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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591 - チャプター 1600

1622 チャプター

제1591화

성노을은 말없이 그를 지그시 쳐다보았다.“노을아,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작정 유학하겠다고 말하지 마.”“아빠, 아까 말했다시피 노예린이...”“노예린이 네 친구라서 따라가고 싶다는 거야? 노예린 말고 친하게 지낼 사람이 없어?”박한빈은 사뭇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고작 친구 때문에 갑자기 외국에 가겠다고 하면 내가 순순히 허락할 줄 알았나 보네. 너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 생각해 봤어? 평소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생각이 짧은 것 같구나.”그 말에 성노을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그가 뭐라고 입을 열기 전에 박한빈은 뒤돌아섰다.“적어도 네 마음이 어떤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해. 유학은 말 한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유학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랄게. 이 정도로 말했으면 너도 무슨 뜻인지 알 거라고 믿어.”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홀로 남겨진 성노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그저 노예린과 함께 외국에 가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충분한 줄 알았다. 하지만 박한빈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지 알게 되었다.성노을은 왜 노예린과 같이 가고 싶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수영장을 빠져나왔다. 씻고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박한빈과 마주쳤다.가사도우미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한 후 쟁반 위에 올려두었다. 조금 있다가 박한빈이 쟁반을 들고 성유리를 찾으러 위층에 올라갈 것이다.성노을은 수영장에서 박한빈과 했던 대화를 곱씹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이때 박한빈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이번 달 말에 네 엄마랑 같이 다른 지역에 다녀올 거야.”성노을은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며칠 동안 혼자 잘 지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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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노예린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짐이 너무 많아서 봉투에 다 넣을 수 없었다.봉투를 몇 개 더 찾아서 꾸역꾸역 넣었더니 아래층으로 내려올 때 물건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노예린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물건을 하나씩 주웠다. 오늘 당장 이 집에서 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짐을 담을 캐리어와 큰 봉투를 준비하지 않았다.그래서 짐을 정리할 때 얇은 봉투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쏟아진 물건을 묵묵히 줍고 있었다.이때 누군가가 걸어오더니 그녀 앞에서 멈춰 섰다. 고개를 든 노예린은 노아영과 눈이 마주쳤다.노아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면서 그녀를 내려보았다. 그러나 노예린은 그녀가 비웃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노예린이 책 한 권을 주우려고 할 때, 노아영은 그 책을 발로 있는 힘껏 밟았다.그러자 노예린은 고개를 들고 의아한 듯 물었다.“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왜 나를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이러지 않았겠지.”노아영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노예린, 네 주제에 맞게 행동해. 너는 그저 노씨 가문에서 기르는 개일 뿐이야. 윤지 이모가 너를 생각해서 외국에 데리고 가는 줄 알아? 이모는 이미 결혼했고 그때 네 아빠와 약속했다고 해도 전부 지난 일에 불과해. 약속을 어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너를 데리고 갈 뿐이야. 정말 네가 사랑받을 줄 알았어?”노예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발밑에 깔린 책을 빼냈다. 깜짝 놀란 노아영은 하마터면 계단에서 굴러내려 갈 뻔했다.그녀는 휘청이더니 계단 손잡이를 잡고 두 눈을 부릅떴다.“노예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노예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내 앞에서 얌전한 척해도 소용없어.”이때 노아영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아주 당황했지? 노예린, 지금 집에서 나가면 할머니는 다시 너를 만나주지 않을 거야. 외국에서 지내다가 죽어도 네 장례식을 치러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야.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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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말이라도 참 고마워.”노예린의 말에서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가 난 노아영은 씩씩거리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하지만 노예린은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고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개 같은 년, 언젠가는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나한테 빌어도 소용없어.”노아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물건을 정리한 뒤, 노예린은 봉투를 들고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차에 올라타서 곧장 설윤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설윤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이모, 모풍국에 가고 싶어요.”한편, 해청시.성유리는 몇 달 전에 해청시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성하늘이 학교에 돌아가야 해서 같이 이곳에 왔었다.성하늘은 나이를 먹더니 어느새인가부터 성유리에게 숨기는 것이 많아졌다. 비록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지만 성유리의 눈에는 여전히 아기였다.박한빈은 성유리와 함께 해청시의 한 호텔에 체크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하늘은 그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깜짝 놀란 성유리는 휴대폰을 들고 박한빈을 찾아갔다. 안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던 박한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성유리는 재빨리 다가가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유리야, 무슨 일 있어?”박한빈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하늘이 갑자기 영상 통화를 걸었어요. 어떡해요?”그 말에 박한빈은 적잖이 당황했다.“영상 통화를 걸었다고?”“맞아요.”“당황하지 말고 받아.”“하늘이 무언가를 눈치챈 건 아니겠죠?”“아직 모르는 것 같아.”“배경이 집이 아니라 호텔이라는 걸 알면 어떡해요?”“어느 호텔에 있는지 모를 테니 걱정하지 마.”성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의 말을 들어 보니 일리가 있네요.”그러나 불안한 마음을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다.“한빈 씨가 받으면 안 될까요?”“유리야, 너는 하늘의 엄마잖아. 왜 하늘을 무서워하는 거야?”박한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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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아빠, 엄마!”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그들을 불렀다. 성유리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성하늘은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그녀는 못 본 사이에 수척해졌고 예전보다 피부가 탄 것 같았다. 뚜렷한 오관과 남다른 분위기를 뽐내고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성하늘은 신이 나서 재빨리 달려왔다.“엄마, 해청시에 왔으면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예요? 공항에 마중 갈 시간은 있단 말이에요.”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한빈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성하늘을 지그시 쳐다보던 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들은 성하늘이 어떻게 알고 호텔에 찾아왔는지 궁금했다.성하늘은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오늘 제 친구가 이 호텔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로비에서 엄마랑 아빠를 봤다고 했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와봤는데 진짜일 줄 몰랐어요.”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박한빈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이렇게 만났으니 먼저 네 사무실에 가보는 게 어때?”“갑자기 왜 사무실에 가려고 하세요? 오랜만에 만났으니 식사하러 가야죠.”성하늘은 말하면서 성유리의 손을 잡았다.“엄마, 이 근처에 음식을 기가 막히게 하는 가게가 있어요. 엄마의 입맛에 맞을 거예요.”그러자 성유리는 박한빈이 뭐라고 하기 전에 그의 손을 잡았다.그는 성유리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알겠어. 일단 밥 먹으러 가자.”성하늘은 고집이 센 박한빈이 순순히 따를 줄 몰랐다. 그녀는 두 사람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성유리와 박한빈은 뒷좌석에 올라탔고 성하늘은 조수석에 앉았다.성하늘은 차에 오르자마자 사무실 직원에게 문자를 보냈다.“학교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려? 몇 시간 정도 걸리지 않아?”이때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친구가 우리를 봤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온 거야?”“아니에요. 마침 이 근처에 업무를 보러 왔어요.”성하늘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성유리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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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성하늘은 일부러 못 들은 척하면서 성유리에게 해청시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성유리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휴대폰 문자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성하늘은 고개를 돌리고 문자 내용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그녀는 박한빈을 힐끗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박한빈이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하늘아.”성유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그러자 성하늘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성유리는 더 캐물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에서 내린 뒤, 성하늘은 박한빈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왜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뭐라고?”“제 사무실에 왔잖아요.”성하늘은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갑자기 여러 사람이 와서 조사한다고 했대요. 아빠가 보낸 사람이에요?”“그래.”그녀는 박한빈의 손에 놀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호흡하면서 화를 가라앉히고는 입을 열었다.“아빠, 왜 그러시는 거죠?”“너에게 자금을 지원해 준 사람은 나야. 투자자로서 장부를 확인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닌데 왜 유난이지?”성하늘은 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아빠, 제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성유리에게 들킬까 봐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 부녀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았다.“간섭하는 게 아니라 장부를 조사하고 싶었을 뿐이야.”박한빈은 성하늘을 힐끗 쳐다보더니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걸리면 안 되는 거라도 있어?”“그런 게 아니라...”성하늘은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그녀를 지켜보던 박한빈도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아빠, 지난번 일 때문에 걱정되어서 찾아온 거예요?”성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그 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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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성하늘은 말하다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이때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그래서 네 아빠한테 큰돈을 달라고 한 거야?”“맞아요.”성하늘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엄마,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만약 믿지 못하시겠으면 같이 공사 현장에 가봐요.”“내가 이 일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그러자 성하늘은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돈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빠가 신용카드 한도를 낮추었어요.”깜짝 놀란 성유리는 두 눈을 크게 떴다.“한빈 씨, 하늘의 말이 사실이에요? 나는 왜 여태껏 모르고 있었죠?”“아빠라면 당연히 엄마한테 숨기겠죠. 왜 그러는지 물어봤더니 잘못된 길에 들어설까 봐 걱정된다고 했어요. 사실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거잖아요.”분명 성유리 때문에 카드 한도가 적어졌지만 성하늘은 박한빈을 원망하고 있었다.“하늘아, 엄마는 네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아.”성유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너는 아직 어리고 나이에 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어. 한창 청춘을 즐길 나이인데 사회에 발을 내디뎠잖아. 마냥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경영에 집중해도 되는데 굳이 지금 해야 할까? 대학 시절은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나중에 대학원에 가도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잖아요.”그 말에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눈치를 살피던 성하늘은 화제를 돌렸다.“엄마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걱정을 끼치지 않게 노력할게요.”성유리는 더 이상 잔소리하고 싶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뒤, 세 사람은 근처 공원에서 산책했다.성하늘이 금성에서 지낼 때처럼 아주 행복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성유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계속 그 호텔에서 지낼 거예요?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랑 가까운 곳으로 예약할까요?”“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나랑 네 엄마는 다른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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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줘야죠. 안 그래요?”그 말에 박한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조금 전에 일부 디지털 파일을 확보했어. 호텔로 돌아가서 확인해 봐야지.”성유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한빈 씨, 우리랑 계속 같이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디지털 파일을 어디에서 구한 거예요?”한편, 차에서 내린 성노을은 집에 들어갔다. 비록 박한빈과 성유리가 집을 비웠지만 가사도우미들은 여느 때처럼 제시간에 식사를 준비했다.성노을이 집에 들어온 후, 언제 밥을 먹을 건지 물어보았다.“먼저 씻고 나올게요.”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평소에 연락 한번 없던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성노을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집에 있어?”전화 한편에서 성하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금방 들어왔어.”“엄마랑 아빠가 해청시에 온 건 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그런데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어?”“내가 왜 알려줘야 해?”성노을은 일부러 말장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궁금해서였다. 그러자 성하늘은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두 분이 왜 갑자기 해청시에 왔는지 알아?”“갑자기 간 게 아니야. 얼마 전부터 가겠다고 했었어.”“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내가 왜 말해야 하는데?”성하늘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그녀는 심호흡하면서 분노를 억눌렀다.“그러면 왜 해청시에 가는지 너한테 말했어?”“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어. 누나를 만나러 간 거겠지.”“나를 만나러 온다는 걸 알면서 왜 말하지 않은 거야?”“왜 말해야 하는데?”성노을은 로봇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전화 한편의 성하늘은 한숨을 내쉬었다.“갑자기 나타나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을 거야.”“그렇다면 누나한테 말하지 않는 게 맞는 거잖아.”성노을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혹시 엄마랑 아빠가 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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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깊은 밤, 성유리는 박한빈의 어깨에 기대있다가 잠에 들었다.그는 조금 전에 성유리와 함께 디지털 파일을 검토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가 여러 문제를 제기했지만 박한빈은 성하늘을 대신해서 설명해 주었다.그는 성유리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고는 안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깨어났지만 너무 졸려서 다시 눈을 감았다.박한빈은 그녀를 침대에 올려놓고 나가려 했다. 이때 성유리는 그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한빈 씨, 자지 않고 어디에 가는 거예요?”그는 몽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봐주는 성유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소를 지었다.“거실에서 남은 업무를 처리할 생각이야. 유리야, 졸리면 먼저 자.”“알겠어요.”말을 마친 성유리는 손을 떼고는 이불을 덮었다. 침대맡에 앉은 박한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잠에 들 때까지 기다렸다.얼마 후, 그는 방에서 나와 성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박한빈이 연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빠.”박한빈은 뜸 들이지 않고 본론부터 말했다.“청산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면 내가 준 1000억으로 부족했을 텐데 어떻게 버틴 거야? 카드 한도를 낮추었으니 더 많은 돈이 필요했겠지.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건가?”성하늘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일부 자산과 주식을 팔았어요.”그 말에 박한빈은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졌다.“아빠, 중요한 자산을 판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전에 주식을 공부할 때 조금 샀어요.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팔았을 뿐이에요.”그러자 박한빈은 차갑게 웃었다. 눈치를 살피던 성하늘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거래 내역을 보여드릴게요. 사무실 재무 상황 작성표도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 그럴 필요 없어. 만약 네가 팔아서는 안 될 자산에 손을 댔다면 진작에 알았겠지. 나한테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으니 앞으로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아빠, 청산 프로젝트 기획안을 검토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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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청산 프로젝트는 확실히 전망이 좋은 사업이야. 하지만 프로젝트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고 앞으로 여러 기술 문제가 나타날 거야. 만약 누군가가 이 기획안을 내 책상에 올려두었다면 한 눈도 쳐다보지 않았겠지. 투자금을 지원해 준 건 프로젝트의 전망이 좋아서가 아니라 네가 내 딸이기 때문이야.”박한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성하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금 전에 아빠의 말씀에 따라야 한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첫째, 지화 그룹의 명의로 투자하는 것. 둘째, 너는 지화 그룹의 일원이기에 개인 투자에 관한 생각을 접는 것. 셋째, 이번 프로젝트 외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학교 수업에 집중할 것.”성하늘은 두 번째 요구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한마디를 듣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 프로젝트 말고 다른 건 시도하지 말라고요? 왜 그래야 하는 거죠?”“오늘 네 엄마도 말했다시피 너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어. 지금으로서 제일 중요한 건 대학 생활을 즐기는 거야.”“아빠,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저를 믿지 못하는 건가요?”성하늘은 말하면서 이를 악물었다.그의 말에 따르고 싶지 않아도 반항할 수 없었다. 이건 의논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이기 때문이다.“만약 제가 싫다고 하면 어쩔 거예요?”“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전부 포기해야겠지. 앞으로 네 용돈은 매달 100만 원으로 줄어들 거야.”성하늘은 박한빈이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반발심이 들어서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도로 삼켰다.“알겠어요.”“내일 네 엄마랑 같이 사무실에 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이미 각오는 했겠지?”“네.”“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릴 생각이라면 접는 게 좋을 거다. 성하늘,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건 좋지만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 있어. 만약 나한테 발각되면...”성하늘은 그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아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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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누가 오기에 갑자기 청소하라고 하는 거야?”배주아는 이른 시간부터 통지를 받고 사무실에 왔다. 평소에 궂은일을 한 적이 없었던 그녀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녀는 서류를 옮기면서 구시렁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성하늘의 아버지가 온다고 했어.”“아버지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정말 웃겨.”배주아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성하늘이 평소에 얼마나 기고만장한지 잊었어?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디자이너는 너잖아. 그런데 성하늘이 무슨 자격으로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이곳을 사무실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잠시 세를 맡아서 지내는 곳이어서 어수선했다.성하늘 외에 직원 10명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성하늘이 가져온 투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비록 문우진은 중요한 역할을 맡은 디자이너였지만 발언권이 없었다. 그저 성하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네가 가만히 있으니까 만만한 사람인 줄 알잖아.”배주아는 말하면서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고개를 들었다.“성하늘은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직원을 좋아하는 것 같아. 큰돈을 주면 거절하지 못한다는 걸 아는 거지.”“그런 게 아니야.”문우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투자 기획안을 의논할 때부터 디자인만 맡기로 했어. 디자인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전부 성하늘에게 맡긴 거야.”“너는 정말 멍청이야!”배주아는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치면서 말을 이었다.“말을 잘 들을수록 너를 만만하게 볼 거야. 부지 비용만 몇백억이 들었는지 알아? 리조트를 건설하려면 앞으로 돈이 더 들겠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성하늘이 혼자 이뤄낸 줄 알잖아.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는단 말이야. 아직도 성하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너를 이용하고 버릴 생각일 거야.”그녀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성하늘의 말 한마디에 이른 시간부터 와서 사무실을 청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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