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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611 - チャプター 1620

1622 チャプター

제1611화

성유리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려고 할 때, 박한빈은 그녀를 끌어당겼다.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자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유리야, 계속 움직일 거야?”박한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또 간지럽히려고 했다.“말할 생각이 없나 보네? 언제까지 간지러움을 참을 수 있는지 보겠어.”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성유리는 간절하게 애원했다.“무슨 얘기를 했는지 말할 테니 이 손 좀 놓으세요. 제발 그만하라고요.”박한빈은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그러니까 배주아가...”“배주아? 그게 누군데?”성유리는 그가 모르는 척하는 줄 알고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박한빈은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만 기억하는 편이었다. 그 외의 것에 관심을 주지 않았으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문우진의 여자 친구예요.”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성유리는 한 마디 덧붙였다.“문우진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 아니죠?”“하늘과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잖아.”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배주아는 문우진의 여자 친구예요. 어제 극장 입구 쪽에서 마주쳤잖아요. 저를 찾아와서 하늘과 문우진이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어요.”“누가 바람을 피웠다고? 내가 잘못들은 건가?”박한빈은 별일이 아닌 줄 알고 성유리의 입술만 지그시 쳐다보았다. 간만에 그녀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그런데 마지막 한마디를 듣고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문우진과 하늘이 바람을 피웠다고 했단 말이야?”“네. 배주아는 두 사람이 같이 일하면서 눈이 맞았다고...”성유리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이 입을 열었다.“미친 거 아니야? 문우진 주제에 감히 우리 하늘을 넘본다고?”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유리를 덮치려고 했던 그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배주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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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오해라고 해도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 감히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박한빈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하늘이 오해를 풀겠다고 했어요. 우리보다 한참 어린아이이니 실수할 수도 있는 거죠.”그와 달리 성유리는 아주 평온했다. 그러자 박한빈은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당신은 화나지도 않아?”“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얘기하러 왔을 뿐이잖아요. 그래서 하늘에게 말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어요. 사실 배주아의 목표는 하늘이 아니에요.”그 말에 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렸다.“하늘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한빈 씨,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요?”“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해?”성유리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진지하게 말했다.“배주아의 목표는 당신이에요.”“뭐라고?”“당신을 처음 만난 날부터 눈빛이 이상했어요. 설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요?”“그런데 왜 문우진과 하늘이 바람을 피웠다고 하는 거야?”박한빈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아마 기회를 찾아서 당신과 얘기해 보고 싶었을 거예요. 문우진과 하늘이 바람을 피우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둘러대면 아무도 배주아를 탓하지 못하겠죠. 헤어진 후에 당신과 잘해보려고 했을 거고요.”“뭐라고?”박한빈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래서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하늘에게 다 맡기기로 했어요. 배주아가 일말의 희망조차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알아서 포기할 거예요.”그 말에 박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가 떠오른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은 정말 괜찮은 거야?”“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배주아가 당신에게 접근한 이유를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어?”“네.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어리니 그럴 수도 있죠.”그는 성유리가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당신 남편을 빼앗으러 온 여자를 순순히 보내줬단 말이야? 빼앗겨도 상관없어?”“빼앗기고 싶지 않아요.”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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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한빈 씨,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거예요?”“뭐?”“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가혹하잖아요.”“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야.”박한빈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그 말에 심란해진 성유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으면 돼요. 내 방식대로 해결할 테니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도와주지 않아도 괜찮겠어?”“괜찮아요.”그녀는 박한빈이 몰래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워서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자 박한빈은 직접 처리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지 입을 삐죽 내밀었다.두 사람은 볼을 꼬집으면서 장난을 쳤다.“하늘은 그 남자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게 확실하지?”“당연하죠.”“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도 있잖아. 내 생각에는 문우진이 하늘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아.”박한빈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하늘은 그런 남자에게 넘어가지 않아요.”“그렇겠지. 만약 문우진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게 할 거야. 그리고 외국에 보내겠어.”성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당신은 문우진이 마음에 안 들어요?”“유리야, 혹시 문우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박한빈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깜짝 놀란 성유리는 손을 내저었다.“나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하늘이 문우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으니 된 거 아닌가요?”“문우진은 주제도 모르고 하늘을 마음에 품었어.”“내가 묻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에요. 당신은 하늘의 남자 친구한테 요구가 높은 것 같아요.”“우리 하늘처럼 훌륭한 여자라면 당연히 우수한 남자를 만나야 하는 거 아니야?”그는 가만히 앉아 있는 성유리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아니면 하늘이 우수한 남자와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잖아요.”성유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당신은 하늘의 남자 친구한테 요구가 너무 높아요. 이 세상에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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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이 부분이 잘못된 것 같아요. 평소에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유난히 틀린 부분이 많네요.”문우진은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더니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미안해. 두 배관의 색깔이 헷갈려서...”“선배, 어떻게 보급 배관의 색깔을 헷갈릴 수가 있어요? 이건 초보도 절대 틀리지 않는 부분이라고요.”성하늘은 말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실수 없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문우진은 그녀의 눈치를 살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했다.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성하늘이 입을 열었다.“선배의 여자 친구는 어디에 갔어요? 요즘 도통 보이질 않네요.”배주아의 얼굴을 떠올린 문우진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저번에 주아랑 싸웠어.”“곧 결혼할 사이라고 했잖아요.”“그건 맞지만 주아가 나를...”문우진은 뭐라고 더 말하려 할 때 성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배주아와 싸우게 된 원인이 성하늘이라고 말할 수 없어서 도로 삼켰다.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입을 열었다.“사실 별일 아니야. 나중에 주아랑 다시 얘기하면 돼.”“그러면 여자 친구한테 신경 쓰지 말고 일에 집중하세요. 저는 작은 실수를 범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거든요. 알겠죠?”문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했다. 배주아가 먼저 연락할 거라고 여겼지만 며칠 동안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배주아는 박한빈을 목표로 삼았기에 성유리를 찾아가서 기회를 마련하려고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성하늘과 문우진을 찾아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울지도 모른다.배주아는 문우진이 바람을 피웠다고 말하면서 헤어지자고 할 것이다. 그녀의 성격상 성하늘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피해자인 척할 수도 있었다.성하늘은 배주아를 상대할 준비를 마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진이 빠졌다.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배주아는 지금 성유리와 같이 있었다.배주아는 성유리가 왜 전시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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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이때 성유리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배주아 씨, 배고프지 않아요? 지금 밥 먹으러 갈래요?”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배주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성유리는 그녀를 대놓고 모욕하고 있었다.화가 난 배주아는 이를 깨물고는 성유리를 노려보았다.그런데 성유리는 그녀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그렇게 해요.”배주아는 주먹을 꽉 쥔 채 대답했다. 몇 분 후, 두 사람은 골목 안에 있는 낡은 식당에 도착했다.배주아는 더러운 물이 신발에 튈까 봐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와 달리 성유리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배주아 씨, 뭘 먹고 싶어요?”성유리는 색이 바래진 메뉴판을 건네면서 물었다. 그러자 배주아는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아주머니, 왜 저를 이곳에 데리고 온 거예요?”“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잖아요.”성유리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무언가가 떠오른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혹시 이런 걸 먹기 싫어하나요? 따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아주머니, 저를 왜 불러냈어요?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요.”배주아는 그녀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말에 성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직원을 불렀다.“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 아, 단무지는 듬뿍 담아주시고요.”“알겠어요.”말을 마친 직원은 배주아를 향해 물었다.“무엇을 드시고 싶으세요?”“저도 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직원이 자리를 떠난 후, 배주아는 성유리를 지그시 쳐다보았다.“배주아 씨, 지난번에 하늘과 문우진 씨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했죠? 하늘에게 물어봤더니 동료일 뿐이라고 했어요. 배주아 씨가 오해한 것 같네요.”그 말에 배주아는 차갑게 웃으면서 반박했다.“아주머니는 성하늘의 엄마잖아요. 엄마라면 자식을 감싸고 돌 수밖에 없죠.”성유리는 당황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배주아 씨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네요. 지금으로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겠다는 뜻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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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말 그대로예요.”성유리는 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문우진 씨는 훌륭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하늘은 눈이 높아서 더 우수한 사람에게 끌릴 거예요.”배주아는 반박하려고 했지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성유리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성하늘은 재벌가에서 태어나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았다. 그녀는 높은 자리에 서서 멋진 남자를 선택할 자격이 있었다.성유리가 사실대로 말하긴 했지만 배주아는 기분이 언짢았다.“배주아 씨는 아직 어리니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일이 더 커지기 전에 오해라는 걸 알았으니 다행이에요. 배주아 씨와 하늘은 오해를 풀고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원이 짜장면 두 그릇을 들고 왔다. 성유리는 맛있게 먹으면서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주먹을 꽉 쥔 채 생각에 잠긴 배주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해였다고 해도 더 이상 문우진과 만나지 않을 거예요.”“왜요?”“바람을 피운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품은 남자와 계속 만날 수는 없어요. 시작은 어렵지만 바람을 한 번 피우면 그 뒤로 밥 먹듯이 하게 될 테니까요.”그 말에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두 사람 사이의 일이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네요.”“아주머니랑 아저씨는 어때요?”배주아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결혼 생활 내내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없어요?”성유리는 배주아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런 적 없었어요.”배주아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그녀를 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저씨는 아주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라 많은 여자가 몰려들었을 것 같아요. 제 말이 맞죠?”배주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맞아요.”성유리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짜장면을 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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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그녀는 말하면서 짜장면을 계속 먹었다. 성유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어서 배주아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배주아는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주머니는 아저씨를 잃을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당연히 두렵죠. 하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거잖아요. 조금 전에 배주아 씨가 얘기했다시피 바람을 피운 사람과 계속 만나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거예요. 사실 배주아 씨도 영원한 사랑을 꿈꾸잖아요. 안 그래요?”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배주아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는 손을 매만졌다.“얼른 먹어요. 면이 불으면 맛없잖아요.”그제야 정신이 든 배주아는 젓가락을 들고 짜장면을 먹었다. 두 사람은 식사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전시회에 다시 갈 건가요?”배주아는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러면 먼저 집에 돌아가 보세요. 아까 못 본 작품이 있어서 가보려고요. 오늘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배주아 씨 덕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성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녀가 식당에서 나가기 전에 배주아가 입을 열었다.“아주머니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죠?”성유리는 배주아가 솔직하게 말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사실 아주머니께서 저를 모욕하고 때릴 줄 알았어요.”그 말에 성유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배주아 씨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어요.”깜짝 놀란 배주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손을 덜덜 떨었다.“애초에 잘못을 따질 생각이 없었어요. 배주아 씨는 아직 젊고 가지고 싶은 것이 많겠죠. 그 나이에 실수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내 남편이 몇십 년 동안 알고 지낸 나를 버리고 두 번밖에 보지 못한 배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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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성노을!”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성노을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그의 옷과 머리카락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한 여학생이 이쪽으로 걸어오자 성노을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그 여학생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성노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쑥스러워서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졌고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성노을은 가만히 서 있는 여학생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여학생의 친구들이 소리를 질렀다.“겁먹지 말고 질러버려!”“준비한 대로 하면 돼. 기회가 왔을 때 물어보란 말이야.”그 말에 성노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야?”“노을아, 혹시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을까?”그 여학생은 수줍게 웃으면서 물었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웠는지 옷깃을 꽉 잡고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성노을은 그제야 여학생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아니.”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핑계를 대면서 완곡하게 거절했겠지만 성노을은 사뭇 달랐다.말을 마친 그는 여학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제자리에 굳어버린 여학생이 목 놓아 울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성노을은 그 상황이 민망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학생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가버린 것이다.옷을 갈아입으러 갈 때, 그는 복도 한쪽 끝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노예린의 친구 하은진이었다.노예린이 모풍국에 간 지 벌써 두 주일 정도 되었다. 그 사이에 하은진은 다른 학생과 친해졌고 어디를 가든 함께였다.성노을은 하은진이 다른 여학생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노예린이 학교에 있을 때 하은진과 아주 친하게 지냈었다.두 사람은 매일 같이 밥을 먹고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 먹었다. 그런데 노예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은진은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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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하은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교에 소문이 퍼질 거라고 생각했다. 성노을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찾아와서 그녀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었다.아무도 없는 곳으로 간 뒤, 하은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할 말이 뭐야? 시간 없으니까 빨리 말해.”“노예린은 외국에 갔어.”“알아. 겨우 그걸 말하려고 부른 거야?”하은진의 말에 성노을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요즘 노예린과 연락한 적 있어?”“당연히 연락하지.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현지인과 소통할 수 없어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있대. 노예린이 바빠서 매일 연락하지는 못했어.”성노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낀 하은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야?”성노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노예린과 연락하고 있어서 다행이야.”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섰다. 그 자리에 남겨진 하은진은 찝찝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교실로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성노을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노예린이 너한테 내 얘기를 한 적이 있어?”“뭐라고?”“요즘 노예린이 너랑 연락하면서 내 얘기를 한 적 있어?”그 말에 하은진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그게 궁금해서 나를 찾아온 거야?”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성노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차라리 노예린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뭐?”“너는 노예린의 연락처를 알고 있잖아. 직접 물어보란 말이야.”성노을은 노예린의 연락처마저 모른다는 것이 떠올랐다. 순간 할 말을 잃은 그는 고개를 돌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은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노예린의 연락처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맞아. 물어보려고 했는데...”하은진은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했다. 성노을이 노예린을 좋아해서 물어보는 줄 알았지만 단순히 이성적인 감정만 품은 것 같지 않았다.“노예린이 신경 쓰여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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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노을아!”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성노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들었다. 차 옆에 서 있던 성유리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성노을은 신이 나서 재빨리 달려갔다.“엄마, 언제 돌아오셨어요?”성유리는 그의 볼을 매만지더니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금성에 오자마자 너를 데리러 왔지. 노을아, 요즘 밥을 제때 챙겨 먹지 않은 거야?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세 끼 다 먹었어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입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적게 먹었을 뿐이에요.”“그러면 저녁에 나가서 맛있는 걸 먹을까? 네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자.”“좋아요.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성노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는 표정이 굳은 박한빈과 시선이 마주쳤다.성노을은 멈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성유리와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면 박한빈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그는 성유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했다.“길가에 서 있지 말고 얼른 차에 타.”박한빈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성유리는 성노을과 함께 뒷좌석에 올라탔다.운전석에 앉은 박한빈은 그녀가 뒷좌석에 앉은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성유리는 성노을을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요즘 잘 지냈니? 별일 없었어?”곰곰이 생각해 보던 성노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난주에 시험을 보았어요. 오늘 성적표를 받았고요.”“그랬어? 이번에는 몇 등이야?”“또 5등밖에 하지 못했어요.”성유리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면서 말했다.“아주 잘했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거지?”“늘 똑같아요.”“아, 노예린이 모풍국에 갔다고 했지? 저번에 소식을 전해 들었어.”성노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외국에 가서 허전하지 않아? 엄마가 너라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 너는 어때?”“생각보다 견딜 만해요. 저는 괜찮으니까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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