 일도 없어.”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박한빈의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모습에 성유리는 더욱 분통이 터졌다.결국 그가 잡고 있던 손까지 홱 뿌리쳤다.그러자 박한빈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곧장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짜증이 난 성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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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성유리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발끝으로 그의 정강이를 툭 차버렸다.박한빈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순간 휘청거리더니 자칫하면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하지만 그는 곧장 성유리를 붙잡아 자세를 바꿔버렸다.순식간에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성유리가 이미 박한빈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당황한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박한빈의 단단한 복근 위로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박한빈은 성유리를 다시 아래로 눌렀다.“박한빈 씨.”성유리가 이를 악물며 부르자 그는 태연히 웃었다.“나 여기 있어.”“당신...”“걱정하지 마. 노을이는 아직 어린애야. 무슨 나쁜 속내가 있겠어? 그저 조금 헷갈리는 게 있어서 나한테 물었을 뿐이야.”“뭐가 헷갈린 건데요?”“친구 문제지.”“그런데 왜 저한텐 안 물어봤을까요?”“너한텐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박한빈의 설명은 담담했지만 성유리의 마음속 의문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최근 며칠 동안은 오히려 자신이 아들과 더 붙어 있었지만 왜 굳이 박한빈에게만 털어놨을까?가만히 그의 얼굴을 응시하던 끝에 불현듯 떠오른 게 있었다.“혹시 노미혜 씨 때문이에요?”그 말에 박한빈은 눈썹이 살짝 치켜올렸다.그러자 성유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오늘 노을이랑 산책하다가 마주쳤어요. 그런데 노미혜 씨가 떠난 뒤에 노을이가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하겠다고 했거든요. 두 사람이 나눈 얘기... 그 일이랑 관련 있는 거죠? 노을이가 뭐라고 했어요?”박한빈은 대답 대신 미묘한 미소만 지었다.“말해봐요.”성유리는 그의 복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재촉했다.“네가 맞혔네.”박한빈이 천천히 대답했다.“노미혜 씨랑 관련된 일이었지.”“그럼 아까 왜 거짓말을 한 거예요? 친구 문제라면서요!”“노미혜 씨가 노예린 고모잖아? 그러니까 친구 얘기 맞지 않나?”박한빈의 능청스러운 궤변에 성유리는 순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그래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노을이는 뭐가 궁금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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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남현호는 집으로 돌아가다가 별장 밖에서 백지환을 만나게 되었다.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말에 의하면 노씨 가문에서 양해서를 주었다고 한다. 노미혜가 거액의 보석금을 주었기에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판결받는다고 해도 별로 두렵지 않았다.“그놈의 명이 짧아서 이 사달이 난 거야. 노씨 가문에서는 왜 우리 지환의 문제라고 하는 거지? 사람을 괴롭히는 게 재밌어?”식탁 앞에 마주 앉은 백춘미는 노미혜를 손가락질하면서 마구 욕했다.노미혜는 가문 사람들에게 무릎 꿇고 빌어서 양해서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보석금을 마련했지만 죄인처럼 앉아 있었다.백춘미가 뭐라고 욕해도 노미혜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백춘미는 말하다가 백지환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지환아, 노씨 가문의 일에 간섭하는 게 아니었어. 끼어들지 않았다면 너는 이 일에 휘말리지...”“그만하세요.”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기에 설명해 봐야 입만 아플 것이다. 백지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그래. 다 지나간 일이지. 음식이 식기 전에 얼른 먹어.”백춘미는 미소를 지으면서 반찬을 집어 그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이때 가만히 앉아 있던 주철이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돈을 얼마나 잃은 거냐?”그의 말에 백지환은 움찔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철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쓰레기 같은 놈, 노씨 가문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끼어든 거야? 돈을 잃고 감옥에 들어갈 뻔했잖아. 그 여자는 내가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했었지! 내 말을 들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주철은 그 사건이 다 지난 후에도 물고 늘어졌다. 노미혜는 고개를 들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그 여자라니... 그 여자가 누구인데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노미혜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지환 씨,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거예요? 솔직하게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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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그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상하곤 했다.밤하늘에 걸려 있는 달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저도 모르게 올려다보았다. 달빛이 그를 비추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남현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그는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것처럼 재빨리 초콜릿을 숨겼다.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백지환과 눈이 마주쳤다.백지환은 남현호가 무언가를 숨기는 걸 보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현호야, 숙제하고 있었어?”남현호는 갑자기 온화한 백지환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백지환을 쳐다보았다.“요즘 시험을 보았다고 들었어. 성적은 여전히 상위권이겠지? 아빠는 현호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어.”백지환은 남현호가 대답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의자를 끌어와서 앉으며 말했다.“현호야, 아빠가 요즘 일이 바빠서 너를 신경 쓰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백지환은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남현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남현호는 그를 지그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백지환은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했다.“너랑 박씨 가문 아가씨... 아니, 성씨 가문 아가씨는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남현호는 백지환이 아버지로 불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지환이 무슨 말을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백지환이 사고를 쳐도 다른 가문의 일에 말려들어도 그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다.그러나 백지환이 성씨 가문 아가씨를 언급하자 신경이 곤두섰다. 남현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백지환은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왜 그래?”“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남현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네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지.”백지환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너는 내성적이어서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가 없었잖아. 그 아가씨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물어봤을 뿐이야. 너랑 놀아주는 애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그는 남현호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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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남현호는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백지환을 노려보았다. 백지환은 그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현호야, 너랑 친하게 지내는 성하늘이 갑자기 실종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남현호는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어느새 백지환의 어깨 위치까지 키가 자라 있었다.남현호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백지환을 마구 때리고 싶었다.그러나 남현호는 주먹을 꽉 쥔 채 참고 있었다. 백지환은 인간보다 못한 쓰레기였기에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남현호는 심호흡하고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찾으시는 서류는 어떤 거예요?”시간이 흘러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성유리는 화실에서 성노을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성하늘은 그림을 그리기 싫어했지만 화실에 앉아 있는 것이 좋아서 숙제 책을 들고 갔다.이때 가사도우미가 들어와서 남현호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성하늘은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남현호는 학교에서 일부러 성하늘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주말마다 성유리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것 외에 접점이 별로 없었다.남현호가 갑자기 그녀의 집에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하늘아, 친구랑 인사하러 갈 거야?”성유리의 말에 성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성하늘은 집에만 있을 때 편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맨발로 뛰어 내려가다가 남현호와 마주쳤다.“갑자기 우리 집에는 왜 온 거야?”실버 포레스트는 채광 구조가 잘 되어 있어서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남현호는 넋이 나간 채 성하늘을 바라보았다.성하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남현호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성하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현호야, 무슨 일 있었어?”남현호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그래서 너랑 같이...”성하늘은 활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러면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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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요즘 아빠는 바쁘셔서 일찍 회사에 가는 것 같아. 어젯밤에도 아빠를 보지 못했어.”성하늘은 숙제하면서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그러면 네 엄마는 어디에 있어?”“동생이랑 같이 화실에 있어. 동생이 그림을 그리기 좋아하거든.”“가서 아주머니께 인사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성하늘은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화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 가서 인사만 드리고 올게. 너희 집에 왔는데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예의 없어 보이잖아.”성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알겠어. 엄마랑 동생은 왼쪽 세 번째 방에 있을 거야.”“그래.”말을 마친 남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처음 실버 포레스트 2층에 와보았기에 박한빈의 서재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성하늘이 알려준 방으로 갈 때 문이 굳게 닫힌 방을 발견하게 되었다. 복도에는 남현호밖에 없었고 쥐 죽은 듯 조용했다.너무 조용해서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그는 문이 잠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방문은 쉽게 열렸다.남현호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잔뜩 긴장한 채 서재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두 책장 안에 잘 정리되어 있는 서류봉투를 발견했다.커다란 사무실 책상 위에 컴퓨터 모니터가 여러 개 있었다. 높게 쌓아 올린 서류 옆에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다.박한빈 가족이 하성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그들은 해변가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는 성하늘이 웃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그는 책상 위의 서류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남현호는 너무 긴장해서 손이 덜덜 떨렸고 식은땀을 흘렸다. 책장 안의 서류에 손을 댔다가 발각될 수 있기에 책상 위 서류를 자세하게 훑어보았다.백지환이 찾으라고 한 서류는 선진 그룹 주식 양도 각서였다. 남현호는 그가 이 서류를 왜 가져오라고 하는지 몰랐다.백지환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양도 각서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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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박한빈은 업무를 본 후에 일찍 귀가했다. 그는 1시쯤 실버 포레스트에 도착했다.집에 들어온 그는 남현호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아저씨, 안녕하세요.”남현호는 고개를 숙이면서 예의 있게 인사했다. 박한빈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방으로 걸어갔다.성유리는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남현호는 그 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성하늘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현호야, 아빠는 원래 그러시니까 신경 쓰지 마.”“그렇구나.”남현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난처하거나 수치스러운 감정보다는 나쁜 짓을 들킬까 봐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그는 박한빈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했다.“하늘아.”남현호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박한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자 박한빈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쳐서 움찔했다.남현호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푹 숙였다. 박한빈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성하늘을 불렀다.성하늘은 서재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남현호는 손발이 차가워졌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는 성하늘과 작별하고 나서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남현호는 그 자리에 서서 덜덜 떨었다.한편, 서재 안으로 들어간 성하늘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아빠, 무슨 일로 부른 거예요?”“이쪽으로 와봐.”박한빈의 말에 성하늘은 모니터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감시카메라 영상을 성하늘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서재에는 감시카메라가 여러 대 있었고 24시간 동안 작동하고 있었다.오전에 남현호가 서재에 몰래 들어와서 서류를 찾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성하늘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영상을 보고 있었다.남현호가 서재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그러나 실수로 서재에 들어갔다는 말을 믿고 의심을 거두었다.성하늘은 남현호를 친구로 여겼기에 그 말을 믿어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녀는 영상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무엇을 찾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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