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과 침묵 사이: Bab 91 - Bab 100

100 Bab

제91화 나 좀 도와줘

인아는 열이 심하게 났다. 이전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다. 체온이 42.5도까지 올라가자, 서진구는 체온계를 보고 크게 놀라고 말았다. 급하게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열을 내리고, 해열 주사를 맞히는 등 모든 방법을 다 썼다. 희도는 진구를 곁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인아의 손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인아의 손목은 피부가 벗겨져 있었는데 물에 담군 탓에 붉은 자국이 더 선명해졌고, 살갗이 하얗게 드러난 채, 묶였던 자국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진구는 두 시간 넘게 인아의 상태를 살폈고, 체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표님, 이제 열이 조금 내렸습니다. 지금 39도 정도이고, 밤에 다시 열이 오르지 않으면 괜찮을 겁니다.”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물었다. “다른 상처는 없나요?” 진구는 순간 멈칫했다. 아까까지는 열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진구는 인아의 손목을 들어 올리고, 담요를 살짝 들춰 발목 쪽을 확인했다. “이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묶여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 상처는 몸부림치다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줄이 거의 살에 파고들 뻔했네요.” 진구는 다시 인아의 몸을 살폈다. “멍도 있네요. 누가 때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심하게 넘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희도는 침묵한 채, 인아의 얼굴을 쳐다보며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구는 인아의 머리 쪽도 살펴보았다. “머리에도 상처가 있네요. 두피에서 피도 조금 나고 있습니다. 누군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것 같네요.” 진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걸까?’ 진구는 고개를 돌려 희도를 힐끗 쳐다보았다. 희도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 “대표님...”“제대로 치료해. 치료 못 하면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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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거대한 감옥

희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연서는 술을 마신 탓에 몸을 비틀거리며 힘들어했고 가끔씩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남자라면 자기도 모르게 반응했을 상황이었지만, 희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차를 병원 앞에 멈추고 조용히 차 문을 열어 연서를 안아 내렸다. “희도야... 너무 힘들어.” 연서는 희도의 목을 감고 그의 가슴에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맞추려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날 사랑해?” “괜찮아, 책임지지 않아도 돼. 그냥 널 원할 뿐이야...”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오직 너만 있으면 돼...” 희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연서를 다시 차 안으로 밀어 넣고는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두 손을 묶어버렸다. 연서는 순간 멍해졌다. 그 틈에 희도는 그녀를 다시 들어 병원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연서는 화가 나서 몇 번 몸부림쳤지만 손이 풀리지 않자 그의 팔을 물어버렸다. 희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분노를 억누른 채 말했다. “하연서, 또 이러면 정말 너를 여기다 두고 갈 거야.” 연서는 그의 팔을 문 채 눈을 깜빡였다. 비록 물고 있긴 했지만 그 힘은 확연히 약해졌다....다음 날 아침. 인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는 새하얀 천장이 보였고, 그녀의 시선은 그곳에 멍하니 고정됐다.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어제의 일들이 머릿속으로 떠오르자 인아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사모님, 깨어나셨군요!” 진구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진구를 쳐다보았다. 진구는 서둘러 체온계를 꺼내 인아에게 건네며 말했다. “체온을 재봐야 할 것 같아요. 열이 얼마나 내렸는지 확인해 봐야죠.” 인아는 체온계를 쳐다보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손조차 들 수 없었다. 이를 본 진구는 잠시 망설이다가 체온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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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제발 화 풀어

그리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두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인아는 다급하게 들어오는 희도의 모습을 보고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얼굴이었지만, 이제는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차라리 오래 살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러면 이 고통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니까...’ 진구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을 희도가 들었을지 몰라 긴장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희도는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빠르게 걸어와 인아 옆에 앉았다. “상태는 어때?” “열은 내렸습니다. 오늘 밤에 다시 오르지만 않으면 괜찮을 겁니다.” 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가 봐.” 진구는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급하게 고개를 숙여 방을 나섰다. 방 안은 조용해졌고, 인아는 희도의 얼굴을 보자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동안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마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혀 있는 것 같았다. 희도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이마를 만지려 했다. 하지만 인아는 고개를 돌려 그 손길을 피했다. 희도는 차분한 눈빛으로 또다시 손을 내밀어 인아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얼음 같은 차가움이 아닌, 마치 옥처럼 부드럽고 서늘한 차가움이었다. “인아야.” 희도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인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여전히 입술을 꾹 다물고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희도는 인아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억지로 고개를 자신 쪽으로 돌렸다. “어젯밤엔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응?” 인아는 여전히 입술을 깨물며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엔 오랜만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지만, 인아는 그것이 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곧 다시 냉정하고 잔인해질 것이 뻔했다. 희도는 단지,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애완동물을 다시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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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타이밍이 딱 좋았네요

희도의 손이 잠시 멈췄고, 그는 고개를 들어 세연을 쳐다보았다. 세연은 태연하게 서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단순히 업무를 보고하는 것 같았다. 희도가 되물었다. “그럼 진 비서 생각은 어때?” 세연은 잠시 멈칫한 뒤 대답했다. “대표님, 저는 단순히 상황을 보고드린 것뿐입니다. 결정은 대표님께서 내리시는 것이죠.” “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해.” “알겠습니다.”세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럼 강 비서님께서 한 달 휴가 내신 걸로 처리하겠습니다.”“그래, 나가 봐.” 세연은 고개를 숙인 채 문을 나서기 전에 한 번 더 희도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시선을 돌린 채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세연은 문을 닫고 조용히 퇴장했다.잠시 후, 원호가 들어와서 희도에게 하동석의 소식을 보고했다. “하동석 씨께서 공금에 손을 댄 혐의가 확실해졌습니다. 일부는 이미 회수됐고, 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래, 그 외에 다른 소식은?” 원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회사 사람들이 다들 사모님을 제가 데려온 사람이라고 소문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원호는 그저 희도에게 미리 알리려고 했다. 나중에 소문이 더 커지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이만 나가 봐.” 희도는 그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원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원호는 문 앞에서 세연과 마주쳤고,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세연이 말했다. “장 비서님, 대표님께서 강 비서에게 한 달 휴가를 주라고 하셨습니다.” 원호는 크게 개의치 않으며 대답했다. “아, 그래요? 고마워요.” 세연은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맙긴요. 그럼 이걸로 저에게 은혜를 갚으셔야겠네요.”원호는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죠. 언제든지 필요할 때 말하세요.”“좋아요,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세연은 속으로 모든 답을 얻었다는 듯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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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어

“형님, 문 안 잠그세요?” 수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희도는 그를 조용히 쳐다보다가 몇 초 뒤에야 입을 열었다. “네 걱정이나 먼저 하는 게 좋을 거다.”희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 앞에 세워진 차로 향했다. 수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고 그 역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인아는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차 소리가 멀어지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왔다. 솔직히 말해, 수현이 그녀에게 준 공포는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그의 얼굴만 봐도 숨이 막힐 정도로 두려워졌다. 그 사이, 희도는 집에 도착했다. 희연과 장희정은 거실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도가 들어오자마자 장희정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희도야.” 희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 대신 대답했다. “아버지는요?” “서재에 계셔. 들어가면 말 조심해. 지금 엄청 화가 나 있어.” 희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성문은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예순이 넘었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건강해 보였고 허리는 곧게 펴져 있었다. 희도는 그의 뒤에 다가서며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 유성문은 고개를 돌려 희도를 쳐다보았다. 안경 너머로 그의 분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네가 한 짓을 좀 봐라!” 유성문은 어디선가 서류 뭉치를 꺼내 희도의 가슴에 던졌다.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지며 사방에 흩날렸다. 희도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몸을 숙여 서류 하나를 주워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건 매제가 맡은 프로젝트네요.” 유성문은 희도를 노려보았다. “수현은 네가 사인했다고 말하고, 넌 수현이가 이 프로젝트를 책임졌다고 말하는 거야? 지금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거야? 그럼 난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거지?” “너희 둘이 회사를 맡고 있으면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다니. 내가 너희 둘을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 수 있겠어!”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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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겁니다

핸드폰 너머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유희도는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 유희도는 지금 HS그룹의 유일한 상속자야. 앞으로 HS그룹이 자기의 것이 될 텐데, 굳이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있겠어?] 수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유일한 상속자라고? 너도 그 말을 믿는 거야? 아마 유희도는 오래전부터 뭔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상대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얘기해.” 수현은 전화를 끊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가는 길에 그는 희도의 차를 보았다. 차는 길 한가운데 정차해 있었고 조명이 여전히 켜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수현은 차 쪽으로 걸어갔고, 차창을 통해 희도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희도는 차창에 팔을 걸치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게다가 옷깃이 풀어져 있었기에 그의 무심한 태도가 더해졌다. 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형님, 저 기다리신 건가요?” 희도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희미한 담배 연기가 그의 얼굴을 감싸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매제처럼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지?” 희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낼 수 없었다. 수현은 가볍게 웃으며 차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차는 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진 갈림길에 멈췄다. 희도는 창문을 내리고 다시 담배를 꺼내 들었다. 불을 붙인 담배 끝이 희미하게 그의 얼굴을 비췄다. 수현은 고개를 돌려 희도를 보며 말했다. “형님께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제는 물을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일인데,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그럼 형님은 왜 저를 기다린 건가요?” 희도는 담배를 털며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은 어디 있어?” 수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담담하게 대답했다. “역시 알고 있었군요.” 희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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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구멍을 메우면 돼

인아는 희도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있었다. 그때 희도는 그녀를 가만히 들어 올렸다. 인아는 무의식적으로 희도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의 턱 선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희도는 인아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녀의 손목을 살폈다. 손목의 상처는 아물기 시작했고, 일부는 딱지가 떨어져 붉은 살갗이 드러나 있었다. 희도는 인아의 손을 잡고 잠시 쳐다보다가 인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직 아파?” 인아는 고개를 저었다. 희도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더 이상 같은 수법에 속기 싫었기에 인아는 눈을 감았다. 희도는 언제나 그랬다. 몇 마디 말로 인아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인아를 다시 그의 거짓말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희도는 인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희도는 인아의 손을 놓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 인아는 눈을 뜨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나누고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갔다. 인아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이불을 집어 들어 가슴에 꼭 안았다. 그녀가 눈을 감으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두통이 그녀의 머리를 강하게 쥐어짰다. 머리 속은 마치 바늘에 찔린 듯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아는 몸을 웅크리고 고통에 떨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 뒤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인아는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더 심해졌네...’ 인아는 힘없이 두 팔을 늘어뜨리고 방 안의 정적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희도가 연서를 만나러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인아는 밤새 잠을 뒤척였고, 겨우 두 시간 남짓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집 안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고 인아는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일어났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두 그릇 준비한 후 서재 문을 두드렸다. 몇 번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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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희연은 잠시 망설였다. “내,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희도가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아서 매제가 만든 구멍을 메우면 돼.”희연은 잠시 놀란 듯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아야 한다니... 그 지분은 그녀가 유씨 가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었다. 만약 그걸 팔아버리면, 그녀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희도는 커피잔을 들고 장난스럽게 커피 스푼을 굴리며 무심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까워? 그럼 어쩔 수 없지. 매제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나 보네.”희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지분으로는 그 많은 돈을 다 메울 수 없잖아.” 희도는 무심하게 말했다. “우선은 메울 수 있는 만큼 메우고 천천히 해결책을 찾아보면 돼. 안 그래?” 희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한쪽은 HS그룹의 지분, 다른 한쪽은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다. 희연은 그 사이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 희연은 당장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말했다. “그래, 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아. 만약 네가 늦어지면 매제가 어느 날 도망칠 수도 있어. 그러면 다시 찾기 어려울 거야.” 희연은 잠시 망설였고, 결국 지분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럼 누구에게 팔아야 할까? 누가 한 번에 그 많은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희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결정하기만 하면, 내가 도와줄 게.” 희연은 그의 눈을 쳐다보았지만, 그 눈빛을 통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희도는 그녀의 오빠였고, 그녀는 오빠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잠시 후, 희연은 이를 악물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일 대답해 줄게.” 희도는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희연은 자리를 떠나려 하며 서류를 챙겼다. 희도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이 일은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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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완벽한 커플

희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인아를 무시하며,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했다. 인아는 그를 애타게 바라봤지만, 희도는 한 번도 인아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기에 인아는 그와 대화할 기회마저 없었다. 결국, 인아는 그의 소매를 놓고 고개를 떨궜다. 희도가 한 번 내린 결정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걸 인아는 잘 알았다. 아무리 그녀가 잘 보이려고 노력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희도는 인아를 집으로 데려갔다. 차에서 내린 후, 인아는 그를 쳐다보며 무언가 말하고 싶어 했지만 희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인아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희도는 거실에 들어가자마자 외투를 벗어 소파 위에 던지더니, 잠시 뒤 인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서 식사 준비해.” 인아는 입을 열려고 했으나, 그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뒷모습뿐이었다. 결국 인아는 주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희도의 핸드폰이 울렸다. 연서가 걸어온 전화였다. 희도는 무심하게 핸드폰을 소파 위에 던졌다. 하지만 연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어왔고, 여덟 번째 전화가 울릴 때쯤 희도는 마침내 전화를 받았다. 인아는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희도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무슨 일이야?”연서가 핸드폰 너머에서 말했다. [오늘 밤 영화 시사회에 같이 가기로 했잖아. 지금 어디야? 또 집에 간 거야?] 희도는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꼭 가야 해?” [당연하지! 내가 너 온다고 이미 말했는데 갑자기 안 오면 나더러 어떡하라고? 또 그 집에 간 거지?] 연서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말을 꺼냈다. 요즘 들어 희도가 집에 가는 횟수가 점점 잦아지면서, 연서는 매번 불안감에 휩싸였다. 희도가 집에 가서 인아와 함께 있는 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지, 혹시 둘이 침대에서 함께 있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상상들이 연서의 마음을 괴롭혔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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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인아는 손을 내리며 창문에 몸을 기대어 밖의 정원을 쳐다보았다. 참 우스운 일이었다. 희도는 연서와의 데이트에 자신을 데려와 차에 가둬두었다. 마치 인아를 차를 지키는 개처럼 취급하는 듯했다. ‘비슷하긴 해.’인아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20년간 자신이 사랑해온 사람이 자신을 한낱 개 취급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비참하고도 웃겼다. 연서는 희도의 팔짱을 끼며 그의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었다. “추워 죽을 뻔했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추우면 옷을 더 입지 그랬어.” 희도는 연서의 차림새를 힐끗 보며 말했다. 한겨울인데도 그녀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두 팔을 추위에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이게 드레스 코드라 어쩔 수 없어. 외투는 가지고 왔는데 지금은 입을 수 없거든.” 연서가 말하자, 희도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 “이거 걸쳐.” 연서는 그의 외투를 받으며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자기야.” 연서는 그를 안고 입을 맞추려 했지만, 희도는 살짝 연서의 얼굴을 밀어냈다. “들어가자.”연서는 입술을 삐쭉거렸지만, 여전히 그의 팔짱을 끼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영화 시사회는 감독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물론 몇몇 배우들도 참석했지만, 참석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자리였다. 연서처럼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은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만 했지, 사람들이 실제로 본 적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믿지 않았다.오늘 이 자리에 연서를 초대한 이유도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정말 희도라면, 연서의 연기력이 아무리 부족해도 그녀에게는 끊임없이 기회가 주어질 것이었다. 연서가 희도의 팔짱을 끼고 등장했을 때,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희도는 엄청난 투자자였기에, 일반인이 그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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