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청춘을 온전히 차지했던 강유형이 승복을 입고 남은 생을 고독하게 경서와 함께 살아갈 선택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강유형은 세속을 내려놓았고 세상의 모든 번뇌를 놓아버렸으며 더는 이 세상에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사랑도, 인연도 모두 끊어낸 듯 보였다.법운사에서 돌아온 후 나는 병이 났다. 고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의식이 몽롱한 채로 이틀 동안 계속 잠만 잤다. 그 이틀 동안 나는 꿈을 꿨다. 어릴 적 나, 나의 부모님, 그리고 강유형의 부모님, 강유형, 강진혁까지 모두 등장했다.나는 그 꿈속에서 도무지 깨어나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나를 꿈속에 붙잡아두려는 것처럼 말이다.희미한 의식 속에서 나는 강유형과 진정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은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강유형이 떠나자 더는 꿈을 꾸지 않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밖의 햇볕은 너무나 따뜻했다. 하지만 따뜻한 만큼이나 눈이 부시게 찬란하기도 했다. 나는 손을 들어 햇빛을 막으려 했으나 누군가가 내 손을 잡은 탓에 그럴 수 없었다.고개를 돌리자 침대 옆에 엎드려 자고 있는 진정우가 보였다. 그의 짙은 흑발은 햇빛 아래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를 비추고 있는 게 정녕 햇빛인지 그의 후광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정우 씨.”나는 조용히 진정우를 불렀다.하지만 진정우는 깨어나지 않았다. 워낙에 잠귀가 밝은 편이라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깨던 진정우였는데 이렇게 불러도 깨지 않는 걸 보면 그만큼 피곤했다는 뜻이기도 했다.나는 더 부르지 않고 그저 햇살과 물아일체가 된 진정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우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더니 눈을 뜨자마자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말했다.“지원아 깼어?”“응.”오랜 잠에서 깬 탓에 내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서 썩 듣기 좋지 못했다.“물 마실래?”진정우는 내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추며 물었다.눈 밑에 다크서클이 선명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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