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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571 - チャプター 1580

1622 チャプター

제1571화

“성노을이 좀 유별나긴 하잖아. 쑥스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어.”그 말에 노예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하은진의 이마를 가볍게 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이 일은 지나갔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알겠지?”“알았어.”하은진은 성노을한테 실망감이 컸다. 만약 성노을이 노예린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성노을은 박씨 가문의 사람이니 노예린을 보호해 줄 것이다. 노아영을 편애하던 나영희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나서 노예린을 예뻐해 줄지도 모른다.다시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것은 하은진의 바람일 뿐이었다. 그녀는 성노을이 왜 노예린에게 케이크를 가져다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때 노예린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뭐라고?”“그 사람처럼 지위가 높고 신분이 있는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기 좋아하잖아. 나한테 케이크를 준 것도 동정심 때문일 거야.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그 말에 하은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반박하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입을 삐죽 내민 채 노예린을 쳐다보았다.“왜 너를 길고양이라고 비유하는 거야?”“그 사람들 눈에는 똑같게 보일 테니 틀린 말도 아니지. 내 신세는 길고양이와 비슷하잖아.”노예린은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하은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갑자기 왜 한숨을 내쉬는 거야?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노예린은 미소를 지으면서 하은진을 달려주었다.“그게 아니라... 나는 그저 아쉬워서 그래.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면 나중에 진지하게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절대 그럴 일은 없어.”노예린은 의자에 기대앉아서 식당 밖에 펼쳐진 인공 호수를 내다보았다.“나를 좋아한다고 해도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못할 거야. 그 사람처럼 훌륭한 가문에서 나 같은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겠어? 더 강한 가문의 자식을 눈여겨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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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노예린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그녀는 평소에 성노을과 얘기를 나눈 적이 별로 없었다. 며칠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노아영은 지난번 케이크를 가져다준 사람이 누구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노예린이 집에 돌아올 때마다 위아래로 훑으면서 단서를 찾아내려고 했다.노예린은 노아영이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녁 식사 후에 동네에서 산책했을 뿐인데 뒤따라오고 있었다.그녀는 어이가 없었지만 따지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노아영이 따라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산책했다.며칠 뒤, 아무리 미행해도 단서를 찾을 수 없었던 노아영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 남자가 누구인지 당장 말해.”“그게 무슨 말이야?”“네가 숨겨둔 남자가 누구인지 말하란 말이야.”노아영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숨겨둔다고 해도 소용없어. 내가 그 남자를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경비원한테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면 바로 찾을 수 있어.”“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뭐라고?”“영상을 보면 바로 찾을 수 있다고 했잖아. 찾고 싶으면 어디 한번 찾아봐.”“노예린, 너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내가 정말 못 찾을 거라고 생각했어?”“못 찾는다고 말한 적 없어. 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잖아. 그 남자가 누구인지 나도 궁금해서 그래. 누구인지 밝혀지면 나한테 꼭 알려줘.”노아영은 노예린을 협박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개 같은 년, 네 약점을 찾으면 그날로 너는 쫓겨날 거야. 언젠가는 그 남자를 찾아낼 테니 기대해. 너처럼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놈이겠지.”노아영은 하루가 멀다 하게 심한 욕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노예린은 욕을 먹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노아영은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나영희가 노예린의 방에 들어왔다.“노예린, 조금 전에 아영한테 뭐라고 했길래 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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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노예린은 고개를 숙이고는 문제집을 풀었다. 성적이 좋을 때는 50등 안에 들었지만 시험을 잘 보지 못했을 때 등수가 많이 떨어졌다.그녀는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답을 알 것 같았지만 막상 적고 보면 오답이었다.노예린은 심란해서 그런지 더 이상 풀지 못했다. 그녀는 수학 문제집을 치우고 영어 문제집을 꺼냈다.평소 영어에 자신이 있었기에 답을 술술 적어 내려갔다.문제집을 다 풀고 휴식할 때, 설윤지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 줄 테니 부담가지지 말고 알려달라고 했다.[이모, 그럴 필요 없어요. 딱히 가지고 싶은 것이 없어요.]노예린은 설윤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곳은 몇 시인지 알 수 없었다. 설윤지가 언제 답장할지 모르기에 기다리지 않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설윤지가 보낸 문자가 떠 있었다.[알겠어.]노예린은 짤막한 문자를 보고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설윤지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잘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설윤지가 그녀를 보살펴 주는 건 세상을 떠난 노수호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예린은 설윤지한테 짐이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몇 년 전에 나영희는 설윤지한테 노아영을 데리고 외국에 가서 지내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설윤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그 뒤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설윤지가 노씨 가문 저택에 와도 나영희는 반갑게 맞이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중간에 끼어있는 노예린은 눈치를 살피면서 지냈다.며칠 후, 노예린은 설윤지를 마중하러 공항으로 갔다. 하얀색 외투를 입은 설윤지는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몇 년 동안 기르던 머리를 잘라서 그런지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노예린을 보살핀 지 10년이 지났지만 설윤지는 여전히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그녀는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설윤지는 노예린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노예린은 가까이 다가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이모,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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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오랜만이에요.”“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어요. 언제 단발을 자른 건가요?”“며칠 전에 갑자기 자르고 싶어서 헤어샵에 갔어요.”“단발이 정말 잘 어울려요. 나도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싶어졌어요.”“박 대표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유리 씨가 자르고 싶으면 잘라야죠.”성유리와 설윤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뒤에 서 있던 노예린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이때 성유리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이 아이가 예린이죠?”그 말에 노예린은 고개를 쳐들고 공손하게 인사했다.“아주머니, 안녕하세요.”“예린은 점점 예뻐지는 것 같구나.”성유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처음 봤을 때는 아기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란 거지?”그녀의 말에 노예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아주머니, 예전에 저를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오늘 초면인 줄 알았어요.”“맞아. 그때 고작 세 살밖에 안 되었어. 노을을 보자마자 달려오더니 친하게 지내자고 했었지. 너는 노을과 같이 앉아서 사이좋게 케이크를 나누어 먹었어.”성유리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깜짝 놀란 노예린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왜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이때 준비를 마친 성노을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노예린을 발견한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노예린이 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성유리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노예린은 그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성노을의 손을 잡고 친하게 지내자고 말한 기억이 없었다.“노을아.”성유리는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성노을은 그쪽으로 걸어가서 공손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성유리가 인사하라고 시키지 않았지만 성노을은 설윤지를 향해 예의 있게 인사했다.설윤지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을도 이제는 어른이 다 되었네요. 어릴 적에 말을 걸어도 거들떠보지 않았거든요.”“맞아요. 노을아, 이 아이는...”성유리가 노예린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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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요. 하늘은 어릴 적부터 주견이 있는 아이예요.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아는 것 같아요.”성유리는 성하늘이 박한빈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성하늘은 활발하고 사랑스러웠다.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작년에 수능을 본 뒤, 박한빈은 성하늘에게 여러 회사의 지분을 선물로 주었다. 단순히 주식 매입 선택권을 준 게 아니었다.성하늘은 그 주식을 원하는 대로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망설임 없이 경영학으로 정했다.성유리는 성하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한빈 앞에서 투덜거렸다.“유리 씨,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설윤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사실 박 대표님의 선택이 틀렸다고 할 수 없어요. 막대한 재산을 펀드로 전환했지만 그것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요. 아이가 경영에 관심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잘된 일이 아닌가요?”그러자 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제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그러면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 건가요?”“하늘은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어요.”성유리는 커피잔을 꽉 쥐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매일 얼마나 많은 장부를 보고 있는지 아세요? 일반인은 평생 보지 못할 숫자를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한빈 씨가 큰돈을 줘도 이제는 놀라지 않더라고요. 계좌에 있는 돈을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그녀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사람마다 기대치가 달라요.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져봤으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는 뜻이에요. 몇 년이 지나면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겠죠. 나이를 먹을수록 지루한 자본 게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영역에 손을 뻗을 거예요. 윤지 씨는 모풍국에서 지냈으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겠죠.”그 말에 설윤지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박 대표님은 뭐라고 하던가요?”“한빈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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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설윤지와 노예린이 나가려 할 때, 마침 집으로 돌아온 성노을과 마주쳤다. 그의 머리카락과 운동복은 흥건히 젖어 있었다.성노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러자 설윤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노을아, 내일 저녁에 네 부모님과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어. 시간이 된다면 부모님과 함께 오렴.”“알겠어요.”설윤지는 성유리와 작별 인사를 한 뒤에 밖으로 나갔다. 차에 올라탄 노예린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다.이때 설윤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할머니는 내일 저녁에 노아영을 데리고 가라고 했어.”그 말에 노예린은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그렇군요.”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만약 저를 데리고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집에 있을게요. 이모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너 방금 뭐라고 했어?”설윤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네가 아닌 노아영을 데리고 가라는 말이니? 절대 그럴 수 없어. 처음부터 너만 데려가고 싶었어.”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노예린을 힐끗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내일 노아영이 올 거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아, 박 대표와 만나는 건 처음이지? 유리 씨와 노을과는 여러 번 만났잖아.”노예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윤지는 말을 이었다.“박 대표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 내일 될수록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성노을의 아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요?”노예린은 예상치 못한 말에 귀를 의심했다.“그럴 리가 없잖아요.”“좋은 사람이 아닐 수밖에 없어. 지화 그룹이 우리나라에서 뻗어나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지? 만약 좋은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나쁜 놈한테 된통 당했을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말을 잘못했다가 박 대표한테 밉보이면 안 되거든.”“명심할게요.”노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에 잠겼다.“이모, 노아영한테 알려줘야 하나요?”그녀는 감정을 주체 못 하고 폭주하는 노아영이 떠올랐다.“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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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성유리는 성노을의 머리카락이 꽤 길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래. 나랑 같이 머리를 자르러 가자.”시간은 흘러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가사도우미들은 다이닝 룸 밖에 조용히 서 있었다.다이닝 룸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아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박한빈은 달라진 성유리의 머리 스타일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성유리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사도우미를 향해 손짓했다.“음식이 다 되었으면 가져오세요.”가사도우미들은 재빨리 음식을 내오고는 다이닝 룸을 빠져나갔다. 기분이 좋은 성유리는 국을 담아서 성노을 앞에 내려놓았다.“엄마, 감사해요.”성노을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두 사람은 박한빈을 투명 인간 취급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이때 박한빈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내일 당장 가서 머리카락을 원상복구 해.”그 말에 성유리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내가 왜 그래야 해요? 왜 한빈 씨의 말대로 해야 하냐고요.”“뭐라고?”“이건 제 머리카락이에요. 내 마음대로 할 테니 간섭하지 말아요.”그녀는 머리를 자르긴 했지만 단발이 아니었다. 그저 여태껏 시도해 보지 못한 색깔로 염색했고 파마했다.지금까지 봐온 부드러운 이미지와 정반대인 스타일이었다. 박한빈은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노을아, 엄마랑 같이 헤어샵에 간 거니?”성노을은 태연하게 밥을 먹으면서 대답했다.“맞아요.”박한빈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옆에 앉은 성노을은 환하게 웃으면서 성유리를 쳐다보았다.“엄마, 너무 예뻐요. 엄마는 새로운 스타일도 잘 어울려요.”성유리는 오관이 뚜렷해서 나이를 먹어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젊었을 때와 달리 성숙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세월은 그녀의 얼굴에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시선을 사로잡는 색깔로 염색하니 오히려 더 예쁘고 젊어 보였다.헤어샵에서 나온 후, 성유리는 가는 곳마다 주목받았다.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달려와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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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박한빈은 그녀의 팔목을 꽉 붙잡으면서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벗어나려고 안간힘썼다.잠시 이성을 잃은 박한빈은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는 손에 힘을 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금 전에 하늘과 통화했어. 나한테 큰돈을 달라고 부탁한 건 친구가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서였어.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네.”성유리가 걱정하고 있는 건 단순히 그 일뿐만이 아니었다. 눈치를 살피던 박한빈은 입술을 깨물면서 물었다.“왜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거야?”“한빈 씨, 설마 이 일 때문에 내가 화난 거라고 생각했나요? 몇 시간 동안 집에서 생각해 낸 게 고작 이거였어요?”성유리는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웃었다.“하늘은 소중한 내 딸이야. 나라고 하늘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겠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내려고 애쓸 거야. 당신은 하늘이 어떤 아이인지 잘 알잖아.”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려고 했을 수도 있어.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돈을 주는 게 낫지 않아?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무대를 마련해준 게 잘못되었다는 거야?”“그래요. 한빈 씨가 매번 요구를 들어주는 바람에 하늘이 원하는 것도 점점 많아졌어요.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 건가요?”성유리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하늘은 언젠가 큰돈을 손에 넣어도 만족할 수 없게 될 거예요. 당신도 비슷한 길을 걸었으면서 왜 하늘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가 되면 하늘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았어요?”박한빈은 흔들리던 시기에 성유리를 만나서 결혼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박한빈은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그는 성유리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한빈 씨는 하늘의 미래를 깊이 생각한 적이 없나 보네요.”성유리는 화가 나서 손을 덜덜 떨었다.“당신은 하늘이 걱정되지도 않아요?”“그때가 되면 심리 상담을 받으라고 할 거야.”박한빈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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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성유리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신흥 산업 프로젝트로 돈을 벌 가능성이 있지만 박한빈이 마음만 먹으면 망하게 할 수 있었다.성하늘은 투자 실패를 디딤돌 삼아서 더 노력할 것이다.하지만 성유리는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박한빈의 다리를 힘껏 찼다.그는 깜짝 놀라서 품에 가두었던 성유리를 놓아주었다.“한빈 씨, 생각해 낸 게 겨우 그거예요? 눈치 빠른 하늘이 그 정도도 모를 줄 알았어요? 만약 당신이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 하늘이 뭐라고 할 것 같아요?”성유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박한빈을 노려보면서 다시 한번 그의 다리를 걷어차려고 했다.이때 박한빈은 그녀의 발을 꽉 잡더니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덮쳤다. 그는 성유리와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다른 방식으로 설득하는 편이었다.다음 날, 설윤지는 20분 후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문자를 확인한 노예린은 옷을 갈아입고 기다렸다.그런데 노아영은 아직도 방에서 느긋하게 옷을 고르고 있었다. 참다못한 노예린이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이러다가 지각하겠어. 빨리 좀 나와줄래?”“중요한 약속도 아닌데 지각하면 뭐 어때? 재촉하지 말고 당장 꺼져.”노아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노예린은 대꾸하지 않고 설윤지에게 문자를 보냈다.[이모, 조금만 천천히 와주실래요? 아직도 준비하는 중이에요.]설윤지는 운전하느라 답장할 틈이 없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아영이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노아영은 특별 제작한 원피스를 입었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화장을 진하게 했다. 누가 봐도 연회에 참석하는 차림이었다.노예린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저 밥을 먹으러 갈 뿐이니 그렇게 차려입을 필요 없어.”“나도 알아.”그 말에 노아영은 콧방귀를 뀌고는 차갑게 말했다.“고귀한 가문과 식사하는 자리여서 신경 쓴 거야. 노씨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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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노아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질문의 답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성노을과 마주친 순간,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옆에 있던 설윤지가 여러 번 부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노아영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손을 내밀었다.“안, 안녕. 나는 노아영이라고 해.”“안녕.”말을 마친 성노을은 뒤돌아서 성유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노아영은 성유리를 쳐다보았다.성유리는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안녕.”“혹시 사모님인가요?”노아영은 눈앞의 여자가 성노을의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 나는 노을의 엄마야.”“아, 안녕하세요.”노아영은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성노을과 친한 사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노을아, 네 엄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 사실 엄마가 아니라 누나인 줄 알았어.”그 말에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박한빈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박 대표님, 오랜만에 뵙네요.”설윤지는 그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아영은 성노을이 누구를 닮았는지 바로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성노을이 성유리를 닮아서 잘생긴 줄 알았지만 다시 보니 아니었다. 박한빈은 노아영이 본 사람 중에서 제일 멋졌다.조각상 같은 얼굴과 차가운 분위기가 잘 어우러졌다. 노아영은 박한빈처럼 고귀한 분위기를 띤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박한빈은 카리스마가 넘쳤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녔다. 노아영은 그가 그림 속 왕자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얼굴과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이때 박한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성유리 쪽으로 걸어왔다.그녀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성유리는 옆으로 비키면서 미소를 지었다.“윤지 씨, 음식을 주문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예요. 앉아서 얘기를 나눠요.”“알겠어요.”설윤지는 말하면서 성유리를 지그시 쳐다보았다.“유리 씨, 정말 예뻐요.”그러자 성유리는 수줍게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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