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는 입술을 깨물며 뒤돌아 나갔다. 그녀는 화장실로 향했는데, 수현이 그곳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수현은 그녀를 보며 일회용 타월을 뽑아 손을 닦았다. “들어와요. 전 다 끝났으니까요.” 인아는 억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아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무언가를 잡으려 했고, 손에 잡힌 것은 수현의 팔이었다. 수현은 재빨리 인아를 잡았고 인아는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 수현은 허리를 감싼 손에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고, 인아는 그의 팔을 꽉 잡은 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수현은 잠시 멈칫했다. 인아의 눈동자는 맑고 깨끗했지만, 그 안에는 한없이 깊은 감정이 담긴 것 같았다. 전혀 요염하지 않지만, 그 시선에는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마치 귀여운 동물을 보면 만지고 싶은 충동이 생기듯, 누군가는 그 깨끗한 눈빛을 흐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었다. 수현의 완벽한 표정에 잠시 균열이 생겼다. 그 순간, 두 명의 아주머니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재빨리 도망쳤다. 수현은 바로 인아를 놓아주며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요?” 인아는 한 발짝 물러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고마워요.”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화장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수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화장실 문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수현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점점 흐려졌다. ‘이 작은 벙어리가 이제는 날 두려워하지 않네.’ ‘재미있네.’ 이 저택은 작았기에 소문은 금방 퍼졌다. 인아와 수현이 화장실에서 서로 안고 있었다는 소문은 금세 집안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내가 뭐랬어, 분명 벙어리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니까? 역시 무언가 있었어.” “맞아, 둘째 아가씨를 보는 눈빛과 전혀 다르다고. 둘이 진짜 그런 관계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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